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삥뜯기
262.
“내일 또 와주실 거죠?”
“그럼요. 매일 올 겁니다.”
“남작님 오기만 기다리고 있을게요.”
“우리는 친구입니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계세요.”
“그럴게요.”
떠나기 전 손이라도 한번 잡고 싶었는지 내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레오니 백작 부인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간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레오니 백작 부인의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게임이란 이유로 죄책감도 없이 백작 부인을 속이고 이용하는데, 부인은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그것이 부활과 흡혈로 인한 인위적인 것이라고 해도 나를 향한 레오니 백작 부인의 마음만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었다.
「포옹이라도 한 번 해주지 그랬어요?」
「다음에.」
「큰오빠, 밀당의 고수네요. 백작 부인 애간장 태워 죽일 만큼 아주 노련하시네요.」
「그게 아니라 미안해서 그럴 수가 없었어.」
「속이는 게 많이 미안하세요?」
「어.」
「두 분이 편한 사이로 만났다면 그렇게 할 이유 없겠죠. 그러나 큰오빠는 많은 사람을 책임진 영주에요. 오빠 혼자만 생각해선 안 돼요.」
「나도 알아. 하지만 그게 남을 속여도 되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순 없어.」
「속임을 당해 모든 것을 잃을 때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없겠지.」
「큰오빠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큰오빠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에요. 지도자에요. 권리를 누리는 만큼 책임도 다해야 해요.」
「알았어.」
영지는 국가와 같았다. 국가와 국가 간에는 오직 이익 추구만 있을 뿐 친구? 의리? 평화? 그딴 건 없었다.
앞에선 도덕과 인의를 부르짖어도 뒤로는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핍박하는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강한 나라는 약한 나라의 물건과 생명, 땅을 빼앗아도 죄가 없었고, 약한 나라는 살아남기 위해 굽실거려야 하는 것이 나라와 나라의 관계였다.
굽실거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하기 싫다면 강해져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해져야 내 나라, 내 국민, 내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할 막중한 사명감을 갖고 있는 지도자라면 양심 따위는 지나가는 똥개에게 줘야 한다.
그렇게 모든 걸 버리고 내 나라, 내 국민을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지켜내야 한다. 더럽고 추잡했지만, 그것이 지도자의 자세였다.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자리에 있는 만큼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못하겠다면 쥬디의 말처럼 과감히 영주 자리를 내놓고 야인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것이 진정한 지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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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어떤 스킬 합칠 거야?”
“글쎄?”
“생각 안 했어?”
“했지.”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스킬 합체 스크롤을 펼쳤다. 불새의 검은 회오리와 달리 스킬을 합체하면 그동안 어렵게 키운 스킬이 사라졌지만, 더욱 강력한 스킬을 얻기 위해선 그 정도 손해는 감수해야 했다.
“언니, 오빠 합칠 수 있는 게 살기파동과 파멸의 일격밖에 없잖아. 그것 빼고 합칠 스킬이 뭐가 있어?”
“패시브 스킬인 무기 마스터와 강인한 의지를 합쳐도 되잖아? 아니면 방패 마스터와 간파를 합치든지.”
“그것도 나쁘지 않은 판단이지만, 불새의 검은 회오리를 생각해야지. 나는 강력한 공격 스킬이 늘어나는 게 더 낫다고 봐.”
“그렇지 않아. 패시브 스킬이 더 효율적이야. 패시브 스킬은 어떤 공격이든, 방어든 모두 도움을 주잖아.”
“아니야. 공격 스킬을 합쳐야 해. 그래야 몬스터를 잡을 수 있어.”
“모든 부분에 도움을 주는 패시브 스킬을 합치는 게 더 효율적이야.”
하린이와 하연이가 자기 생각이 옳다며 말다툼을 했다. 패시브 스킬을 합치라는 하린이 말도, 액티브 스킬을 합쳐야 한다는 하연이 말도 틀리지 않았다.
아이템은 빼앗기거나 잃어버리면 능력치가 크게 떨어지지만, 패시브 스킬은 영구적으로 능력을 올려주는 것과 같은 효과로 두고두고 큰 도움이 됐다.
그렇다고 하연이 말이 틀렸다는 것도 아니었다. 고레벨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선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불새의 검은 회오리와 창공의 검이 있었지만, 스킬 재사용 시간을 고려하면 그와 같은 뛰어난 공격 스킬이 몇 개 더 있어야 했다.
골드 드래곤 크리사오르의 팔찌에 붙은 쿨타임 50% 감소와 용기사 사이먼의 화염 반지에 삽입한 쿨타임 감소 룬의 영향으로 스킬 재사용 시간이 크게 줄어 전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다다익선이라고 강력한 스킬은 많을수록 좋았다.
“하연이 말대로 하자.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더 나을 것 같다.”
“오빠, 와이프 말을 안 듣겠다는 거야?”
“언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둘 다 그만해. 처음부터 살기파동과 파멸의 일격 합치려고 했어. 그러니 애들처럼 싸우지 좀 마.”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남편이 마누라 말도 안 듣다니 못된 남편. 흥!”
“아싸! 역시 오빠는 내 편이야. 헤헤헤헤.”
팡팡팡
“엉덩이는 왜 때려. 아이 아파 죽겠네.”
딱
“아아아악 머리야!”
“둘 다 그만 떠들어. 계속 입 놀리면 엉덩이와 이마에 혹 하나씩 달아준다.”
“우이씌!”
“히잉!”
입술을 삐죽 내미는 하린이의 엉덩이를 팡팡 두들겨 주고, 승리의 브이를 그리며 좋아하는 하연이의 이마에 딱 소리가 나게 꿀밤을 세게 때려준 후 스킬 합체 스크롤을 찢었다.
- 합체할 스킬을 말해주세요.“
“살기파동, 파멸의 일격.”
- 액티브 스킬 살기파동과 파멸의 일격을 합체하는 게 맞습니까?
“네.”
- 살기파동과 파멸의 일격을 합체합니다. 살기파동과 파멸의 일격이 합쳐져 파멸의 인도자가 만들어졌습니다.
합체 스킬 파멸의 인도자
초급 달성 : 반경 20m 이내 (근거리+원거리) 공격력×1.2 데미지
마비 확률 20%(10초간 지속), 약화 확률 100%( 10초간 능력치 20% 감소)
치명타 발생 시 추가 데미지 5,000, 마나 500 소모, 쿨타임 120초
중급 달성 : 반경 30m 이내 (근거리+원거리) 공격력×1.5 데미지
마비 확률 30%(15초간 지속), 약화 확률 100%( 15초간 능력치 30% 감소)
치명타 발생 시 추가 데미지 10,000, 마나 1.000 소모, 쿨타임 120초
상급 달성 : 반경 50m 이내 (근거리+원거리) 공격력×2.0 데미지
마비 확률 40%(20초간 지속), 약화 확률 100%( 20초간 능력치 40% 감소)
치명타 발생 시 추가 데미지 25,000, 마나 2,000 소모, 쿨타임 120초
특급 달성 : 반경 100m 이내 (근거리+원거리) 공격력×3.0 데미지
마비 확률 50%(30초간 지속), 약화 확률 100%( 30초간 능력치 50% 감소)
치명타 발생 시 추가 데미지 50,000, 마나 4,000 소모, 쿨타임 60초
합체 스킬
파멸의 인도자(초급 0/200) : 반경 20m (근거리+원거리) 공격력×1.2 데미지
약화 확률 100%( 10초간 능력치 20% 감소),
마비 확률 20%(10초간 지속), 마나 250 소모(50% 감소)
치명타 발생 시 추가 데미지 5,000, 쿨타임 60초(50% 감소)
파멸의 일격에 붙은 관통력 추가와 살기 파동의 공포 확률이 사라졌다. 대신 약화 확률 100%가 붙고, 원거리 공격력이 광역 공격에 추가돼 데미지가 2배 이상 늘어났다.
그리고 치명타가 터지면 추가 데미지가 붙어 특급을 달성하면 지금 공격력으로도 15만 데미지가 넘게 나와 100레벨 일반 몬스터는 한 방에 보낼 수 있었다.
또한, 골드 드래곤 크리사오르의 팔찌 효과로 스킬 재사용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 60초마다 사용할 수 있었고, 쿨타임 감소 룬의 영향까지 더해지면 40~50초마다 사용할 수 있어 스킬 재사용 시간이 200초인 불새의 검은 회오리보다 성능이 떨어지지 않았다.
혼돈의 마법사 아크 메이지 마나라스의 마법서
종류 : 보조 무기
등급 : 레전드
아크 메이지 마나라스는 5,000년 전에 활약한 대마법사로 지금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혼돈 마법 학파의 창시자였다. 혼돈 마법 학파는 사물이 혼돈의 무질서 속에서 태어나 질서를 찾고, 다시 무질서로 돌아간다는 사상을 가진 학파로 어떠한 것도 인간이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설파했다.
내구도 : 300/300
공격력 : 300
생명력 : 1,000
지력 : 7
착용 효과 1 : 마법 공격력 30% 증가
착용 효과 2 : 스킬 재사용 시간 10% 감소
착용 효과 3 : 관통력 10% 증가
특수 옵션 : 공격이 성공할 때마다 1% 확률로 데미지 5,000 추가 피해
룬 슬롯 : 미착용
착용 제한 : 마법사, 사제 계열
알 수 없음이라고 이름표가 달린 마법서를 상급 신관 도로시의 도움을 받아 은밀하게 걸린 저주를 풀자 진가가 드러났다.
무려 레전드 아이템으로 마법 공격력에 쿨타임 감소, 관통력 증가, 추가 피해까지 데미지 딜러인 마법사가 사용하기 최적화된 보조 무기였다.
“하연아, 마나라스와 혼돈 마법 학파 들어봤어?”
“아니요.”
“찾아봐.”
“네.”
하연이가 어둠의 상인 사이트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마나라스라는 이름도, 혼돈 마법 학파도 찾을 수 없었다.
아틸라 제국 이전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왕국이 명멸했고, 검술과 마법 학파도 수없이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이런 기록들은 전쟁으로 대부분 사라져 남아 있는 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기록만 없을 뿐 이들이 남긴 유물은 아란테스 곳곳에서 남아 있었다.
혼돈의 마법사 아크 메이지 마나라스의 마법서처럼 누군가의 창고에 잠들어 있거나, 오지의 던전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찾기만 하면 대박으로 많은 유저가 대박을 노리고 트레저 헌터가 되어 이들의 보물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들어가선 안 되는 출입 금지 지역과 검은 오크 왕국, 몬스터 랜드, 머메이드의 섬, 와이번의 섬, 엘프 왕국 등에 주로 있어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누굴 주지? 쥬디? 나나? 세라? 누굴 주는 게 맞겠어?”
“좀 더 생각하고 줘. 줬다가 뺏으면 충성도 떨어질 수도 있잖아.”
“알았어.”
시푸아 백작을 살리며 엄청난 돈을 벌어 당분간은 장비를 팔지 않고 NPC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파티의 전투력을 올리려면 NPC도 뛰어난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줬다가 뺏으면 충성도가 떨어질 수도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서 줘야 했다.
그린 드래곤 프리모딜레우스의 하트 귀걸이
종류 : 특수 아이템
등급 : 에픽
그린 드래곤은 드래곤 중에서 성격이 온순한 편에 속했다. 그러나 화가 나면 독가스를 뿜어 생명체를 모두 죽이는 매우 흉포한 면도 있었다. 프리모딜레우스는 그린 드래곤 중에서 가장 온순한 드래곤으로 생명을 죽이는 걸 몹시 싫어해 1만 년을 넘게 살면서 죽인 생명체가 100마리도 안 됐다. 하트의 귀걸이는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프로모딜레우스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언제나 마음을 맑게 해줘 사악한 술법에 걸리지 않게 해줬다.
내구도 : 100/100
착용 효과 : 혼란, 공포, 수면, 정신 파괴 완전 면역
착용 제한 : 여성
드래곤 하트가 들어 있어 골드 드래곤 크리사오르의 팔찌와 동급 아이템이 나오길 기대했는데, 그보다 한 등급 아래인 에픽이 나왔다. 성능이 나쁘진 않았지만, 효과가 달랑 하나로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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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