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삥뜯기
260. 삥뜯기
「호감도 70 돌파했어요.」
「한 달이면 되겠네.」
「지금 분위기로 봐선 일주일이면 될 것 같은데요?」
「그럴 수도 있겠지.」
백작 부인의 행동을 봤을 때 쥬디 말처럼 일주일도 안 돼 호감도 100을 찍을 것 같았다.
여자가 남자에게 경계심을 보이지 않는 건 둘 중 하나였다. 잡아 먹어주세요 라고 무언의 신호를 보내는 남자이거나, 경계할 필요가 없는 남자, 아버지라서였다.
이것 빼고는 여자가 남자에게 경계심을 갖지 않는 일은 없었다. 백작 부인은 경계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나를 대했다. 내가 부모가 아닌 이상 남은 건 하나였다.
「더 빨리 호감도 100을 만드는 방법도 있어요.」
「뭔데?」
「섹스요. 그거 하면 하루면 될 거예요.」
「조그만 게 못하는 소리가 없어.」
「큰오빠 세상에선 제가 미성년자지만, 이곳에선 그런 거 없어요. 12~13살에 결혼하는 애가 얼마나 많은데 그래요.」
「결혼하고 싶어? 결혼시켜줘?」
「싫어요. 큰오빠 곁에 평생 있을 거예요.」
「웃기고 있네.」
「진짜예요.」
「마음에 드는 남자 생기면 내일 당장 결혼하겠다고 할걸?」
「아니에요. 저는 큰오빠밖에 없어요.」
「그 말이 정말인지 아닌지 두고 본다.」
「그러세요. 전 절대 변하지 않을 거니까요.」
레오니 백작 부인은 내 부하가 아니라서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 특수 스킬 영지 인물 간파는 내 부하 또는 내 영지에 소속된 유저와 NPC의 능력만 알 수 있었다.
그 역할을 쥬디가 대신했다. 그러나 쥬디도 아직 능력이 모자라 인물 간파만큼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호감도(충성심)는 알 수 있었다. 흡혈하며 발생한 변화를 혜안으로 감지해 알 수 있는 것으로, 이를 통해 레오니 백작 부인이 내게 완벽히 종속됐는지 아닌지 알 수 있었다.
“1시간 동안은 몸이 매우 무거울 겁니다. 제 피와 부인의 피가 섞이며 충돌이 일어나 생긴 현상으로 1시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이상이 생겨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 게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기분도 나쁘지 않아요. 방금 전 느꼈던 쾌감이 아직도 남아 있어 나른하고 좋아요. 이 기분 오래도록 느끼고 싶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편안히 쉬십시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가라는 말 아니에요.”
“네?”
“오해하지 마세요. 나른한 기분이 좋아서 싫지 않다고 한 말이에요.”
“싫지 않다니 다행입니다. 그래도 저는 이만 가봐야 합니다. 쉬세요.”
“1시간만 있다가 가면 안 되나요?”
“밀실에 저와 오래 있어도 괜찮습니까? 이상한 소문이 날 수도 있습니다.”
“나나도 있고, 야냐도 있잖아요. 그리고 남작님이 누구인지 아무도 몰라요. 그런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알겠습니다.”
침대 옆에 앉아 부인이 하는 얘기를 들어줬다. 얘기하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기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었다. 그것만큼 고마운 사람은 없었다.
토 달지 않고, 경박하게 웃지 않고, 아는 척 나불대지 않고 온화한 미소로 가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얘기를 들어줬다.
길지 않은 1시간 만에 레오니 백작 부인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는 더욱 친한 사이가 됐다.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우리 사이에 부탁이라니요? 섭섭해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감사합니다. 다른 게 아니라 황금 가루다의 날개 뼈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황금 가루다의 날개를 만들려는 건가요?”
“네.”
“오래전에 잊힌 기술인데 용케 찾아내셨네요.”
“운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백작 부인께서는 황금 가루다의 날개에 관해 알고 계신 겁니까?”
“어릴 적에 아버지가 얘기해 준 적이 있어 이름만 기억하고 있어요.”
“그럼 에이다 공작 가문에 날개 만드는 비술이 있습니까?”
“아니요. 없어요.”
“다른 가문은요?”
“아버지가 3,000년 전에 사라졌다고 하셨어요.”
“아무 곳에도 남아있지 않은 겁니까?”
“제가 알기로 그래요. 몰래 숨겨 놓은 곳이 있을 수도 있지만요.”
황금 가루다의 날개 제작 비술은 신들의 땅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황금 가루다 일족이 수천 년간 발전시킨 고유한 기술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날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고향인 신들의 땅으로 돌아갈 수 없어 연구를 포기하며 날개 제작 비술도 세상에서 사라졌다.
수천 년 전에 사라져 아는 사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에이다 공작이 가루다의 날개에 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에이다 공작도 이름만 알뿐 날개를 만드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 그렇다고 다른 가문도 모른다는 뜻은 아니었다.
나처럼 우연한 기회에 비술을 얻었을 수도 있어 비행부대를 보유하고 있는 가문이 있을 수도 있었다.
“이제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랑 같이 창고로 내려가요.”
“제가 가도 됩니까?”
“그럼요. 남작님은 시푸아 백작 가문의 은인이자 제 친구잖아요.”
“감사합니다.”
「쥬디야.」
「네.」
「겉으로 보기에 형편없지만, 아주 뛰어난 물건이 있는지 찾아봐. 덤으로 달라고 하게.」
「알았어요.」
사욕을 가득 품고 레오니 백작 부인을 따라 본관 지하 3층으로 내려갔다. 기사 수십 명이 지키는 통로를 지나자 5m도 넘는 커다란 철문이 나왔다.
철컥
레오니 백작 부인이 목에 건 열쇠를 문에 꽂고 힘차게 돌리자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것이 문을 여는 과정의 끝이 아닌지 동그란 원에 손바닥을 대고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웠다.
“đЖœЖœffiŁЁЙłłłłŦŦ...”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됐어요.”
요란한 소리가 세 번 울리자 잠금장치가 모두 풀렸는지 레오니 백작 부인이 됐다는 말과 함께 철문을 살짝 밀었다. 그러자 소리 없이 문이 스르륵 열렸다.
「문 여는 방법 알아냈어?」
「네. 그런데 소용없어요. 시푸아 백작과 레오니 백작 부인 두 명 중 한 명이 없으면 못 열어요. 지문 인식과 혈액 인식 마법이 걸려 있거든요.」
「시푸아 백작 손 잘라오면 되겠네?」
「입구에 있는 경비병은?」
「그 생각을 못 했네.」
「가끔 보면 뭔가 하나 모자라는 느낌이 들 때가...」
「혼날래?」
「히히히히.」
“대단하군요.”
“그렇지 않아요. 여기는 평범한 것들밖에 없어요. 진짜 보물은 한층 더 내려가야 있어요.”
“이런 게 보물이 아니라니 시푸아 백작 가문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안 됩니다.”
“1,000년 동안 부를 쌓은 가문이에요. 그것도 평범한 부가 아니라 아틸라 제국 제일의 부를 쌓았어요. 황궁 빼고는 시푸아 가문이 최고일 거예요.”
레오니 백작 부인의 말은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 길이가 300m는 될 것 같은 커다란 창고에는 10m마다 선반이 하나씩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10개의 선반은 5층으로 1층부터 5층까지 처음 보는 신기한 아이템과 장비가 이름표와 함께 줄을 맞춰 끝없어 놓여 있었다.
그중에는 간간히 레어 아이템도 있었고, 강화석과 업그레이드 재료, 각종 포션과 마법 스크롤, 소환 아이템인 드래곤의 이빨 등도 보였다.
내가 보기엔 창고에 보물이 아닌 것이 없었다. 그러나 레오니 백작 부인은 아주 무덤덤한 얼굴로 평범한 아이템이라고 했다.
「지하 보물 창고에는 모두 레전드 아이템만 있는 거 아니야?」
「빨간색 아이템이 있을지도 모르죠.」
「헉! 빨간색...」
빨간색은 신급 아이템을 말했다. 아이템은 등급에 따라 이름 색깔이 달랐다. 하급은 회색, 일반은 흰색, 고급은 녹색, 레어는 파란색, 에픽은 보라색, 레전드는 주황색이었다.
쥬디 말처럼 지하에 신급 아이템이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레전드가 있을 확률은 매우 높았다.
퀘스트 용기사 사이먼의 흩어진 장비 아이템 찾기를 통해 레드 와이번 카르파고스의 망토를 얻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로 많다고는 할 수 없어도 몇 개는 있을 게 확실했다.
「구멍 뚫을 곳 없어?」
「지하 보물 창고 들어가게요?」
「어.」
「장난해요? 여기도 못 들어오는데.」
「흐흐흐흐.」
“여기 있네요. 몇 개나 필요하세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26개 있네요. 다 가져가세요.”
“감사합니다. 얼마 드리면 될까요?”
“선물이에요.”
“그럴 수 없습니다. 공과 사는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이거 가지고 있어 봐야 쓸 곳도 없어요. 700년 전에 구한 걸 아직도 갖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그래도 안 됩니다. 정당한 가격을 치르겠습니다.”
“정 부담되면 그러세요. 개당 금화 한 개에 드릴 테니 26개만 주세요.”
“너무 쌉니다.”
“값이 정해지지 않은 물건은 파는 사람 마음이에요. 싫으면 은화 26개만 받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돈 주고 살 생각은 없었다. 공짜로 얻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쥬디가 찾아낸 진짜 보물을 얻으려면 황금 가루다의 날개 뼈는 돈 주고 사야 한다.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 한다. 염치없이 공짜만 바라면 힘들게 쌓은 호감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지난번 날개를 만들고 남은 6개를 더해 날개 뼈가 32개가 됐다. 황금 가루다의 날개는 뼈 3개와 황금 독수리의 깃털 100개, 자유의 보석 1개, 바람의 보석 1개가 있으면 만들 수 있다.
깃털과 보석은 경매장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어 날개 뼈만 구할 수 있다면 The Age of Hero 유저 사상 처음으로 비행부대를 만들 수도 있었다.
「큰오빠, 좌측 선반 두 번째 칸에 마법서요.」
「뭔데?」
「저도 몰라요.」
「모른다니?」
「혜안으로도 뭔지 알 수가 없어요.」
「왜?」
「아주 교묘하게 저주를 걸어놨어요. 도로시 신녀님의 도움이 있어야 뭔지 알 수 있어요.」
쥬디는 혜안을 통해 골드 드래곤 크리사오르가 만든 마법 주머니도 단번에 비밀을 풀어낸... 100%는 아니지만... 실력자였다.
그런데 마법서의 내용을 알 수 없게 저주를 걸었다는 건 매우 뛰어난 존재가 했다는 뜻이었다.
시푸아 가문도 마법서가 어떤 아이템인지 알아내지 못했는지 이름표에 ‘알 수 없음’이라고 쓰여 있었다.
「대박일까?」
「쪽박일 수도 있죠.」
「그렇겠네.」
위대한 존재가... 인간인 아크 메이지일 수도 있지만, 드래곤일 수도, 천족이나 마족일 수도 있었다... 내용물을 알 수 없게 봉인을 걸었다고 꼭 대단한 아이템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위대한 존재라고 정신이 올바르다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정신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었고, 장난기가 심할 수도 있었다.
천재와 미치광이는 종이 한 장 차이였다. 평범한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특이한 생각을 하는 존재로 재미 삼아 봉인을 걸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대박일 수도 있었다. 모 아니면 도로 어차피 공짜로 얻어낼 생각이라 운에 맡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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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