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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니 백작 부인
259.
“그런데 얼마나 그 일을 해야 하는 거죠?”
“한 달간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꾸준히 해야 합니다. 한 달이 지나면 그때부터 일주일에 하루만 하면 됩니다.”
“평생 해야 한다니 쉬운 일이 아니군요.”
“대신 흡혈하는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습니다. 길어야 30초입니다.”
“다행이네요. 이제 됐어요. 하세요.”
“네.”
“잠시만요?”
“궁금한 게 또 있으십니까?”
“궁금한 게 아니라... 제 남편도 해주실 건가요?”
“그건 부인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제 뜻을 따른다는 건 무슨 뜻이죠?”
“말 그대로입니다. 부인께서 하라고 하면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겠습니다.”
“.......”
있지도 않은 거짓말을 능청스럽게 했다. 게임을 하기 전까지는 거짓말을 하면 얼굴에 당황한 티가 역력하게 났다.
그랬던 내가 마틸다를 꼬시며 철면피가 됐다. 웬만한 거짓말은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심한 거짓말도 갖가지 이유를 대며 자기합리화를 했다.
점점 사악해져 가는 내 모습이 걱정스러웠지만, 독하지 않으면 장부가 아니라는 말로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았다.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부인께서 얘기할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시푸아 백작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 레오니 백작 부인에게는 남편을 살리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다.
그러나 남편이 살아나자 생각이 달라졌다. 조금 튼튼한 모습으로 살아났다면 이렇게까지 고민하진 않았을 것이다.
너무 건강하게, 너무 젊게 살아난 게 문제였다.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건강을 되찾은 백작은 조만간 권력도 되찾으려 할 것이다. 그건 레오니 백작 부인의 권력을 뺏는다는 뜻이었다.
부인 처지에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로 어떻게든 권력을 지켜야 했다. 그래야 자신도 살고, 친정도 살았다.
권력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요물이다. 아버지와 자식이 서로의 가슴에 칼을 겨누게 하고, 끝내는 죽게 하는 악마 같은 요물이 권력이었다.
권력의 맛을 제대로 본 레오니 백작 부인도 권력의 욕망을 버릴 수 없어 남편에게 칼을 겨누려했다.
중국을 쥐락펴락했던 대표적인 여자 두 명이 있다. 서태후(西太后)와 측천무후(測天武后)였다.
둘 다 권력욕에 사로잡혀 중국을 마구 흔들어댄 여성들로 레오니 백작 부인도 그녀들과 같은 길을 걸으려 했다.
그러나 둘의 평은 전혀 달랐다. 서태후는 나라를 말아먹은 악녀로 국익보다는 자신의 권력과 개인적인 사치에 우선한 탐욕스러운 통치자였다.
반대로 측천무후는 황위를 찬탈한 요녀(妖女)였지만, 나라를 훌륭히 다스린 훌륭한 통치자였다.
레오니 백작 부인은 측천무후가 되려했다. 그리고 나는 레오니 백작 부인을 뒤에서 조정해 시푸아 백작 가문의 부를 빼내 나만의 왕국을 만들려 했다.
‘그때 레오니 백작 부인의 젊음을 찾게 해준 건 정말 신의 한 수였어. 만약 시푸아 백작만 믿고 레오니 백작 부인을 내버려 뒀다면 나는 나나와 야냐 손에 죽었을 거야.’
‘인생 참 웃겨. 나나와 야냐를 얻자고 한 일이 이런 결과를 불러오다니.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는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야. 흐흐흐흐.’
“준비됐어요. 시작하세요.”
“많이 아플 겁니다. 그러나 고통은 금세 사라지고 기쁨이 찾아올 겁니다.”
“기쁨이요? 피가 빠져나가는데 기쁨을 느껴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몸으로 느껴보십시오.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알았어요.”
대답을 마친 레오니 백작 부인이 팔을 내밀지 목을 내밀지 몰라 머뭇거렸다. 소녀처럼 눈을 굴리며 어찌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모습이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살며시 다가가 손을 뻗어 팔을 잡았다. 천천히 옷을 걷은 후 하얀 팔뚝을 입에 가져갔다.
겁에 질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레오니 백작 부인을 고개를 끄덕여 안심시킨 후 팔뚝에 입을 댔다.
기다란 송곳니를 보여줄 수 없어 살포시 입을 벌려 팔을 물었다. 부드러운 살결과 향긋한 체취가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참을 수 없는 부드러움에 혀로 팔뚝을 살살 건드렸다. 그러자 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개졌다.
어린 소녀처럼 수줍어하는 모습에서 처음으로 권력자가 아닌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많이 귀엽단 말이야.’
「아이를 갖게 하는 건 어때요?」
「뭐라고?」
「레오니 백작 부인이 시푸아 백작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어요. 큰오빠도 아시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시푸아 백작이 지금은 큰오빠를 좋아하지만, 레오니 백작 부인과 사이가 틀어지면 부활로 생긴 호감은 물거품처럼 사라질 거예요.」
「나도 알아.」
「알면 빨리 움직여야죠.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아요.」
「생각해볼게.」
쥬디 말이 맞았다. 지금은 양쪽 모두 내게 깊은 호감을 보이지만, 권력을 놓고 둘이 첨예하게 대립하면 살려준 고마움은 까맣게 잊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시푸아 백작에 붙으면 내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됐다. 일만 많았지 먹을 게 전혀 없었다.
이기는 쪽에 붙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그것도 확실하게 따져야 한다.
또한, 내 능력을 탐할 수도 있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도움은커녕 손해만 볼 수 있었다.
뱀의 머리가 될지언정 용의 꼬리는 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레오니 백작 부인을 선택한 것이다.
시푸아 백작은 내 것으로 만들 수 없지만, 레오니 백작 부인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백작 부인을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에 가두면 시푸아 백작 가문의 엄청난 재력과 힘이 내 것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내 것으로 만든다고 끝이 아니었다. 레오니 백작 부인이 권력에서 밀려나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기본이었고, 내 영지까지 위험했다.
지금 상태로 가면 2~3년 안에 레오니 백작 부인이 밀리는 건 확실했다. 그전에 황제가 죽고 전쟁의 서막이 본격화하겠지만, 레오니 백작 부인의 권력이 작아지면 내가 얻는 이익도 줄어든다.
어떻게든 백작 부인이 권력을 잡도록 도와야 했다. 그러나 방법이 간단치 않았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레오니 백작 부인은 작위를 계승할 수 없다.
방법은 하나 시푸아 백작을 없애고, 아들을 내세워 대리 청정하는 것, 그것만이 레오니 백작 부인이 권력을 잃지 않는 길이었다.
그러려면 먼저 아이를 가져야 했다. 백작의 아이든, 내 아이든, 다른 누구의 아이든 사내아이를 낳아야만 권력을 계속 휘두를 수 있었다.
아그작
“아으윽.”
추웁 추웁 추웁
- NPC 레오니 백작 부인의 피를 마셨습니다. 피의 갈증을 해소했습니다.
- NPC 레오니 백작 부인이 상태 이상 효과 무기력증에 빠졌습니다. 무기력증으로 인해 60분 동안 모든 능력이 50% 감소합니다. 60분간 치유 스킬을 사용해도 생명력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 단, 상태 이상 효과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 스킬은 무기력증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 30분간 공격속도와 이동속도가 30% 증가합니다.
- 30분간 피를 흡수한 NPC 레오니 백작 부인의 공격력 30%를 차용합니다.
- NPC 레오니 백작 부인의 호감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아흑. 흑. 흑. 흑. 하악...”
“기분이 어떠십니까?”
“힘이 하나도 없어요. 몸도 축 처져서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어요.”
내게 피를 빨린 여자들은 모두 지독한 쾌감과 무기력증에 한동안 흐느적댄다. 레오니 백작 부인도 황홀한 쾌감과 무기력증에 혼이 반쯤 빠진 모습으로 침대에 너부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그게 전부인가요?”
“아니요.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동안 기분이 너무 좋아요.”
“얼마나 좋았나요?”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짜릿한 느낌이었어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쾌감을 느꼈다고 레오니 백작 부인이 불감증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지금껏 느꼈던 오르가슴보다 더욱 강렬한 쾌감을 느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확실한 건 피가 빨리는 동안 백작 부인이 보여준 반응은 나나, 야냐와는 차원이 달랐다.
오랫동안 억눌렸던 욕망이 분출한 여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숨넘어갈 것 같은 환희의 신음이었다.
10년 가까이 시푸아 백작과 합방을 못 해 지나치게 흥분한 모습을 보였을 수도 있지만, 백작의 테크닉이 떨어져 만족하지 못 해 그런 것일 가능성이 더 컸다.
둘 중 어느 것이든 상관없었다. 진정한 쾌감을 맛본 이상 레오니 백작 부인은 그물에 걸려든 물고기와 같은 신세였다.
처녀인 나나와 야냐조차 빠져나가지 못한 그물에 쾌락이 뭔지 아는 백작 부인이 걸렸으니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했다.
“또 느끼고 싶으십니까?”
“네. 매일 아니 지금 당장 또 느끼고 싶어요. 해주세요.”
“안 됩니다.”
“왜요?”
“좋은 것도 많이 먹으면 탈이 난다고 했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한 번 이상하면 역효과가 납니다.”
“지금도 몸이 조금 전 쾌감을 잊지 못하고 있어요. 이대로 내일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내일은 금방 찾아옵니다.”
“남작님.”
“네?”
“설마 절 떠나시는 건 아니겠죠?”
“그런 일은 없습니다. 평생 부인 곁에서 든든한 지원자가 될 겁니다.”
“그 말 정말이시죠?”
“네.”
“저는 살면서 남자가 위로가 되고,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러나 이제는 아니에요. 남작님은 제 친구이자, 동료이자,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남자예요. 끝까지 제 곁에 있어 주세요.”
“알겠습니다.”
흡혈에 몸이 달아오른 레오니 백작 부인이 상기된 얼굴로 사랑... 관심을 갈구했다. 이런 뜨거운 반응을 보일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다.
일주일은 지나야 착 달라붙어 애걸복걸 사랑을 갈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한 번 만에... 지난번에는 잠든 상태라 기억을 못 함...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가 되어 매달렸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까지 만든 거지? 외로움인가?’
왜 이렇게까지 내게 적극적으로 달라붙는지 생각했다. 해답은 외로움이었다. 레오니 백작 부인은 10년 넘게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시푸아 백작의 자리를 노리는 시동생들, 친척들과 소리 없는 전쟁을 치렀다. 레오니 백작 부인 곁에는 가문을 따르는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철저하게 명령을 받들고 수행하는 부하들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태풍에도 절대 꺾이지 않는 거목 같은 지도자가 되어주기만 바랐다.
그런 사람들과 어떻게 속에 있는 얘기를 할 수 있었겠는가. 힘들다. 기대고 싶다. 위로받고 싶다는 말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지독한 외로움이 흡혈에 문을 연 것이다. 거대한 방죽이 작은 구멍에 무너지듯 흡혈이 철벽의 방패를 허무하게 무너뜨리며 레오니 백작 부인의 마음을 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