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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55.
“1층에 수영장도 있고, 정원도 크고, 집이 정말 예쁘네요. 제부.”
“감사합니다.”
“하린이에게 듣기로 가난한 대학생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큰 집과 땅을 살 수 있었어요?”
“모두 The Age of Hero 덕분입니다.”
“뉴스와 인터넷에서 돈 번 사람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 정도로 많이 벌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하린이와 하연이가 도와줘서 벌 수 있었습니다. 혼자였다면 원룸을 벗어나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하린이와 하연이는 매일 도움만 받고 있다고 하던데, 어째 얘기가 많이 다르네요. 누가 진실이에요?”
“하린이와 하연이가 저 듣기 좋으라고 거짓말한 겁니다. 제가 하린이와 하연이에게 기대서 살고 있습니다.”
“제부는 성격도 좋지만, 마음 씀씀이는 더 좋은 것 같아요.”
“네?”
“하린이와 하연이 편을 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요. 한창 깨소금 냄새가 날 시기지만, 제부처럼 무조건 편드는 사람 많지 않거든요.”
“아닙니다. 진짜입니다.”
“알았어요. 그렇다고 해요. 아주 예뻐서 어쩔 줄을 몰라하네. 호호호호.”
“아... 네.”
“이참에 나도 학교 때려치우고 게임이나 해야겠어요. 대학원 졸업해 봐야 박봉에 머리만 아팠지 재미도 없고, 성취감도 없을 것 같아요. 그럴 바에는 때려치우고 게임해서 돈 버는 게 훨씬 낫겠어요.”
“배운 게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나보다 공부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요? 나는 둔재에요. 도움이 안 돼요.”
“하린이에게 듣기로 아이큐가 140이 넘는다고 하던데...”
“140이 넘으면 뭐해요. 그래 봐야 월급쟁이인데.”
“그렇긴 하죠.”
2층에서 내려와 하린이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자 언니 송하은이 바짝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송하은과는 인사만 했지 말을 주고받은 적은 없었다. 매일 연구실에서 먹고 자고 해 얼굴도 몇 번 보지 못했고, 낯가림도 심해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말 많은 하연이가 빙의했는지 쉴 새 없이 입을 놀려댔다. 얼굴이 붉어진 것으로 보아 2층에 올라갔다 온 사이 술을 제법 마신 것 같았다.
술기운을 빌어 내게 말을 건 것으로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빨개진 볼과 게슴츠레 뜬 눈이 추레하기는커녕 매력적이기만 했다.
송하은, 송하린, 송하연은 자매 아니랄까 봐 생김새가 아주 비슷했다. 억지로 순위를 꼽으면 하린이가 1등, 하연이가 2등, 송하은이 3등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억지로 매겼을 때 순위로 영화배우, 탤런트로 데뷔해도 금세 정상에 우뚝 설 만큼 아름다웠다.
“언니, 게임도 못 하면서 무슨 게임 타령이야? 빨리 졸업해서 아빠 일이나 도와.”
“내년쯤 식구들 다 여기로 이사 온다고 하던데 정말이야?”
“응.”
“그러면 나 혼자 서울에 남아서 일하라고?”
“출퇴근하면 되잖아?”
“여기서 안산까지 얼마나 먼 줄은 알고 하는 소리야? 시속 100km 이상으로 하나도 막히지 않고 달려도 1시간 이상 걸린단 말이야. 막히면 3시간은 기본이고. 그러면 왕복만 6시간이야. 나 출퇴근하다가 죽는 꼴 보고 싶어?”
“그렇게 오래 걸리나?”
“바보! 알지도 못하면서 출퇴근하라고 하고 있어.”
“그럼 근처에 집을 얻으면 되잖아.”
“아빠 이슬이네 일로 충격을 크게 받으셨는지 회사 정리하고, 이곳에 내려와 산다고 하셨어. 엄마랑 놀러 다니며 텃밭이나 가꾸면서.”
“아빠, 정말이에요?”
“그래. 이슬이네 아버지와 엄마 허무하게 죽는 거 보니 세상이 참 덧없더라. 열심히 일하면 뭐하냐? 내일 죽을지 모레 죽을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인데. 그래서 이번에 회사 정리하고 사위 덕 좀 보며 편하게 살기로 했다.”
“정말 잘하셨어요.”
“돈 달라고 해도 그런 소리하나 보자.”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먹여 살릴 만큼은 벌어요.”
“뒤에 가서 딴소리하면 호적에서 파버린다?”
“사람 어떻게 보고 그러세요?”
“개망나니로 본다. 말괄량이에 선머슴, 성질 더러운 개딸!”
“아빠~”
“아이고 귀 아파. 고막 터지겠네.”
“한 번만 더 이상한 소리하면 아빠가 술 먹고 한 실수를 오빠에게 말할 거예요.”
“아이고 우리 이쁜 딸. 아빠가 사랑하는 거 알지?”
“알면 잘하세요.”
“잘할게.”
“크크크크. 그런데 아빠 저하고 하연이에게는 회사 접는다는 말 왜 하지 않았어요?”
“정리하려면 최소 1년은 걸려. 아직 시간 많아서 천천히 얘기하려고 했어.”
정이슬네 가족의 죽음은 하린이네 가정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신문과 방송이 연일 정이슬의 과거를 들추어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이슬 아버지와 엄마가 왜 자살했는지 알게 됐다.
하린이를 괴롭힌 건 이가 갈릴 만큼 화가 나고 원망스러운 일이었지만, 자살한 정이슬 아버지와 엄마를 생각하자 차마 화를 낼 순 없었다.
그리고 인생이 덧없었다는 생각이 더욱 깊이 들어 운영하던 회사와 서울 집을 모두 정리하고 팔당으로 들어와 살기로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생각에 동의해 내년 중순 집이 완공되면 가족이 모두 팔당으로 이사하기로 했다.
“말이 나왔으니 얘기함세. 사위, 집 짓는 비용과 땅값은 낼 생각이네. 그러니 거절하지 말게.”
“장인어른,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린이와 하연이가 부모님 곁에 살고 싶어 해 지은 것이지 돈 받고 팔려고 지은 것이 아닙니다.”
“무슨 뜻인지 아네. 그러나 아무리 친해도 계산은 정확히 해야 하네. 그래야 서로 불편함과 오해가 없어.”
“땅도 그렇고, 집 짓는데 들어간 돈도 그렇고 저 혼자 번 것이 아닙니다. 하린이, 하연이와 함께 번 것입니다. 집은 하린이와 하연이가 어른들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오빠 말이 맞아요. 아빠!”
“이 나이에 벌써 딸들에게 기댈 만큼 늙지 않았어. 마음만 받겠네.”
친할수록 금전 관계는 깨끗이 해야 한다는 장인어른의 말이 옳았다. 친하다고, 가족이라고 돈을 빌리고 갚지 않거나, 자기 것처럼 물건과 땅을 함부로 쓰면 나쁜 감정이 쌓이게 된다.
장인어른은 돈 때문에 나와 사이가 나빠져 하린이와 하연이에게 악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하셨다.
그리고 아직 힘이 있어 사위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남자의 자존심도 한몫한 것으로 내가 장인어른 입장이었어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 마음은 충분히 이해했다.
“아빠, 땅과 집 명의 이전 하는 거 아니에요. 그냥 들어와서 사시는 거예요.”
“그래서 싫다는 거야. 돈 줄 테니 팔아.”
“가족끼리 뭘 팔아요?”
“가족이라도 셈은 정확히 해야 해.”
“그러면 집세 내세요.”
“집세라... 그것도 괜찮겠네. 얼마 줄까?”
“돈 말고 현물로 주세요.”
“현물?”
“네, 텃밭 가꾼다고 하셨죠?”
“그래.”
“그러면 생각한 것보다 열 배 크게 하세요. 그래서 매일 신선한 채소 왕창 따다 주세요. 철 되면 맛있는 과일도 주시고요.”
“부모가 딸과 사위에게 텃밭에서 가꾼 채소와 과일 파는 거 봤어? 그리고 먹어봐야 얼마나 먹는다고 집세를 대신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오빠, 저, 하연이, 다현이네 4명, 경호원 9명, 조만간 들어올 도우미까지 하면 20명도 넘어요. 하루 세끼 먹어야 하는데 양이 만만치 않죠.”
“20명?”
“네.”
“그러면 텃밭이 아니라 농장을 꾸며야 하는 거 아니냐?”
“맞아요. 그러니까 월세 대신 준다는 생각으로 무공해 채소 주세요. 우리 건강하게 오래 살게요.”
“으음...”
“그 문제는 그렇게 하는 거로 생각하고 있을게요. 이제 집 문제는 그만 얘기하고 술 마셔요. 오늘같이 좋은 날 계속 돈 얘기해야겠어요?”
“알았다.”
하린이가 영리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잔이 높이 들었다. 하린이네 가족을 우리 집 근처로 불러들이는 것은 자매가 가족과 떨어지기 싫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안전을 위해 팔당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그런 걸 일일이 얘기할 수 없어 옆에 살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었다.
얘기가 길어지면 우리 의도가 들킬 수도 있었다. 빠르게 얘기를 마무리하고 결혼식 피로연을 즐겨야 했다.
“하린아. 나도 끼워줄 거지?”
“언니는 일단 대학원이나 졸업해. 그런 다음 생각해.”
“나도 끼워줘. 끼워줘. 나도 제발 끼워줘~”
“알았어. 알았어. 생각해볼 테니까 어서 술 마셔. 그만 떠들고.”
“약속한 거다? 내일 다른 말 하면 죽는다.”
“알았다고.”
“제부와 하린이의 행복한 신혼을 위하여!”
“위하여!”
반쯤 취한 언니 송하은의 선창에 모두 술잔을 높이 들어 건배한 후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건배를 시작으로 분위기 후끈 달아오르자 술잔이 쉴 새 없이 비워졌다. 2시간 만에 소주 다섯 병에 맥주 네 병을 연속으로 비웠다.
어른들이 주는 술을 넙죽넙죽 받아먹은 대가로 하늘이 빙빙 돌고, 땅이 울렁울렁 요동쳤다.
“오빠, 안 되겠어. 그만 일어나.”
“어른들 계시는데 어떻게 그래?”
“술주정하는 것보다 그게 나아.”
“알았어.”
어른들께 죄송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하린이와 하연이의 부축을 받아 2층 침실로 올라갔다.
침대에 벌러덩 누워 사지를 쭉 뻗자 하린이와 하연이가 달려들어 팬티만 남기고 옷을 모두 벗겼다.
셋이 있을 때는 팬티와 면티만 입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하연이가 침실에 자주 난입하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최신형 캡슐은 자동으로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알아서 맞춰줘 옷을 여러 겹 입어도 덥지 않았다.
그러나 장시간 누워 있으면 옷이 등에 배기고 불편해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는 최대한 간편한 복장으로 캡슐에 들어갔다.
그리고 피부가 많이 드러날수록 반응속도가 빠르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나체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도 많았다.
우리도 다른 유저들처럼 셋 다 팬티에 면티 하나만 걸친 채 게임을 즐겼고, 2층에는 우리 허락 없이 아무도 올라오지 않아 거실과 주방, 침실을 돌아다닐 때도 팬티 바람으로 활보했다.
덕분에 하린이와 하연이의 쭉 뻗은 예쁜 다리와 봉긋한 가슴, 작고 통통한 엉덩이를 마음껏 볼 수 있었다.
또한, 하연이의 눈을 피해 수시로 벌거벗다시피 한 하린이의 몸을 더듬으며 욕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문제는 더 큰 욕망이 생겨 부풀어 오른 아랫도리를 하연이에게 자주 들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자주 걸리자 팔당으로 이사한 다음부터는 억지로 가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욕망에 미친 녀석이 팬티 밖으로 고개를 내밀다 하연이에게 걸려 창피를 당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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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