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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253화 (25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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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와 야냐

253.

“기분 좋아?”

“네.”

“야냐는?”

“저도 좋아요.”

“좋으면서 튕기는 건 뭐야?”

“부.부끄러워서 그래요.”

“나는 너희를 부하로만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 좋아해도 돼. 마음껏 즐겨도 돼. 앞으로 평생 나와 함께 살 거니까.”

“그 말은 저희를 주인님 여자로 생각한다는 말씀이세요?”

“그래.”

“아!”

“.......”

놀란 나나가 입을 크게 벌리며 탄성을 터뜨렸다. 옆에 앉안 야냐는 나나보다 더 놀랐는지 말도 못하고 눈만 껌벅댔다.

집에 데려온 첫날부터 피를 쪽쪽 빨았다. 놀라 입이 쩍 벌리든 말든, 비명을 지르든 말든 피를 빨아댔다.

나나와 야냐 둘 다 백작 부인의 명령을 환인이 내린 명령처럼 생각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쥐 죽은 듯이 있을 거란 걸 알았다.

그래서 놀라든 말든 피를 빨았다. 최대한 빨리 내 사람으로 만들어 사냥에 이용하려고.

그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충성심이 45밖에 안 됐지만, 나를 바라보는 눈이 처음과는 비교도 안 되게 변해있었다.

백작 부인에게 둘을 달라고 할 때 원한에 사무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면, 지금은 좋아하는 남자를 몰래 훔쳐보는 부끄러운 눈빛이었다.

쥬디의 말에 의하면 나를 사랑하게 되며 레오니 백작 부인에 대한 충성심과 심한 내적 갈등을 겪어 그런 눈빛을 보인다고 했다.

레오니 백작 부인에 대한 미안함과 나를 왜 사랑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마구 섞인 것으로 길어도 두세 달이면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면 백작 부인에 대한 존경과 충성심은 먼 꿈속의 이야기로 잊히고, 오직 나에 대한 사랑과 믿음, 절대 변하지 않는 충성만이 남게 된다.

두세 달이 길게 느껴진다면 시간을 빠르게 단축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나는 죽였다가 살리는 것이었고, 또 한 가지는 내 여자로 만드는 것이었다.

첫 번째는 사고로 죽기 전에는 절대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38살에 프로보스트 상급이면 오늘이라도 소드 마스터, 아크 메이지가 될 수 있었다.

그러면 내가 꼬부랑 할아버지가 돼 죽을 때까지도... 현실 시간으로... 나나와 야냐는 20살의 젊은 모습으로 나를 도울 것이다. 그런 귀중한 인재를 한두 달 참지 못해 부활을 사용할 순 없었다.

두 번째 방법은 지금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둘 다 남자 손목이라곤 나 외에는 잡아본 적도, 잡혀본 적도 없는 처녀로 내 것으로 만들면 호감도가 순식간에 올라갔다.

그러나 이 역시 하린이가 먼저라 안 됐다. 하지만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현실 시간으로 글피가 결혼식이었다.

하린이에게 말한 다음 날 아침 하린이네 할아버지와 할머니, 장인어른, 장모님을 찾아뵙고 사정 얘기를 드렸다.

도망치는 듯 결혼하겠다고 해 반대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어른들 모두 흔쾌히 수락하셨다.

정이슬이 죽은 것 때문에 그런 것으로 하린이만 행복하다면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만 해도 상관없다고 했다.

어른들 허락이 떨어지자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골랐다. 사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한 번 입고 다시는 입지 않을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사는 건 낭비라는 생각에 빌려 입기로 했다.

음식도 은하와 다현이, 민지, 수영, 연아가 자기들이 하겠다고 성화를 부려 그렇게 하게 했다.

의외였던 건 은하였다. 어른들께 다녀와 전화를 걸었다. 만나서 얘기하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예의가 아닌 걸 알면서도 전화로 결혼 사실을 알렸다.

심하게 놀라 울거나 불같이 화를 낼 것으로 예상했는데, 내가 아닌 평소 친분이 있던 남자가 결혼하는 것처럼 좋아하며 축하해줬다.

내가 걱정할까 봐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닌지 세 번, 네 번 확인했지만, 은하는 진심으로 나와 하린이의 결혼을 축하했다.

전화를 끊고 알게 된 것으로 전날 하린이가 전화를 걸어 내용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합의(?)도 있었는지 하린이와 하연이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물어본다고 대답하지도 않을 게 뻔했고, 알게 되면 더욱 겁이 날 것 같아 물어보지 않았다.

그렇게 결혼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날만 지나면 족쇄처럼 묶어뒀던 금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러면 마음껏(?) NPC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그 목록 안에 나나와 야냐도 새로이 끼어 있었다.

‘상급이라 그런가? 전보다 충성심과 호감도가 몇 배나 빠르게 오르네.’

세라를 흡혈해 80을 넘기는데 3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마틸다와 나나, 세라는 열흘 만에 40을 넘겼다.

올라갈수록 효과가 줄어드는 것도 있지만, 열흘에 40이면 전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였다.

마틸다만 해도 이런 사실을 몰랐다. 마틸다는 몇 달 같이 지내며 사전 작업(?)을 해놓아 흡혈하기 전에 호감이 크게 오른 상태였다.

그리고 흡혈과 동시에 첩으로 받아들여 상급으로 업그레이드된 흡혈 효과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나나와 야냐를 흡혈하며 그제야 상급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한 달 안에 충성도 100을 찍을 수 있었다.

‘이 속도면 레오니 백작 부인도 피만 빨 수 있다면 2주 안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 문제는 방법을 찾는 것인데...’

‘여자를 이용하는 건 정말 못할 짓이야. 그러나 흡혈과 호감도는 환인이 만든 게임의 규칙이야. 나는 그것을 정당하게 이용하는 것이고.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보다 지저분해도 하는 게 올바른 선택이야. 망한 다음에 바보같이 후회하는 것보다 얼굴을 붉히는 게 백번 나아.’

“1시간 후에 훈련장으로 내려와.”

“저기...”

“할 말 있으면 해.”

“옆에 있어 주면 안 돼요?”

“옆에?”

“네.”

“내가 옆에 있어 줬으면 좋겠어?”

“네.”

“야냐는 그런 것 같지 않은데?”

“저.저도 나나와 같은 생각이에요.”

“정말?”

“네.”

“예쁜 아가씨들의 소원이라면 들어줘야겠지. 둘 다 이리와. 꼭 안아줄 테니까.”

“네에~”

남자든 여자든 첫사랑은 아주 특별했다. 평생 잊지 못한다고 할 만큼 첫사랑은 소중하고 아프고 행복한 기억이었다.

아직 잠자리를 같이한 것은 아니었지만... 첫사랑이 꼭 섹스한 상대라는 의미도 아니었고... 나나와 야냐에게는 내가 첫사랑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사랑이었다.

사랑에 얼굴이 빨갛게 달은 나나와 야냐를 안고 침대에 눕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나이 먹도록 남자 친구도 한 명 없었어?”

“마법 익히느라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그리고 남자 만나다 걸리면 벌을 받을 수도 있어 생각할 수도 없었고요.”

“벌 받을 걱정이 없었다면 많이 사귀었겠네?”

“당연하죠. 멋진 남자를 만나 달달한 로맨스를 하는 건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에요.”

“나나 말 잘하네.”

“그동안 참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왜?”

“주인님이 너무 무섭게 대해서요.”

“이제는 안 무서워?”

“저희를 여자로 대한다는 말을 듣고 무서움이 사라졌어요. 헤헤헤.”

“흐흐흐.”

나나는 겉모습은 도도하고 차가워 보였지만, 수다스럽고 장난기 많은 성격으로 말문이 트이자 참새처럼 재잘댔다.

“야냐도 나나처럼 남자 사귀고 싶었어?”

“아니요.”

“왜?”

“무서워서요.”

“뭐가 무서워?”

“남자가 옆에 다가오기만 해도 심장이 쿵쾅대 터질 것 같아서 싫었어요.”

“바보!”

“히잉.”

야냐는 겉모습은 조용하고 냉정해 보였지만, 사실은 덤벙대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으로 나나와 달리 낯을 가려 남자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러다 나를 만나 순식간에 마음이 기울며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다. 그러나 아닌 척 내숭을 떨며 나를 속이려 했다.

덜컹

“아주 멋진 모습이네요.”

“하연아!”

“오빠, 이왕이면 옷도 다 벗고 침대에 누워있지 그랬어요? 옷 입은 채로 끌어안고 침대에 뒹구는 건 좀 이상하잖아요.”

“무기력증으로 많이 힘들어 해서 잠시 안고 있었던 거야. 오해하지 마.”

“그러면 쥬디, 세라, 미미, 마틸다, 아라치, 도로시, 레이첼, 아이린, 아만다, 에밀리, 엠마도 피 빤 다음에 1시간은 무조건 안아주고 있어야겠네요?”

“하린이와 너는 매일 그러고 있잖아.”

“언니는 오빠 부인이고, 저는 첩이잖아요. 어떻게 같을 수가 있어요?”

“너도 무기력증에 빠지면 어떤 느낌인지 알면서 왜 그래?”

“부러워서 그래요. 졸라!”

“매일 품에 안기면서 뭐가 부러워?”

“매일 안겨도 또 안기고 싶은 게 여자 마음이에요. 바보! 그런 것도 모르고.”

내게 할 말이 있어 나나와 야냐의 침실로 찾아온 하연이가 침대에 누워 셋이 꼭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심통이 잔뜩 나 문이 부서져라 닫고 나갔다.

달려가 붙잡고 싶었지만, 그러면 나나와 야냐가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하연이를 달랬다가는 NPC를 품에 안는 건 일찌감치 포기해야 한다.

심통이 잔뜩 난 하연이를 달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팠지만, 어리광도 적당히 받아줘야지 무조건 받아주면 할아버지 수염을 뽑는 손자처럼 버릇이 없어질 수도 있었다.

무기력증이 끝나자 나나와 야냐를 데리고 훈련장으로 내려갔다. 닷새 전부터 매일 하루에 한 번 30분씩 대련했다.

상급 마도사인 나나는 디버프와 저주 마법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했다. 공격력, 방어력, 공격속도, 이동속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기본이었고, 속성 저항력과 치명타 확률, 회피율, 관통력, 방패 막기, 데미지 감소, 특정 몬스터에 대한 공격력 향상까지 모두 떨어뜨렸다.

더욱 무서운 건 상태 이상 저항력이 60%나 되는데도 외투를 벗기듯 가볍게 저항력을 벗겨내고 디버프 마법을 걸었다.

그것만이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저주 마법까지 같이 걸어 뛰어다니는 것도 힘들게 해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상급 프로스트인 야냐는 쌍검술과 쾌검술이 주특기로 공격속도와 이동속도가 나보다 훨씬 빨라 한 번 공격을 허용하면 연타를 허용해 대련 내내 막기만 하다가 끝날 때도 있었다.

그리고 생명력과 마나도 나보다 2배나 많아 지치지도 않았고, 관통력과 치명타도 높아 뼛속까지 고통이 전달됐다.

대련을 통해 나나와 야냐가 진짜 프로보스트 상급이고, 나는 장비의 도움이 없다면 중급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나보다 강한 유저가 300명도 안 된다고 자부하다가 참패를 면치 못하자 창피해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

그러나 나나와 야냐를 통해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고, 단점과 장점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대련을 통해 리히테나 검술의 약점도 보완하는 등 몬스터 사냥에서 배울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얻으며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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