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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247화 (247/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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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우군

247.

“수면제가 있으면 주십시오.”

“깊이 잠들어야 할 만큼 고통이 심한가요?”

“아닙니다. 아무런 느낌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수면제가 필요하죠?”

“몸에 큰 변화가 생겨 옷을 벗겨야 합니다. 불경한 짓이지만,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그.그렇군요.”

옷을 모두 벗겨야 한다고 하자 당황한 레오니 백작 부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다 못해 창백하게 변했다.

아틸라 제국의 귀족들은 남자, 여자 할 거 없이 모두 음탕했다. 열 명이 넘는 부인과 첩도 둔 귀족 남자도 귀족 부인을 몰래 만나 은밀한 데이트를 즐기는 일이 많았고, 명망 높은 가문의 귀족 부인도 남편 몰래 정부를 3~4명씩 두고 뜨거운 밤을 불태우기도 했다.

사교계 파티장은 대표적인 불륜 장소 중 하나로 파티를 주최한 주인은 2층 침실과 지하실, 정원 등을 공개적으로 불륜 남녀를 위한 장소로 제공하기도 했다.

방탕한 아틸라 귀족 사회에서 레오니 백작 부인은 아주 특별한 여성에 속했다. 병든 남편을 대신해 가문을 이끌어야 해 남자와 놀 시간이 없어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일만 파고들었다.

일이 아니면 남자 옆에는 다가가지도 않는 철벽같은 여성으로 한 번도 외간 남자와 정을 통하지 않았다.

“제가 부인의 몸을 보는 일은 없습니다. 마틸다와 쥬디가 할 겁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겠어요. 남작님 죄송하지만, 나나 좀 잠시 빌릴게요.”

“네.”

“나나 미안하지만, 수면제 좀 가져다주겠니? 미안하구나. 이제는 내 사람도 아닌데 이런 부탁을 해서.”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저에게 마님은 영원한 우상이세요. 몸은 떠나지만, 마음은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

“고맙구나.”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흥! 그 마음 언제까지 가는지 두고 보겠어.」

「큰오빠, 심술쟁이!」

「흐흐흐흐.」

나나가 수면제를 가져오자 쥬디와 마틸다만 남고 모두 밖으로 나가게 했다. 그리고 레오니 백작 부인의 명령 없이는 누구도 문을 열어서 안 된다는 주의도 줬다.

「쥬디야, 수상한 곳 있는지 찾아봐.」

「들어오자마자 찾았어요.」

「잘했어. 어디야?」

「저기와 저기 두 곳이요.」

「이번에도 마법의 눈이야?」

「아니요. 도청장치요.」

“백작 부인, 도청장치가 두 군데 있습니다. 알고 계셨습니까?”

“일주일 전에도 청소했는데, 또 들어왔나 보네요. 죄송하지만, 저 대신 남작님이 제거해주시겠어요?”

“네.”

레오니 백작 부인의 말에서 감시하는 친인척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푸아 백작 가문의 재산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1경은 너끈히 넘었다. 백작이 모든 걸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절반은 백작의 뜻대로 움직여 사람이라면 군침이 안 돌 수가 없었다.

우두머리가 되고 싶은 건 사람이면 누구나 갖는 공통적인 생각으로 시푸아 가문의 피가 섞인 사람은 모두 눈에 불을 켜고 백작의 상태와 백작 부인의 동태를 살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도청장치면 백작 부인과 제가 나눈 대화가 상대에게 고스란히 넘어갔을 겁니다. 그냥 둬도 되겠습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이방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있어요. 저장 장치로 대화 내용을 저장한 후 몰래 가져나갈 수는 있지만, 안에서 하는 내용과 영상은 밖에서 볼 수 없어요.”

“백작님 방도 이 방과 마찬가지겠군요?”

“네.”

「그것도 모르고 속인다고 헛지랄했네. 쪽팔리게.」

「큭큭큭큭.」

“그런데 정말 대단하시네요. 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 젊음까지 되찾게 해주는 것만 해도 경이롭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는데, 도청과 마법의 눈까지 찾아내시다니 대마법사라고 칭해도 손색이 없으세요.”

“도청과 마법의 눈은 실력이 아닙니다. 아이템의 도움을 받은 것입니다.”

“탐지 장치를 갖고 계셨군요?”

“네.”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건 나 하나면 족했다. 쥬디의 능력까지 알려줄 이유는 없었다.

환인에게 맹세까지 하면서 동맹을 맺었지만, 마지막 남은 히든카드까지 보여주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피를 나눈 형제자매도 등에 비수를 꽂았다. 하물며 나와 레오니 백작 부인은 손 한 번 잡아보지 않은 남이었다.

적당히 믿고 적당히 믿을 수 있게 하는 게 이로웠다. 동맹은 그런 것이었다.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을 주는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쥬디가 알려준 침대 밑과 서랍 속에 숨겨진 도청장치를 찾아내 손바닥에 놓고 가볍게 비볐다. 강한 압력에 도청장치, 마법의 귀가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나나가 가져온 수면제를 백작 부인에게 내밀었다. 수면제를 보자 불안한지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레오니 백작 부인도 나와 같았다. 동맹을 맺었지만, 우리는 서로에 관해 아는 게 없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 앞에서 수면제를 먹는 건 독약을 먹는 것만큼이나 두려운 일이었다.

“30분도 안 걸립니다. 마음 푹 놓으세요.”

“알았어요.”

레오니 백작 부인이 알았다고 대답한 건 마음 푹 놓으라는 내 말을 믿어서 한 말이 아니었다.

달리 방법이 없어서 한 말이었다. 내가 내민 손을 거절하면 백작 부인은 내일 당장 시푸아 백작의 경멸이 가득한 눈을 보게 될 수도 있었다.

그건 또다시 권력을 잃을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백작이 10년 넘게 병석에 누워 있자 모든 권력이 백작 부인에게 쏠리며 기사와 가신 모두 레오니 백작 부인을 깊이 따르고 있어 당장은 권력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1년 후에도 그런다는 보장은 없었다. 백작의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아야 지금처럼 권력을 잃지 않았다.

그러려면 백작과 같은 나이로 돌아가야 한다. 남자는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 예쁜 여자보다 더 좋아하는 건 어리고 예쁜 여자였다.

레오니 백작 부인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러나 발랄함과 싱그러움은 없었다. 이대로는 뒷방으로 쫓겨나는 건 시간문제였다.

내가 배신해서 죽거나, 늙음을 한탄하며 버림받거나 결과는 같았다. 그렇다면 모험을 거는 수밖에 없었다.

커다란 비단 침대에 누운 백작 부인이 용기를 내 단숨에 수면제를 마셨다. 약 효과가 아주 강했는지 10초도 안 돼 잠이 들었다.

「깊이 잠들었어요.」

쥬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백작 부인의 뺨을 톡톡 건드렸다. 깊이 잠이 들었는지 반응이 없었다.

철썩철썩

뺨이 빨갛게 부어오를 만큼 세게 뺨을 때렸다. 세상모르고 잠이 들었는지 뺨을 두 대나 맞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완벽해요.」

잠든 척한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자 백작 부인의 하얀 팔을 들어 올려 입에 가져다댔다.

아그작

꿀꺽꿀꺽

- NPC 레오니 백작 부인의 피를 마셨습니다. 피의 갈증이 해소됐습니다.

- NPC 레오니 백작 부인이 상태 이상 효과 무기력증에 빠졌습니다. 무기력증으로 인해 60분 동안 모든 능력이 50% 감소합니다. 60분간 치유 스킬을 사용해도 생명력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

- 30분간 공격속도와 이동속도가 30% 증가합니다.

- 30분간 피를 흡수한 NPC 레오니 백작 부인의 공격력 30%를 차용합니다.

- NPC 레오니 백작 부인의 호감도가 조금 올랐습니다.

레오니 백작 부인의 피를 빨자 호감도가 조금 올랐다는 메시지가 떴다. 한 번도 호감도가 올랐다는 메시지가 출력된 적이 없었다.

스킬 등급이 오른 것도 아닌데 새로운 메시지가 뜨자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호감도가 올랐다는 건 좋은 일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입가에 묻은 피를 기분 좋게 혀로 핥은 후 다시 한 번 백작 부인의 손목을 물었다. 물었던 곳을 또 물어 피를 빨자 백작 부인의 숨이 끊어졌다.

- NPC 레오니 백작 부인이 죽었습니다.

“마틸다, 쥬시와 함께 옷 벗겨.”

“다 벗겨요?”

“어.”

“네.”

아름다운 여성의 나체를 구경하고 싶은 건 남자라면 당연히 느끼는 욕망이었다. 나도 남자라서 레오니 백작 부인의 나체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내 여자도 아닌 남의 여자 벗은 몸을 보겠다는 하는 건 너무 추잡한 짓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포르노 비디오를 본 적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포르노는 돈을 받고 팔기 위해 찍은 것을 본 것이고, 수면제를 먹고 잠든 백작 부인의 몸을 보는 건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훔쳐보는 것이었다.

둘은 달라도 아주 다른 것으로 전자는 욕망을 해소하는 건전한(?) 방법이었고, 후자는 범죄였다.

“큰오빠, 다 벗겼어요.”

“이불 덮었어?”

“네.”

목만 이불 밖으로 내민 레오니 백작 부인에게 다가가 손을 얼굴 위에 가져다 댔다. 마나를 집중하며 주문을 외웠다.

‘NPC 레오니 백작 부인 부활!’

- NPC 레오니 백작 부인을 살리겠습니까?

‘네.’

네라는 대답과 함께 손에서 빠져나간 마나가 레오니 백작 부인의 몸을 감쌌다. 그러자 방안이 환해지도록 하얀빛이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 NPC 레오니 백작이 되살아났습니다. 레오니 백작 부인의 남은 생명은 32년입니다. 정확히 70살이 될 때까지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백작 부인이 부활하자 시푸아 백작에게 했던 것처럼 피를 빤 후 치료 포션으로 이빨 자국을 지웠다.

「이번에는 부풀어 오르는 게 아니라 줄어드네요.」

「가장 젊고 원기 왕성할 때는 지금보다 훨씬 날씬했었을 테니까 그렇겠지.」

「도우미 아란은 큰오빠가 정말 많이 좋은가 봐요. 말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기능을 다 넣어주고요.」

「은인이지. 내가 살아갈 희망을 찾게 해준 은인.」

쥬디에게 말한 것처럼 아란이는 내게 미래를 꿈꿀 희망을 줬다. 그 덕분에 하린이도 만나고, 하연이도 만나고, 돈도 벌고, 근사한 집까지 샀다.

쥬디와 레이첼, 세라 등을 만난 것도, 강력한 우군 레오니 백작 부인을 얻게 된 것도, 친부모가 누구인지, 전종명과 윤선숙이 어떤 사람인지, 유모의 묘까지 모두 아란이 덕분에 알게 됐다.

아란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열거한 것 중 단 하나도 얻지 못한 채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아란이 덕분에 모든 걸 얻었어. 그런데 누구에게 이 은혜를 갚아야 하지? 환인? 박만수? 아니면 행운을 안겨준 다른 누군가?’

조금은 풍성해졌던 백작 부인의 몸이 가장 아름다웠던 18살 처녀 때의 날씬한 모습으로 줄어들었다.

피부도 잡티가 모두 사라지며 하얀 속살을 드러냈고, 스트레스로 윤기를 잃었던 머리카락도 윤활유를 바른 것처럼 반짝반짝 윤을 내며 풍성해졌다.

뽀얗게 변한 볼이 수줍은 새색시처럼 붉은 홍조를 띠자 따뜻한 5월 봄에 핀 화사한 복사꽃처럼 아름다웠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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