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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246화 (246/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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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우군

246. 강력한 우군

“이제 원하는 걸 말씀하세요. 들어줄 수 없는 요구만 아니면 무엇이든 들어드릴게요.”

들어줄 수 없는 요구는 시푸아 백작과 레오니 백작 부인의 목숨, 영지를 내놓으라는 요구를 말하는 것이었다.

시푸아 백작과 백작 부인은 두고두고 이용할 생각이라 목숨을 요구할 이유가 없었고, 땅은 주변 땅을 주기로 해 욕심낼 필요가 없었다.

돈과 아이템은 가질수록 탐욕을 불러 끝없이 가지고 싶었지만, 오늘 얻은 레드 와이번 카르파고스의 망토와 금화 1,000개만으로도 당분간은 배가 불러 관심이 없었다.

진짜 필요한 건 물질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아서와 아더, 쥬디, 미미, 세라, 아라치, 도로시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지만, 황제가 길어도 2년을 버티지 못한다고 도우미 아란이 말했다.

그 말은 게임 시간으로 2년 후에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다는 뜻이었다. 그 안에 아서와 아더 등을 백작 부인 뒤에 조용히 서 있던 마법사 나나와 기사 야냐만큼 키우는 건 불가능했다.

그들의 반의반만이라도 키우면 다행으로 지금 당장 실질적인 도움이 될 NPC가 필요했다.

“둘이서만 조용히 얘기하고 싶습니다. 허락해주시겠습니까?”

“알았어요. 나나, 야냐, 밖에 나가 있어.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해.”

“네, 마님.”

“마틸다, 쥬디, 너희도 잠시 밖에 나가 바람 좀 쐬고 와.”

“네.”

“예, 큰오빠.”

마법사 나나와 기사 야냐, 마틸다, 쥬디가 응접실 밖으로 나가자 레오니 백작 부인을 말없이 한참 동안 뚫어지게 쳐다봤다.

“부인, 백작께서 젊어지셨습니다. 부인께서는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슨 뜻이죠?”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묻는 겁니다. 솔직하게 답해주십시오.”

“흐음...”

시푸아 백작의 나이 42살, 백작 부인 레오니의 나이 38살. 둘 다 같이 나이를 먹었다면 문제가 될 게 없는 4살 터울이었다.

그러나 백작은 부활의 권능으로 20대 후반의 젊은 모습으로 변했고... 그래 봐야 28년 후에는 죽지만... 레오니 백작 부인은 병든 남편 대신 집안을 이끌며 과도한 스트레스로 제 나이보다 4~5살은 더 많아 보였다.

백작이 내일 산뜻하게 차려입고 백작 부인 옆에 서면 좋게 봐주면 고모와 조카 사이로 보일 것이고, 나쁘게 보면 엄마와 아들 사이로 보일 수도 있었다.

남자든 여자든 늙는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늙는 건 죽는 걸 의미했고, 무력해진다는 의미였고, 초라해진다는 의미였다.

이런 생각을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이 했다. 남자들은 거울을 보기 전까진 자기가 나이 먹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웃기게도 남자들은 거울을 잘 보지 않는다. 세수할 때도, 머리를 빗을 때도, 로션을 바를 때도 거울을 보지 않았다.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지 않고 얼굴에 묻은 때, 머리카락, 로션과 손만 봤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남자가 그랬다.

그러나 여자들은 매일 화장하고 지우며 자기 자신을 본다. 아주 또렷이. 그래서 남자보다 열 배 이상 치장에 공을 들였다. 나이 먹는 게 선명하게 보이니까.

레오니 백작 부인도 다를 게 없었다. 매일 자신이 늙고 있다는 걸 거울을 통해서 보며 한숨짓고 있었다.

그런데 한숨만 짓는 상황에서 큰 변화가 찾아왔다. 자칫하면 남편을 아들로 보는 사람들이 생겨날 위험한 처지에 내몰렸다.

지금은 권력을 유지시킬 남편이 살아난 것에 감사하는 마음에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른 여자를 찾을 남편을 어떻게 하면 자기 곁에 묶어둘 수 있을지 머리가 터지게 고민해야 할 상황이었다.

“제가 너무 들떠 있었네요. 그걸 생각하지 못하다니.”

“누구나 큰 것부터 봅니다. 부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저는 저 혼자만 생각하면 안 되는 몸이에요. 제 손에 에이다 공작 가문 전체의 목숨이 걸려 있어요. 남들처럼 생각하면 안 돼요.”

“힘든 일을 맡으셨습니다.”

“에이다 공작 가문의 딸로 태어난 이상 벗어날 수 없는 숙명 같은 굴레죠.”

레오니 백작 부인이 시푸아 백작의 목숨에 집착한 이유가 이것이었다. 에이다 공작 가문을 살려야 한다는 책임.

그 때문에 시푸아 백작을 악착같이 살리려 했던 것이었다. 잘했다고 절대 할 수 없는 짓이었지만, 가녀린 여자가 친정을 살리겠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자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은 저도 남편처럼 젊어질 수 있다는 뜻인가요?”

“네.”

“원하는 걸 말하라고 했는데 또 다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 건 원하는 게 들어주기 아주 곤란한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맞습니다.”

“허심탄회하게 말씀하세요. 젊음을 준다는데 못 줄 게 뭐가 있겠어요.”

“그럼 허심탄회하게 말하겠습니다. 부인의 수족인 나나와 야냐를 제게 주십시오.”

“밑천을 다 뺏어가겠다는 말이군요.”

“땅과 작위를 주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그걸 지킬 힘도 있어야 합니다. 나나와 야냐가 있어야 그것들을 지킬 수 있습니다.”

“맞는 말이에요. 그러나 둘은 제게도 아주 중요한 사람들이에요.”

“백작님이 병석에 누운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친척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영주성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부인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이에요. 그러나 틀린 말이기도 해요.”

“백작님이 돌아가셨다면 그렇겠죠. 그러나 백작님이 살아난 이상 그들은 지금처럼 부인의 수족으로 살 것입니다.”

“영리하시군요.”

“감사합니다.”

젊음을 미끼로 던진 건 나나와 야냐를 얻기 위해서였다. 나보다 강한 둘을 얻는다면 사냥은 물론 전쟁의 판도까지 바꿀 수 있었다.

나나와 야냐는 30대 중반으로 평민 출신이었다. 여자지만 매우 뛰어난 자질을 알아본 가문의 노기사가 백작에게 건의해 기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기사 후보생으로 발탁된 나나와 야냐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뛰어난 자질을 입증해 수도 크라쿠푸스의 황립 아카데미에 입학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레오니 백작 부인을 지키는 경호원이 됐다.

“좋아요. 나나와 야냐를 드릴게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말씀하십시오.”

“영원한 파트너. 그것이 제 조건이에요.”

“저는 부인께서 저를 필요 없다고 내쫓지만 않는다면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이 맹세에 환인님의 이름을 걸겠습니다.”

“나 역시 레오 남작님과 죽을 때까지 혈맹으로 남을 것을 환인님의 이름 앞에 맹세해요.”

“감사합니다.”

“감사는 제가 해야죠.”

문서도 남기지 않은 간단한 혈맹체결이었지만, 환인의 이름을 건 만큼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그리고 문서를 남겨도 언제든 상대의 등에 비수를 꽂을 수 있는 게 정치라서 환인의 이름을 거는 것이 백배는 더 신뢰할 수 있었다.

“나나, 야냐 들어와.”

「쥬디, 마틸다 데리고 들어와.」

「네.」

합의가 끝나자 레오니 백작 부인이 나나와 야냐를 불렀다. 나나와 야냐는 프로보스트 상급으로 백작 가문에서도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는 실력자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레오니 백작 부인을 경호하는 일을 할 순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푸아 백작 가문에선 나나와 야냐 말고도 실력자가 많았다.

시푸아 백작 가문은 1,000년을 이어온 가문이었다. 그것도 간신히 명맥을 이어온 그렇고 그런 가문이 아니라 아틸라 제국 최고의 부자 가문 중 하나로, 중립을 표방하는 가문들의 수장으로 1,000년을 살았다.

황제도 모르는 소드 마스터 한두 명쯤은 숨겨두고 있을 게 분명했고, 프로보스트도 수십 명은 보유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직선거리로 325km였다. 시푸아 가문의 땅은 이보다 1.5배나 넓었다.

모양도 타원형으로 남북한을 합친 것보다 땅이 더 넓었다. 대신 인구가 300만 명밖에 안 됐다.

사람이 적다는 건 그만큼 뛰어난 인재가 나올 확률이 떨어진다는 뜻으로 시푸아 백작 가문이 황제만큼 강한 힘을 갖지 못한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다른 영지처럼 시푸아 백작 영지도 농노가 전체 인구의 99% 이상을 차지해 뛰어난 인재가 있어도 써먹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

그래도 다른 가문과 달리 7세, 10세, 12세, 15세, 17세 다섯 번에 걸쳐 농노 아이들의 자질을 테스트해 병사 또는 기사에 준하는 스콜라에 등용하는 등 아틸라 제국에선 아주 효율적인 인력 관리 시스템을 운용 중이었다.

“나나, 아냐, 지금부터 하는 얘기 잘 들어.”

“네, 마님.”

“지금부터 너희 주인은 내가 아니라 앞에 계신 레오 남작님이시다.”

“네에?”

“마님!”

“죽을 때까지 레온 남작님을 하늘로 생각하고 따라야 할 것이야. 이것이 내가 너희에게 하는 마지막 명령이다.”

“저희가 잘못한 게 있으면 벌을 주세요. 어떠한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죽으라면 죽겠습니다. 저희를 버리지 마세요. 마님!”

“너희가 잘못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야. 너희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정이야.”

“하지만...”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너희가 나를 진심으로 위해준 마음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게.”

“마님! 흑흑흑.”

“아아앙.”

나나와 야냐의 우는 모습만 봐도 레오니 백작 부인이 사람을 얼마나 잘 다루는지 알 수 있었다.

외모는 곱상하고, 풍기는 느낌은 온화했지만, 마음은 돌처럼 단단했고, 목표를 세우면 뒤돌아보지 않고 밀고 나가는 뚝심이 있었다.

또한, 인재를 알아볼 줄 알고, 마음으로 대하며, 아랫사람이라고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푸아 백작이 10년 넘게 누워있는 동안에도 가문이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레오니 백작 부인이 유약해 남편 곁에 달라붙어 울기만 했다면 승냥이 같은 친척들과 동생들에게 가문은 사분오열된 지 오래였을 것이다.

「야망이 크고 냉정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진심으로 나나와 야냐를 대하는 모습을 보니 멋지다는 생각밖에 안 드네요.」

「여장부야. 아주 멋진!」

「맞아요. 남자로 태어났다면 시푸아 백작 가문을 최소 2배는 키웠을 거예요.」

“인사드립니다. 마도사 나나입니다.”

“프로보스트 야냐입니다.”

“반가워. 모모 레오 남작이야. 불만이 많겠지만, 잘 따라주기 바라.”

“예.”

“네.”

“남작님, 이제 자리를 옮기는 게 어떨까요?”

“그러시죠.”

백작 부인을 따라 남편인 백작을 빼고 아무도 들어간 적이 없는 레오니 백작 부인의 침실로 들어갔다.

지위가 높고, 돈이 많은 부부는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 것인지 부부가 쓰는 침실 외에도 자기만의 침실을 따로 갖고 있는 일이 많았다.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나는 싫었다. 내 여자를 혼자 재우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매일 밤 하린이를 품에 꼭 안고 잤다. 하린의 냄새, 하린의 부드러운 살결, 잠꼬대까지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품에서 놓지 않았다.

하연이가 시도 때도 없이 쳐들어와 전처럼 나체로 잘 수 없다는 게 불만이지만... 그래 봐야 팬티 바람이지만... 밤새 품에 끌어안고 온몸으로 하린이를 느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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