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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푸아 백작
242. 시푸아 백작
“상사님은 부하들 언제 채우실 겁니까?”
“모레까지 스무 명 모아올게.”
“스무 명으로는 안 됩니다. 100명은 있어야 합니다.”
“건물도 아직 짓지도 않았는데 경호원 100명을 어디에 쓰게?”
“여기를 다 지키려면 그 정도는 있어야죠.”
“급하게 늘려서 좋을 거 없어. 건물 완공될 때까지 50명이면 충분해.”
“알겠습니다. 그런데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뭔데?”
“앞으로 뽑는 인원은 면접을 보겠습니다. 이해해주십시오.”
“당연히 그래야지. 나도 먼저 데려온 놈들하고 너 하고 이렇게만 100% 신뢰하지 앞으로 들어올 놈들은 완전히 못 믿어. 과거에 이력도 조회하고, 면접에서 인성도 어떤지 봐야 해.”
“그래서 면접은 The Age of Hero에서 치를 계획입니다.”
“그쪽에서 하면 달라?”
“마법 중에 상대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마법이 있습니다. 그걸 이용해 바른 사람인지 아닌지 알아볼 생각입니다.”
“좋은 생각이야.”
앞으로 뽑는 인원은 모모 시큐리티든 모모 재단이든 면접을 통해 먼저 한 번 걸러낼 계획이었다.
그를 위해 이범석 상사에게 심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마법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쥬디가 혜안으로 볼 수 있는 과거는 열흘밖에 안 됐지만, 그거면 나쁜 놈인지 아닌지 알 수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속마음을 완벽히 감출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사람이 없는 곳에선 본심이 드러났다.
집에 있는 동안이나 으슥한 곳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혜안으로 모두 알 수 있어 나쁜 놈을 걸러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열흘로는 판별할 수 없었다. 평범한 사람은 열흘 만에 사고를 치지 않는다.
사고라는 말은 큰일을 냈다는 것으로 평범한 사람은 평생 살면서 사고라고 부를 만한 일을 몇 번 저지르지 않았다.
사람은 위기에 처했을 때 본심이 드러난다. 저질스러운 악인은 시시때때로 본 모습을 드러내지만, 대다수 사람은 착한 척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어 선택의 갈림길에 에 서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일주일 또는 오 일에 한 번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을 읽으려는 것이다.
“하린아, 수도에 훈련장으로 쓸 건물 한 채 매입해.”
“크기는 얼만 해야 해?”
“길어야 6개월 쓸 거니까 크지 않아도 돼. 대신 2층 이상은 돼야 해. 그래야 면접도 보고, 면담도 진행할 수 있으니까.”
“알았어. 하연이와 쥬디 데려가도 되지?”
“어.”
“우리 없다고 애들 불러다 놀지 말고 열심히 일해.”
“나 애들 불러다 논 적 없어.”
“피 빨면서 가슴 만지는 건 노는 거 아니야?”
“미안.”
“일 다 끝낸 다음에 놀아. 일도 안 끝내고 애들 옆에 끼고 놀면 죽어.”
“알았어.”
세라가 가슴을 내민 이후... 흡혈할 때... 모두 가슴이나 엉덩이, 허벅지 등 야릇한 곳을 내밀며 피를 빨게 했다.
나를 유혹하려는 것으로 나도 그에 동조해 가슴을 만지고, 허리와 허벅지,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하린이와 하연이도 다 아는 사실로 화낸 게 아니라 자기 없을 때 사고 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한 이면에는 어서 자신을 안아 달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를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것으로 야릇한 상상을 하게 해 내가 못 참고 덮치기를 바란 것이었다.
‘이번 주에 결혼식 올리고 거사 치러야지 더는 못 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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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니 백작 부인이 영주님을 만나고 싶어 하세요.”
“시푸아 백작이 많이 위독한가 보지?”
“네. 상태가 어떤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매우 다급한 것으로 보아 며칠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백작을 살려주는 대가는 뭐야?”
“금화 1,000만 개요.”
“겨우 금화 1,000만 개? 시푸아 백작의 목숨이 생각보다 너무 싼데. 못해도 1억 개는 부를 줄 알았는데, 실망인걸.”
금화 1,000만 개면 130만 원으로 계산했을 때 13조 원이었다. 시푸아 백작을 살려주는 대가로 무려 13조 원을 주겠다고 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너무 터무니없이 너무 싸다고 말했다.
대장장이 무네치카의 빛나는 타도를 일본 유저에게 1조 원에 팔았다. 세금과 수수료를 빼고 팔아 8,990억 원을 벌었다.
8,990억 원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거금으로 타도 하나를 팔아 나는 단번에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됐다.
그리고 그 돈으로 500만 평이 넘는 땅도 사고, 건물도 짓고, 도로도 내고, 직원이 수백 명에 달하는 경호 회사까지 차리려고 하고 있었다.
그보다 13배나 많은 돈을 준다는 하는데도 나는 목숨값이 너무 싸다며 마틸다에게 투덜댔다.
사람들이 들으면 입에 거품을 물고 칼 들고 뛰어올 소리였다. 그러나 아틸라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부자라는 걸 생각하면 짜다고 말한 내 말이 전혀 틀리지는 않았다.
시푸아 백작 가문은 아틸라 제국 10대 부호이자 황제를 빼면 최고라는 소리를 들어도 모자람이 없는 알짜배기 중에 최고 알짜배기 부자 가문이었다.
한해 농사로 벌어들이는 돈만 수십조 원이었고, 목장과 광산, 수도에 있는 상점에서 벌어들이는 돈까지 합치면 100조 원이 넘었다.
곡물을 팔아 수십조 원을 번다고 하면 믿지 않을 사람도 있겠지만, 세계 5대 곡물 메이저 회사 중 가장 큰 회사인 카길(Cargill, Incorporated)의 매출을 알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것이다.
1865년에 세워진 다국적 기업 카길은 2012년 매출이 1,360억 달러에, 순이익은 20억 달러로 같은 해 삼성전자의 매출 201조 원, 영업이익 29조 원에 뒤지지 않는 엄청난 회사였다.
카길만큼 돈을 많이 버는 부자가 목숨값으로 고작 13조 원을 내겠다는 건 지나가는 똥개가 웃을 일이었다.
황금을 산처럼 쌓고 살아도 죽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돌멩이에 지나지 않았다. 살아있을 때나 황금이었지 죽으면 저승길 노잣돈으로 쓸 수 없는 고철이었다.
그런 부자가 고작 13조 원을 생명 값으로 낸다는 것이었다. 화가 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시푸아 가문은 드러난 재산보다 숨겨진 재산이 더 많았다. 1,000년 동안 세월의 모진 풍파를 비껴간 가문으로 숨겨놓은 부가 로스차일드 가문에 절대 뒤지지 않았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재산은 현재 5경 원으로 추산됐다. 1경이 10,000조 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숫자가 몇 개나 되는지 상상할 수도 없는 금액이었다.
2013년 대한민국 총자산이 1경이 간신히 넘는다는 걸 생각하면 시푸아 가문과 로스차일드 가문의 힘을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100조 원은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생명을 20년이나, 그것도 젊은 나이로 돌려놓는데 13조 원이 뭐야? 애들 과잣값도 아니고.”
“구체적인 내용을 아직 말하지 않아서 그럴 거예요. 알았다면 금화 1,000만 개를 부르진 않았겠죠.”
“그렇다고 해도 말이 안 돼. 재산이 얼만데 금화 1,000만 개야.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시푸아 가문의 재산이 엄청난 건 사실이지만, 백작 혼자만의 재산은 아니에요. 1,000년간 한 번도 내전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셔야죠. 자손이 얼마나 많겠어요. 수천 명은 될 거예요.”
“하긴 나처럼 혼자 먹는 형태는 아닐 테니 재산을 왕창 떼어줄 순 없겠네.”
“그러니까요.”
백작이 있는 영주성이 시푸아 백작 가문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영지가 워낙 넓고, 사람이 많아 내 영지와는 다르게 영주성에 버금가는 커다란 성과 도시가 다섯 개나 더 있었다.
이들은 시푸아 백작의 집안 어른, 사촌, 친동생들이 지배하는 땅으로 백작이 엄청난 부를 가졌지만, 나처럼 혼자 가진 게 아니라 수백 명이 나눠 가지고 있어 실제로 가진 돈은 전체의 20~30%도 안 됐다.
그렇다고 시푸아 백작의 힘이 가문의 20~30%라는 뜻은 아니었다. 전쟁이 없는 평화 시에도 군사력의 50% 이상이 백작의 손에 있었고, 외부의 침략을 받으면 모두 백작의 명령을 따라야 해 가문의 힘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건강한 모습을 찾게 해주면 무얼 줄 수 있는지 물어봐.”
“알았어요. 금방 갔다 올 테니 차 한잔하고 계세요.”
마틸다가 나가자 쥬디와 아틸라 제국이 어떻게 변할지 얘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이는 16살로 나보다 10살이나 어리지만, 두뇌 회전은 10배는 빠른 천재로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콕콕 짚어서 말했다.
“건강한 모습을 찾게 해주면 보물 한 개와 농노 5,000명 추가로 주기로 했어요.”
“건강한 모습이란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거야?”
“숨만 잠시 붙여 놓는 게 아니라 걸을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해요.”
“그거야 아주 쉽지. 그런데 보물이면 어떤 걸 말하는 거야? 레어 아이템? 에픽 아이템?”
“아니요. 레전드요. 그것도 그냥 레전드가 아니라 레드 와이번 카르파고스의 망토요.”
“뭐라고!”
- 퀘스트 발동! 퀘스트 발동! ‘용기사 사이먼의 흩어진 아이템을 찾아라!’ 퀘스트가 발동했습니다.
퀘스트 용기사 사이먼의 흩어진 장비 아이템 찾기 1
사이먼은 아틸라 제국의 초대 황제 아틸라를 도와 제국을 건설한 일곱 용기사 중 한 명으로 갓난아기 때 와이번의 섬 데스페라도에 버려졌다. 그곳에서 최강의 와이번 중 하나인 레드 와이번 카르파고스를 만나 친구이자 동료가 되어 아란테스 대륙 10대 초인의 명성을 얻게 됐다. 망토는 레드 와이번 카르파고스의 비늘로 짠 것으로 사이먼의 열 가지 세트 아이템 중 하나이다. 레드 와이번 카르파고스의 망토를 얻기 위해선 죽어가는 시푸아 백작을 살려야 한다. 살리지 못하면 백작 부인과 원수가 되어 망토를 얻을 수 없다.
퀘스트 성공 : 시푸아 백작 부활
퀘스트 실패 : 시푸아 백작 사망
성공 보상 : 레전드 아이템 레드 와이번 카르파고스의 망토, 금화 1,000만 개
농노 5,000명, 업적 포인트 100만, 평판 포인트 10만
실패 보상 : 레오니 백작 부인의 원수
연계 퀘스트 : 용기사 사이먼의 화염 목걸이 찾기
마틸다가 레드 와이번 카르파고스의 망토 얘길 하자 퀘스트가 발동했다. 하이 마스터 로만 히리테나의 잃어버린 검술 찾기에 이어 두 번째로 발동한 퀘스트였다.
The Age of Hero는 다른 온라인 게임처럼 퀘스트를 잘 주지 않았다. 환인이 정해놓은 기준에 도달하면 보상을 줬지만, 퀘스트를 받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받기가 어려운 만큼 퀘스트를 얻으면 엄청난 보상이 뒤따라 많은 유저가 퀘스트 받기를 고대했다.
“언제 만나기로 했어?”
“바로 가면 돼요.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가자.”
퀘스트가 발동하자 2~3일 시간을 더 끌려던 생각을 고쳐먹고 레오니 백작 부인이 있는 고급 주택가로 이동했다.
레오니 백작 부인은 소문난 부자답게 수도에서도 1만 평이 넘는 화려한 저택에 머물고 있었다.
「쥬디야, 레오니 백작 부인이 공작 가문 출신이라고 했지?」
「네.」
「어디에 있는 공작 가문이야?」
「중북부 이듄 근처에 있는 에이다 공작 가문요.」
「공작이 백작에게 딸을 보낼 정도면 상황이 많이 급했나 보네?」
「굶어 죽기 직전이라고 보시면 돼요.」
「어떻게 그런 가문이 아직도 살아있을 수 있지?」
「황제 입장에선 가난한 귀족이 많을수록 입김이 세지니까 그렇죠.」
「그러면 세금을 많이 못 걷잖아?」
「유저들이 내는 세금만으로도 황실은 물 쓰듯 돈을 쓰고 있어요. 그래서 영주들에게 돈 말고 병사를 보내라고 하는 거예요.」
유저들이 늘어나며 황제의 주머니는 빵빵하다 못해 터질 만큼 부풀어 올랐다. 파르톤 제국과 6개국 연합, 아말 왕국으로 절반 가까이 유저들이 빠져나갔지만, 매일 황금으로 목욕해도 될 만큼 돈이 넘쳐났다.
이러자 영주들에게 세금을 무조건 병사로 내라고 공문을 보냈고, 영주들은 훈련도 안 된 농노들을 뽑아 보냈다. 검은 오크 왕국과 맞닿은 국경을 지키는 병력 대부분이 이런 농노들이었다.
웃기는 건 돈이 남아도는데도 여전히 국경 수비대 병사들은 식량과 무기 부족에 시달렸다.
중간에서 착복하는 놈들이 워낙 많아 그런 것으로 세금을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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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