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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시큐리티(MMS)
240. 모모 시큐리티(MMS)
“오빠, 경호팀을 확장해야 하는 거 아닐까?”
“은하 때문에 그러는 거야?”
“그런 것도 있지만, 지금 규모로는 우리 집도 방비하기 어려워.”
“몇 명이나 늘리게?”
“숫자만 늘려선 안 돼. 지금과 달리 체계적인 회사로 탈바꿈해야 해. 그래야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
“회사 규모면 백 명 넘어간다는 말이잖아?”
“응.”
“그거 인력과 돈 낭비 아닐까?”
“안전을 위한 일을 낭비라고 생각해?”
“그런 건 아니지만, 지금 숫자로도 우리 집을 지키는 건 충분하다고 생각해. CCTV와 동작 감지기 등 첨단장비가 충분하니까.”
“그건 소극적인 방어일 때나 가능한 일이잖아. 그리고 9명으로 CCTV 보는 것도 버거워. 3교대로 돌면 3명씩 근무해야 하는데, 은하 언니 돌보는 이연숙 중사님과 박미향 중사님 두 분 벌써 빠져서 7명밖에 없어. 이범석 상사님은 전체를 통괄해야 해 교대 근무에 넣을 수 없고, 김상호 상사님과 박무윤 상사님, 정동일 상사님도 나이와 계급이 있는데 3교대 근무하라고 할 순 없잖아. 김영우 중사님과 손필영 중사님, 김동양 중사님 이렇게 세 분밖에 안 남는데, 한 분이라도 일 생기면 어쩌라는 거야?”
“정말 그러네.”
하린이 말이 맞았다. 경호원 9명이 적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우리 집 크기를 생각하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랐다.
은하를 지키는 인원 2명을 빼지 않아도 9명으로는 3교대로 돌아가며 정문을 지키며, CCTV를 감시하는 것도 버거웠다.
더 큰 문제는 주변 땅을 모두 사들여 집을 샀을 때보다 땅 넓이가 열 배 가까이 늘어났다.
넓으면 넓을수록 안전하다는 생각에 주변 땅을 모조리 사들이자 500만 평이 넘는 땅을 소유하게 됐다.
이러자 담을 설치할 길이가 17km가 넘어가 높이 3m의 콘크리트 담과 CCTV를 설치하는 공사만 최소 1년은 걸릴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하린이네 부모님과 경호팀 직원들이 살 집, 편의시설 등을 짓고, 도로까지 깔려면 최소 2년은 걸렸다.
공사는 시간이 걸려도 하면 됐지만, 안전을 위해선 경호팀을 크게 확장하지 않으면 안 됐다.
“체계적이라면 어느 수준을 말하는 거야?”
“집만 지켜서 안 된다고 생각해. 우리를 위협할 놈들을 감시하고, 위험하면 선제공격할 수 있는 수준은 돼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어.”
“선제공격까지?”
“응.”
“영화와 드라마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안전을 위해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 분야는 오빠가 전문가니까 잘 알 거 아니야.”
“맞는 말이야. 위험을 제거하는 것만큼 확실한 안전도 없으니까. 그런데 그러려면 백 명이 아니라 200~300명은 있어야 해.”
“그런가?”
“방어와 공격을 위해선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고, 대응할 팀이 있어야 해. 나처럼 히트맨만 있어선 안 돼.”
히트맨은 암살자, 청부살인업자를 뜻했다. 그러나 타격대를 히트맨이라고도 불렀다. 타격대나 암살자나 사람 죽이는 일은 같았다. 누구 명령을 받고 죽이냐 그 차이뿐이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규모가 늘어나겠지만, 그게 더 낫다고 생각해. The Age of Hero에서 왕국을 건설하려면 현실에서도 뒷받침해줄 세력이 필요해. 힘들게 왕국을 건설했는데, 현실 세력이 개입해 빼앗으려 들면 어떻게 할 거야? 게임에선 오빠가 최고일지 몰라도 현실에서는 일개 소시민에 불과해. 억울하다는 하소연도 못 해보고 왕국을 통째로 뺏길 수도 있어. 그런 일이 없게 하려면 우리를 지켜줄 세력이 필요해.”
“경호 회사로 그게 가능하겠어?”
“경호 회사만으로는 안 되지. 재단도 만들고 회사도 만들어야지. 그 출발점을 독수리 경호 회사로 하는 거야. 무력은 무조건 필요하니까.”
하린이의 걱정이 지나친 우려 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충분히 생각해볼 일이기도 했다.
The Age of Hero에서 대한민국보다 큰 나라를 건설했다고 생각해 보라. 대한민국은 작은 나라지만, 한 해 벌어들이는 돈은 엄청났다.
2014년 대한민국 국민 총생산은 1조4,350억 달러로 세계 11위였다. 세계 3위 일본의 4조3,210억 달러의 3분의 1밖에 안 됐지만, 나라 크기와 인구를 고려하면 엄청난 수치였다.
대한민국만큼은 아니지만, 더 큰 땅을 갖게 되면 웬만한 재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것이다.
그러면 돈 냄새를 맡은 온갖 똥파리가 꼬이게 된다. 그중에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세력도 있을 것이다.
폭력조직, 재벌, 국가까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이 내 왕국을 차지하기 위해 달려들 것이다.
얼굴과 신상을 끝까지 공개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왕국을 건설하면 수없이 많은 스파이가 나와 하린이, 하연이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왕궁에 숨어들 것이다.
장정 열 명이 있어도 도둑 하나를 막지 못한다고 했다.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도 강력한 왕국을 건설해야 한다. 그래야 The Age of Hero에서 세운 왕국과 현실의 왕국, 하린이, 하연이를 지킬 수 있었다.
“경호원이 사용할 숙소와 회사 건물도 집 근처에 짓고, 전문가도 초빙해서 체계적인 회사를 만드는 거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호 회사를.”
“독수리 경호 회사란 이름도 바꿔요. 모모 경호 회사, 모모 시큐리티로요. 그리고 앞으로 만들 재단과 회사도 모두 모모라는 이름을 쓰는 거예요. 어때요. 제 생각?”
“모모... 이상하지 않나?‘
“언니는 어때?”
“나는 좋아.”
“오빠, 2대1로 정해졌어요. 이제부터 모든 이름에는 모모가 들어가요. 결정! 탕탕탕.”
“자매가 편짜고 밀어붙이는 게 민주주의적인 행동이야?”
“다수결로 결정했잖아요. 가장 민주주의적인 방법이 다수결 아니었나요? 저는 그렇게 배웠는데.”
“하하하하.”
다수결로 가면 내가 이길 수가 없다. 중요한 결정은 내 뜻대로 밀어붙일 수 있지만, 이름 짓는 일 같은 건 가장의 권위를 내세울 수 없어 자매에게 항상 질 수밖에 없었다.
“관리가 될까?”
“배신을 걱정하는 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쥬디가 있잖아요. 수도에 모모 재단 전용 가상 훈련장을 하나 만드는 거예요. The Age of Hero에서 하는 훈련은 이미지 트레이닝보다 훨씬 효과가 뛰어나 운동 선수들도 많이 하니까요. 그곳을 이용해 일주일에 한 번씩 기억을 읽는 거죠. 그러면 배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거 괜찮네.”
“저 머리 좋죠?”
“쥬디를 알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 잘하시는 분이 왜 걱정을 해요? 바보예요?”
“헉!”
운동 선수는 체력 훈련과 실전 훈련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지만, 이미지 트레이닝에도 시간을 할애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처음 시작한 건 러시아, 구소련이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나가기 전 구소련의 선수들은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매일 경기장 사진을 보며 상상했다.
경기장에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매일 상상을 통해 시합할 경기장을 머릿속에 그리자 실제 경기장에 도착해서도 낯설지가 않았다.
이 훈련은 아주 큰 효과를 거둬 러시아 선수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고, 성적도 아주 잘 나왔다.
이후 자신이 해야 할 기술을 먼저 머릿속에 그리는 연습, 상대가 쓰는 기술을 비디오로 본 후 어떻게 대처할지 그리는 훈련, 긴장감과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키우는 훈련에도 활용하는 등 운동 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이 사용했다.
그런 이미지 트레이닝을 지금은 마음속이 아닌 The Age of Hero에서 했다. 직접적인 운동 효과는 없었지만,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하는 것보다 실제 하는 것과 똑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가상현실 공간에서 하는 게 효과는 수십 배 컸다.
하연이는 경호팀 요원들을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는 이름으로 일주일 또는 5일 단위로 가상현실 훈련장에 불러 훈련도 하고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도 읽고자 하는 것이었다.
“경호원만 관리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앞으로 생길 재단과 회사에서 일할 사람 중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 우리 집에서 근무할 사람 등 우리와 밀접한 사람은 모두 쥬디를 통해 관리하면 돼요. 그러면 적어도 친한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좋은 생각인데 시작도 하기 전부터 배신을 걱정한다는 게 우습고 서글프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고 했잖아요. 배신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돌다리를 두드려보는 거예요.”
“정치인 해도 되겠다. 똑같은 말을 다른 것처럼 하고.”
“국회의원 나가볼까요? 20살 최연소 국회의원.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요.”
“내년에 국회의원 선거 없어.”
“그러면 21살에 하면 되겠네요.”
“누가 찍어주는데?”
“오빠하고 언니요.”
“3표로 당선되면 기네스북에 오르겠다. 축하해!”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어요.”
“7표.”
“우이씌.”
배신을 걱정하며 사람을 곁에 두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믿을 수 없다는 마음을 품으면 은연중에 그런 생각이 밖으로 표출돼 상대방에게도 전달된다.
그러면 상대도 나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행동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빠져나갈 생각만 하게 된다.
쌍방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일로 곁에 둔다면 무조건 믿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고 바보처럼 완전히 믿었다가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맞고 쓰러지라는 말은 아니었다.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해 배신당해도 피해가 없도록 해야 했다. 중요한 건 무조건 믿지 못하겠다는 마음을 품는 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곁에 두지 않는 게 현명한 행동이었다. 사서 고생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도 없었다.
“상사님이 해주셔야겠습니다.”
“안타깝지만, 나는 일선에 뛰는 현장 요원이지 머리 쓰는 요원은 아니야. 모모 시큐리티의 머리가 될 만한 사람은 따로 뽑아야 해.”
“상사님은 머리가 될 충분한 능력이 있습니다.”
“공중에 띄워주는 건 고맙지만, 너무 띄우지는 마. 높이 올라갈수록 떨어지면 더 아픈 법이니까.”
“농담으로 한 말 아닙니다.”
“알아.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닌 거야. 아닌 것을 억지로 맞는다고 우기면 모두가 피해를 봐.”
이범석 상사는 매우 뛰어난 군인이었지만, 상사라는 계급의 한계를 벗어날 순 없었다.
상사와 소령, 중령, 대령의 차이점은 계급만 있는 게 아니었다. 볼 수 있는 시야, 분석할 수 있는 능력 등 모든 것에서 차이가 났다.
그리고 이범석 상사는 작전을 짜는 사람이 아니다. 몸으로 뛰는 현장 요원이었다. 현장 요원은 현장에서 뛸 때 가장 빛이 났다.
좁은 사무실에 앉아 모니터와 서류를 뒤적이면 철창에 갇힌 불쌍한 맹수와 다를 것이 없었다.
안타깝지만, 모모 시큐리티의 책임자 자리는 실무와 사무 모두 가능한 관리형 인재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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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