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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버린 성과 이름 되찾기!
237. 잃어버린 성과 이름 되찾기!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요?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허허허허.”
“오빠, 이런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요? 화를 내도 시원찮을 판에.”
“내가 한 가지 실수한 게 생각나서 그래.”
“무슨 실수요?”
“열쇠와 지도만 가짜인지 진짜인지 진위를 파악했지, 고노로스가 보물창고 안에 보물을 쌓아두고 있다는 말이 진짜인지 파악하지는 않았어.”
“그거야 놈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그것까지 거짓말할 줄은 몰랐으니까 그렇죠.”
“그렇지 않아. 처음에 그것부터 확인했어야 했어. 내가 보물에 눈이 멀어 그걸 놓치는 실수를 저질렀어. 내 잘못이야.”
고노로스가 산처럼 보물을 쌓아뒀다는 말에 혹해 그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을 까먹고 열쇠와 지도가 맞는지 그것만 확인했다.
보물에 눈이 멀어 큰 실수를 저지른 것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다고 창고에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었다.
금화 500개와 은화 3,800개, 보석 조금, 각종 재료 아이템도 있어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었다.
금화와 은화, 보석만 합쳐도 10억 원은 되고도 남았다. 거금 10억 원을 보고도 어처구니없어 한 건 고노로스가 용족이란 것에 어마어마한 기대를 품어서였다.
많은 사람이 드래곤 하면 금화를 깔고 자는 모습을 떠올렸다. 멋지게 하늘을 날며 불을 뿜는 모습도 떠올렸지만, 드워프와 호비트 등 유사인간을 쥐어짜 동굴에 금은보화를 가득 채운 모습부터 떠올렸다.
이런 탐욕스러운 괴물로 드래곤을 생각하는 건 영화와 소설 때문이었다. 어느 영화, 어느 소설이든 빠짐없이 드래곤을 부자로 표현했다.
그런 선입견에 빠져 나도 고노로스가 산처럼 많은 금화와 보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인스턴트 던전이 끝나자 곧바로 혹한의 대지 홀가부르드로 날아가 황금 가루다의 날개로 1,530km를 쉬지 않고 날아 황량한 산에 도착했다.
지도 근처에 다다라 하린이와 하연이를 소환해 부푼 꿈을 안고 고노로스의 보물창고로 진입했다.
그렇게 하늘처럼 부풀었던 꿈은 창고 문을 여는 순간 바짝 마른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졌다.
고노로스는 용족이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산처럼 큰 드래곤이 아니었다. 혼혈로 날개 달린 인간형 드래곤이었다.
진짜 드래곤과 비교하면 능력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무늬만 용족이었다. 그런 놈을 용족으로 굳게 믿고 일확천금을 기대했으니 실수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영화와 소설에 속아 드래곤은 모두 부자라는 생각을 하고 헐레벌떡 수만 km를 날아왔으니... 바보가 따로 없었다.
“그만 가자.”
“오빠, 화가 나서 그냥 못 가겠어요.”
“죽었어. 화풀이할 곳 없어.”
“알아요. 그래도 그냥은 못 가요. 불이라도 지르고 가야겠어요.”
“창고에 불을 지르겠다고?”
“네.”
“그래서 뭘 얻을 수 있는데?”
“화풀이죠. 화풀이는 뭘 얻으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말 그대로 화를 풀려고 하는 짓이에요.”
“그런다고 화가 풀려?”
“풀리든 안 풀리든 해야죠. 속았는데 그냥 갈 순 없잖아요.”
“뭘 속았다는 거야?”
“놈이 우리에게 사기 쳤잖아요. 보물이 왕창 있다고.”
“사기를 친 게 아니라 우리가 헛다리를 짚은 거야. 창고 봐봐. 크기도 작고 부비트랩도 형편없어. 고노로스에겐 금화 500개와 은화 3,800개가 전 재산이었어. 우리는 그런 것도 모르고 바보처럼 일확천금을 꿈꾼 거고.”
“바보! 용족이나 됐으면서 돈도 못 모으고 뭐한 거야. 쪼다, 말미잘, 멍게, 해삼, 개불 같은 놈.”
“우리가 잘못 생각한 거야. 고노로스에게는 죄가 없어.”
“용족이잖아요.”
“우리나라 사람 중에 미국이 우리보다 훨씬 잘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없진 않겠지만, 많지도 않죠. 다 잘사는 게 아니라는 걸 아니까요.”
“그런 생각을 한 게 얼마나 된 것 같아?”
“20~30년 정도 됐겠죠.”
“맞아. 지금은 미국을 동경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어. 6·25 전쟁이 끝나고 오랫동안 미국 사람은 모두 잘산다고 생각했어. 70~80년대 들어오면서 정보를 얻을 곳이 많아지며 미국 사람이라고 다 잘사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지. 모두 무지에서 온 잘못이야.”
“용족도 다 잘사는 건 아니라는 말이죠?”
“그래.”
“우이씌. 저도 그 정도는 알아요.”
“알았으면 그만 화내고 가자. 배고프다.”
“오빠 배고파서 참는 거예요. 놈 불쌍해서 참는 거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흐흐흐흐.”
못 사는 국가라고 국민이 다 못 사는 건 아니었다. 잘 사는 나라라고 국민이 모두 잘 사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잘사는 나라 사람은 모두 잘산다고 생각했다. 무지에서 온 오류로 세계 최강 미국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백배는 거지가 많았다. 거지 숫자로 따지면 우리가 미국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였다.
그러나 거지 수로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를 가르는 시대는 오래전에 사라졌다. 그건 50~60년대 얘기였다.
지금은 복지 수준이 잘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 합리적인 나라, 비합리적인 나라를 분류하는 자료 중 하나였다.
잘 사는 나라, 합리적인 나라는 어렵게 사는 국민도 먹고살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회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었다.
세상 어떤 나라도 모든 국민이 다 잘 살 순 없었다. 못 사는 사람도 국민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것이 모두가 행복한 나라, 복지 국가를 지향하는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G20 안에 드는 부유한 나라였지만, 부익부 빈익빈의 편차가 매우 심한 나라로 없는 사람을 위한 복지 정책도 G20 국가 중에서 매우 미흡한 편에 속했다.
부자들에겐 세금을 깎아주지 못해 안달이었고, 가난한 사람은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는 소주조차 마음껏 마실 수 없게 값을 계속 올리는 등 간접세를 늘려 더욱 힘들게 했다.
부를 대물림할 수 없게 해주는 제도인 상속세와 증여세도 빠져나갈 구멍이 수없이 많아 복지국가 건설에 자꾸만 역행하고 있었다.
‘나도 이제 부자니까 부자 편을 들어야 하는 건가? 싫어!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아. 그런 삶은 전종명과 윤선숙의 삶이지 26년간 힘들게 산 내 삶은 아니야. 적어도 양심은 갖고 살 거야. 나는 인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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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별로 안녕하지 못하다. 그런 협박을 듣고 안녕하길 바랐냐?”
“나는 협박보다 이런 자리가 더 싫단다. 보려면 따로 보지 꼭 이렇게 같이 봐야 했었니? 불편하게.”
“죄송합니다.”
10년 만에 전종명과 윤선숙을 만났다. 10년 만에 만났으면 마음이 없어도 잘 지냈느냐고 물어보는 게 예의였다.
그것이 16년간 한집에서 산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 예의도 없는 파렴치한 연놈은 내가 둘을 함께 불러낸 것만 타박했다.
목구멍까지 욕이 솟구쳤지만, 참았다. 욕한다고 바뀔 연놈도 아니었고, 욕할 가치도 없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화내는 일도 애정(?)이 남아있어야 할 수 있었다. 전종명과 윤선숙에게는 욕할 애정도 없었다.
“10년 만에 만났는데, 괜한 얘기로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 나 아주 바쁜 사람이야.”
“당신만 바빠요? 나도 바빠요.”
“강의도 없고, TV 출연도 뜸하던데 바쁘긴 뭐가 바쁘다는 건지...”
“여자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당신이 알기나 하겠어요? 여자 하면 그 짓밖에 떠오르지 않을 텐데.”
“당신도 만만치 않잖아. 지나간 남자가 내가 아는 것만 열 명이 넘는 걸로 아는데. 더 됐던가?”
“오늘 같이 죽어볼까요?”
“사양하겠어.”
“그러면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요. 그래야 역겨운 얼굴 짧게 보죠.”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말 끼어든 건 당신이야. 내가 아니야.”
“내가요? 언제요?”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 했는데, 말꼬리 잡고 늘어졌잖아?”
“말꼬리를 잡아요? 당신 그럴 가치나 있는 말을 한다고 생각하세요? 천만의 말이에요. 기억에 하나도 남지 않아요. 쓸모가 하나도 없어서.”
“10년이 흘렀는데도 변한 게 하나도 없군. 재벌 남편을 만났으면 교양 정도는 쌓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어린 년 만났으면 이해심은 길렀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린 년? 말이면 다인 줄 알아?”
“그럼 걔가 나보다 나이가 많나요? 당신 제자였는데.”
“크험.”
“소문을 듣자 하니 아직도 나이 어린 제자들을 인기와 학점을 이용해 꼬신다고 하던데... 아니죠? 뜬소문이죠?”
“당신도 20대 파릇파릇한 제자들과 매일 뜨거운 밤을 보낸다고 소문이 자자해. 조심해야 할 거야.”
“개가 사람 걱정을 다 해주고, 오래 살고 볼 일이네요.”
“여기에 아들하고 나 말고 사람이 있었나?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질 않네.”
낳아준 부모님의 성과 이름으로 바꾸기 위해 전종명과 윤선숙을 만났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지만, 조용하고 빠르게 일을 해결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
그래서 조용히 말을 나눌 수 있는 XX 호텔 스카이라운지 밀실에서 10년 만에 역겨운 얼굴을 다시 보게 됐다.
“그만하시죠. 저도 두 분 모시고 오랫동안 있고 싶진 않습니다.”
“아들이 부모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얘 섭섭하다. 이왕이면 바빠서 오래 못 있으니 서두르자고 말하렴. 그래야 우리도 상처가 덜하잖니.”
아들이라고 부르짖는 연놈의 아가리를 찢어버리고 싶었다. 다시는 입을 못 놀리게 시멘트로 뱃속까지 채우고 싶었다. 그럴 수 없는 현실이, 그러지 못하는 빈약한 용기에 화가 났다.
“왜 이곳에 오셨는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죠?”
“친자확인 유전자 검사는 본인 동의 없이 하면 처벌받는 걸 모르진 않겠지?”
“당신도 참 한심하네요. 지금 그게 중요해요? 형필이가 떠들고 다니면 우리 꼴이 아주 우습게 되는 게 그게 더 중요하죠. 뭐가 중요한지를 몰라. 쯔쯔쯔쯔.”
“크험.”
“엉뚱한 말 해놓고 할 말 없으면 헛기침이나 하고, 변한 게 하나도 없네요.”
“지금 나랑 싸우려고 나온 거야?”
“못할 것도 없죠. 이제는 내가 체력이 훨씬 나을 테니 붙어도 손해날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네.”
“그럼 서로 고소하지 않는다고 각서 쓰고 한판 뜰까?”
“좋아요.”
“두 분 이곳에 나온 이유를 다시 설명해야 제 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커험.”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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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