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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235화 (23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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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쟁이

235. 허풍쟁이

- 9라운드 보스 90레벨 보스 몬스터 허풍쟁이 기사 드라켈프 고노로스가 나타났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하찮은 인간 따위를 상대하라고 나를 이런 냄새나는 동굴로 부르다니, 신이라는 작자도 참으로 한심하군.”

“하찮아서 미안해.”

“들으라고 한 소리는 아니었는데 들었다니... 하나도 미안하지 않군. 벌레만도 못한 인간아!”

“그래 봐야 너도 혼혈이잖아. 너무 점잖게 말했나? 하늘을 나는 도마뱀과 숲에 숨어 사는 귀가 뾰족한 인간의 잡종!”

“이놈이 감히 위대한 드래곤의 후예인 나 고노로스님을 잡종이라고 말하다니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 놈 치고 이제껏 무서운 놈을 본 적이 없어. 너도 그럴 것 같은 냄새가 폴폴 풍기는데..”

“이죽거리는 입을 찢어 네놈의 죄가 얼마나 큰지 알게 해주겠다. 각오해라.”

“알았어. 각오할게. 됐지?”

“이놈~ 위대한 나 고노로스님께 끝까지 말장난을 하겠다는 거냐? 지옥의 불구덩이를 구경시켜주마.”

드라켈프(Drakelf)은 드래곤과 엘프가 교접해 낳은 혼혈로 등에 박쥐와 비슷한 날개가 달려 있었다.

재미있는 건 드라켈프는 드래곤이 인간으로 변신해 세상을 떠돌다가 낳은 자식이 아니었다.

엘프와 정식으로 혼인해 얻은 자식이었다. 크기가 수십m 이르는 드래곤이 2m도 안 되는 엘프와 어떻게 그 짓을 해서 자식을 낳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드라켈프는 정식 혼인관계가 아니면 낳을 수 없다고 알려진 종족이었다.

덕분에 드래곤의 용언 마법도 사용할 수 있었고, 엘프처럼 빠르고 은밀하게 움직일 수도 있었다.

끝판왕까지는 아니지만, 100레벨은 가볍게 넘는 무시무시한 보스 몬스터로 인간 세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많은 사람이 멸종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 무지막지한 놈이 죽지도 않고 인스턴트 던전에 나타났다. 그것도 90레벨 보스로.

100레벨이 가볍게 넘는 보스 몬스터로 알려진 드라켈프가 90레벨 보스 몬스터로 나타난 건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생각할 수 있는 건 환인이 노망이 들어 잘못 불러냈거나, 침을 튀기며 자화자찬하는 놈이 이름처럼 허풍쟁이일 가능성이 있었다.

환인이 노망이 났다면 처참하게 죽게 될 것이었고, 허풍쟁이 기사라는 이름처럼 주둥이만 살아있는 놈이라면 The Age of Hero 사상 처음으로 90레벨 보스 몬스터를 잡는 영광을 얻게 될 것이었다.

「하린아, 신호 보내면 스톤 골렘 소환해서 놈을 공격해.」

「알았어.」

“그만 나불대고 덤벼 이 허풍쟁이야!”

- 90레벨 보스 몬스터 허풍쟁이 기사 드라켈프 고노로스가 도발에 걸렸습니다. 도발에 걸린 고노로스의 방어력이 10% 하락했습니다. 흥분한 고노로스가 모모님을 집중적으로 공격합니다.

“이노오옴~ 내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다니 갈기갈기 찢어 죽이겠다. 나와라. 죽음의 창!”

도발에 걸린 허풍쟁이 고노로스가 죽음의 창이라고 크게 소리치자 공중에 떠 있는 놈의 주위로 3m에 이르는 기다란 창 30개가 생겨났다.

“가라! 가서 나를 기만한 벌레를 죽여라!”

슈슈슈슈슈

번개같이 날아드는 죽음의 창을 피하고자 황금 가루다의 날개를 소환해 활짝 펴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퍽퍽퍽퍽퍽

재빨리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자 방금 전까지 서 있던 자리에 죽음의 창 30자루가 총알처럼 날아와 꽂혔다.

첫 번째 공격이 허무하게 실패하자 더욱 화가 난 고노로스가 연달아 죽음의 창을 소환해 날려댔다.

비처럼 쏟아지는 죽음의 창을 곡예비행을 하듯 멋지게 날아 피하자 뚜껑이 열린 고노로스가 비명을 지르며 쫓아왔다.

“거기서! 갈기갈기 찢어 죽일 테니까.”

“너 같으면 그런 소리 듣고 서겠냐? 바보야!”

“바보? 벌레 새끼가 감히 위대한 나 고노로스님에게 그런 소리를 하다니. 자근자근 씹어 먹어주마.”

“능력 되시면 그러던지.”

황금 가루다의 날개는 스킬을 사용하거나 칼을 휘두르면 자동으로 날개가 인벤토리로 들어갔다.

그러나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는 건 아무런 영향이 없어 고노로스를 상대로 그동안 연습한 성과를 마음껏 뽐냈다.

날개를 편 상태에서 스킬을 사용할 수도 없었고, 상대를 공격할 수도 없었지만, 기동력이 승패를 가른다는 것을 군에서 몸으로 체험해봤기 때문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1시간 이상 하늘을 나는 연습을 했다.

열 걸음을 가는데 남보다 한 걸음 더 간다면, 백 걸음은 열 걸음, 천 걸음은 백 걸음을 더 갈 수 있었다.

시작은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1,000km를 간다면 적보다 100km 먼저 도착해 휴식을 취한 후 적을 상대할 수 있었다.

“참새 날개만도 못한 가루다의 날개로 감히 위대한 드래곤의 아들인 나 고노로스님을 우롱하려 하다니 깃털을 모두 뽑아주겠다. 타락의 그물!”

고노로스가 타락의 그물이라고 크게 외치자 진짜 그물을 닮은 검은 물체가 머리 위에 생겨났다.

재빨리 황금 가루다의 날개를 쭉 펴서 활강으로 그물을 피했다. 그러자 타락의 그물이 몸집을 불리며 따라왔다.

「오빠, 스톤 골렘 소환해서 잡을까?」

「기다려.」

「위태위태해 보이는데 괜찮겠어?」

「성자가 세 번이나 남아 있어. 그걸 이용해 놈을 죽일 거야.」

「어떻게?」

「방심하게 만들어 놓고 품으로 파고들어 흡혈로 끝장낼 거야. 그때 신호 주면 스톤 골렘으로 놈의 이목을 끌어.」

「알았어.」

「조심하세요. 오빠!」

「어.」

고노로스의 약을 최대한 올린 다음 화가 머리끝까지 뻗쳤을 때 근처로 다가가 제대로 한 방 맞아줄 생각이었다.

그러면 놈은 나를 잡았다는 생각에 방심할 것이다. 내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 놈은 기분이 좋아 으스댈 테고, 그때 스톤 골렘을 소환해 놈의 이목을 끌고 성자 스킬로 생명력과 마나를 모두 회복한 후 재빨리 달라붙어 피를 빨 생각이었다.

흡혈로 능력치를 50% 떨어뜨린 다음 죽음의 공포에 떠는 놈에게 잔인한 미소를 보여준 후 다시 한 번 피를 빨아 죽이는 게 작전이었다.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전법으로 현실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위험한 전술이었지만, The Age of Hero에선 유저들이 자주 사용하는 전술 중 하나였다.

단, 나처럼 한 번에 생명력을 회복할 스킬이 있거나, 정통으로 한 방 맞아도 죽지 않을 자신이 있는 유저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살을 내주는 게 아니라 목을 내미는 꼴이었다.

열심히 타락의 그물을 피해 날아다니자 화가 난 고노로스가 암흑의 창도 함께 소환해 던져댔다.

슝슝슝슝

창이 날아들자 허둥대는 것처럼 비틀대며 좌우로 우왕좌왕하며 날았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고노로스가 고함을 치며 더욱 많은 숫자의 창을 던졌다.

“죽어! 죽어 이 벌레 같은 새끼야!!”

좌우로 정신없이 창을 피하는 것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고노로스 바로 앞까지 날아와 등으로 창을 받았다.

“으아아아악!”

입이 찢어져라 비명을 지르며 정통으로 창을 맞은 것처럼 땅바닥을 열 바퀴 넘게 데굴데굴 굴렀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피를 토하며 쓰러지자 죽음의 창이 열 자루가 연달아 날아와 몸을 때렸다.

‘젠장 할 새끼.’

세 발은 방패로 막고, 두 발은 칼로 쳐내고, 두 발은 몸을 비틀어 피하고, 가슴과 허벅지, 어깨에 한 발씩 맞아줬다.

퍽퍽퍽

“으악!”

“잡았다. 버러지 새끼!”

쿨럭쿨럭

“벌레답게 피도 아주 더럽게 뱉어내는군.”

“사.살려줘.”

“이제 와서 용서를 빈다고 살려줄 것 같아? 내가 그렇게 마음씨가 착해 보였어? 잘못 봤어. 나는 인간을 벌레로 생각하는 위대한 용족 고노로스님이야. 절대 살려주지 않아.”

“사.살려주십시오.”

“음하하하하. 위대한 용족인 나 고노로스님에게 덤비면 어떻게 되는지 이제 알겠지?”

“아.알겠습니다. 그.그러니 제.제발 하.한 번만 사.살려 주십시오.”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피를 게워내며 살려달라고 사정하자 고노로스가 승리의 웃음을 크게 흘리며 다가왔다.

“팔다리를 모두 자른 다음 심장을 꺼내 나 위대한 고노로스님에게 대든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 나와라 본 블레이드.”

「지금이야.」

“크아아아악~”

“겨우 스톤 골렘 따위로 나 위대한 고노로스님을 어떻게 하겠다고? 같잖은 것들. 죽음의 창!”

신호를 보내자 하린이 인벤토리에 챙겨왔던 커다란 돌을 두 덩어리를 꺼내 골렘의 심장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신장 2.0m의 스톤 골렘 두 마리가 벌떡 일어나 포효하며 고노로스에게 달려들었다.

쿵쿵쿵쿵

지축을 울리며 스톤 골렘이 거칠게 달려들자 고노로스가 내게서 시선을 거두고 죽음의 창을 소환해 달려드는 스톤 고렘을 공격했다.

‘성자.’

- 성자 스킬을 사용하겠습니까?

‘네.’

- 성자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모모님의 생명력과 마나가 완전히 회복했습니다.

아공간에서 소환한 본 블레이드를 들고 부서진 스톤 골렘을 보며 웃어대는 고노로스를 향해 번개같이 다가가 기다란 송곳니로 다리를 물었다.

아그작

냄새나는 다리를 물고 싶지 않았지만, 놈은 90레벨 보스 몬스터였다. 찬밥 더운밥 가리다가는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

“으아악. 머.뭐야? 이게 뭐하는 짓이야?”

꿀꺽꿀꺽

- 90레벨 보스 몬스터 허풍쟁이 기사 드라켈프 고노로스의 피를 마셨습니다. 피의 갈증이 해소됐습니다.

- 허풍쟁이 기사 드라켈프 고노로스가 상태 이상 효과 무기력증에 빠졌습니다. 무기력증으로 인해 60분 동안 모든 능력이 50% 감소합니다. 60분간 치유 스킬을 사용해도 생명력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

- 30분간 공격속도와 이동속도가 30% 증가합니다.

- 30분간 피를 흡수한 90레벨 보스 몬스터 허풍쟁이 기사 드라켈프 고노로스의 공격력 30%를 차용합니다.

“배.뱀파이어였어?”

“사람이야.”

“사람이 왜 피를 빨아?”

“그거야 내 마음이지.”

“헛소리 집어치워. 사람은 뱀파이어처럼 피를 빨지 않아.”

“아직도 떠들 기운이 남았나 보네. 많이 힘들 텐데. 안 그래?”

“헉헉헉헉. 힘이 없어. 왜 이러는 거야?”

“무기력증에 걸려서 그래.”

“나는 위대한 용족 드라켈프 고노로스님이야. 벌레 따위가 사용한 상태 이상에는 걸리지 않아.”

“위대한 용족이라면 그렇겠지. 그런데 너는 무늬만 용족인 허풍쟁이잖아. 안 그래?”

“그렇지 않아. 나는 드래곤과 엘프의 피를 이은 드라켈프야. 허풍쟁이가 아니야.”

“정말 위대한 용족이라면 걸리지 말았어야지. 걸렸다는 건 네가 입만 싼 허풍쟁이라는 뜻이야. 이 바보야!”

“아니야. 뭔가 잘못된 거야. 이럴 수는 없어. 네놈이 야료를 부린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다면 이따위 허접스러운 기술에 위대한 용족인 나 고노로스님이 걸릴 수는 없어.”

“지랄하네. 스스로 님이라고 부르는 거나 그만해. 창피하지도 않아?”

“왜 창피해?”

“자기를 존대하는 놈은 미쳤거나, 자존감이 더럽게 떨어지는 놈이야. 그런 간단한 것도 몰라?”

“그렇지 않아. 나는 위대한 용족 고노로스님이야. 인간 따위가 저울질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야.”

“살다 살다 너 같은 놈을 보게 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당연하지. 나는 위대한 용족 고노로스님이니까. 벌레가 감히 볼 수 있는 그런 분이 아니시지.”

“이 새끼 완전히 또라이네. 에이 재수 없는 새끼!”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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