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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계 진입
228.
더 황당한 건 초저녁에 시작한 파티가 밤을 새우고도 모자라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이어졌다.
젊은 사람만 춤추고 노래할 뿐 나이 먹은 귀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머리를 맞대고 쑥덕이는 게 전부인데,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집에 돌아갈 생각하는 귀족이 한 명도 없었다.
개중에는 눈이 맞아 2층이나 정원으로 내려가 신나게 떡을 치며 재미를 보는 귀족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무료하게 노닥이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나만의 생각이었는지 하린이와 하연이, 마틸다, 쥬디는... 혜안으로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을 파악하기 위해 데리고 갔음... 지치지도 않는지 밤새 춤추고 떠들며 신나게 놀았다.
당연히 춤 상대는 나였고, 추지도 못 하는 블루스와 왈츠 등을 춘다고 지랄을 떨어야 했다.
춤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건 이 때문이었다. 하린이와 하연이, 마틸다의 발을 스무 번도 넘게 밟으며 넘어질 뻔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날렵한 몸놀림으로 넘어지는 추태는 가까스로 모면했지만, 발등이 부은 하린이와 하연이에게 맞아 죽을 뻔했다. 그래서 춤을 배워야겠다는 생각한 것이다. 맞아 죽지 않기 위해.
그래도 성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쥬디의 혜안 성능이 대폭 줄어들었지만,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는 능력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10일로 줄어들며 정신적인 부담이 크게 낮아져 하루에 400~500명도 거뜬히 기억을 털 수 있었다.
덕분에 파티에 참석한 상당수 귀족의 기억을 읽을 수 있었다. 10일밖에 기억을 읽을 수 없어 고급 정보를 캐낼 순 없었지만, 성향을 파악할 수는 있었다.
이를 활용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귀족과 그렇지 못할 귀족,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 될 귀족을 분류했다.
이 사실을 마틸다에게 알려주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귀족과 친하게 지내도록 했다.
“일은 할 만해?”
“네, 아주 재미있어요.”
“힘든 일 있으면 바로바로 말해. 숨기지 말고.”
“네.”
하린이의 성화에 쥬디를 데리고 수도로 이동해 평판 60만 점을 모두 털어 +2 강화석 12개를 산 다음 마틸다가 기다리고 있는 상점으로 이동했다.
쥬디를 2층에 잠시 내버려 두고 온몸으로 반겨주는 마틸다와 3층에 올라가 뜨거운 키스를 나눴다.
키스가 끝나자 마틸다가 원하는 대로 아름다운 가슴에 선명한 이빨 자국을 남기며 피를 빨았다. 그러면서 손에 꽉 차고도 남는 커다란 가슴과 작은 유두를 희롱했다.
“흐응.”
“기분 좋아?”
“네. 너무 좋아요.”
“어떤 기분인데?”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면서 온몸의 솜털이 다 서는데,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한 기분이에요.”
마틸다만 이런 느낌을 받는 게 아니었다. 유저인 하린이와 하연이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고, NPC 쥬디와 세라, 레이첼 등도 표현 방법을 다를 뿐 극도의 쾌감에 눈을 반쯤 까뒤집고 비음을 토해냈다.
혈액 순환이 갑자기 빨라지며 생기는 일종의 현기증으로 쾌감보다는 고통에 가까운 감각이었다.
그러나 고통도 적당한 수준을 유지하면 극도의 쾌감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두려움과 고통에 벌벌 떨다가 3~4번 피를 빨린 다음부터 쾌감에 벌벌 떠는 건 이 때문이었다.
“영주님, 하린이와 하연이만큼 사랑해 달라는 말은 하지도 않을게요. 하루에 한 번 피는 빨아주세요. 그것만으로 저는 만족해요.”
“알았어. 최대한 노력할게.”
“고마워요.”
피만이라도 빨아달라며 애원하는 마틸다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최대한 거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흡혈하지 않고 놓아줬다면 다른 남자를 만나 애 낳고 오순도순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흡혈로 충성심이 100에 육박하며 이제는 나가라고 발로 걷어차도 울며불며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질 판이었다.
절대 벗어날 수 없는 덫에 걸린 것으로 가족을 내 손으로 죽여 놓고 이용까지 하는... 가문에서 버림받아 원수라고 할 순 없었지만... 내 모습이 한없이 야비하고 추잡해 보였다.
“시푸아 백작 부인과는 많이 친해졌어?”
“자주 얘기는 하지만, 아직 속마음을 털어놓을 만큼 친하진 못해요.”
“그나마 그 여자가 가장 호의적이고, 바른 사람이니까 자주 만나서 얘기 나눠. 그러다 보면 친해질 거야.”
“네.”
시푸아 백작 부인은 10대 도시 크바시르에서 서쪽으로 1,500km 떨어진 달리안 평야를 영지를 갖고 있는 귀족으로 아픈 남편을 대신해 가문을 이끌고 있었다.
달리안 평야는 사방 100km에 이르는 비옥한 토지로 아틸라 제국에서도 열 손가락에 드는 밀 생산지였다.
개국공신으로 1,000년 동안 달리안 평야를 차지한 시푸아 백작 가문은 비옥한 토지에서 나오는 엄청난 밀 덕분에 축적한 부가 공작에 버금갔다.
이로 인해 군사력이 매우 막강해 공작과 후작 가문도 시푸아 백작 가문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런 유서 깊고, 엄청난 재력을 가진 가문이 1,000년간 백작에 머문 건 언제나 중립을 지켰기 때문이었다.
황위 싸움에 한 번도 참전하지 않은 시푸아 백작 가문은 황제가 바뀔 때마다 눈 밖에 나 1,000년 동안 백작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시푸아 백작 가문이 중립을 지킨 가문들의 수장이라서였다.
시푸아 백작 가문의 힘이 막강하지만, 황제가 가진 힘과 비교하면 태양 앞의 촛불이었다.
그러나 황제는 지킬 곳이 많았고, 항상 주변의 눈치를 봐야 했다. 황제가 되면 모든 걸 뜻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려는 귀족들로 인해 생각만큼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자기편을 들지 않았다고 시푸아 가문을 공격하면 중립 세력들이 들고일어났고, 최악에는 귀족 모두를 적으로 돌릴 수 있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징치할 수 없었다.
그 덕분에 1,000년간 백작 가문에 머물렀지만, 시푸아 백작 가문은 오늘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틸다에게 시푸아 백작 부인에게 접근하라고 한 건 우리처럼 중립을... 많은 귀족이 우리를 황태자파로 생각했지만... 지키고 있어서였다.
그리고 오랜 세월 중립을 지킬 만큼 비교적 바르고 현명한 생각을 하고 있어 친해져서 나쁠 게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결정적인 또 한 가지 백작이 많이 아팠다. 오늘내일할 만큼 위독한 상태로 백작을 부활로 살리고 한밑천 단단히 잡을 생각이었다.
“백작은 어디가 아픈 거야? 갑자기 죽을병이라도 걸렸어?”
“갑자기 아픈 건 아니에요. 15년 전부터 건강이 차츰차츰 나빠져 작년부터 아주 심해진 거예요.”
“독에 당한 건 아니고?”
“그건 아니에요.”
“시푸아 백작 부인은 남편을 살리고 싶어 해?”
“그럼요. 아직 아이가 없잖아요. 죽으면 시동생에게 가문이 넘어가니 당연히 살리고 싶어 하죠.”
시푸아 백작은 42살, 백작 부인은 38살로 둘 다 아직 팔팔할 때였다. 그러나 결혼하고 얼마 후 백작이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아 아이를 생산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둘째 동생에게 작위가 넘어갈 판이었다. 부인이 백작을 사랑하는지 알 순 없지만,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선 반드시 백작이 건강을 되찾고, 사내아이를 낳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백작 부인은 졸지에 뒷방 늙은이로 쫓겨나게 된다. 권력을 쥐고 있던 사람이 권력을 잃으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죽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웃기는 건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면 기분이 아주 오묘할 것이다.
불안한 마음에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고, 밥을 씹어도 모래를 씹는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그런 꼴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남편을 살려야 했다. 그 길만이 백작 부인이 살아남는 길이었다.
“마탑도 손든 거야?”
“네.”
“건강하게 살려주면 어떤 걸 줄 수 있는지 아주 은밀하게 알아봐. 소문나면 안 돼.”
“알았어요.”
좋은 관계를 맺는다고 공짜로 시푸아 백작을 살려줄 생각은 없었다. 놈과 내가 가족도 아니고 그럴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대가는 대가대로 받고, 생명의 은인으로 생색은 생색대로 내고, 충성심도... 호감도 50도 챙겨 최대한 뽑아먹을 생각이었다.
마음 같아선 거덜을 내고 싶었지만, 백작이 가문의 기둥이어도 1,000년을 이어온 가문이라 형제와 친척들이 많아 백작 한 사람을 위해 모든 걸 내놓진 않았다.
기분 상하지 않을 만큼 적당히 뽑아먹고, 두고두고 이용해 먹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파티에 멋진 남자들 많더라.”
“저는 못 봤는데요?”
“호박씨 까는 거 아니야?”
“정말이에요. 영주님 빼고 한 명도 못 봤어요.”
“마음에 드는 놈 있지? 그래서 엉뚱한 소리 하는 거지?”
“아니에요. 진심이에요.”
“바람피우다 걸리면 죽는 거 알지?”
“그런 일 절대 없어요. 저에겐 오직 영주님뿐이에요. 아시면서 왜 그런 말을 하세요?”
“진짜지?”
“환인님께 맹세할 수 있어요. 제 마음은 오직 영주님 단 한 분뿐이고요.”
닭살 돋는 말을 한 건 마틸다를 믿지 못해 그런 것이 아니었다. 마틸다를 안심시키기 위해 한 말이었다.
관심을 보이지 않는 남자를 여자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은가?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집착하는 것처럼 한 마디씩 툭툭 던져주는 것이다. 그러면 남자가 여전히 자기를 아끼고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단, 심한 집착은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히 해야 효과가 있었다.
“피곤할 테니 한잠 푹 자.”
“자.자고 가시면 안 돼요?”
“조금만 더 기다려.”
“얼마나요?”
“올해가 가기 전 자고 가는 날도 있을 거야.”
“알았어요. 키스해주세요.”
츄웁
“큰오빠 참 이상한 취미를 가진 것 같아요.”
“이상한 취미라니?”
“여자들을 안달 나게 하는 취미 말이에요.”
“내가 그런 취미가 있다고? 아닌데?”
“있어요. 오빠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내가 뭘 안달 나게 한다는 거야?”
“언니들은 동침을 요구하는데 계속 기다리라고 하면서 키스와 애무만 하잖아요.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는 흡혈까지 하고요. 그러니 기다리는 여자 심정이 어떻겠어요. 하루하루 피가 마르죠.”
“그런가?”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남자에게 절절매는 여자가 10명이 넘다니... 쯔쯔쯔쯔.”
긁적긁적
마틸다의 달콤한 입술을 빨고 2층으로 내려오자 쥬디가 한 소리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맞는 말도 아니었다.
고의로 여자들을 안달 나게 한 것은 아니었다. 찬물도 순서가 있다고 하린이와 아직 초야를 치르지 못해 아랫도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참은 것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변명은 궁색하다 못해 비웃음을 살 짓으로 게임과 현실 어느 쪽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내 모습을 현실의 남자들이 본다면 줘도 못 먹는 병신이라고 욕할 것이고, 귀족들이 들으면 사내도 아니라고 손가락질할 것이다.
남자들만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니다. 여자들도 고자 아니냐며 아랫도리를 검사해야 한다고 난리를 칠 것이었다.
‘빨리 거사를 치르든지 해야지 참다가 내가 먼저 죽겠다. 아이고 고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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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