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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계 진입
227. 사교계 진입
“언니들 착한 거 알아. 그래도 사람 가려가면서 착하게 굴어. 아무에게나 그러면 평생 당하고 산다.”
“알아. 그런데 잘 안 돼.”
“우리도 그래. 미워 죽겠는데, 한편으론 걱정돼.”
“착한 것도 병이다. 에휴.”
“미안해!”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은 어릴 때부터 확연하게 차이를 보였다.
그리고 아주 큰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죽을 때까지 나쁜 연놈으로, 착한 바보로 살다 죽는다.
다현이와 민지, 수영, 연아도 그럴 것이다. 오늘의 다짐을 헌신짝처럼 집어던지고 또다시 손해 보면서도 가슴 아파할 것이다.
왜냐하면, 네 명 모두 착한 바보니까. 그러나 마음에 쏙 들었다. 좀 못나고, 바보 같으면 어떤가?
믿을 수 있는 것 그것 하나면 족했다. 나에겐 이런 사람이 필요했다. 바보 같아도 믿을 수 있는 사람. 그거면 됐다.
“하린이와 하연이 말이 맞아. 너희 지금 다른 사람 신경 쓸 때가 아니야. 너희 코가 석 자야. 이대로 가다간 연예계에서 은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백수가 될 수도 있어. 정신 차려!”
“죄송해요. 오빠.”
“나에게 죄송해할 거 없어. 망해도 너희가 망하는 거니까.”
“열심히 할게요.”
“정말?”
“네.”
“그럼 오늘부터 죽도록 연습해. 밥 먹는 시간 빼고 잠도 아껴가면서. 그리고 작사·작곡도 같이해. 그래야 앨범을 낼 거 아니야.”
“진짜 앨범 내 주실 거예요?”
“하는 거 봐서. 엉망이면 국물도 없어.”
“고마워요. 오빠. 이 은혜 평생 잊지 않을게요.”
“은혜를 아는 것들이 걸핏하면 내 남자를 끌어안아? 진짜 죽고 싶지?”
“미.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웃기고 있네. 일부러 그러면서.”
“히히히히.”
팔당 집 지하를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조했다. 또한, 작곡과 연주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춰놓았다.
당분간은 그곳에서 몸을 만들며 음반 낼 준비를 하고, 정말 다현이네를 받아줄 기획사가 없다면 하린이나 하연이 이름으로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를 하나 만들어 데뷔시켜볼 생각이었다.
히어로걸스 앨범의 절반을 다현이가 작사·작곡한 곡으로 채웠다. 음악 평론가들도 실력을 인정한 싱어송라이터로 마음만 안정되면 첫 앨범처럼 좋은 음악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다.
“수영이는 디자인 공부도 함께해.”
“정말요?”
“그룹 활동이 먼저니까 디자인은 당분간 책으로 공부해. 활동하는 거 보고 편입할 수 있게 도와줄 테니까. 필요한 책은 하린이에게 말하고.”
“아아아앙.”
“왜 울어?”
“너무 고마워서요.”
“바보.”
“바보라도 좋아요. 오빠 정말 좋아요. 사랑해요!”
“헉!”
“아주 이것들이 무덤을 파네. 그래. 오늘 끝장 보자.”
“언니라고 절대 안 봐준다. 팬이라고 봐주는 거 없다. 오늘 다 죽었어.”
“으아아아악~”
민지와 연아에게도 하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묻자 민지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했고, 연아는 연애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수영이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하는 만큼 밀어주겠다고 하자 하린이와 하연이의 철벽 방어를 뚫고 들어와 목에 매달리며 가슴을 비벼댔다.
다현이와 민지, 수영, 연아 네 명 모두 가수가 꿈이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꿈은 꼭 한 가지여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 않다. 꿈은 한 가지일 수도 있지만, 두 가지, 세 가지, 열 가지가 될 수도 있었다.
단순히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라 진심으로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20살이면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을 나이였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아직 정확히 모를 나이이기도 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20살은 아직은 그래도 될 나이였다.
‘더 늦기 전에 나도 춤이나 배워볼까? 멋지게 춤추는 사람들 보면 정말 부러운데. 그런데 하린이와 하연이가 허락할까? 춤바람 난다고 허락하지 않겠지?’
‘웃기지도 않네. 다현이와 민지, 수영이, 연아에겐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라고 해놓고 정작 나는 하고 싶은 거 배워볼 생각도 못 하고 있으니. 이게 뭐하는 짓이냐? 우휴휴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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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상황은 어때?”
“아직 조용해. 황제가 2년 후에 죽는다고 했으니 소란해지려면 시간이 좀 더 있어야 할 거야.”
“아란이가 2년은 최소한이라고 했어.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고 했고. 상황이 앞당겨질 수도 있으니까 긴장을 늦추면 안 돼.”
“알았어. 그런데 오빠, 마틸다에게 너무 소홀한 거 아니야?”
“열흘에 한 번 얼굴 보는데 뭐가 소홀해?”
“일없어도 2~3일에 한 번은 다녀와. 그리고 정보 보고도 오빠가 직접 보고받고. 내게 보고하는 마틸다 마음이 편하겠어? 가뜩이나 멀리 떨어져 있어 마음이 불안할 텐데.”
“알았어.”
건물을 산 지 열흘 만에 상점을 오픈했다. 판매 물품이 다양하지 않았지만, 상급 대장장이 래틀의 칼날 화살과 강철 화살이 입소문이 퍼지며 유저들의 발길이 빠르게 늘고 있었다.
칼날 화살은 공격력 50 추가에 관통력이 30%나 붙었고, 강철 화살은 공격력 100 추가에 관통력이 70%나 붙어 유저들이 환장하고 찾았다.
가격이 비싸 일반 몬스터를 상대로 사용하면 적자였지만, 정예와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사용하면 본전을 뽑고도 남아 많은 유저가 찾았다.
덕분에 유저들이 몰리며 던전에서 몬스터 잡고 얻은 일반과 고급 장비 아이템, 재료 아이템 등도 잘 팔렸다.
그러나 래틀이 화살 만드는 일에만 전념할 수 없어 많은 돈을 벌진 못했다. 제자를 열심히 육성하고 있었지만, 수제자가 아직 중급 대장장이에 머물러 있어 래틀에 육박하는 대장장이가 나오려면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레어 아이템도 상점에서 팔아야겠어.”
“왜?”
“경매장에 팔면 세금 나가잖아. 그리고 금화로 받는 게 이익이고.”
“가격이 높아서 경매장 아니면 팔기 어려울 텐데?”
“래틀의 화살 덕분에 하루에 찾는 사람이 500명도 넘어. 한 달이면 만 명은 가게에 온다는 뜻이야. 그중에 몇 명은 관심을 보일 거야. 그들에게 팔면 돼.”
“알아서 해. 나는 영지 관리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잡다한 건 우리가 다 알아서 할게. 걱정하지 말고 영지 일에만 몰두해.”
“알았어.”
지난번 경매장에서 판매한 대장장이 무네치카의 빛나는 타도 정도 아니면 아이템 파는 일은 하린이와 하연이에게 맡겨두고 관여하지 않았다.
나는 사냥과 영지 관리가 주 업무로 물건을 사고팔고, 관리하는 건 전적으로 자매의 몫이었다.
“그런데 나까지 계속 파티에 가야 하는 거야?”
“자리 잡을 때까지는 가야지.”
“그게 언제인데?”
“길게 잡고 3개월 생각하면 돼.”
“3개월이나?”
“오빠, 엄살떨지 마. 실제 가는 건 열 번도 안 돼.”
“한 번도 억지로 갔다 왔는데, 아홉 번을 더 가라고?”
“마틸다는 일주일에 최소 두세 번은 가고 있어. 마틸다가 좋아서 가는 게 아니야. 오빠를 위해 매일 밤 파티에 참석하는 거야. 그런데 오빠는 열 번도 못 참아? 그런 말 하는 거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아... 알았어.”
“알았다고만 말하지 말고 지금 갔다 와. 간 김에 강화석도 사오고.”
“그러면 쥬디 데리고 가야 하는데?”
“혼자 가서 이상한 짓 하려고 했어?”
“그런 게 아니라 위로해주고 오라고 했잖아. 쥬디 데리고 가면 싫어할까 봐 그렇지.”
“쥬디는 1·2층에 있으라고 하면 되잖아.”
“그런가?”
“엉큼하기는.”
“흐흐흐흐.”
아틸라 제국 귀족 중 서열이 가장 낮은 남작이었지만, 영지를 가진 귀족이라 사교계에 진출하는 일은 큰 어려움 없었다.
정작 어려웠던 건 춤도 못 추고, 입담도 없는 내가 거드름을 피우는 귀족 파티에 가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구석에 조용히 서 있는 것이었다.
마틸다를 사교계에 성공적으로 데뷔시키기 위해선 나도 파티에 참석해야 했다. 처음부터 여자만 혼자 보내면 마틸다를 우습게 보고 똥파리들이 꼬일 수 있었다.
그래서 검은색 연미복을 멋들어지게... 내가 생각하기에는 우스꽝스러웠지만... 차려입고 어깨가 다 드러난 드레스를 입은 마틸다를 데리고 파티에 참석했다.
하린이와 하연이도 파티를 구경하고 싶다고 졸라대 팔만 드러난 얌전한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참석했다.
나는 내 여자가 가슴이 반쯤 보이는 옷을 입고 남자들이 득실대는 곳에서 덩실덩실 춤추는 건 죽어도 못 본다.
자매의 몸은 오직 나만 볼 수 있었다. 내가 죽기 전에는 다른 놈은 죽어도 볼 수 없었다.
처음 참석한 파티는 수도 근처에 큰 영지를 가진 후작이 주최한 파티로 집도 크고 아름다웠고, 모인 사람들의 복장도 눈이 돌아갈 만큼 사치스러웠다.
드레스를 보석으로 치장한 후작 부인, 목이 부러지도록 큰 사파이어를 머리에 이고 나타난 백작 부인.
목이 안 보일 정도로 주렁주렁 보석 목걸이를 걸친 자작 부인까지 온통 보석의 향연이었다.
남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석으로 만든 훈장을 가슴 가득 단 늙은 공작. 금실로 짠 황금 연미복을 입은 후작.
장식용인지 사냥용인지 구별이 안 가는 보석으로 만든 칼을 차고 나타난 백작까지 돈 자랑하는 귀족들로 파티장이 가득 찼다.
이뿐만 아니었다. 파티에 나온 음식과 술도 턱이 빠질 만큼 비쌌다. 송로버섯, 철갑상어 알, 상어지느러미, 제비집은 기본이었고, 뉴스와 인터넷에서도 보지 못한 희한한 재료들이 식탁을 가득 채웠다.
술 또한 종류가 서른 가지 넘었고, 값비싼 양주와 포도주가 수백 병도 넘게 자태를 뽐내며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림짐작으로 계산해도 하룻밤 파티비용이 페르미앙 준 남작의 뒤통수를 후려쳐 헐값에 산 3층 건물의 열 배는 넘고도 남았다.
덕분에 생전 처음 보는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어 좋았지만, 이 돈이면 농노 수만 명은 배불리 먹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입맛이 썼다.
‘이게 바로 흥청망청이라고 하는 거구나.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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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