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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212화 (21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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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부

212. 졸부

“언니, 엄마·아빠가 우리 팔당으로 집 옮기는 건 뭐라고 안 하셨어?”

“말은 안 하셨는데, 눈치는 많이 섭섭한 것 같았어.”

“다 나 때문이야. 나만 아니었어도...”

“왜 그런 소리를 해?”

“사실이잖아.”

“아니야. 그렇지 않아. 나도 오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팔당 별장을 경매받은 이틀 후 하린이네 집에 찾아가 할아버지와 할머니, 장인어른, 장모님에게 집을 옮기겠다는 말을 올렸다.

그날도 반대하는 분은 안 계셨지만, 많이 서운해하는 눈치였다. 사전에 의논하지 않아 서운한 게 아니라 하린이와 하연이를 자주 볼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하린이와 하연이의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어릴 적부터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가르쳤지만, 자식이 멀리 떠나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마음은 평생토록 자식이 옆에 있어 주기를 바랐다. 짐을 지우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하연이가 걱정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숨으려는 목적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안전을 위해 집을 옮기는 것이 더 큰 이유였다. 사람들의 눈만 피하려고 했다면 팔당까지 갈 이유가 없었다.

서울에 큰 집을 구하면 얼마든지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은 서울에서는 누가 우리를 감시하는지 확인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재벌들이 가장 많이 사는 성북동 집도 담이 따닥따닥 붙어 있어 감시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팔당도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위성이나 항공기를 이용해 촬영하거나, 담을 넘지 않으면 우리를 볼 수 없었다. 그래서 팔당에 집을 얻은 것이었다.

“하연아, 너 때문 아니야. 너도 알잖아.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을. 그래서 옮기는 거야. 그러니 이상한 생각하지 마.”

“그러면 오빠, 위험이 사라지면 다시 이리로 올 거예요?”

“그건...”

“그것 봐요. 아니잖아요. 결국, 제 말이 맞잖아요.”

“흐음...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 내가 부모님과 떨어지는 게 부담이 되면 별장 근처에 부모님 집을 마련해드리면 되잖아. 그러면 네 마음도 훨씬 편해질 거고, 부모님도 언제든지 볼 수 있잖아.”

“정말요?”

“안 그래도 별장 근처 땅을 매입할 생각이었어. 땅이 넓으면 넓을수록 감시받을 확률이 줄어드니까. 넓힌 다음에 어른들 살 집을 만들면 바로 옆에 사는 것만큼 자주 볼 수 있을 거야.”

“오빠, 저 죽을 때까지 오빠에게 정말 잘할게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나도 고마워. 진짜 고마워. 오빠.”

“내가 고맙지. 한 명도 아니고 미인 두 명을, 그것도 자매를 데리고 살 게 됐으니. 흐흐흐흐.”

“온통 머릿속엔 섹스 생각밖에 없어? 그렇게 섹스에 집착하면서 어떻게 참고 있는 거야?”

“언니, 오빠 고자 아니야? 그러니까 덮치지 않는 거지. 안 그래?”

“매일 바지 불룩해지는 거 보면서 그런 말이 나오니?”

“맞다. 시도 때도 없이 바지 앞이 툭 튀어나오지. 그런 거 보면 고자는 절대 아닌데,  왜 언니를 그냥 두는 거지?”

“나도 모르겠다. 이해가 안 된다.”

“혹시... 입하고 손으로 하는 걸 몸으로 하는 것보다 더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닐까?”

“허걱!”

돈이 많으면 여자는 얼마든지 사귈 수 있다. 돈이면 못하는 게 없는 세상으로 돈만 주면 아름다운 미녀도 언제든 안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돈으로 안 되는 게 있었다. 그건 마음을 얻는 것이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없었다.

그리고 화목한 가정도 살 수 없다. 부자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조강지처는 칼을 갈았고, 세컨드는 세컨드대로 조강지처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을 냈다.

소유욕과 독점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로 돈이 많아도 말릴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행복한 것이었다. 여자 문제로 싸울 일도, 화낼 일도, 가정의 불화도 없었으면,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자매를 동시에 안고 사는 것, 이보다 더 행복한 삶이 어디 있겠는가.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오빠, 한 번에 100억 원 올랐어요.”

“누구야? 오수파? 아오이 소라야?”

“아니요.”

“그럼 제삼자야?”

“네.”

“아이디가 뭐야?”

“우치다 료헤이요.”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

“흑룡회라는 단체를 만든 과거 일본 우익 중 한 사람의 이름이야.”

우치다 료헤이란 이름을 책에서 본 기억이 났다. 그러나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기억하지 못하자 하린이가 누군지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우치다 료헤이는 1901년 제국주의 일본의 국가주의 우익 조직인 흑룡회를 조직한 인물이야.”

흑룡회(黑龍會)는 일본 낭인 집단인 천우협 소속의 우치다 료헤이, 요시쿠라 오세이, 타케다 한지 등이 세운 단체로 대아시아주의와 천황주의를 표방하며 일진회를 움직여 한일합방청원운동을 일으켰다.

일진회(一進會)는 1910년 대한제국이 일제에 강제 병합될 때까지 조선침략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단체로 송병준과 윤시병, 이용구가 주축이 되어 만든 친일매국노단체였다.

이외에도 중국혁명동맹회를 후원해 중국 혁명을 일어나는데 배후에서 지대한 역할을 하는 등 일본의 동아시아 침탈에 선봉장 역할을 한 단체였다.

“100억 원 또 올랐어요.”

“이번에는 누구야?”

“운룡 화상이요.”

“중국 이름 같은데, 처음 드는 이름이네. 하린아, 누군지 알아?”

“삼합회라고 들어봤지?”

“어.”

“삼합회의 전신이 천지회야. 운룡 화상은 천지회를 만든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

“일본 우익 단체와 삼합회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거야?”

“고등학교 3학년 때 역사를 주제로 리포트를 쓴 일이 있어. 그때 남들과 다른 주제로 쓰고 싶어서 흑룡회와 천지회를 조사하면서 자세히 알게 됐어.”

천지회(天地會)는 청나라 초기 백성의 생활이 곤궁해지자 상호보조조직으로 결성됐다가 반청 운동에 가담해 비밀결사 조직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폭력조직으로 바뀌어 지금은 홍콩을 거점으로 하는 세계적인 범죄 조직으로 변질됐다.

“얼마야?”

“6,152억 원이요.”

“시간 얼마나 남았어?”

“49분요.”

“방송 틀어봐.”

“네.”

The Age of Hero만 다루는 게임 채널 방송이 대한민국에만 5개나 됐다. 미국과 일본, 유럽은 우리보다 배는 많았고, 중국은 지방 방송까지 하면 20개가 넘었다.

그러나 3억6천만 명이 동시접속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적은 수였다.

이렇듯 Hero 게임 방송이 적은 건 여전히 게임을 천대하는 방송국 관계자들과 가상현실 게임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위정자들 때문이었다.

국내 게임 방송 5개는 물론 해외 방송도 모두 대장장이 무네치카의 빛나는 타도의 경매 가격을 실시간으로 방송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뉴스에서도 자막으로 경매 가격을 실시간 중계하는 등 100여 개가 넘는 방송이 7,000억 원에 육박하는 타도 가격에 열을 올리며 방송 중이었다.

“가격을 올린 사람이 누군지 알아낸 방송 있어?”

“전문가라고 떠드는 사람도 의견이 분분하고, 인터넷도 마찬가지예요. 말만 많았지 누구도 이들의 신분을 몰라요. 그러나 일본 우익과 중국 삼합회가 경매에 뛰어든 건 확실시하는 분위기예요.”

“애국 마케팅을 했더니 삼합회와 우익이 싸운다? 재미있네.”

“아주 볼만하겠어요.”

“우리야 둘 중 누가 사든 상관없잖아. 비싸게만 사주면 그만이잖아. 안 그래 오빠?”

“당근이지.”

파르톤 제국과 6개국 연합, 아말 왕국이 패치 되기 전까지 일본, 중국, 대만, 몽골은 남쪽 델링그, 토르게르드 두 곳이 시작 도시였다.

델링그와 토르게르드는 출입 불가 지역인 화산지대와 죽음의 정글 근처에 있는 도시였지만, 남쪽 바다에 인접해 물산이 풍부하고 사냥터도 많아 유저들이 좋아하는 도시였다.

그러나 대한민국보다 2배 이상 많은 유저를 보유한 중국과 1.2배 많은 일본,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대만이 두 도시에 몰려있자 각각 인구 3,000만 명과 위성 도시를 10개 이상을 거느린 두 도시가 작아 보일 지경이었다.

이 때문에 중국과 일본 유저의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가벼운 말다툼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감정이 격해지자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심지어 경비대가 있는 도시에서도 패싸움을 벌여 몇 달씩 구금되는 등 전쟁에 준하는 유혈 충돌이 수시로 일어났다.

그리고 충돌이 장기화하자 전문적으로 상대방 유저를 죽이고 아이템을 강탈하는 뒤치기 길드도 생겨나는 등 분위기가 아주 험악했다.

아틸라 제국 수도와 10대 도시 4개국 출발점

1. 수도 크라쿠푸스 : 대한민국 출발점

2. 북부 홀가브루드 : 일본 출발점

3. 북동부 이듄 : 중국 출발점

4. 북서부 스노트라 : 일본 출발점

5. 중부 아슈뉴르 : 중국 출발점

6. 동부 포르세티 : 대한민국 출발점

7. 동부 크바시르 : 대한민국 출발점

8. 서부 헤르모그 : 대한민국 출발점

9. 남동부 델링그 : 대한민국, 대만 출발점

10. 남부 토르게르드 : 대만 출발점

그러다 3주년 패치 때 북쪽 도시 두 개를 나눠 가지며 분쟁이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3년간 쌓인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 여전히 상대 사냥터에 넘어가 서로 죽고 죽이며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런 싸움을 주도하는 세력이 있었으니 일본은 우익 단체와 야쿠자였고, 중국은 삼합회와 인민해방군이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중국과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과 멕시코, 남미, 유럽, 러시아 등에도 많은 폭력 단체들이 The Age of Hero에 진출해 자기들만의 왕국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 때문에 The Age of Hero를 폭력 게임으로 규정해 차단해야 한다는 정치인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전 세계인의 생활에 깊숙이 침입해 있어 The Age of Hero를 빼고는 삶을 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수많은 기업과 정부가 The Age of Hero에서 엄청난 이익을 남기고 있어 몇몇 정치인의 말은 허공에 맴도는 메아리만도 못한 실정이었다.

“우치다 료헤이가 6,200억 원으로 가격을 올렸어요. 운룡 화상이 곧바로 6,250억 원으로 가격을 다시 올렸어요.”

“아오이 소라가 6,251억 원으로 가격을 올렸어.”

“오수파도 다시 경매에 뛰어들었어요. 6,252억 원이에요.”

2파전에서 4파전으로 경쟁자가 늘어나자 10분 만에 6,500억 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그러다 가격이 1,000만 단위로 찔끔찔끔 올라가며 20분 가까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또다시 극심한 눈치 싸움이 재현된 것이었다.

허수 주문이면 어쩌나 걱정하겠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었다. 환인은 경매장 허수 주문을 없애기 위해 경매가 성사되면 1초 안에 통장에서 돈을 빼갔다. 그래서 경매 금액보다 돈이 적으면 경매에 참여할 수 없었다.

다시 말해 경매에 뛰어든 오수파, 아오이 소라, 우치다 료헤이, 운룡화상은 경매 금액보다 많은 돈이 통장에 들어있는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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