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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207. 부동산 투기
“모두 주목해. 마틸다는 조만간 영주성을 떠나 수도로 갈 거야. 있는 동안 서운하지 않게 모두 잘해줘야 해. 알았지?”
“마틸다 언니 이제 큰오빠 여자인데 떠나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언니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쥬디야, 그런 거 아니야.”
“그런데 왜 이곳을 떠나 수도로 간다는 건가요?”
“수도에 상점을 내기로 했어. 내가 사냥해서 얻은 아이템도 팔고, 영지에서 나는 수확물도 팔려고. 마틸다가 상점을 운영할 거야.”
“.......”
생각지도 못한 말에 쥬디는 물론 레이첼과 아라치, 세라, 아만다, 아이린, 엠마, 에밀리까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들이 바라는 건 평생 내 곁에 붙어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반지를 끼워주자마자 10,000km나 떨어진 머나먼 수도 크라쿠푸스로 보낸다고 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재미있는 건 마틸다가 내 첩이 되자 모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지금은 첩이 안 된 걸 다행으로 여기는 눈치였다.
하나같이 내 곁에 평생 붙어 있을 수만 있다면 첩 같은 건 안 돼도 상관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마. 쫓아내는 거 아니니까.”
“큰오빠.”
“어?”
“10,000km 떨어진 수도로 보내는데 쫓아내는 게 아니면 뭐예요?”
“내가 원한 게 아니야. 마틸다가 원한 거야.”
“왜요?”
“크로아탄 가문이 이탕가 산채를 탈출하면서 많은 사람이 죽었어. 그중에는 우리 영지 농노로 편입된 사람들 가족도 많았어. 그들 보기가 미안해서 이곳에 있을 수가 없다고 해서 묘안을 낸 게 수도 크라쿠푸스에 상점을 내고 그곳을 마틸다가 관리하는 거였어. 그래서 가게 된 거야.”
“그 마음이 이해가 가네요. 가족을 잃은 사람들 얼굴을 매일 보면 마음이 정말 착잡할 거예요.”
“쥬디야, 오빠 내 여자 쫓아낼 만큼 야박한 사람 아니다. 오해하지 마라.”
“알아요. 큰오빠 착한 거.”
“의심해놓고 이제 와서 착하다고 말하는 거야? 양심 없는 행동 같은데.”
“의심한 거 아니에요. 놀라서 물어본 거예요.”
“정말?”
“그럼요. 언니들 표정 보세요. 다들 놀란 토끼 눈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욕먹을 각오하고 대표로 물어본 거예요. 그래도 저는 오빠 동생이잖아요.”
쥬디가 레이첼과 아라치, 세라, 아만다, 아이린, 엠마, 에밀리를 대신해 마틸다가 수도로 가게 된 이유를 물었다.
속일 이유가 없어 사실대로 말했고, 마틸다도 고개를 끄덕여 내 말이 틀리지 않는다는 걸 증명했다.
그제야 나를 사랑하는... 사랑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흡혈로 인한 부작용이 더 심하다고 보는 게 정확했다... 그녀들의 눈에 안도감이 어렸다.
조촐한 결혼식(?) 파티가 끝나자 다음 날 아침 하린이와 하연이, 쥬디, 마틸다를 데리고 상점 내기에 적당한 자리를 보러 수도로 이동했다.
“이 건물은 얼마에 판다고 내놨어?”
“금화 10,500개요.”
“110만 원으로 계산하면 115억5,000만 원이잖아. 무진장 비싸네.”
내가 가리킨 건물은 작고 낡은 3층 건물로 지은 지 30년도 넘어 보였다. 그런 건물을 115억5,000만 원에 판다고 하자 입이 떡 벌어졌다.
115억 원이면 서울에서도 몇몇 도심을 빼면 비싼 가격으로 수도 크라쿠푸스의 물가가 비싸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래도 임대하는 것보다는 사는 게 나아요. 최근 10년간 부동산 가격 추이를 보면 3배나 올랐거든요.”
“3배?”
“The Age of Hero가 오픈하며 올랐다는 뜻이에요. 분위기도 계속 오를 분위기고요. 이건 투자가 아니라 땅 짚고 헤엄치기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아요.”
하연이 말처럼 10년간 3배가 올랐다면 땅 짚고 헤엄치기가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욕심쟁이 부부처럼 배만 가르지 않으면 평생 호의호식하게 해줄 보물로 고민할 것도 없이 무조건 사야 했다.
“하린아, 우리 금화 몇 개나 가지고 있어?”
“97,032개.”
“하연이 말처럼만 되면 현실 시간으로 2년 후에는 30만 개로 불어나는 거네. 금화 가격 오르는 것까지 생각하면 대박이네.”
“그렇지.”
30만 개로 불어나면 110만 원으로 계산해도 3,300억 원이었다. 2년 후에 금화 가격이 150만 원까지 오르면 4,500억 원으로 무려 4.5배의 이익을 얻는 것이었다.
“초창기에 땅 산 사람들은 벌써 엄청나게 벌었겠다. 그 사람들 모두 재벌일 거 아니야. 이번에도 돈이 돈을 벌었네.”
“그렇지 않아요.”
“무슨 소리야? 10년간 3배나 올랐다며?”
“대학, 관공서, 백화점, 회사 등이 들어선 큰 부지는 황제가 빌려준 거예요. 개인 소유가 아니에요. 그래서 매달 엄청난 임대료를 내고 있고, 황제는 그걸로 떼부자가 됐죠.”
“유저는 땅을 못 하는 거야? 길드들이 평민 지구에 큰집 사서 길드 본부로 쓴다고 했잖아. 아니었어?”
“맞아요. 유저도 자유롭게 땅을 사고팔 수 있어요.”
“그런데 왜 부자들이 돈을 못 벌어?”
“시내에 있는 큰 땅은 정부 황제 소유라 살 수가 없어 임대한 거예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유저는 땅과 건물을 사고팔 때 엄청난 세금을 물어요. 또한, 팔면서 이득을 보면 차익의 90%를 세금으로 떼어가고요. 그래서 건물을 잘 안 사는 거예요. 사봐야 이득이 없으니까요.”
“부동산 투기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거네?”
“그렇죠.”
“그러면 내가 사도 마찬가지잖아?”
“오빠는 아틸라 제국 귀족이잖아요. 영지를 가진 귀족은 영지에 붙는 세금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세금이 없어요. 반대로 물건을 살 때 깎아주기까지 하잖요. 땅과 건물를 사고팔 때 깎아주진 않지만, 세금은 1원도 안 내요.”
“헉!”
하연이 말대로 정말 세금이 면제면 갈퀴로 돈을 끌어 담을 수 있었다. 한국전쟁으로 경제가 피폐해지자 땅값이 바닥을 쳤다. 이때만 해도 몇 달 월급만 모아도 집을 살 수 있었다.
지금은 10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는 비참한 시대가 됐지만, 그때는 얼마 안 되는 적은 돈으로도 집과 땅을 살 수 있었다.
그런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사냥해서 번 돈으로 도심에 있는 땅과 건물을 사면 2년 후에는 최소 3배가 올랐다.
한국전쟁처럼 가격이 싸서가 아니라 세금이 없어서였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세금이 없는 만큼 파는 대로 이익이었다.
“그렇다면 부동산 투기 좀 해야겠네.”
“졸부.”
“그 돈 다 누구 것이지?”
“우리 것이요. 호호호호.”
“흐흐흐흐.”
“둘 다 이럴 때 보면 정말 음흉해. 재수 없어.”
“언니는 부자 되는 게 싫어?”
“아니. 좋아. 너무 좋아. 헤헤헤헤.”
쥬디를 데려온 건 혜안으로 건물 주인이 바가지를 씌우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나도 그렇고, 하린이와 하연이, 마틸다도 건물과 땅을 사본 적이 없어 상대의 현란한 말에 깜빡 속아 넘어갈 수 있었다.
“지은 지 10년밖에 안 됐고, 수리도 작년에 했습니다. 자재도 최고급으로 사용해 손볼 곳도 없습니다.”
「지은 지 30년도 넘었고, 수리한 적도 한 번도 없어요, 자재도 엉터리를 써서 이슬비만 와도 물이 줄줄 새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건물이에요. 절대 사면 안 돼요.」
“진짜 10년밖에 안 된 겁니까?”
“물론입니다.”
「큰오빠를 평범한 이방인으로 생각해 한몫 잡을 생각이에요.」
「내게 바가지를 씌우겠다는 뜻이야?」
「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했어. 놈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똑같이 나가야지. 아주 잘 걸렸어. 한번 죽어 봐라. 흐흐흐흐.」
「갑자기 페르미앙 준 남작이 불쌍해 보이네요.」
「쥬디 누구 편?」
「당연히, 영원히 큰오빠 편이죠. 호호호호.」
“천장에 물 흐른 자국이 곳곳에 있고, 문짝은 낡아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고, 벽돌도 염분이 잔뜩 들어간 싸구려를 썼는지 건드리기만 해도 툭툭 깨지는데, 최고급 자재를 사용했다?”
“그.그건...”
“페르미앙 준 남작님.”
“네.”
“제가 뭐로 보입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제 옷차림을 보고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이방인이라고 생각하셨죠?”
“아.아닙니다.”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는데, 뭐가 아니라는 겁니까?”
“추호도 그런 생각한 적 없습니다. 믿어주십시오.”
“건물을 비싸게 팔려는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파는 사람 처지에선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마음일 테니까요. 그래도 상대를 보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닐까요?”
“호.혹시 귀.귀족이십니까?”
“페르미앙 준 남작님, 그냥 귀족도 아니고, 영지를 가진 귀족을 속이는 게 어떤 죄에 해당하는지는 알고 하신 거죠?”
“여.영지요?”
벌벌 떠는 페르미앙 준 남작에게 손에 뀐 장갑을 벗어 레오 영지의 인장을 보여줬다.
레오 영지의 인장은 특수 아이템이자 신분을 증명하는 아이템으로 상대방 얼굴에 가까이 들이밀면 상태창이 3차원 홀로그램처럼 공중에 나타나 내 신분을 증명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남작님!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몰라서 그런 것이지 남작님인지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바로 옆 3층 건물도 페르미앙 준 남작의 건물이에요. 지은 지 3년으로 상태가 매우 양호해요. 그걸 사세요.」
「가격은 얼만데?」
「금화 23,950개에 판다고 떠들고 다니지만, 적정가는 18,000개예요.」
「적정가보다 6,000개나 비싸게 팔아? 완전히 도둑놈이네.」
「사기라고 할 순 없죠. 물건은 파는 사람 마음이니까요.」
「엿장수 마음이라고 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 또 도움 될 만한 거 있어?」
「경비대를 무척 두려워해요.」
「왜?」
「페르미앙 준 남작은 소매치기로 시작해 돈을 벌었어요. 그래서 경비대를 사신처럼 무서워해요.」
「약점 제대로 잡았네. 흐흐흐흐」
처음부터 신분을 밝히지 않은 건 페르미앙 준 남작을 겁박해 건물 가격을 깎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다른 게임처럼 머리에 이름이 달려있지 않아 NPC와 유저를 구분할 순 없지만, 하는 행동과 말투를 보면 99.9% 누가 유저고, 누가 NPC인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귀족 옷차림으로 다니면 유저들 눈에 띌 수 있어 평범한 유저 옷을 입고 건물을 사러 온 것이었다.
“정말 모르고 한 것이라면 한 번쯤 용서해 줄 수도 있지만, 귀족 모독죄는 죄가 너무 커 용서를 빈다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페르미앙 준 남작도 잘 알고 있지요?”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한 번만 살려주시면 평생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은인이라...”
「건물 얼마에 사려고 그러세요?」
「공짜로 달라고 할까?」
「그건 도둑질이죠.」
「농담이야.」
「농담같이 안 들리는데요?」
「내가 없이 살아도 남의 것을 그냥 빼앗지는 않아. 10,000개 어때?」
「시세가 18,000개인데, 10,000개면 빼앗은 거예요.」
「그럼 몇 개?」
「15,000개 하세요. 약점을 잡고 휘둘러도 양심은 있어야죠.」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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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항상 즐거운 일만 가득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