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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206화 (206/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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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원

206.

“마틸다 의견을 들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돈도 벌고, 정보도 얻고 이익이면 이익이지 손해날 게 전혀 없어요.”

“하린이는 어떻게 생각해?”

“전쟁의 서막에서 살아남으려면 많은 정보가 필요해. 그것도 고급으로. 돈 준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남은 방법은 하나 고급 정보를 물어다 줄 NPC를 구하는 것밖에 없어. 마틸다가 그 역할을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충성심도 높고, 흡혈까지 하면 배신할 일도 없으니까.”

“취급하는 물품이 몬스터에서 얻는 재료와 장비 아이템, 영지에서 나는 곡물과 양털, 약초, 약 등인데 그걸로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상점은 종업원을 두고 운영하게 하고, 마틸다는 다른 길을 찾아야지.”

“다른 길이 뭔데?”

“사교계에 진출하는 거야.”

“농노 신분으로 사교계에 진출할 수 있나?”

“농노로는 안 되지. 신분을 만들어줘야지. 첩으로 들여.”

“마틸다를 첩으로 들이자고? 그렇게까지 해야 해?”

“정보가 힘이라는 거 오빠가 나보다 더 알잖아.”

“그야 그렇지만...”

“레이첼 첩으로 들일 생각이었어?”

“그런 건 아니야.”

“화들짝 놀라기는. 오빠도 레이첼 좋아하고, 레이첼도 오빠 좋아하는 거 나도 알고, 하연이도 알아. 영주성에서 모르는 사람 없어.”

“.......”

“들여도 돼. 대신 좀 더 후에 들이면 되잖아. 오빠가 왕 된 다음에. 알았지?”

“어.”

마틸다를 사교계에 진출시킬 수만 있다면 노예 시장 점원 NPC 닐에게 얻는 하급 정보와는 비교도 안 될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시골 영지라도 영지를 가진 영주는 영지가 없는 귀족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위가 높아 사교계에 진출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검은 오크 왕국과 붙어있는 시골 남작의 첩이라 사교계에 핵심 세력 안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았다.

사교계에 들어가기만 해도 질 좋은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지만, 판도를 바꿀 중요한 정보는 핵심층에 들어가지 않으면 얻을 수 없었다.

첩으로 임명해 사교계에 넣어주는 것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나머지는 오롯이 마틸다의 몫이었다.

“마틸다님.”

“네.”

“저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좋게 생각해요. 아,아주 많이요.”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저는 마틸다님을 이용하고 싶습니다.”

“네에?”

“저는 평생 시골 영지의 남작으로 늙어 죽을 생각이 없습니다. 이보다 백 배, 천 배 큰 땅을 가진 사람이 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마틸다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어떤 도움을 말씀하시는 거죠?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돕겠어요.”

“제 사람이 되어 주십시오.”

“영주님 사람이 된다는 건...”

“죄송하지만, 부인 자리를 드릴 수 없습니다. 그 자리는 마틸다님도 알다시피 하린이 자리입니다. 첩이 되어주십시오.”

“처.첩이요?”

“네. 제 첩이 되어 사교계에 진출해 정보를 물어다 주십시오. 제가 뜻을 펼칠 수 있는 고급 정보를요.”

“그 말은 다른 남자를 유혹해서라도 정보를 빼내오라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그런 일은 세상을 바꿀 정보가 있어도 제가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욕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 여자가 다른 남자와 노는 꼴은 죽어도 못 봅니다. 사교계에 진출해 제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물어다 달라고 한 건 정상적인 방법을 말한 것이지 웃음과 몸을 팔라는 뜻이 아닙니다.”

“영주님을 믿지 못해 물어본 게 아니에요. 겁이 나서 물어본 거예요. 이해해주실 거죠?”

“물론입니다. 그런데 그 말씀은 허락하신 겁니까?”

“영주님께 도움이 되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요. 단, 영주님을 떠나는 일만 빼고요. 당연히 해야죠. 그런데 제가 그 일을 잘할 수 있을까요?”

“있다마다요. 마틸다님은 재치와 유머가 넘치고, 상황판단도 매우 빠르십니다. 넘치도록 잘할 수 있을 겁니다.”

“높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걸리는 일이 하나 있어요.”

“뭔데 그러십니까?”

“저는 이미 한 번 결혼했던 여자예요. 그리고 신분도 산적에 농노였고요. 영주님 앞길을 막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요.”

“사고로 헤어진 겁니다. 마틸다님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성공하면 누구도 마틸다님을 손가락질하지 못합니다. 그때가 되면 과거 신분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네.”

“아무것도 없는 저를 믿어주시고 흐윽. 고마워요. 고마워요. 영주님.”

“제가 성공한 후에 어떻게 해드리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절 믿고 따라오십시오. 그럼 마틸다님 눈에 눈물 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습니다.”

“흐흑. 고마워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울지 말아요. 예쁜 얼굴에 주름 생겨요.”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마틸다의 손을 잡아 품에 안았다. 두려움에 잠시 멈칫하더니 품에 꼭 안기며 입술을 내밀었다.

거절하면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짓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살포시 입을 맞추자 기다렸다는 듯이 목을 끌어안고 격정적으로 입술을 빨아댔다.

‘이런...’

달콤한 입술과 풍만한 가슴이 몸을 짓누르자 뜨거운 열기가 아래에서 피어오르면 아랫도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황급히 엉덩이를 뒤로 빼 고추가 몸에 닿지 않게 했다. 요상한 자세가 됐지만, 마틸다의 짙은 성숙함에 가슴이 더욱 팔딱팔딱 뛰었다.

욕망이 가슴에 가득 차자 풍만한 가슴과 통통한 엉덩이를 마구 주무르고 싶었다. 그러나 손을 대면 참지 못하고 폭주할 것 같아 손가락이 부러지도록 꽉 주먹을 쥔 채 억지로 참았다.

‘참아야 해. 참아야 해. 하린이를 안기 전에는 안 돼. 그때까지는 절대 안 돼.’

NPC를 안는 걸 하린이와 하연이가 묵인하는 눈치였지만... 레이첼을 첩으로 맞아들이라고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로...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고 하린이를 품에 안기 전에는 절대 그럴 수 없었다.

달콤하고 짜릿한 키스가 끝났다. 나만 아쉬운 게 아닌지 마틸다의 눈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손만 내밀면 참았던 욕망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약속을 어기는 것이자 배신행위였다.

“이제 그만 말 놓으세요. 님자 붙이는 거 거북해요.”

“그래도 돼?”

“그럼요. 영주님은 이제 제 주인이시잖아요. 당연히 그래야죠.”

“주인?”

“네.”

The Age of Hero는 남성 중심 사회로 결혼한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이었다. 현대 사회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로 그런 말을 했다간 여자들에게 맞아 죽을 수도 있었었다.

그러나 이곳은 현실이 아닌 게임 속이었다. 그리고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다. 불합리했지만, 내가 왕이 되기 전에는 고칠 수 없는 일이었다.

“조금 이따가 시녀들이 영주 건물 3층으로 짐 옮길 거야. 놀라지 마.”

“네.”

“결혼식은 없어. 합방도 조금 기다려야 해. 이해해줄 거지?”

“영주님 사랑만 있으면 돼요. 그러면 평생이라도 기다릴 수 있어요.”

“고마워.”

이마에 입을 맞추고 다시 한 번 품에 안자 수줍게 머리를 가슴에 묻었다. 조금 전까지 남이었는데, 내 사람이라고 하자 마틸다는 진짜 내 사람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보자 시인 김춘수의 꽃이 생각났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여자를 요물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말 한마디에 180도 변하는 모습... 좋았지만, 무서웠다.

“이제 내 사람이 됐으니 비밀을 알려줄게.”

“비밀요?”

“어. 하린이, 하연이, 쥬디, 미미, 세라, 아라치, 레이첼, 아이린, 아만다, 에밀리, 엠마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영주님을 사랑하는 거요? 그건 전부터 알고 있어요.”

“한 가지 더 있어.”

“그게 뭔데요?”

“매일 내게 피를 나눠주고 있어. 이렇게.”

“꺄악.”

꿀꺽꿀꺽

- NPC 마틸다의 피를 마셨습니다. 피의 갈증이 해소됐습니다.

- NPC 마틸다가 상태 이상 효과 무기력증에 빠졌습니다. 무기력증으로 인해 60분 동안 모든 능력이 50% 감소합니다. 60분간 치유 스킬을 사용해도 생명력이 회복되지 않습니다.

- 30분간 공격속도와 이동속도가 30% 증가합니다.

- 30분간 NPC 마틸다의 공격력 30%를 차용합니다.

이름 : 마틸다

나이 : 26살

종족 : NPC

계급 : 모모 남작의 첩(스탯+1)

직책 : 정보원

특기 : 화염 마법

충성심 : 90

성격 : 영특하고 상황 판단이 매우 빠름,

생명력 : 5,250/10,500

마나 : 2,750/5,500

근력2(-1)  순발력5(-2.5)  체력5(-2.5)  지력5(-2.5)

상태 : 무기력증으로 인해 모든 능력치 50% 감소, 매우 피곤함

마틸다를 위해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그리고 남작의 첩을 상징하는 루비 반지를 손에 끼워줬다.

“이제부터 너는 레오 영지의 남작 부인이야.”

“고마워요. 영주님. 흐흑.”

내 여자라는 표시를 손에 끼워주자 마틸다가 눈물을 흘리며 입을 맞춰왔다. 반지를 끼워줘 놓고 입술을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서 순순히 응했다.

그러나 기분 좋은 감정은 전혀 없고 두려움만 가득했다. 하린이와 하연이가 화를 내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입을 맞대고 있는 내내 가자미눈으로 하린이와 하연이를 몰래 쳐다봤다.

다행히 화를 내지 않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한시름 놓고 다른 사람들을 쳐다봤다.

레이첼과 아라치, 세라, 아만다, 아이린, 엠마, 에밀리의 표정이 어둡다 못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모습이었다.

싱글싱글 웃으면 축복해주는 사람은 쥬디 한 명밖에 없었고, 미미는 정신연령이 낮아 이쪽에는 관심도 두지 않고 음식만 먹어댔다.

표정이 어두운 건 경쟁자로 생각지도 않은 상대에게 싸대기 정통으로 맞은 느낌이라서 그럴 것이었다.

마틸다는 영지에 온 지 얼마 안 됐고, 결혼까지 한 번 했던 과거가 있어 누구도 한 자리 남은 첩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무방비 상태에서 뒤통수를 제대로 한 대 맞자 모두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파티는 즐거움보다 시무룩함이 더 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마틸다가 첩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건 자신들에게 기회가 있다는 뜻이었다.

하연이가 올 때만 해도 더는 내 옆에 설 자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공식이 깨졌다. 그건 또 자기들도 내 옆에 설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제국에서 정한 법에 따라 남작은 공식적으로 부인 1명과 첩 2명을 둘 수 있었다. 그러나 지위를 인정받는 범위였지 그 이상 여자를 거느릴 수 없다는 뜻이 아니었다.

영지를 가진 남작은 보통 20명은 거느렸고, 백작은 30명, 공작은 100명도 넘었다. 현 황제가 부인과 첩이 3,000명이 넘는다는 걸 생각하면 귀족은 몇 명 거느리지도 않은 것이었다.

레이첼과 아라치, 세라, 아만다, 아이린, 엠마, 에밀리가 바라는 건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었다.

내 여자라는 인정. 그녀들이 원하는 건 그거밖에 없었다. 그것만 있으면 됐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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