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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원
205. 정보원
하린이와 하연이가 함정 밖에 있는 산적들을 죽이는 동안 불새의 검은 회오리를 천운으로 피한 놈들을 찾아내 모두 죽였다.
절벽 틈에 숨은 채 두려움에 벌벌 떨며 환인을 찾는 놈은 밖으로 끌어내 가슴에 칼을 찔러 죽였고, 전신에 화상을 입고 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놈은 심장에 구멍을 뚫어 죽였다.
시체 밑에 죽은 척 누워 있는 놈은 뒤통수에 칼을 쑤셔 넣어 죽였고, 살려달라고 다리에 매달리는 놈은 목을 찔러 죽였다.
나는 NPC도 사람으로 생각해 죽이는 건 물론 고통 주는 것도 극도로 싫어했다. 그러나 적을 대할 때는 절대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군대에서 생긴 버릇으로 공수특전여단은 게릴라전, 요인암살, 납치 등을 수행해야 해 알량한 자비심을 가지면 자신은 물론 동료까지 죽게 된다.
그래서 상대를 죽여야 할 때는 차가운 냉혈동물이 되어 감정을 억제한 채 한 방에 상대를 죽였다.
그러나 교육과 실전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커 이를 지키지 못하는 병사도 많았다.
레바논 파병 때 알량한 자비심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옆에서 직접 목격했다. 검문검색 중 게릴라들을 잡은 적이 있었다.
그중에는 15~16세로 보이는 어린 소년병도 있었다. 순진한 눈을 가진 소년병은 병사가 아니라 한창 뛰어놀 아이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상사 한 명이 소년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풀어준 후 먹을 것을 줬다.
상사는 나이가 40대 후반으로 소년병 또래의 아들이 한 명 있었다. 소년의 모습에서 집에 두고 온 아들 생각이 난 상사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다.
우유와 빵을 넘겨주는 순간 손이 풀린 소년병이 상사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비명과 함께 상사가 쓰러지자 근처에 있던 동료들이 황급히 총을 들고 달려갔다.
그러나 소년병의 손에는 이미 쓰러진 상사의 권총이 들려 있었다. 놀란 동료들이 총을 겨누자 순진했던 소년병의 눈이 사악하게 변하며 입꼬리에 미소가 걸렸다.
그 미소는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는 미소 같기도 했고, 멍청하게 걸려든 상사를 비웃는 것 같기도 했다. 미소가 사라지자 소년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탕탕
드르륵 드르륵
동료들이 비명을 지르며 자동소총을 갈겼지만, 상사는 소년병이 쏜 총에 가슴과 머리를 맞고 이미 죽은 상태였다.
그리고 소년병도 쏟아지는 총탄에 걸레가 되어 죽었다. 그 모습을 30m 떨어진 곳에서 똑똑히 지켜봤다.
자비는 100% 안전할 때, 하늘이 두 쪽 나도 나와 가족, 친구, 동료가 안전할 때 베푸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작하지 않으면 모를까 시작하면 절대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그래야 내가 살고, 하린이가 살고, 하연이가 살았다.
NPC와 유저는 레벨이 없어 죽여도 경험치를 얻을 수 없다. 그러나 놈들이 가진 아이템은 뺏을 수 있었다.
- 레어 아이템 선홍빛 학살자 줄리앙의 클레이모어를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 레어 아이템 어둠의 대마법사 언타라야의 회피 망토를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선홍빛 학살자 줄리앙의 클레이모어
종류 : 무기
등급 : 레어
줄리앙은 크로아탄 가문을 연 시조로 5,000명이 넘는 반란군을 제압한 뛰어난 무인이었다. 붉은빛이 감도는 클레이모어는 줄리앙이 평생 소중히 다룬 검으로 줄리앙의 사후 대대로 가문의 가보로 전해져 내려왔다.
내구도 : 100/100
공격력 : 50
생명력 : 200
근력 : 2
착용 효과 : 치명타 확률 10% 증가
착용 제한 : 없음
어둠의 대마법사 언타라야의 회피 망토
종류 : 망토
등급 : 레어
어둠의 대마법사 언타라야는 암흑 마법과 회피 마법의 대가로 회피 망토는 모습을 흐릿하게 보이게 해 상대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매우 뛰어난 힘을 지니고 있다.
내구도 : 100/100
방어력 : 50
생명력 : 200
지력 : 2
착용 효과 : 회피율 10% 증가
착용 제한 : 없음
크로아탄 백작과 산적 1,136명을 죽여 현상금 금화 4,589개와 업적 389,155점, 평판 389,155점을 획득했다.
또한, 크로아탄 백작을 죽이고 얻은 레어 아이템 2개 외에도 고급 아이템 55개, 일반 아이템 125개 획득했다.
그러나 고급 아이템과 일반 아이템은 팔아도 1억 원이 조금 넘어 숫자만 많았지 돈이 안 됐다.
적지 않은 금화와 평판 포인트를 챙겼지만, 예상했던 것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였다.
이탕가 산을 빠져나오며 세 가문의 공격에 많은 산적이 죽어 그런 것으로 못해도 2,000명은 넘게 빠져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절반도 안 되자 아쉬움이 컸다.
그 아쉬움을 크로아탄 백작이 채워줬다. 백마에 매달아 놓은 마법 배낭 열 개에서 엄청난 이익을 취했다.
배낭에는 금화 10,982개와 은화 38,333개, 다이아몬드 50개, 루비와 사파이어 95개, 미스릴 10kg, 티타늄 300kg 등이 들어 있었다.
금화와 은화는 148억 원이... 개당 130만 원 계산했을 때... 조금 넘었고, 보석은 30억 원, 미스릴은 10억 원, 티타늄이 2억 원으로 190억 원 가까이 됐다.
산적 질로 200년이나 긁어모은 것치고는 얼마 안 됐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재물이라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시체 한군데 다 모아.”
“태우게요?”
“몬스터와 산짐승에게 뜯어 먹히는 것보다는 깨끗하게 태워주는 게 이들에게도 나을 거야.”
“알았어요.”
마틸다가 눈치채기 전에 서둘러 집에 돌아가야 했지만, 시체를 이대로 두고 갈 순 없었다.
작은 이익을 위해 사람들을 괴롭힌 용서받지 못한 놈들이었지만, 시체까지 욕보일 필요는 없었다.
묻어주는 것이 더 인간적이겠지만... 장례 방법은 나라와 민족마다 풍습이 달라 땅에 묻어주는 것이 인간적이라고 말할 수 없음... 그럴 시간이 없어 시체가 몬스터와 동물에 뜯어 먹히는 걸 막기 위해 깨끗이 태우기로 했다.
시체를 안과 밖 두 군데 모은 다음 불새의 검은 회오리로 까만 재만 남긴 채 깨끗이 태워버렸다.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끝내고 집에 돌아와 몸에 묻은 피와 재를 깨끗이 씻고 나와 시계를 봤다.
아침 9시로 1,000명이 넘는 산적을 죽이고, 뒤처리까지 고작 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레이첼, 마틸다는 어디 있어?”
“어제부터 집에서 한 걸음도 나오지 않고 있어요.”
“밥은 먹었어?”
“아니요.”
“하연아, 네가 먹을 것 좀 가져다줘.”
“저보다는 오빠가 가져다주는 걸 더 바랄 거예요.”
“눈을 마주치면 걸릴 것 같아서 그래. 오늘은 네가 가져다줘.”
“알았어요.”
마틸다의 눈을 정면으로 쳐다볼 용기가 없었다. 크로아탄 가문과 시아버지가 그녀를 버렸지만, 마틸다는 아직 가문을 버리지 못했다.
마틸다가 버리지 못한 가문을 내가 끝장냈다. 버러지 같은 놈들이지만, 가족에게는 둘도 없는 소중한 존재였다. 그녀에게 두 번 상처를 줄 순 없었다.
“오티나와 디말 강제 소환.”
- 군주의 소환을 사용해 농노 오티나와 디말을 강제소환하시겠습니까?
“예.”
- 모모님의 농노 오티나와 디말은 죽었습니다. 죽은 사람은 소환할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예상했던 대로 남겨진 크로아탄 가문 산적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농노 확인서에 적힌 이름 수천 명을 일일이 다 소환했지만, 모두 죽었다는 말과 함께 소환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
늙고, 병들고, 제대로 먹지 못해 부스럼이 가득한 여자와 어린아이들을 치료해줄 이탕가 산적은 없었다.
The Age of Hero는 마법이 발달한 문명사회로 아프면 마법으로 치료할 수 있어 약을 쓰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귀족과 준 귀족, 부유한 평민들이나 마법사를 찾아 치료받을 수 있었지, 가난한 평민과 개·돼지만도 못한 농노는 미신과 민간치료요법을 이용해 스스로 치료해야 했다.
민간치료요법도 젅혀 체계적이지 않아 동네마다 약초와 쓰는 방법이 달라 효용성이 매우 낮았고, 약초도 몬스터 때문에 채취가 어려워 아프면 환인이나 해, 달, 산, 구름 등에 병을 낫게 해달라고 간절히 비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나 환인은 현실의 신처럼 NPC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해와 달, 구름, 바람, 산 등은 이들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줄 귀도, 눈도, 입도 없었다.
“마틸다님이 힘을 내야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도 기운을 차리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저들은 제가 한없이 미울 거예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거예요. 제가 없는 게 저들에게는 더 나아요.”
“마틸다님이 죽인 게 아닙니다.”
“제가 죽음으로 내몰진 않았지만, 제 가족이 그렇게 했어요. 그것도 시아버지가요. 저들에게 저는 원수예요.”
마틸다가 원수라고 한 건 이탕가 산에 남겨져 미끼가 되고, 달아날 때 총알받이가 된 산적들의 태반이 새롭게 내 농노가 된 산적들의 아빠와 할아버지, 오빠, 삼촌, 고모부, 이모부 등 가족이라서였다.
크로아탄 백작은 여자와 아이, 노인은 미끼로 던져주고, 충성심이 낮은 남자 산적들은 포위망을 뚫고 나올 때 소모품으로 사용했다.
달랑 칼 한 자루에 누더기를 입은 산적들은 쏟아지는 화살과 창에 꿰어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마틸다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건 아니었지만, 크로아탄 백작이 시킨 일이었고, 마틸다고 알고 있던 일로 사전에 말해주지 않은 책임도 있어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 없었다.
“이번은 마틸다님이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결정은 크로아탄 백작이 한 겁니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다른 일도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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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일이라면...”
“제가 그동안 먹은 기름지고 달콤한 음식은 모두 저들의 피와 땀이었고, 예쁜 옷도 모두 저들의 피눈물이었어요. 저는 그걸 몰랐어요. 당연한 일로 생각하고, 고마워하는 마음도 없이 받았죠.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어요.”
“그래서 어쩌시겠다는 겁니까? 이곳을 떠나기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영주님께 하늘과 같은 은혜를 입었어요. 무작정 떠날 순 없어요. 은혜는 모두 갚고 가야죠.”
“저는 해드린 거 없습니다. 제가 자발적으로 한 겁니다. 마틸다님을 좋아하니까요.”
“그런 말을 마세요. 그런 말 들을 때마다 미안하고 죄송해서 가슴이 미어지는 것처럼 아파요.”
“그러지 마십시오. 그러면 제 마음도 아픕니다.”
또다시 혓바닥에 빠다를 잔뜩 발라 헛소리를 지껄여댔다. 이번 일을 꾸민 건 마틸다를 이용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농노를 왕창 확보하려고 한 것이었다.
잔뜩 이용하고 가문까지 없애놓고 좋아한다는 말을 하다니... 개새끼도 이런 개새끼가 없었다.
“수도에 가게를 내주세요.”
“가게요? 장사를 하겠다는 겁니까?”
“네. 영주님을 대신해 수도에 상점을 내 영지에서 나는 물건을 팔아 이익을 돌려드릴게요. 그리고 정보도 물어다 드리고요. 그렇게라도 영주님께 도움이 되고 싶어요.”
“흐음...”
“제 뜻을 받아주세요. 저는 이곳에서는 얼굴을 들고 살 수 없어요. 제가 살 수 있는 방법은 그 방법밖에 없어요.”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내일까지 답을 주세요. 안 그러면 가슴이 답답해 미칠지도 몰라요.”
“알겠습니다.”
마틸다의 제안은 도움이 되면 됐지, 손해날 것은 없었다. 수도 크라쿠푸스에 내 이름으로 상점을 내면 적어도 건달들이 찝쩍댈 일은 없었다.
그리고 잡화점에 파는 것보다 상점을 열어 직접 파는 게 이익도 컸고, 내 영지에서 생산하는 곡물과 약초, 약도 팔 수 있어 추가 이익을 낼 수 있었다.
또한, 수도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로바로 알 수 있어 아틸라 제국 돌아가는 소식도 빠르게 접할 수 있었다.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첫 번째 요인은 정보였다. 안 그래도 정보원이 필요했는데 알아서 그 일을 해준다고 하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이래서 미남계를 쓰는 거였네. 알아서 정보원이 돼준다고 하고. 흐흐흐흐. 그런데 내 얼굴이 미남계가 통하는 얼굴이었나? 혹시 이 동네 미남 기준이 나?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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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