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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탄 가문의 몰락
202.
“산채에 있는 사람을 모두 데리고 떠나는 겁니까?”
“아니요. 10,000명만 데리고 떠날 거예요. 나머지는 세 가문에 미끼로 던져줄 거예요.”
“어디로 가는지 알고 계십니까?”
“아슈뉴르를 북쪽으로 빠져나가 동쪽 포르세티로 이동한 다음 남쪽으로 내려와 이곳으로 온다고 했어요. 하지만 진짜 올지는 알 수 없어요.”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시아버님이 저도 믿지 않는 눈치예요.”
“뭣 때문에요?”
“제가 영주님께 협조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남편이 죽자 제가 필요 없게 된 거죠. 남편 아돌푸스가 살아 있을 때는 크로아탄 가문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니까요.”
“정말 이기적이군요.”
“귀족 여자의 비애죠.”
현실에서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끼리 사돈을 맺는 것처럼 아틸라 제국의 귀족들도 목적을 위해 사돈을 맺었다.
그 일에 희생되는 것이 귀족의 딸이었다. 예쁘게 키워 정략을 위해 써먹는 것으로 정실이나 첩으로 가면 다행이었고, 운이 없으면 노리개로 팔려가기도 했다.
“오늘부터 다른 일을 다 젖혀두고 사람들 소환하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가문에 끌려가도 제 영지의 농노로 등록돼 있어 소환할 수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살아 있다면 그럴 수 있겠죠.”
“그게 문제긴 하죠.”
이탕가 산채의 세 가문도 병들고 늙은 사람들을 받아들이진 않았다. 수백 년 동안 산을 개척해 산채가 차지한 터가 작지는 않았지만, 사방이 험준한 산에 둘러싸여 있어 농작물을 심을 땅이 부족했다.
그리고 위험한 몬스터가 주변에 득실대 사냥과 채집도 여의치 않아 식량이 항상 부족했다.
그래서 지나가는 상인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물자가 풍부했다면 위험하게 산적 질을 할 이유가 없었다.
“하연아, 게임 시간으로 일주일 후에 크로아탄 가문이 이탕가 산채를 떠나 포르세티 방면으로 이동한다고 했어. 어느 길을 통해 갈지 알아봐.”
“오빠가 처리하게요?”
“마틸다의 시아버지 크로아탄 백작을 잡으면 포상금과 업적, 평판 포인트를 얻을 수 있어.”
“얼마나 되는데요?”
“못해도 금화 1,000개와 업적, 평판 포인트 10만 점은 벌 수 있을 거야.”
“괜찮네요.”
“수족들도 포상금과 업적, 평판 포인트가 있어. 다 잡으면 최소 금화 3,000개에 업적 포인트 30만 점은 받을 수 있어.”
“그러면 무조건 잡아야겠네요.”
“그렇지.”
이탕가 산적은 아틸라 제국 5대 산적 중 하나로 수시로 상단과 영지를 공격해 피해가 막심했다. 그래서 현상금이 걸려 있었다.
현상금은 영지를 가진 후작부터 걸 수 있는 시스템으로 몬스터와 말썽을 일으킨 NPC, 카오스 유저를 죽이는 일부터 물건을 구해오는 일까지 종류가 아주 다양했다.
현상금이 걸리면 수도와 10대 도시, 후작 이상의 영지 광장 게시판에 현상금 공고가 걸렸다.
그러나 유저는 광장까지 갈 필요 없이 현상금 검색 서비스를 통해 언제든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을 끝내면 일일이 보고하는 게 아니라 조건을 달성하면 자동으로 업적과 평판, 현상금이 인벤토리에 들어왔다.
병사를 동원해 현상금이 걸린 놈들을 처리하기에는 아틸라 제국은 너무 넓었고, 위험했다.
이 때문에 전문적으로 현상금만 노리는 유저와 NPC도 있었다. 유저들은 이들을 바운티 헌터(Bounty Hunter)라고 불렀다. 이 때문에 조만간 현상금 사냥꾼이 정식 직업으로 등록될 거란 소문도 있었다.
현상금은 게임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대한민국 경찰청에서도 자주 현상금을 내걸고 범인을 찾았고, 미국에선 바운티 헌터를 법으로 인정해 직업으로 삼은 사람도 있었다.
하린이를 간호하며 산적들을 소환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마나가 떨어지면 몬스터를 사냥해 마나를 채우고 소환하는 일을 밤낮없이 반복하자 게임 시간으로 3일 만에 2,600명을 소환했다.
데미지 3% 마나 전환 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로 덕분에 소환도 하고 만득이의 레벨도 9까지 찍었다.
레벨이 9가 된 만득이는 생명력 회복 속도가 9%까지 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주먹만 한 크기로 내 머리에 앉아 온종일 꾸벅꾸벅 조는 게 일이었다.
“아슈뉴르 북쪽 타미타르 산맥의 남쪽 산기슭을 따라 100km 이동한 후 마리안톤 평야를 가로질러 동쪽으로 이동할 거예요.”
“그 길 말고 다른 길은 없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길이 가장 안전해요. 출몰하는 몬스터가 40레벨을 넘지 않거든요.”
“어디쯤 매복하면 놈들을 소탕할 수 있어?”
“마리안톤 평야가 시작되는 지점에 협곡이 하나 있어요. 길이가 1km에 이르는 긴 협곡으로 이 길을 지나야만 타미타르 산맥에서 마리안톤 평야로 들어갈 수 있어요. 그곳에 숨어 있다가 잡으면 돼요. 그런데 우리 셋만으로 가능할까요?”
“마틸다 말로는 프로보스트가 없다고 했어. 프리 스콜라 몇 명이 전부야. 셋으로 잡고도 남아.”
“그래도 모르는 거니까 평판 포인트 모두 투자해서 블레이드 강화하고 가요.”
“알았어.”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 마틸다가 모르는 고수가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그랬다면 세 가문을 피해 달아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하연이 말을 따르는 게 맞았다.
쥬디를 데리고 평판 관리소로 들어가 강화석 4개를 골라왔다. +2 이상은 없는지 1시간 가까이 둘러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용기사 사이먼의 홀리메탈 블레이드를 +15로 강화하자 공격력이 1,050이 됐고, 근력은 24.5까지 올랐다.
공격속도는 105%까지 상승했고, 중소형 몬스터(인간 포함) 데미지는 105%까지 증가했다.
정신파괴는 무방비 상태가 35초로 늘었고, 언데드와 악마형 몬스터에 공격력은 175%까지 증가했다.
+6 용기사 사이먼의 화염 반지
종류 : 액세서리
등급 : 에픽(성장형)
용기사 사이먼은 1,000년 전 아틸라 제국의 건국왕 아틸라를 도와 제국을 건설하는데 크게 이바지한 용기사 중 한 명으로 화염 반지는 최강의 레드 와이번 카르파고스가 죽으며 남긴 심장으로 만든 반지로 화염으로부터 주인을 보호하고 상대를 화염에 휩싸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내구도 : 160/160
공격력 : 160
마나 : 480
순발력 : 4.8
착용 효과 : 화염 데미지 80 추가
특수 옵션 : 화염 저항력 160 추가
착용 제한 : 모모 남작 전용(판매 불가)
성장 재료 : 화염 와이번의 심장 1개, 화염의 눈물 1개, 태양의 눈물 1개
공격력이 붙은 용기사 사이먼의 화염 반지부터 강화했다. +6까지 강화하자 근거리 공격력이 5,875까지 올랐고, 원거리 공격력은 4,676, 마법 공격력은 5,169까지 나왔다.
“힘들면 쉬어도 돼.”
“아니야. 갈 수 있어.”
“정말 괜찮겠어?”
“응.”
“그럼 준비하고 있어.”
“응.”
은하와 사촌 언니 김송이의 간호에 하린이가 하루 만에 깨어났다. 영양제와 잠 덕분인지 건강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의 충격이 매우 커 음식도 잘 삼키지 못하고, 다리가 풀려 침대도 벗어나지 못했다.
하린이를 데려가지 않아도 하연이와 둘이서 놈들을 충분히 잡을 수 있어 조용히 갔다 오려 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자기도 간다고 떼를 썼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무작정 누워있는 것보다는 움직이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생각에 데려가기로 했다.
포털을 이용해 원하는 도시와 영지, 사냥터에 가려면 먼저 말을 타거나 걸어서 그곳까지 이동한 후 포털을 이동 목록에 등록해야 한다.
단, 원활한 이동을 위해 아틸라 제국의 수도 크라쿠푸스와 10대 도시, 파르톤 제국의 수도 파르티나, 6개 왕국의 수도, 아말 왕국의 수도는 포털 이동 목록에 미리 등록되어 있어 언제든 이동할 수 있었다.
다 같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뛰어다닐 필요가 없어 홀로 아슈뉴르로 포털을 타고 이동한 후 하연이가 알려준 길을 따라 황금 가루다의 날개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했다.
마나 소모가 극심해 바람을 타고 날아도 60km를 날면 3만이 넘는 마나가 몽땅 소진됐다.
그러면 몬스터를 몰아 불새의 검은 회오리로 순식간에 마나를 회복하고 다시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았다.
그렇게 1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100km를 날아갔다. 타미타르 산맥이 끝나는 지점에 도착하자 끝도 보이지 않는 마리안톤 평야가 저 멀리 아득하게 보였다.
좁디좁은 대한민국에 살아 지평선이 보이는 평야를 볼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평야도 산과 마을이 군데군데 있어 지평선을 보기 어려웠다.
마리안톤 평야는 미국 영화에서 보던 그 장면 그대로 좌우를 둘러봐도 작은 동산 하나 없이 일자로 쭉 뻗어 있었다.
색깔마저 녹색이라 바다를 보는 것 같았다. 순간 이런 곳에 농사지으면 끝내주겠다는 생각을 들었다.
그러나 마리안톤 평야는 특이하게 옥수수처럼 생긴 식물밖에 자라지 않아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한 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땅이었다.
“하린, 하연이 강제 소환!”
- 군주의 소환을 사용해 하린님과 하연님을 강제소환하시겠습니까?
“예.”
- 하린님과 하연님을 모모님 옆으로 강제소환했습니다.
“오빠, 고생 많으셨어요.”
“오빠, 고생했어.”
“고생은 무슨. 마음껏 날아서 기분만 좋다.”
“그러면 저도 따라오는 건데 그랬네요.”
“안고 날아다니라고?”
“저야 좋죠. 헤헤헤헤.”
“무거워서 못 날아.”
“죽고 싶어요?”
“너도 하린이 말투 따라가냐?”
“그 언니에 그 동생이라고 어디 가겠어요.”
“잘났다.”
“칭찬 고맙습니다.”
하연이가 분위기를 띄우려고 실없는 농담을 했다. 그래서 나도 실없는 소리로 맞받아쳤다.
하지만 웃는 사람은 나와 하연이뿐이었다. 하린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마리안톤 평야만 바라봤다.
평소 같으면 하린이도 웃고 떠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이슬과 정이슬네 부모의 동반 자살로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농담도 재밌게 들리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 않을 때는 내버려 둬야한다. 울고 싶을 때 마음껏 울게 놔둬야 하는 것처럼 억지로 말을 걸면 스트레스만 줄 뿐이었다.
길이가 1km에 달하는 긴 협곡을 걸으며 매복하기 적당한 곳을 찾았다. 일직선에 가까운 협곡은 가장 넓은 곳이 20m가 넘지 않아 절벽을 무너뜨려 퇴로를 막은 후 앞에서 불새의 검은 회오리로 공격하면 한 명도 남기지 않게 다 죽일 수 있었다.
“하린아, 저기 오른쪽 산 중턱 보이지? 거기에 숨어 있어.”
“알았어.”
“하연이는 반대쪽 산 바위 뒤에 숨어 있고.”
“네.”
“본진이 통과하면 하린이가 하연이에게 신호를 줘. 그러면 동시에 반대쪽 절벽을 공격해 무너뜨려.”
“후미까지 모두 들어간 다음에 무너뜨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인원이 적으면 그렇게 해. 하지만 인원이 많으면 줄이 길어져 선두가 협곡을 빠져나갈 수도 있어.”
“상황보고 언니와 얘기해 말씀드릴게요.”
“그래.”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