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의 시대-200화 (200/320)

0200 / 0310 ----------------------------------------------

악녀 정이슬의 비참한 최후

200.

“으음... 오빠, 오빠!”

“여기 있어.”

“없는 줄 알고 놀랐잖아.”

“없긴 왜 없어. 죽을 때까지 평생 네 곁에 있을 건데.”

“악몽을 꿨어. 오빠가 멀리 떠나는 악몽을. 너무 무서웠어.”

“꿈은 반대라고 하잖아. 그 꿈은 내가 영원히 네 곁에 있을 거란 걸 말하는 꿈이야. 좋은 꿈이니까 안심해도 돼.”

“다른 꿈도 꿨어.”

“무슨 꿈?”

“이슬이가 죽는 꿈을 꿨어. 나를 만난 후 곧바로 죽는 꿈. 그것도 독약을 먹고 죽는 꿈을 꿨어.”

“으음...”

“침대에 누워 있는데 죽은 이슬이가 찾아왔어. 혼자만 온 게 아니야. 아줌마와 아저씨도 같이 왔어. 셋이 같이 와서 아무 말 없이 한참 동안 나를 쳐다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 갔어.”

“.......”

순간 소름이 끼쳤다. 하린이 말이 사실이라면 죽은 정이슬과 부모가 저승에 가기 전 하린이를 찾아온 것이었다.

이런 얘기는 공포영화에서나 나올 얘기였지 현실에서는 절대 존재할 수... 해서는 안 될 얘기였다.

정이슬과 부모의 혼백이 아직도 방에 남아 나와 하린이를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고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섰다.

고개를 살짝 돌려 주위를 둘러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하린이가 꿈에서 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지몽이 진짜 존재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시간으로 봤을 때 귀신보다는 예지몽일 가능성이 컸다.

깨어나기 직전 꿈을 꿨을 수도 있지만, 잠든 시간을 보면 몇 시간 전에 꾼 꿈일 가능성이 더 컸다.

하연이가 나를 깨운 시간이 오후 5시로 1시 30분에 집에 돌아온 하린이를 품에 안고 3시간을 넘게 잤다.

정이슬이 죽은 시간은 2시간 30분 전으로 하린이가 4시간 가까이 잤다는 걸 생각하면 정이슬과 부모가 죽기 전에 꿈을 꾼 게 확실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하린이에게 말을 걸지 않고 조용히 떠났다는 건 원한을 품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원한을 품었다면 정이슬의 성격상 입에 담지 못할 지독한 저주를 퍼부었을 것이다. 깊은 한숨만 쉬고 갔다는 건 미안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귀신이 사람을 해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세상은 귀신들로 인해 엉망이 된 지 오래였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는 건 죽은 영혼은 인간 세상에 남아 있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인간이 과학을 통해 밝혀내지 못한 초자연적인 현상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우주의 신비를 0.001%도 풀지 못한 인간의 형편없는 과학 수준으로 귀신이 있다 없다 단정 지을 순 없었다.

이 때문에 귀신이 없다고, 사람을 괴롭힐 수 없다고 확신하지 못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확신할 수 없기에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정이슬이 하린이에게 원한을 품고 있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배고프지 않아?”

“안 고파.”

“음료수라도 한 잔 마셔.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 걱정도 몸이 건강해야 할 수 있는 거야.”

“하아... 알았어.”

따뜻한 우유 한 잔과 먹지 않으려는 샌드위치 하나를 억지로 먹였다. 정이슬이 죽은 걸 얘기해도 배는 채워놓고 말해야 했다. 그래야 충격이 덜했다.

“하린아.”

“은하 언니! 여긴 웬일이세요?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겼나요?”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왔어.”

“저에게요?”

“응.”

“무슨 말인데 그래요?”

“지금부터 하는 말 놀라지 말고 들어.”

“네.”

“정이슬 죽었어.”

“뭐라고요?”

“엄마와 함께 약 먹고 자살했어.”

“.......”

“그리고 정이슬 아버지도 건물 옥상에서 투신하셨어.”

“어.언제요?”

“너와 내가 구치소에 다녀간 지 1시간 후에.”

“흑...”

충격에 쓰러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쓰러지지 않고 눈물만 펑펑 쏟아냈다. 하린이가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건 면회실에서 정이슬을 만난 순간 죽음을 직감해서였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모습과 충혈된 눈, 하얗게 질린 얼굴에서 하린이는 정이슬의 죽음을 예감했다.

그리고 꿈에서 본 정이슬과 엄마, 아빠의 모습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꿈이기를 빌었는데, 은하가 나타나자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쓰러지지 않고 간신히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슬픔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내 품에 안겨 1시간 넘게 엉엉 울고도 울음이 멈추지 않아 탈진해 쓰러졌다. 급히 안정제를 주사해 재운 후 링거와 영양제를 꽂았다.

하린이가 잠든 지 1시간도 안 돼 걱정했던 할머님과 장모님도 큰 충격에 몸져누우셨다.

할아버지도 깊은 상심에 빠져 일어서지를 못했고, 장인어른과 형님만 정이슬네 가족의 장례 절차를 위해 무거운 마음을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은하 언니 사촌 언니를 미리 불러놓길 정말 잘했네요. 안 그랬으면 우리 집도 큰일 날 뻔했어요.”

“내가 따로 사례할게.”

“오빠가 아니라 제가 해야죠. 할머니와 엄마까지 돌봐주셨는데.”

“나도 너희 집 가족이잖아. 내가 해도 돼.”

“맞네요. 오빠가 해도 되겠네요.”

“너는 괜찮아?”

“저는 끄떡없어요. 저보다 오빠가 걱정이에요. 오빠,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지금은 많이 힘들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예요. 언니, 약한 사람 아니에요.”

“알고 있어. 그래도 마음이 놓이질 않아.”

“제가 언니 돌볼 테니까 오빠는 마음 푹 놓고 영주성에 가보세요. 하루 넘게 비워서 지금쯤 난리 났을 거예요.”

“하아... 알았어.”

오늘따라 영주라는 신분이 정말 싫었다. 사람들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으면 아프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쉬워선 안 됐다. 개인적인 일은 티내지 말고 책임자로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기의 사사로운 일로 모두에게 손해를 끼친다면 그건 책임자가 갖춰야할 기본적인 자질조차 없는 것이었다.

“오늘까지 이탕가 산적 몇 명이나 넘어왔어?”

“정확히 4,000명 넘어왔습니다.”

“상태는 어때?”

“앞서 소환한 2,500명은 상태가 많이 호전됐습니다. 사흘 전까지 소환한 산적들은 건강 상태가 안 좋지만, 그들도 열흘쯤 지나면 괜찮아질 것입니다.”

“정신 상태는?”

“모두 호의적입니다.”

“처음에 들어온 500명도?”

“오히려 그들이 영주님을 더 열렬히 지지하고 있습니다.”

“왜?”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눈치챘을 테니까요.”

“다행이군.”

크로아탄 가문에 충성하던 사람들까지 내게 돌아선 건 경비대장 조나단의 정신교육도 한몫했지만, 세라의 몽환술이 결정적이었다.

세라가 매일 밤 산적들의 꿈속에 나타나 크로아탄 가문을 죽일 놈들로 만들고 나를 구세주로 등장시켜 생각을 완전히 개조했다.

꿈에 한 번 나타나면 꿈이려니 생각하고 말지만, 같은 꿈이 계속 반복되면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세뇌로 세라를 죽이지 않고 내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힘들이지 않고 상대를 세뇌시켜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세라가 갖고 있어서였다.

- 치안 5, 상업 65, 농업 159, 광업 108, 영지발전도가 105 올랐습니다.

- 영지발전에 따른 보상으로 모모님이 업적 10,500점과 평판 10,500점을 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 영지발전에 따른 보상으로 하린님과 하연님이 각각 업적 5,250점과 평판 5,250점을 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영지 이름 : 레오 영지

영주 이름 : 모모 남작

인구 : 6,418명(자유민 102명, 농노 6,316명 / 이탕가 산적 4,000명 포함)

세율 : 80%

영지 자금 : 705골드

식량 : 2개월 치 보관 중

병사 : 603명(니콜라스, 아서, 아더 포함 / 남자 438명 : 여자 165명)

스콜라 3, 프리 스콜라 1, 숙련병 32, 중급 병사 63, 하급 병사 501

치안 : 87

상업 : 70

농업 : 208

광업 : 175

영지발전도 : 305(카리스마 효과로 영지발전 속도 27% 증가)

조나단과 다니엘을 불러 영지현황에 대해 논의하자 그동안 쌓였던 영지발전도가 업적과 평판 포인트로 환산되어 들어왔다.

치안은 크로아탄 가문 산적들이 영지에 들어와 떨어질 줄 알았는데, 조다단이 이들을 철통같이 단속하자 오히려 5포인트가 올랐다.

상업이 65나 오른 건 영지 내에 상업시설이 들어서 오른 것이 아니라 내가 수도를 오가며 필요한 곡물과 옷감을 사고, 사냥해서 얻은 잡템들을 팔아서 오른 것으로 언제든 떨어질 수 있었다.

농지는 동쪽 펑거스 숲을 완벽히 개간해 작물을 심으며 크게 올랐고, 광업은 노예 시장에서 힘 좋은 남자 농노를 광산에 공급해 생산량이 2배 가까이 증가해 오른 것이었다.

또한, 카리스마 효과로 영지발전 속도가 27%나 증가해 단기간에 영지발전도가 105나 올랐다.

“마틸다님.”

“여.영주님.”

“바쁘지 않으시면 저랑 크로아탄 가문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같이 보러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그럴까요?”

마틸다를 찾아가 내 영지에 정착한 이탕가 산적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같이 보러 가자고 했다.

마탈다에게 크로아탄 가문의 산적이 아닌 내 영지의 농노가 됐다는 걸 눈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하린이가 아픈 와중에도 마틸다를 유혹하는 일을 멈출 수 없어 이 짓을 하는 것이었다.

한숨이 나왔지만, 나는 6,000명이 넘는 NPC를 거느린 왕이었다. 1분 1초도 놀 시간이 없었다.

“엘디아.”

“영주님.”

“이제 걷는데 지장 없어?”

“영주님과 예쁜 마님 두 분이 매일 치료해주셔서 이제 아프지 않아요. 보세요. 이렇게 잘 걸을 수 있잖아요.”

“정말 다행이다.”

“모두 영주님과 예쁜 마님들 덕분이에요. 헤헤헤헤.”

“감사합니다. 영주님. 딸아이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영주님이 아니셨다면 엘디아는 다리를 잃고 평생 불구로 살았을 겁니다. 죽을 때까지 영주님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엘디아가 건강히 클 수 있도록 노력하면 은혜를 갚은 것이야. 그리고 자네와 다른 아이들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면 그것도 은혜를 갚는 것이고.”

“영주님이 시키는 대로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12살 어린 소년 엘디아는 초창기 엄마와 오빠, 여동생 둘과 넘어온 크로아탄 가문 산적으로 오른쪽 다리가 봉와직염(Cellulitis)에 걸려 안에서부터 썩어들어 가 절단해야 할 상황이었다.

칼로 상처 부위를 길게 찢은 후 고름을 짜내고 성자 스킬로 염증을 치료했다. 그리고 매일 치유 스킬 따뜻한 손길로 치료하자 2주일 만에 상처가 씻은 듯이 사라져 다른 소녀들처럼 아주 씩씩하게 뛰어다닐 수 있게 됐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덕분에 200회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더욱 분발해 좋은 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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