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의 시대-189화 (189/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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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득이

189.

“휘이익.”

늪지 악어들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놈들이 커다란 머리를 들어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손을 흔들어 반가운 마음을 표현한 다음 가운뎃손가락을 길게 쭉 뻗어 사정없이 까닥였다.

- 75레벨 늪지 악어 78마리가 도발에 걸렸습니다. 방어력 10%가 하락했습니다. 흥분한 늪지 악어들이 모모님을 집중적으로 공격합니다.

그러자 도발에 걸린 늪지 악어들이 짧은 다리를 물 찬 제비처럼 빠르게 움직여 후다닥 뛰어왔다.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며 연속으로 fuck you를 날리자 뚜껑이 열린 늪지 악어들이 입을 크게 벌리고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10m 앞까지 다가오자 검은 회오리를 날렸다. 작은 돌개바람이 빠르게 회전하며 다가와 강한 흡입력으로 빨아 당기자 놀란 늪지 악어들이 달아나려 했다.

재빨리 불새를 날리자 날개를 쭉 펴고 날아간 불새가 검은 회오리와 합쳐져 지름 15m에 이르는 커다란 화염 회오리로 변했다.

화르르르륵

시뻘건 불길을 줄기줄기 토해내 주변을 깡그리 태워내는 화염의 회오리는 요상하게도 불길을 토해내면서 주변 물체는 남김없이 빨아들였다.

이 때문에 달아나려 슬금슬금 물러나던 늪지 악어들이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어간 먼지처럼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그리곤 세탁기 속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빨래처럼 정신없이 빠르게 돌아갔다.

- 75레벨 늪지 악어들이 어지럼증에 걸렸습니다. 20초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 무방비 상태로 인해 20초 동안 데미지가 1.5배 들어갑니다.

- 화상에 걸려 30초간 2초마다 화상 데미지 200이 들어갑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75레벨 늪지 악어 78마리를 사냥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1,95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1,95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연님이 1,95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의 동료 만득이가 195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늪지 악어가죽 23장을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불새의 검은 회오리가 빨려 들어간 늪지 악어 78마리가 1분도 안 돼 검은 재가 되어 날아갔다.

- 마나 흡수 룬의 영향으로 마나 101,785를 회복했습니다.

그리고 마나 흡수 룬의 영향으로 내가 가진 마나보다 다섯 배나 많은 마나를 회복했다.

그러나 상태창에 표시된 마나 이상은 보유할 수 없어 아까운 마나 8만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오두막 근처에 있는 늪지 악어를 모두 잡자 하린이와 하연이가 활에 화살을 걸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가 화살을 밀어내자 거친 바람 소리를 내며 화살이 총알처럼 빠르게 날아가 밴시의 가슴을 꿰뚫었다.

피웅 피웅

맨드레이크 주스를 마시고 밴시를 상대하면 혼란을 일으키는 비명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한두 마리 잡고 빠지는 것도 아니고 해가 질 때까지 사냥할 계획이라 30분이면 효력이 사라지는 맨드레이크 주스를 마시고 사냥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었다.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태어났다면 돈이 얼마가 들든 신경 쓰지 않고 물처럼 맨드레이크 주스를 마시며 사냥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난한 서민이라... 현재 갖고 있는 700억 원 중 500억 원은 이은택의 금고를 턴 돈이었고, 200억 원도 로만 리히테나 일기장을 팔아 번 돈으로 순수 사냥을 통해 번 돈은 얼마 안 됨... 그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밴시의 시야 밖에서 화살로 비명을 지를 수 없게 만들어 놓은 다음 공격하는 것이었다.

- 80레벨 구슬픈 밴시가 얼어붙었습니다.

- 78레벨 가냘픈 밴시가 침묵에 걸렸습니다.

- 78레벨 가냘픈 밴시가 마비됐습니다.

- 80레벨 구슬픈 밴시가 넘어졌습니다.

하린이와 하연이가 날린 화살에 밴시 4마리가 비명을 지를 수 없는 상태가 되자 바람 가르기를 사용해 재빨리 다가가 넘어진 밴시의 머리를 방패치기로 후려쳤다.

일어서려 버둥대는 구슬픈 밴시의 머리를 홀리메탈 원형 방패로 있는 힘껏 내려치자 약점 간파가 발동했다.

- 80레벨 일반 몬스터 구슬픈 밴시의 약점을 찾아냈습니다.

빨간불이 들어온 밴시의 머리에 파멸의 일격을 날리자 마비에 걸려 석상처럼 굳어지며 치명타가 터졌다.

- 구슬픈 밴시가 마비에 걸렸습니다. 치명타가 터져 데미지가 1.5배 들어갔습니다.

- 홀리메탈의 영향으로 데미지가 55% 증가했습니다.

- 중소형 몬스터 데미지 증가 효과로 데미지가 33% 증가했습니다.

- 정신파괴에 걸려 10초 동안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 무방비 상태로 모든 공격이 치명타가 터집니다.

엎어진 밴시의 등에 삼연격을 연속으로 날리자 형상이 흐릿해지더니 연기처럼 사라졌다.

평범한 칼질로는 밴시를 죽일 수 없다. 물리 데미지 면역이라 밤새 찔려도 용기사 사이먼의 붉은 심장 반지에 붙은 화염 데미지 50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정신파괴에 걸리면 물리 데미지 면역 효과도 사라졌다. 밴시의 물리 데미지 면역은 패시브 스킬로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던 능력이 아니었다.

배움을 통해 얻은 능력으로 마비, 결빙, 혼란 등 외부적인 힘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정신파괴와 같이 지적 능력을 잃게 되면 패시브 스킬도 멈췄다.

이런 현상은 유저와 NPC도 마찬가지로 상태 이상 효과를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 파티원 모모님이 78레벨 구슬픈 밴시를 사냥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26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26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연님이 26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의 동료 만득이가 3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밴시의 손수건 1장을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본 밴시는 노파가 아니라 16~18살 소녀였다. 장례전문 유령이라고 해서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로 생각했는데, 어린 소녀가 있자 순간 흠칫했다.

나이만 어렸다면 흠칫하지도 않았다. 동화에서 나오는 여자주인공처럼 청초해 여동생을... 사실은 여자 친구로 삼고 싶었지만, 미성년자로 보여 차마 그런 말은... 삼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마음도 1초 만에 사라졌다. 겉모습에 현혹되면 끝장이었다. 몬스터 중에는 하린이와 하연이만큼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놈(?)들도 많았다.

그런 모습에 마음이 흔들리면 입을 헤 벌리고 있다가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고 황천길로 갔다.

게임이라 진짜 죽지는 않았지만, 부활한 다음 밀려오는 창피함과 굴욕은 참기 힘든 고통이었다.

비유하자면 엄마 몰래 야한 동영상을 보다가 걸린 것 이상으로 창피해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칼을 들고 사냥을 나오면 그때부터는 눈에 보이는 건 모두 괴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비너스가 옷을 홀딱 벗고 탐스러운 가슴을 흔들고 잘록한 허리를 실룩대며 유혹해도 못생긴 오우거라 생각하고 사정없이 아구창을 날리고, 가슴에 칼을 꽂아야 했다.

그래야 쪽팔림을 당하지 않았다. 이런 생각은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내 여자가 아니면 모두 돌로 봐야 한다.

그러지 않고 얼굴에 혹해, 몸매에 반해 유혹에 넘어가면 그날이 패가망신하는 날이었다.

남자는 세 가지를 조심하라고 했다. 그중 하나가 아랫도리였다. 이걸 함부로 놀리면 집안이 엉망이 됐다.

현실이든 게임이든 남자는 항상 아랫도리를 조심해야 했다.

넘어진 밴시를 처리하는 동안 하린이와 하연이가 가까이 다가와 침묵에 걸린 밴시를 끝장냈다.

얼어붙은 구슬픈 밴시와 마비된 가냘픈 밴시를 포획으로 끌어당겨 불새의 검은 회오리 속에 가뒀다.

- 파티원 모모님이 78레벨 가냘픈 밴시를 1마리와 80레벨 구슬픈 밴시 1마리를 사냥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53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53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연님이 53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의 동료 만득이가 5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밴시의 손수건 1장을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 모모님의 동료 만득이가 3레벨이 됐습니다.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늪지 악어와 밴시를 사냥하자 만득이가 3레벨이 됐다. 3레벨이 된 만득이는 내 생명력 회복 속도가 3%로 올랐다.

이름 : 만득이

종족 : 만티코어

메인 클래스 : 버퍼

등급 : 유니크

레벨 : 3(다음 레벨 0/2,000)

충성도 : 100

스태미나 : 130/130

생명력 : 400/400

마  나 : 200/200

공격력 : 30

방어력 : 30

특수 능력 : 주인의 생명력 회복 속도 3% 향상

특이 사항 : 레벨이 오를 때마다 특수 능력 향상, 20레벨마다 새로운 능력 개방

경험치 획득 : 주인의 경험치 10% 획득

그러나 4레벨을 찍기 위한 경험치가 2배로 오르며 레벨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계속 두 배로 늘어난다면 10레벨 찍는데 경험치 12만4천이 필요해요. 레벨 올리기 쉽지 않겠어요.”

“설마 그러려고? 5레벨 되면 줄어들겠지.”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소리도 모르세요?”

“악담하는 거야?”

“네. 헤헷~”

하연이의 악담 덕분에 4레벨이자 경험치가 또다시 2배 뛰어 5레벨을 찍으려면 4,000이 필요했다.

“고맙다 하연아. 다 네 덕분이다.”

“우리 사이에 그 정도는 당연한 거죠. 넣어두세요. 안 주셔도 돼요.”

“주먹 꺼내려는 거 어떻게 알았어?”

“오빠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무슨 생각하는지.”

“독심술도 익혔어?”

“오빠 표정이 얼마나 단순한지 모르죠? 화나고, 우울하고, 짜증 나고, 음흉하고, 기분 좋고 이게 전부예요. 너무 단순해서 외울 것도 없어요.”

“내 표정이 얼굴에 다 드러난다고?”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저와 언니는 단번에 알아요.”

군대 있을 때 얼음, 조각상, 마음도 없는 놈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다. 표정 변화가 없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붙은 별명이었다.

의도적인 것도 있지만, 어릴 때 생긴 버릇으로 놀라도 속으로 놀랐지 겉으로는 표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표정 변화가 없어진 건 유모가 사라진 다음부터였다. 유모가 사라진 후 집에서 나를 살갑게 맞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도우미 아줌마는 수시로 바뀌어 살가워질 시간도 없었고, 몇 달 버텨도 부모라고 알던 작자들이 나를 투명 인간 취급을 해 그들도 나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부터 차차 표정이 사라졌고, 부모가 나를 싫어한다는 걸 알면서 더욱 표정을 숨겼다.

그들이 떠나고 나를 숨기는 작업은 더욱 심해졌다. 그렇게 해야 약해 보이지 않으니까.

약해 보이지 않아야 학교 아이들로부터, 선생들로부터,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은하를 만나 사랑하며 표정이 잠시 풀렸지만, 은하와 헤어지며 더욱 싸늘하게 변했다.

그랬던 표정이 하린이와 하연이를 만나며 봄이 찾아왔다. 하연이의 말도 안 되는 농담에도 웃었고, 하린이의 심통에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16년 동안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보니 나타낼 수 있는 표정이 몇 개 없었다.

하연이가 그걸 갖고 놀려댔다. 하지만 그것도 하린이와 하연이만 찾아낼 수 있었다.

웃는다고 입이 찢어지도록, 배꼽이 빠지도록 웃지 않았고, 기분 나쁘다고 이마에 주름을 잡지도 않았다.

아주 가까운 사람만 알 수 있는 표정 변화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알아챌 수 없는 모습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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