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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186화 (186/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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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다의 날개

186.

3만이란 말에 하린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 눈을 쳐다봤다. 3만이면 일반 경험치를 300만 쌓아야 올릴 수 있는 마나양이었다.

인스턴트 던전 몬스터가 2배로 늘어나며 경험치도 한 번에 10만 이상 얻을 수 있어 게임 시간으로 한 달 동안 꾸준히 다니면 300만은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황금 티켓을 드롭하는 보스 몬스터가 50레벨로 상향되자 경매장에 나오는 물량이 5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드롭율도 절반으로 떨어졌는지 2~3마리를 잡으면 나오던 입장권이 5마리는 잡아야 한 개를 간신히 구할 수 있었다.

입장권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금화 3개 하던 가격이 7배인 20개로 올라 2,200만 원까지 갔다.

가격이 치솟자 더 오를 것을 기대해 파는 사람이 더욱 줄어들었고, 사재기하는 유저까지 생기며 품귀현상에 극에 달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해 이대로 가다간 1억 원까지 오를 기세였다.

드롭률 저하로 우리도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게임 시간으로 이틀에 한 번밖에 인스턴트 던전 들어가지 못해 열흘 동안 50만 점밖에 얻지 못했다.

“이번에 얻은 경험치 모두 마나에 투자할까요?”

“마나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생명력 올리는 게 더 시급해. 이번에 얻은 경험치는 모두 생명력에 투자하자.”

“네.”

날개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선 마나를 올려야 했다. 그러나 인스턴트 던전의 몬스터 숫자가 두 배로 늘어나며 70레벨 일반 몬스터와 정예 몬스터를 잡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먼저 생명력을 올려 70레벨 보스까지 무난하게 사냥할 수 있게 된 다음에 마나를 올려도 늦지 않았다.

그리고 마나를 올려도 당장은 마음껏 하늘을 날 수 없었다. The Age of Hero에서는 그냥 얻어지는 게 없었다.

송골매처럼 멋지게 하늘을 날고 싶다면 아기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수천 번의 날갯짓을 하듯이 우리도 몇 달은 죽도록 훈련해야 떨어져 죽지 않고 하늘을 날 수 있었다.

“오빠, 블레이드에 룬 끼워야죠?”

“그래야지.”

인벤토리에 넣어뒀던 대지의 룬을 꺼내 용기사 사이먼의 홀리메탈 블레이드의 비어있는 홈에 가져다 댔다.

- 용기사 사이먼의 홀리메탈 블레이드에 대지의 룬을 부착하시겠습니까?

“네.”

딸깍

- 용기사 사이먼의 홀리메탈 블레이드에 대지의 룬을 부착했습니다. 공격 데미지 3% 마나 전환 효과가 발동합니다.

- 모모님은 The Age of Hero 유저 최초로 룬(Rune)을 아이템에 장착하셨습니다. 모모님의 위대한 업적에 경의를 표하며, 그에 대한 보상으로 업적 100,000점과 평판 100,000점을 드립니다. 축하합니다.

+1 용기사 사이먼의 홀리메탈 블레이드

등급 : 레전드(성장형)

용기사 사이먼이 사용한 홀리메탈 블레이드는 벽사파마(辟邪破魔)의 힘이 깃든 홀리메탈(HolyMetal)로 만들어 악마와 언데드에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내구도 : 330/330

공격력 : 330

생명력 : 1,100

근력 : 7.7

착용 효과 1 : 공격속도 33% 상승

착용 효과 2 : 중소형 몬스터(인간 포함) 데미지 33% 증가

착용 효과 3 : 적중된 상대 33% 확률로 정신파괴(패닉상태 10초)

특수 옵션 : 언데드와 악마형 몬스터에 공격력 55% 증가

룬 슬롯 : 공격 데미지 3% 마나 전환

착용 제한 : 모모 남작 전용(판매 불가)

성장 재료 : 홀리메탈 1kg, 강철의 눈 1개, 번개의 눈 1개, 바람의 눈 1개

공격 데미지 3%면 1,000 데미지만 들어가도 마나를 30이나 얻는 것이었다. 30은 큰 수치가 아니었지만, 불새의 검은 회오리로 몬스터를 몰아 잡으면 순식간에 마나 2만을 채울 수 있었다.

화염 데미지 1,000에 화상에 걸리면 2초마다 200 데미지가 들어가 1초에 마나 33을 얻게 된다.

여기에 어지럼증에 걸리면 무방비 상태에 걸려 데미지가 1.5배 들어가 마나 50을 얻었다.

몬스터 10마리만 불새의 검은 회오리에 가둬도 1초에 마나 500을 얻는 것이었다. 40초면 마나 2만을 꽉 채울 수 있는 것으로 대지의 룬 하나로 전투 중에는 마나 걱정을 완벽히 덜 게 된 것이었다.

“블레이드 레전드 아이템으로 업그레이드했을 때 살짝 실망했어요.”

“왜?”

“공격력, 생명력, 스탯 수치는 에픽하고 확실하게 차이가 있고, 착용 효과도 세 가지로 나쁘지 않았지만, 이름값을 생각할 때 뭔가 모자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룬을 보고 나니 제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알겠네요. 넘사벽이네요.”

“사실 나도 마나 흡수 룬 보기 전에는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어.”

“오빠도요?”

“어.”

“오빠 기분 나쁠까 봐 말하지 않았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언니까지 그런 생각했으면 저만 이상한 게 생각한 거 아니었네요. 저는 그동안 저만 그런 줄 알고 욕심이 지나친 건 아닌지 고민했거든요. 휴우. 다행이다.”

용기사 사이먼의 홀리메탈 블레이드를 레전드 아이템으로 업그레이드했을 때 아주 특별한 스킬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데미지 증가와 상태 이상 효과인 정신파괴밖에 없어 실망이 아주 컸다.

그런 실망이 마나 흡수 룬 하나에 180도로 바뀌었다. 원하던 스킬은 아니었지만, 전투 중에는 마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버프 스킬 3개를... 상급 1개와 중급 2개... 돌리며 스킬을 퍼부으면 마나 2만이 눈에 띄게 팍팍 줄어들었다.

특급 칭호 스킬 성자를 이용해 하루 3번 생명력과 마나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지만, 인스턴트 던전의 몬스터 숫자가 2배로 늘어나 마나가 모자랐다.

리히테나 검술을 깊이 이해하며 전보다 스킬 사용을 크게 줄였지만, 레벨이 높은 몬스터가 몰려나오면 불새의 검은 회오리를 쓰지 않고는 빠르게 처리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고민이 마나 흡수 룬 하나에 완벽히 사라졌다. 군주의 소환과 가루다의 날개를 사용할 때 마나 흡수 룬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웠지만, 언제든 몬스터를 사냥하고 마나를 채울 수 있어 전처럼 마나가 차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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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님, 마틸다님이 뵙기를 청하는데 어떻게 하죠?”

“들어오라고 해.”

“네.”

동굴에서 엄청난 대박을 친 다음 날 아침 해가 뜨자마자 마틸다가 집무실로 쳐들어왔다.

3일 동안 크리아탄 가문 사람들을 소환하지도 않고, 농노 계약도 풀어주지 않아 찾아온 것이었다.

일부러 그런 것으로 5일쯤 지나면 찾아올 줄 알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참을성이 더 부족했는지 3일 만에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영주님, 실례를 용서하세요.”

“괜찮습니다.”

“저희 가문 식솔들을 3일 동안 소환하지 않으셨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지 궁금해서 왔어요. 먼저 넘어온 식솔들이 무슨 문제라도 일으켰나요?”

“그런 일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식량문제로 사냥을 다녀 마나가 부족해 그렇게 됐습니다.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바쁘다 보니 그만... 죄송합니다.”

“저희 때문에 식량이 모자란 줄도 모르고 그만... 죄송해요. 영주님.”

“아닙니다. 제가 준비를 더 철저히 했으면 이런 일이 없는 건데, 마음이 급해 그만 준비가 소홀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영주님과 두 분 마님 그리고 영지민 전체가 저희 식솔들을 치료하고, 돌봐주고 있다는 것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그런 큰 은혜를 받으면서도 고마워할 줄 모르고 제 생각만 했으니... 제가 죽일 년이에요.”

“산채에서 고생하고 있을 식구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해하고 또 이해합니다.”

“영주님은 모든 걸 이해해주시는데 저는 그것의 10분의 1도 못하고 있으니..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어요.”

“제가 마틸다님 이었어도 그랬을 겁니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영지로 소환한 분들 평민으로 신분을 바꾸는 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수천 명을 한꺼번에 평민으로 바꾼 일은 아틸라 제국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시간을 갖고 한 명씩 바꾸지 않으면 제 영지에 변고가 생겼다고 여기고 황제가 군대를 파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모두가 위험해집니다. 마음이 급하겠지만,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주십시오.”

“그 부분도 다르게 생각했는데... 영주님은 정말 마음이 하해와 같이 넓으세요. 저와는 비교도 안 되는 분이세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마틸다님과 다를 게 하나도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이러는 건 마틸다님께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 그러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겁니다.”

“저 때문에 하신 일이라고요?”

“모르셨습니까?”

“저.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제가 이일을 왜 하겠습니까? 제 영지의 일부를 떼어드리는 일입니다. 이 일이 저에게 무슨 도움이 된단 말입니까?”

“그.그렇죠. 영주님께는 도움 될 게 별로 없죠.”

“모두 마틸다님 때문에 하는 겁니다. 그런 마음도 몰라주시다니 정말 섭섭합니다.”

“제.제가 지.지금 급히 가야 할 곳이 있어서... 다.다음 날 다시 얘기해요. 그.그만 나가볼게요.”

마틸다가 문이 부서져라 닫으며 집무실을 뛰쳐나갔다. 화가 나서 그런 게 아니라 놀라고, 부끄럽고, 당황해서 그런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설렘과 부끄러움이 가장 컸다. 홍당무처럼 얼굴이 빨개진 마틸다의 얼굴이 이를 입증했다.

“브라보! 오빠, 배우 해도 되겠어요.”

“짝짝짝짝.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인 줄 알았네. 연기 끝내주네. 오빠 짱 멋있어.”

“나는 너희가 시킨 대로 한 거야. 왜 트집을 잡고 그래?”

“트집 아니에요. 정말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멋진 연기였어요. 그래서 칭찬하는 거예요.”

“하연이 말이 맞아. 나도 너무 감동해서 눈물 흘릴 뻔했어. 정말 감동적이었어.”

“그만해라. 계속하면 진짜 화낸다.”

“킥킥킥킥.”

“히히히히.”

미탈다가 도망치듯 집무실을 나가자 하린이와 하연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손뼉을 치며 놀려댔다.

내가 마틸다에게 마음에도 없는 사랑 고백을 한 건 하린이와 하연이가 시켜서 한 것이었다.

마틸다의 마음을 훔쳐 크로아탄 가문을 꿀꺽 삼키는 걸 감쪽같이 숨기려고 그런 짓을 한 것이었다.

계획이 들통이 나도 마틸다를 끌어들이면 큰 어려움 없이 크로아탄 가문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연기라곤 해본 적도 없는 내가 여자 꼬시는 연극을 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마틸다가 꼭 필요해서 이런 짓을 한 건 아니었다.

크로아탄 가문의 핵심 세력인 시아버지와 친척들 그리고 충성을 바치는 가신들은 영지에 들여놓을 생각이 없어 마틸다가 없어도 흡수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마틸다가 있으면 불만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어 불필요한 마찰을 없앨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일은 농노들이 내 앞에선 화합하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뒤에서는 편을 가르고 싸우는 것이었다.

반목은 영지를 바닥부터 흔들리게 한다. 영지를 지켜야 할 병사들이 서로 반목한다고 생각해보라.

나를 도와 일할 관리들이 반목한다고 생각해보라. 곡식을 키우고 동물을 돌봐야 할 농노들이 반목한다고 생각해보라.

그 반목이 가벼운 의견 충돌로 생긴 것이 아니라 레오 가문과 크로아탄 가문 때문에 생긴 거라면 심각을 넘어 파멸로 치달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사랑 고백을 한 것이었다. 내 이익을 챙기기 위해 한 여자의 일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 작품 후기 ============================

병원에 오느라 글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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