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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185화 (18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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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다의 날개

185.

“오빠, 날개 마법 깃털 펜으로 필사해서 팔면 대박이겠어요. 못해도 한 권에 금화 400~500개는 받을 수 있을 거예요.”

“팔지 않을 거야.”

“왜요?”

“황제나 공작, 마법사의 탑에 날개 제작 비술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 것 같아?”

”돈도 많고 재료도 많으니까 큰 부대를 만들겠죠. 수천 명? 어쩌면 수만 명이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나는 멋진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죠.”

“그래서 팔지 않으려는 거야. 날개가 전투에 직접적으로 도움은 안 되지만, 이것만 있으면 빠르고 은밀하게 적진에 들어갈 수 있어. 그리고 상대편 후방에 순식간에 접근해 방화와 약탈로 혼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고, 반대로 공격해오는 상대를 중간에 차단하고 뒤쫓아 큰 피해를 줄 수도 있지. 전투는 강력한 힘도 중요하지만, 속도도 무시할 수 없어.”

“수천 명이 하늘을 날아오는 모습 상상만 해도 무섭네요.”

“끝장이지. 그래서 팔지 않을 거야. 절대로.”

몽골이 중앙아시아와 아랍, 유럽까지 정복할 수 있었던 힘은 뛰어난 궁술과 전술, 군대 조직 등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하나 있었다.

그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른 기동력이었다. 몽골군의 진격속도는 파발과 봉화보다 빨랐다.

달리는 말에서도 먹고 마시고 잘 만큼 말을 잘 다루는 몽골군은 쉬지 않고 달려 상대가 방비하기 전에 도착해 무찔렀다.

그리고 엄청난 기동력을 바탕으로 치고 빠지며 상대를 지치게 해놓고 잔인하게 죽였다.

또한, 지킬 곳이 없어 중국과 금나라처럼 지킬 곳이 많은 나라를 한꺼번에 달려들어 무찌르는 등 수적 열세도 가뿐하게 이겨냈다.

말이 70km를 달릴 때 날개는 300km로 날았다. 마나 소모가 극심해 오래 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황제와 공작, 마법사의 탑 탑주라면 마나를 충전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날개를 이용해 날아가지 않아도 충분한 기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10분이면 50km를 날아갈 수 있었다. 높이와 바람을 이용하면 이보다 훨씬 멀리 갈 수도 있었다.

그거면 도망치는 상대를 잡는데 충분했다. 또한, 성벽을 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100m가 넘는 성벽은 The Age of Hero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날개를 찬 상태에서는 스킬을 사용할 수 없지만, 착용과 해제 명령어로 간단하게 탈·부착할 수 있어 요령만 익히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었다.

로만 리히테나의 일기장은 줘도 못 먹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날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마나가 너무 작으면 사용하기 힘들지만... 장비였다.

이런 특급 전투 장비를 돈 몇 푼에 파는 건 바보짓이었다. 좋은 건 나만 써야 한다. 그래야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왕국을 만드는 원대한 꿈을!

하린이와 하연이가 사용할 날개까지 만든 다음 홀리메탈 원형 방패로 얼굴과 가슴을 가린 후 인벤토리에서 집게를 꺼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작은 상자를 집어 들었다.

보물 상자는 마법 트랩이 걸려있는 일이 종종 있어 무작정 손을 댔다가는 큰 봉변을 당할 수도 있었다.

상자를 바위 위에 올려놓고 홀리메탈 블레이드를 틈새에 살짝 밀어 넣어 뚜껑을 튕겨 올렸다.

딸깍

다행히 마법 트랩이 걸려있지 않아 상자 속에 든 내용물을 무사히 꺼낼 수 있었다. 내용물은 팔각형의 작은 돌멩이였다.

“룬이다.”

“이게 룬이야?”

“돌에 글자가 새겨져 있잖아요. 모양도 팔각형이고요. 룬이 확실해요.”

작은 돌멩이에는 처음 보는 글자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무슨 글자인지 자세히 보기 위해 돌을 손으로 잡자 아이템 설명창이 떴다.

마나 흡수 룬(Rune)

종류 : 소켓 아이템

등급 : 유니크

내구도 : 100/100

착용 효과 : 공격 데미지 3% 마나 전환

사용 제한 : 없음

특이 사항 : 탈부착 가능

- 모모님은 The Age of Hero 유저 최초로 유니크 등급의 룬(Rune)을 획득했습니다. 모모님의 위대한 업적에 경의를 표하며, 그에 대한 보상으로 업적 50,000점과 평판 50,000점을 드립니다. 축하합니다.

“헉!”

“뭔데 그렇게 놀라세요?”

“네가 직접 봐.”

“헐! 완전히 사기네요. 이것만 있으면 이제 마나 걱정 끝이네요. 축하해요. 오빠. 축하하는 의미로 볼에 뽀뽀해드릴게요.”

괜찮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하연이가 재빨리 다가와 가슴을 꼭 끌어안으며 볼에 입을 맞췄다.

향긋한 체취와 함께 뭉클한 가슴이 선명하게 느껴지자 싫다는 말이 쏙 들어갔다. 말만 들어간 게 아니라 몸이 자동으로 반응해 양손이 제멋대로 하연이의 등을 쓰다듬었다.

“오빠 품 너무 좋다.”

하연이의 말에 놀라 감미로운 꿈에서 화들짝 깨어났다. 창피해 얼굴이 빨개졌지만, 당황하지 않고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마치 의도한 행동처럼. 부끄럽다고 확 밀어내면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었다. 이럴 땐 음흉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해야 했다. 그러면 쪽팔림은 감추고, 자상함은 배가 됐다.

“나도 좋다.”

“정말요?”

“응.”

“그럼 저도 자주 안아주세요. 저도 여자예요. 오빠가 언니만 안고 있으면 질투 나요.”

“너 하고 나 사이가 정상이야?”

“정상이든 비정상이든 좋아하는 사람 품에 안기고 싶은 건 누구나 똑같아요. 바보! 그런 것도 모르고.”

“미안하다. 내가 생각이 짧았다.”

“한 번만 더 그런 소리하면 정말 화낼 거예요. 알았죠?”

“알았어. 다시는 안 그럴게.”

하연이 말이 맞았다. 손가락질을 받는 만남이라도 축복받는 만남처럼 남들 하는 거 다 하고 싶은 건 같았다.

잔뜩 심통 나서 말하자 볼이 맹꽁이처럼 불룩해졌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볼을 가볍게 잡아당기자 아프다고 엄살을 떨면서 더욱 품에 안겨 왔다.

“둘러보고 가자. 언니 걱정하겠다.”

“네.”

마음이야 밤새도록 이러고 있고 싶었지만, 절벽에서 걱정할 하린이도 생각해야 했다.

등을 토닥여 준 후 품에서 떼어냈다. 그리곤 더 가져갈 게 있는지 동굴을 꼼꼼히 살폈다. 그러나 동굴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위적인 흔적이 전혀 없었다.

이건 사람이 한 번도 살지 않았다는 뜻으로 죽은 가루다는 누군가와 싸우다 크게 다쳐 동굴에 몸을 숨겼다가 회복하지 못하고 죽은 것이 틀림없었다.

살아 있는 황금 가루다가 아직 있는지,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자 입맛이 씁쓸했다.

하연이가 경매장에서 황금 독수리 깃털을 사며 가루다의 날개 뼈도 있는지 찾아봤지만, 가루다와 연관된 재료는 단 한 개도 찾을 수 없었다.

황제와 마법사의 탑에는 황금 가루다의 날개 뼈가 많겠지만, 경매장은 유저만 이용할 수 있어 NPC는 팔고 싶어도 팔 수 없었다.

그리고 황제와 마탑주가 뭐가 아쉬워 가루다의 날개 뼈를 판단 말인가? 황금을 산처럼 쌓고 사는 놈들이라 뼈가 삭아 없어져도 팔지 않았다.

황금 가루다의 날개 뼈를 구할 수 없다면 날개를 2개밖에 더 만들 수 없었다. 군주의 소환이 있어 비행 부대가 없어도 적 후방에 부하들을 소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비행 부대가 있으면 활용할 수 있는 전술이 수십 배로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전쟁의 서막과 동시에 주변 영지를 흡수해 강력한 영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아쉬움이 컸지만, 방법이 없다면 재빨리 마음을 접어야 한다. 노력해도 안 되면 포기하고 잊어야 한다. 안 되는 걸 계속 붙잡고 있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었다.

동굴 밖으로 나와 줄을 잡고 재빨리 절벽 위로 올라갔다. 동굴에 있었던 얘기를 해주며 날개를 건네자 하린이가 눈을 반짝이며 날개를 받았다.

“오빠, 여기서 시험해볼까요?”

“위험하지 않을까?”

“설마 떨어져 죽기야 하겠어요?”

“그럼 내가 먼저 해볼게.”

“착용.”

날개를 꺼내지도 않고 인벤토리에 있는 상태에서 착용이라고 말하자 원래 등에 있었던 것처럼 커다란 날개가 등에 생겨났다.

매의 날개와 아주 흡사한 형태의 황금 가루다 날개는 좌우 길이가 3m가 넘었고, 폭도 1m나 됐다.

근사한 날개를 마음속으로 펼친다고 생각하자 팔을 벌리는 것처럼 날개가 활짝 펴졌다.

이번에는 팔을 휘젓는 생각을 하자 생각한 것처럼 날개가 움직이며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

생각한 대로 커다란 날개가 움직이자 아래에서 위로 휘저어 살짝 공중으로 뜨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정말로 몸이 3m 정도 공중에 떴다. 그 상태에서 앞뒤 좌우로 움직이는 연습을 했다.

하지만 발을 땅에 대고 날개를 움직이는 것과 공중에 뜬 상태는 전혀 달랐다. 이유는 중심이었다. 꼬리가 없어 중심 잡기가 매우 어려웠다.

고공 낙하 훈련을 수십 차례 해 공중에서 중심 잡는 건 자신 있었다. 그러나 낙하는 아래로 떨어지는 중심만 잡으면 됐지만, 나는 건 전후좌우 위아래 균형을 모두 잡아야 해 낙하와는 비교가 안 되게 어려웠다.

그래도 운동신경이 나쁘지 않아 30분 넘게 진땀을 흘리자 공중에 멈춰서는 건 할 수 있었다.

“마음속으로 날개를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돼. 그러면 생각한 대로 날개가 움직여. 그러나 날개는 움직여도 몸이 따라주질 않을 거야. 꼬리가 없어 균형을 잡을 수 없어서 그래. 그래도 아주 천천히 움직이면 중심을 잡을 수 있어.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다리를 꼬리라고 생각하면서 균형을 잡아 봐.”

“알았어.”

“네, 오빠.”

하린이와 하연이도 날개를 착용하고 나처럼 공중에 몸을 살짝 띄운 채 균형 잡는 연습을 했다.

하늘을 나는 것이 말 타는 걸 배우는 것보다 열 배는 어려웠다. 그러나 재미는 백만 배 더 재미있었다.

인간의 오랜 꿈이 하늘을 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열기구도 만들고, 행글라이더도 만들고, 비행기도 만들고, 우주선도 만들었다.

그러나 진정으로 인간이 원한 건 기구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게 아니었다.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지금도 수많은 기업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 인간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하지만 꿈을 이루는 건 여전히 요원하기만 했다. 그런 꿈을... 게임에서지만... 나와 하린, 하연이가 이루었다. 그러니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신나고 재미있었다.

문제는 마나 소모가 극악해 오래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마나 먹는 귀신도 아니고, 5분 만에 마나 1만5천이 사라졌다.

“오빠, 어렵지 않아? 나는 중심 잡는 게 너무 어려워. 그래서인지 어지러워.”

“연습하다 보면 적응할 거야.”

“내가 마나가 가장 적은데 어느 세월에 연습해서 하늘을 마음껏 날겠어?”

“언니만 그런 거 아니야.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6분이 한계야.”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 셋 다 크게 다를 것 없다. 날개를 쓰려면 최소 3만까지는 올려야 할 것 같다.”

“3만이나?”

“어.”

“그럼 나는 1만5천이나 올려야 하는 거잖아. 어느 세월에 그걸 올리나. 에휴.”

“언니, 인스턴트 던전 열심히 다니면 금방 올릴 수 있어 기운 내.”

“입장권이 있어야 가지.”

“하긴. 그게 문제지.”

============================ 작품 후기 ============================

모두 사고 조심하세요.

시골 갔다가 교통사고로 운전석 문짝이 완파 됐습니다.

20살 초보운전이 부웅 달려와 아작을 냈습니다.

내일 병원에 가봐야 합니다.

그래도 글은 최대한 차질 없도록 하겠습니다.

사고는 갑자기 찾아옵니다.

모두 조심 또 조심하세요.

목과 가슴, 허리가 부러질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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