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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다의 날개
184. 가루다의 날개
“오빠, 저기 절벽 위에 동굴 있어.”
“어디?”
“저기 절벽 중간에 툭 튀어나온 바위 보이지?”
“어.”
“거기 위에.”
“나는 음영인 줄 알았는데, 눈 좋다.”
“패시브 스킬 해동청의 눈 덕분이야. 안 그랬으면 나도 몰라봤을 거야.”
절벽 밑을 걷다가 절벽 중간에 뚫린 동굴을 하린이가 발견했다. 바위틈 사이에 좁은 입구가 있는 걸 기가 막히게 찾아냈다.
해동청의 눈은 시야와 치명타 확률을 증가시켜주는 패시브 스킬로 중급을 마스터한 하린이는 나와 하연이보다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볼 수 있어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길이나 동굴을 곧잘 찾아냈다.
“던전일까?”
“그거야 들어가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지. 그냥 동굴도 많으니까.”
“그래도 발견한 거니까 올라가 봐야겠지?”
“그래야지. 생각지도 못한 대박이 터질 수도 있으니까.”
“오빠, 제가 갈게요.”
“괜찮아. 내가 갈게.”
“저는 은신 스킬 있잖아요. 탐사는 제가 제격이에요.”
“하연이 말이 맞아. 동굴 안에 뭐가 있는지 보는 건 은신이 뛰어난 하연이가 적격자야.”
하린이까지 하연이가 가야 한다고 의견을 내자 더는 내가 간다고 우길 수 없었다. 탱커라고 항상 앞장서야 하는 건 아니었다. 정찰은 탱커보다 궁수와 도적이 유리했다.
그리고 하연이는 은신 스킬이 있어 아무도 모르게 잠입할 수 있었다. 그런 특기가 있는데 쓰지 않는 건 낭비였다.
“알았어. 대신 조심해야 해.”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일 한두 번 아니에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고 했어. 조심 또 조심해.”
“네. 오빠, 아래에선 올라가기 어려울 것 같아요. 위에서 내려갈 수 있게 밧줄 좀 걸어주세요.”
“어.”
산을 빙 돌아 절벽 위로 올라간 다음 인벤토리에서 밧줄을 꺼내 커다란 나무에 묶고 줄을 동굴이 있는 절벽 아래로 늘어뜨렸다.
“위험하면 바로 소리쳐. 소환할 테니까.”
“알았어요.”
활을 인벤토리에 놓은 하연이가 밧줄을 잡고 날렵하게 절벽 아래로 내려갔다. 절벽 높이는 대략 100m로 동굴은 중간인 50m 지점에 있었다.
고무공처럼 통통 튀며 내려간 하연이가 1분도 안 돼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라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오빠, 언니, 지금 들어가요.」
「조심해.」
「알았어. 언니.」
아마존 푸른 얼음 대족장 애니퍼의 수정활에 화살을 건 하연이가 은신으로 몸을 숨긴 채 한발 한발 내디디며 동굴 속으로 진입했다.
동굴이라고 모두 던전이 아니었다. 전체 동굴의 80% 이상이 평범한 동굴이었고, 20% 미만만이 던전이었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마법사, 마검사, 도적 등이 은신처 또는 실험실로 사용하던 곳도 있었다.
이런 곳을 찾으면 엄청난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환인이 도와주지 않으면 절대 찾을 수 없어 유저들은 은신처와 실험실을 로또라고 불렀다.
「오빠. 내려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뭐가 있어?」
「아주 특이한 해골 한 구와 책 한 권이 있어요.」
「알았어.」
“하린아, 줄 끊기면 골치 아파지니까 너는 여기서 기다려.”
“알았어.”
“무슨 일 생기면 바로 귓말해.”
“응.”
하린이를 절벽 위에 남겨두고 사뿐사뿐 뛰어 동굴로 내려왔다. 좁은 입구를 통과하자 사람 3~4명은 다닐 수 있는 넓은 통로가 나왔다.
그 길을 따라 30m쯤 들어가자 사방 10m의 넓은 공간이 나왔다. 그곳에 하연이가 뼈만 남은 시체를 요리조리 살피고 있었다.
뼈만 남은 해골은 사람이 아니었다. 인간의 몸에 독수리의 머리와 부리, 날개, 다리, 발톱을 갖고 있는 가루다였다.
바람 및 화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가루다(Garuda)는 신에 필적하는 힘을 가진 유사 신족이었다.
그러나 점차 인간과 피가 섞여 힘을 잃었다. 그러다 5,000년 전 큰 싸움에 휘말려 수많은 가루다가 죽고 1.000년 전부터는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아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루다가 엎어진 채 동굴에 죽어 있었다. 갑옷과 옷이 다 삭아 뼈만 앙상한 것으로 보아 5,000년 전에 죽었을 가능성이 아주 컸다.
“가루다 옆에 떨어져 있던 책이에요.”
“이게 전부야?”
“가슴에 작은 상자 하나가 있어요. 옷에 들어 있다가 옷이 삭아 떨어진 것 같아요. 오빠가 이놈 본 다음에 수거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손도 안 댔어요. 저 잘했죠?”
“어. 아주 잘했어.”
“그럼 상으로 뽀뽀해주세요.”
쪼옥
“헤헤헤헤.”
하연이가 내민 책은 길이가 50cm, 좌우 폭이 35cm, 두께가 20cm가 넘는 커다란 책이었다.
황금 가루다의 날개 제작 비술
등급 : 제작
황금 가루다 일족은 신들의 땅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수천 년간 날개를 강화하는 연구를 거듭했다. 그러나 날개의 힘만으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실망한 황금 가루다 일족은 연구를 포기했고, 날개 제작 비술은 그렇게 세상에서 사라졌다.
내구도 : 3/100
사용 제한 : 없음
제작 재료 : 황금 가루다의 날개 뼈 3개, 황금 독수리의 깃털 100개, 자유의 보석 1개, 바람의 보석 1개
내구도가 3밖에 남지 있지 않았다. 내구도가 0이면 아이템이 부서진다. 그러면 복구할 수 없었다. 하린이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날개를 만들 수 있는 비술도 영영 사라졌을 것이다.
“날개 아이템이라고 들어봤어?”
“아니요.”
“유저도 쓸 수 있는 건가?”
“만들 수 있다는 건 유저도 쓸 수 있다고 봐야죠.”
“만들어 볼까?”
“네.”
The Age of Hero는 유저가 제작할 수 있는 아이템 종류가 수만 가지가 넘었다. 그리고 제작한 아이템은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제작할 수 없는 아이템은 만들 방법이 공개되지 않았고, 잔머리를 굴려 만들어도 100% 실패했다.
날개를 쓸 수 있다고 하연이가 자신 있게 말한 건 이 때문이었다. 쓸 수 없는 아이템을 만들 수 없었다.
“뼈는 시체에서 얻으면 될 것 같고, 황금 독수리 깃털이 문제네. 황금 독수리는 어디서 잡을 수 있어?”
“황금 독수리 깃털은 경매장에서 사면 돼요.”
“그래?”
“오빠는 뭐든지 다 직접 구해서 사용하려는 습성이 있어요. 그거 좋은 버릇 아니에요. 자급자족해야 살 수 있는 원시 시대도 아니고 경매장에서 쉽게 살 수 있는데 그게 뭐하는 짓이에요.”
“미안해. 아직도 뭘 산다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습성이라는 건 참 무서운 것이었다.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무수히 반복하는 것, 그것이 습성이었다.
돈이 뭔지 알게 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그전까지는 필요한 게 있으면 유모에게 말하면 모두 준비해줬다.
그러나 유모가 사라진 후 말할 사람이 없었다. 학교에서 가져오라는 건 가정 통신문을 가정부에게 보여주면 가정부가 부모라 믿었던 사람들에게 보여줘 사다 놨다.
나를 위한 게 아니라 그들을 위한 것으로 내가 준비물을 챙겨가지 않으면 자신들이 손가락질받을까 봐 챙겨준 것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장난감을 사고 싶어도,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도 무서워 사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물건을 사는 것도 사회생활 중 하나였지만, 그들이 무서워 익힐 수가 없었다.
혼자 살며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돈이 없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멋진 모자와 시계, 노트북을 사고 싶었지만, 먹고 죽을 돈도 없었다.
아끼고 아껴야 간신히 살 수 있어 사치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그때의 버릇이 그대로 남아 돈 주고 산다는 생각보다 구해서 쓴다는 생각부터 했다.
‘돈도 써 본 놈이 쓴다고 아무나 쓰는 게 아니었네. 그런데 이러다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 되는 거 아니야? 그건 정말 아닌데. 하아...’
“얼마나 하는데?”
“개당 은화 1개밖에 안 해요.”
“그러면 지금 300개 사. 바로 만들게.”
“네.”
“그런데 지금 받을 수 있지?”
“우편으로 받으면 돼요. 가벼워서 요금 얼마 안 해요.”
경매장에서 물건을 사면 우편을 통해 바로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무게와 아이템 가격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해 급하지 않으면 수도나 10대 도시에서 수령했다.
- 파티원 모모님이 황금 가루다의 날개 뼈 15개를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등에 달린 날개 뼈에 손을 대자 가루다의 해골이 먼지처럼 부서지며 날개 뼈가 인벤토리에 들어왔다.
“오빠, 여기요.”
“수고했어.”
- 가루다의 날개를 제작하시겠습니까?“
“네.”
- 가루다의 날개를 제작하셨습니다.
- 모모님은 The Age of Hero 유저 최초로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제작하셨습니다. 모모님의 지칠 줄 모르는 탐구열에 경의를 표하며, 그에 대한 보상으로 업적 50,000점과 평판 50,000점을 드립니다. 축하합니다.
황금 가루다의 날개
종류 : 특수 아이템
등급 : 희귀
황금 가루다의 뼈에 황금 독수리의 깃털을 붙여 만든 날개. 매우 튼튼해 태풍에서 부러지지 않음
내구도 : 100/100
최대 속도 : 시속 300km
최대 상승 고도 : 100m
마나 소모량 : 1초에 50
특수 능력 : 활강(활강 때는 마나를 소모하지 않음)
특이 사항 : 전투 시 사용 불가, 강화 불가
착용 제한 : 없음
착용 방법 : 착용 명령어 ‘착용’ / 해제 명령어 ‘해제’
“이거 있으면 이제 말 타지 않아도 되겠네요.”
“1분에 마나가 3,000이나 들어. 300km를 날아가려면 마나가 18만이나 있어야 하고. 마나가 너무 많이 들어서 당분간은 계속 말 타고 다녀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전혀 쓸모없는 거잖아요?”
“활강할 때 마나가 소모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100m 상공까지 올라가서 바람 타고 날아가면 훨씬 멀리 갈 수 있을 거야.”
“단거리 갈 때나 쓰겠네요?”
“한 곳 더 있어.”
“어디요?”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갈 때. 빙빙 돌지 않고 바로 내려갈 수 있잖아.”
“오오 생각보다 쓰임새가 많네요.”
쓸모가 많은 정도가 아니라 엄청나게 많았다. 달아날 때도 쓸 수 있었고, 적이 침입하거나 몬스터가 침입했을 때 빠르게 이동해 대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강을 건널 때도 배가 필요 없었고, 계곡이나 산을 넘을 때, 이 동굴처럼 절벽 중간에 있는 동굴에 들어갈 때도 힘들게 밧줄을 타지 않아도 됐다.
전투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움이었지만, 많은 곳에서 쓸 수 있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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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추석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