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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183화 (18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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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저먹기

183.

“저 쫓아낼 생각하지 마세요. 갈 데도 없고, 오라는 곳도 없어요. 그리고 이제 정들어서 여기 떠나고 싶지도 않고요.”

“네가 간다고 하기 전에 등 떠미는 일은 없어. 대신 부탁이 있어. 아니 명령이야.”

“뭔데요.”

“하린이, 하연이, 레이첼, 아이린, 아만다, 엠마, 에밀리, 아리치, 쥬디, 미미에게 조금만 더 마음의 문을 열어. 그러면 네가 원하던 친구를 얻게 될 거야.”

“그들이 절 사람으로 생각할까요?”

“나는 널 괴물로 생각한 적 없어. 자격지심 갖지 마.”

“그 말 정말이죠?”

“나 사람 피만 마셔. 네가 괴물이었으면 피 못 마셨다.”

“정말 이상한 곳에서 제가 사람이란 게 증명됐네요.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네요. 아주 좋네요.”

“그러니 친하게 지내. 그게 너한테도 이로워.”

“알았어요. 앞으로는 언니 언니 하면서 따라다닐게요.”

“언니 같은 소리하고 있네. 네가 우리 영지에서 가장 나이 많아. 할머니도 너 같은 할머니가 없어.”

“1,000년은 잠들어 있던 시간이라 빼야 해요. 그리고 133살은 서큐버스에게 유년기에 해당해요. 그러니 하연이까지는 친구로 지내고, 그 위는 언니라고 하는 게 맞아요.”

“무슨 법칙이 그래?”

“제 법칙이에요. 잘못됐어요?”

“그래그래. 네 마음대로 해. 나는 바뀌는 거 없으니까.”

“이기주의자.”

“이기주의자인지 이제 알았어?”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고맙다.”

“뭐가요?”

“미워하는 것도 애정이 있어야 미워하는 거잖아. 애정이 티끌만큼도 없으면 미워하는 감정도 생기지 않으니까. 그러니 고마워해야지. 내게 애정을 품고 있으니까.”

“꿈보다 해몽이 좋네요.”

“네 황당한 나이 계산법보다는 내 해몽이 백배는 나아.”

“흥!”

피를 빨 수 있어 인간이라고 말했지만, 세라는 악마 릴리트의 딸이자 보스 몬스터로 사람으로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오늘 세라의 인간적인 고민을 듣자 진짜 사람으로 느껴졌다. 겉모습이 사람이라고 진짜 사람이 아니었다.

인간처럼 생각해야 그게 진짜 사람이었다. 겉은 인간인데, 속은 악마라면... 정이슬, 이은택처럼... 그건 악마지 사람이 아니었다.

농노 증명서가 내 손에 다시 돌아온 건 마틸다가 미끼를 문 지 일주일 후였다. 약속대로 여자와 아이들부터 영지로 소환했다.

군주의 소환은 아직 초급을 마스터하지 못해 한 번에 소환할 수 있는 인원이 10명밖에 안 됐다.

그리고 재사용시간도 1시간으로 하루에 최대 240명을 강제 소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나 소모가 한 명당 500이나 됐고, 인스턴트 던전도 갔다 와야 해 50명이 한계였다.

다행히 열흘 동안 500명을 소환하자 군주의 소환 초급을 마스터할 수 있었다. 덕분에 한 번에 30명을 소환할 수 있게 됐다.

군주 직업 스킬

군주의 소환(중급 10/500) : 동료와 부하 30명을 옆으로 강제소환, 쿨타임 60분

한 명당 마나 500 소모

그러나 쿨타임은 여전히 1시간이었고, 마나 소모량도 줄어들지 않아 하루 100명 이상은 소환할 수 없었다.

그래도 20일 동안 꾸준히 소환하자 1,500명을 머나먼 이탕가 산에서 안전하게 내 영지로 데려올 수 있었다.

군주의 위엄(중급 7/500) : 자신과 부하 30명의 생명력과 마나 회복력 20% 증가

마나를 쉬지 않고 써대자 생명력과 마나 회복 속도를 올려주는 군주의 위엄도 초급을 마스터했다.

20%밖에 안 돼 아직은 큰 도움이 안 됐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아 소모된 생명력과 마나가 차오르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효과가 있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팍팍 먹히고 있어요.”

“그래?”

“크리아탄 후작 가문인가 뭔가 하는 놈들 아주 못된 놈들이에요.”

“왜?”

“왜겠어요? 자기들은 여전히 고귀한 후작이고, 밑에 사람들은 개·돼지 취급을 했으니까 그렇죠.”

“수탈이 그렇게 심했어?”

“마른오징어 쥐어짜면 물이 나올까요? 안 나올까?”

“마른오징어에 무슨 물기가 있다고 물이 나와?”

“그러니까 나쁜 놈들이죠. 쥐여 짜도 안 나오는 걸 나올 때까지 쥐어짰으니까요. 그러니 사람들 모습이 저따위죠.”

처음 열흘 동안 내 영지에 온 500명은 크리아탄 가문 요직에 있는 부하들로 잘 먹고 잘살아 옷차림도 단정했고, 영양 상태도 아주 양호했다.

그러나 뒤에 온 1,000명은 제대로 먹지 못해 몸에 부스럼이 가득했고, 다 떨어진 옷에는 이와 벼룩이 득실댔다.

내가 영지를 받았을 때 보았던 농노들보다 최소 2배 이상 참혹한 모습으로 툭 건들면 죽을 것처럼 몸이 부실했다.

이 사람들을 보자 내가 마틸다와 크리아탄 가문을 완벽히 잘못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틸다의 말만 들었을 땐 아슈뉴르 총독 베일리 후작과 다른 세 가문을 악으로 생각했고, 크리아탄 가문을 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세 가문 중 한 가문이 귀족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귀족을 내려놓은 지 오래로 세 가문은 신분차별이 없었다.

노력과 자질에 따라 계급이 오르고 내려갔다. 그렇다고 현대사회처럼 완벽한 평등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틸라 제국처럼 법으로 계급을 나눈 건 아니라서 언제든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오직 크리아탄 가문만이 옛날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몇몇 귀족과 그에 빌붙은 놈들이 대다수를 지배하는 구조였다.

세력 다툼에서 패한 크리아탄 가문은 옛 영광을 찾기 위해 이탕가 산으로 숨어들었고, 그곳에서 폭정을 피해 숨어든 농노와 평민들을 복종시켜 세력을 늘렸다.

그러나 상대는 인구 10억의 아틸라 제국으로 오합지졸 수만 명으로는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패배주의에 빠진 크리아탄 가문은 시간이 지나며 옛 영광을 찾겠다는 기상마저 완전히 사라졌고, 과거에 안주한 채 점점 쇠퇴해갔다.

그러면서도 고약한 폐단은 벗어나지 못해 가문에 종속된 사람들을 착취하며 살았다. 이 때문에 가문에 종속된 3만 명 중 80%인 2만6천 명이 극심한 영양실조와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조나단.”

“예, 영주님.”

“앞서 들어온 500명 빡세게 굴려. 정신 교육이 뭔지 확실하게 알 때까지.”

“알겠습니다.”

“레이첼.”

“예, 영주님.”

“뒤에 들어온 1,000명은 치료가 우선이니까 영양가 좋은 음식으로 잘 먹여. 기운을 차려야 일을 시키지.”

“알겠어요.”

“하린아, 해열제와 지사제, 진통제, 소염제, 살균 소독제의 생산량을 열 배로 늘려.”

“알았어.”

“하연아, 너는 30명 정도 차출해서 아침저녁으로 환자 치료하고.”

“네, 오빠.”

“아이린과 아만다는 옷 좀 만들어.”

“몇 명분이나요?”

“5,000명.”

“그만큼 만들 가죽과 천 없어요. 잘해야 2,000명 정도 만들 수 있어요. 그것도 여름옷으로 만들어야 그 정도지 겨울은 몇백 벌이면 끝이에요.”

“천은 오늘 중으로 수도에서 사다 줄게. 가죽도 며칠 내로 브랜틀 통해서 보내주고. 바느질할 줄 아는 여자들은 모두 불러서 만들어. 일한 품삯은 먹을 거로 주고.”

“네.”

명령을 내리고 곧바로 수도 포목점으로 이동해 면을 잔뜩 사다 아이린과 아만다에게 넘겨줬다.

그리곤 따뜻한 손길로 이탕가 산적들을 치료한 다음 하린이와 하연이를 데리고 남쪽 영지접경지로 내려갔다.

그리곤 칼 구스타프 남작 영지로 몰래 들어갔다. 남의 영지에 침입한 건 고기와 가죽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자이언트 판다와 버그 베어를 잡고 얻은 고기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한 달도 안 돼 빵만 먹게 될 수도 있었다.

인스턴트 던전은 엄청난 경험치와 평판 포인트, 아이템을 얻을 수 있지만, 고기는 얻을 수 없었다.

필드와 달리 인스턴트 던전은 라운드가 종료되면 몬스터가 사라졌다. 그리고 사라지기 전에도 도축이 안 돼 아이템 빼고는 얻을 수 있는 게 없었다.

이 때문에 고기를 얻으려면 키우고 있는 양과 돼지, 소를 잡거나 동물형 몬스터를 사냥해야 했다.

그러나 양은 양털을 얻어야 하고, 돼지와 소는 몇 마리 없어 숫자를 늘리려면 몇 년은 상전처럼 애지중지 키워야 했다.

남은 방법은 사냥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 영지에선 고기 얻을 몬스터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내 영지를 침입한 몬스터도 잡고, 고기도 얻기 위해 칼 구스타프 남작 영지에 들어간 것이었다.

칼 구스타프 남작 영주성은 남쪽에 치우쳐 있고, 북쪽은 온통 울창한 산이라 들어가도 알 수가 없었다.

우드 골렘 한 마리를 앞세워 길을 내며 산을 오르자 사방에서 몬스터가 벌떼처럼 덤벼들었다.

대부분이 20~30레벨 몬스터로 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듯이 가볍게 잡아 마법 배낭에 쑤셔 넣었다.

“오빠, 알 아직도 부화할 기미가 없어요?”

“없어.”

“이상하네요. 게임 시간으로 일주일이면 모두 부화했는데.”

“이거 가짜 아니야?”

“가짜요?”

“모양만 그럴싸한 것일 수도 있잖아?”

“설마요.”

“그러면 썩은 알인가?”

“썩은 알이 나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는데요.”

“그러면 이게 드래곤 알이라도 된다는 거야?”

“정말 그런 걸까요?”

“하린아.”

“응?”

“하연이 약 먹을 시간 됐다. 치사량으로 먹여라. 상태가 많이 안 좋다.”

“약보다는 매가 더 효과가 빠르지 않겠어?”

“그게 더 좋은 방법이었네. 내가 때릴까? 아니면 네가 때릴래?”

“어디 때릴 거야?”

“당연히 볼기짝이지. 손에 착착 감기는데 감촉이 죽여줘.”

“그러면 내가 잡고 있을 테니까 오빠가 때려. 빨갛게 부을 때까지 차지게 때려.”

“오케이.”

“우이씌. 같이 놀리니까 좋아?”

“좋아.”

“나도. 흐흐흐흐.”

“못 됐어.”

칼 구스타프 남작 가문이 북쪽에 발걸음을 끊은 지 오래였지만, 깊이 들어가는 건 기분이 찜찜해 3km 안까지만 들어가 고기를 얻을 수 있는 곰, 사슴, 멧돼지 몬스터를 사냥했다.

레이첼이 싸준 도시락으로 점심을 가볍게 해결하고 능선을 타고 동쪽으로 계속 이동하며 몬스터를 사냥했다.

20km 넘게 이동하자 능선이 끝나고 높은 바위 절벽이 병풍처럼 쭉 이어졌다.

============================ 작품 후기 ============================

행복한 추석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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