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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177화 (177/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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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177.

“엄마가 그래도 된다고 했어. 엄마가 괜찮다고 했어. 그년들은 개·돼지만도 못한 것들이라 죽여도 된다고 했어. 나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야. 나는 잘못 없어. 잘못 없다고.”

“네 엄마가 죽이라고 하면 세상 사람 다 죽여도 되는 거야?”

“그런 말 한 적 없어. 우리 엄마가 말한 것들은 누구에게나 다리를 벌리는 그런 년들이었어.”

“웃기고 있네. 네놈이 강간한 여자 중 80% 이상이 처녀였어. 나보다 네가 더 잘 알잖아. 피를 직접 봤으니까.”

“그년들이 나를 속인 거야. 처녀인 척 속인 거라고. 나는 잘못 없어. 나는 그년들에게 속은 죄밖에 없어~”

모든 사건의 시발점은 이은택의 엄마였다. 이은택이 잘못했을 때 따끔하게 혼내며 잘못한 부분을 지적했다면 이은택이 이토록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은택의 엄마는 아들의 잘못을 혼내기는커녕 감싸기에 바빴다. 그러면서 모든 잘못을 피해자에게 돌렸다.

심지어 돈과 권력을 가진 상류층을 뺀 모든 사람을 개·돼지로 취급하며 때려도 되고, 죽여도 상관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댔다.

이은택을 망친 건 공정하지 못한 우리 사회도 큰 몫을 차지했지만, 자식을 올바르게 키우지 못한 엄마의 영향이 더욱 컸다.

하지만 이은택의 엄마를 처벌하긴 어려웠다. 그 이유는 형법 151조 범인은닉과 친족 간의 특례 때문이었다.

제3자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할 수 있게 도와주면 범인은닉죄로 처벌했지만, 친족·호주 또는 동거 중인 가족이 도와주면 처벌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이은택의 엄마는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며 아들을 빼내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지랄발광을 떨고 있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도 모른 체... 아니 알면서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었다. 아들에게 대한민국 서민을 개·돼지로 가르친 여자였다. 개·돼지를 죽였는데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게임 시간으로 20일 동안 이은택이 접속하기만 기다리던 세라가 멋지게 이은택을 떡실신 상태로 만들었다.

내 명령을 받은 세라는 이은택과 정이슬이 게임에 접속한 지 알아내기 위해 밥을 먹다가도 확인하고, 책을 보다가도 확인하고, 이빨을 닦다가도 확인하는 등 30분마다 접속 여부를 확인했다.

그렇게 게임 시간으로 20일을 기다린 보람이 있어 멋지게 한 방에 이은택을 떡실신시킬 수 있었다.

“아주 잘했어.”

“이 정도야 우습죠. 호호호호.”

“겨우 한 번 잘했다고 너무 자만하는 거 아니야?”

“절 뭐로 보시고 그러는 거예요? 저 이래 봬도 악마 중의 악마 릴리트의 딸이에요. 무시하지 마세요.”

“엄마 싫다고 할 때는 언제고.”

“말이 그렇다는 거예요.”

“그래 너 잘났다.”

“이씨.”

“이은택의 엄마와 아빠가 구속되는 모습도 추가하고, 잔인하게 고문받는 모습도 집어넣어. 그리고 사람취급도 하지 않던 교도관들에게 살려달라고 손바닥을 싹싹 비비는 모습도 리얼하게 보여주고. 그러면 충격이 지금보다 몇 배는 더할 거야.”

“알았어요.”

“어떤 게 현실이고 어떤 게 꿈인지 분간할 수 없게 흔들어 놓아야 해. 그래야 놈이 결심할 수 있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싸움은 잘 못 해도 이런 건 또 기가 막히게 잘해요. 며칠 내로 보내버릴 테니까 구경이나 재미있게 하세요.”

“말은 청산유수야. 실력도 그래야 하는데.”

“계속 그럴 거예요?”

“아니야. 아니야. 잘하고 있어. 아주 예뻐.”

“예쁘면 뽀뽀라도 해주던가요? 말로만 그러지 말고요.”

“지하 감옥 생활이 아주 편했나 봐? 다시 내려갈까?”

“뽀뽀 한 번 해달라는 게 그렇게 죄에요? 감옥 운운하게.”

“저 입을 막든지 해야지 시끄러워서 못 살겠네.”

“해줄 거죠?”

“하는 거 봐서.”

“잘할게요. 그러니 미워하지 마세요.”

“알았어.”

세라는 60레벨 보스 몬스터지만, 전투력은 형편없이 약해 검은 오크 전사 4~5마리만 달려들어도 목숨이 간당간당했다. 대신 잠든 남자를 몽환술로 괴롭히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났다.

몽환술은 꿈에서 일어나는 일을 세라 뜻대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으로 타인에게도 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덕분에 이은택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하린, 하연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정이슬이었다. 정이슬은 집에 있어 이은택보다 먼저 공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라의 몽환술이 먹히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 했던 수많은 악행을 보여주며 사방에서 경찰과 검찰이 옥죄어오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코웃음만 쳤다.

세라가 서큐버스라 몽환술의 강도가 여자에게는 매우 약해 큰 충격을 받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정이슬이 이은택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한 멘탈을 지니고 있어서였다.

멘사 회원인 정이슬은 머리도 끝내주게 좋지만, 심지는 아이큐보다 더욱 강해 강철처럼 단단했다.

자살을 시도했던 남학생들이 피를 흘리며 나타나 악담을 퍼부어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봤고, 어릴 적 왕따 당해 자살을 시도하던 장면을 보여줘도 남의 일인 것처럼 씩 한 번 웃고 말았다.

“강한 심지를 가졌으면서 왜 저러는 걸까?”

“나라를 망친 간웅들 심지가 어땠을 것 같아? 영화에서는 겁 많은 쥐새끼처럼 나오지만, 실제는 정이슬처럼 심지가 굳건했어. 그런데 왜 나라가 망했을까? 심지가 굳은 것과 바른 것은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야. 의지가 굳건하다고 바른 사람이란 뜻이 아니란 말이지.”

강철 같은 멘탈은 착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전유물이 아니었다. 간웅도 악인도 가질 수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작은 나쁜 짓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나라를 팔아먹는 큰 나쁜 짓을 하려면 강한 의지와 신념이 필요했다.

나쁜 짓을 할 때마다 쌓이는 두려움과 마음의 상처를 이겨내려면 굳건한 심지가 있어야 했다. 그래야 두려움을 이겨내고 더욱더 나쁜 짓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멍청하고 고집만 세서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고 나쁜 짓을 하는 년놈도 있었다.

이거야말로 미친 개지랄로 간웅과 효웅보다 더욱 나라를 망쳤다. 웃기는 건 자기가 무슨 짓을 한지 몰랐다.

더 웃기는 건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고 우리는 자기가 무슨 짓을 한지도 모르는 바보천치 때문에 매일 피똥을 싸대고 있었다.

“정이슬이 있는 곳이 어딘지 알아낼 수는 있어?”

“꿈에만 들어갈 수 있어요.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어요.”

“물어보면 되잖아?”

“정이슬은 제 몽환술이 거짓 꿈이란 걸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아요.”

정이슬이 어디 있는지 알 수만 있다면 쥬디를 보내 기억을 몽땅 털 수 있었다. 그러면 하린이도 모르는 악독한 비밀을 알아내 이은택처럼 철저하게 파멸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몽환술은 초상화와 사진 등을 통해서도 원하는 상대의 꿈에 들어갈 수 있는 있지만, 상대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꿈에서 물어보는 방법이 있었지만, 정이슬처럼 심지가 굳은 사람은 꿈이란 걸 인지하고 있어 작은 정보도 캐낼 수 없었다.

“강철 같은 마음을 흔들어 놓으면 몽환술이 먹히겠지?”

“지금보다는 낫겠죠. 하지만 100% 장담할 수 없어요. 끔찍한 꿈을 꿔도 실실 쪼개는 미친년이에요. 현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그래도 하는 데까지 해봐야지. 하린아, 은하에게 전화해서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 공개하라고 해.”

“알았어.”

“살인자로 구치소에 들어가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지겠지.”

우리 진짜 적은 이은택이 아니라 정이슬이었다. 정이슬만 없었다면 이은택과 우리가 엮이는 일도 없었다.

그랬다면 이은택의 살인 사건이 밝혀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평생 호의호식하며 행복하게 살았을 놈이 정이슬 때문에 인생을 망친 것이었다.

정이슬을 없애지 않으면 제2, 제3의 이은택과 마주하게 된다. 그런 일이 없게 하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정이슬을 없애야 한다.

이런 짓은 한 번은 해도 두 번은 하고 싶지 않았다. 두 번 하지 않으려면 이번에 정이슬을 끝장내야 한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지금부터 보실 영상은 매우 충격적인 모습입니다. 보시다가 화가 나고, 욕이 나와도 참고 끝까지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은하가 스페이스를 누르자 단상에 설치한 커다란 화면에 고화질의 깨끗한 영상이 들어왔다.

은하의 설명에 기자회견장에 모인 내외신 기자와 이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카메라맨 그리고 혼잡 경비에 동원된 경찰 등 1,000명이 화면에 눈을 고정했다.

어두운 밤 헤드라이트를 위로 켠 차가 도로를 무섭게 질주했다. 자동차 바퀴가 터지기라도 한 것인지 차는 1차선과 2차선을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며 달렸다.

아찔한 장면이 연속으로 나오자 화면을 주시하는 사람 모두 차가 이상이 생겨 그런 게 아닌지 걱정했다.

그러나 괴성을 질러대는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는 무서움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어때? 재미있지?”

“응. 끝내준다.”

“낮에도 이렇게 운전해야 하는데, 개·돼지들이 폐차해도 시원찮을 고물 똥차를 차라고 끌고 나와서 그럴 수가 없어. 짜증 나게.”

“다 받아버려.”

“그럴까?”

“응.”

“그거 재미있겠네. 하하하하.”

“호호호호.”

화면이 좌우로 왔다 갔다 한 건 운전대를 잡은 남자가 핸들을 좌우로 돌려서 그런 것으로 새벽 2시 10분 도로에 차가 없자 운전자가 자기 집 안방이라도 되는 듯이 차를 난폭하게 차를 몰아 그렇게 보인 것이었다.

지랄 발광하며 달리던 차가 오르막길로 접어들었다. 굉음을 내며 달리던 차 앞에 소형차 한 대가 나타났다.

소형차를 앞지르려 헤드라이트를 깜빡이며 요란하게 경적을 울렸다. 놀란 소형차가 옆으로 비켜서려 했다.

그러나 산길이라 차선이 줄어들어 비켜줄 곳이 없었다. 반대차선도 가드레일이 있어 지랄을 떠는 차도 넘어갈 수 없었다.

그러자 화가 난 뒤차가 앞차에 바짝 붙으며 헤드라이트로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며 귀가 떠나갈 듯이 경적을 울려댔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엄청나게 강해 앞차가 하얗게 보였고, 경적도 덤프트럭에서 울리는 것보다 더 커 스피커가 터질 지경이었다.

놀란 앞차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자 바짝 따라오던 뒤차가 멈추지 못하고 앞차를 들이받았다.

콰앙

놀란 앞차 운전자가 차를 세우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겁이 나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 환한 헤드라이트에 비춰 선명히 보였다.

그 순간 뒤차가 앞차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놀란 운전자가 손을 흔들며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뒤차는 그럴 생각이 없는지 더욱 강하게 앞차를 밀어댔다.

“감히 내 차를 들이받아? 이게 얼마짜린 줄 알고 그러는 거야. 너 같은 개·돼지는 평생 벌어도 바퀴 한 짝 못 사. 개·돼지 새끼 죽여 버리겠어.”

“내릴 거 없어. 밀어서 떨어뜨려. 그러면 빈대떡처럼 납작해져 죽을 거야.”

“오오. 그거 좋은 생각인데. 알았어.”

“죽여 버려! 죽여 버려! 개·돼지들을 죽여 버려!! 빈대떡처럼 납작하게 눌러서 죽여 버려!!”

“죽어. 죽어. 죽어!!”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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