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의 시대-174화 (174/320)

0174 / 0310 ----------------------------------------------

생일

174.

“우웁.”

가볍게 입을 맞추고 떼려는 순간 은하가 목에 팔을 둘러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후 강하게 입술을 빨아댔다.

밀어내려 양손으로 밀자 뭉클한 감촉이 손바닥에 느껴졌다. 마음이 급해 그만 가슴을 밀고 말았다.

깜짝 놀라 몸이 석상처럼 굳어졌다. 돌처럼 굳어져 가만히 있자 기회를 잡은 은하가 꽉 다문 이빨 사이로 혀를 밀어 넣었다.

달콤한 혀가 입안을 헤집으며 돌아다니자 하늘이 노래졌다. 짜릿한 쾌감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 가슴을 적시자 비열한 욕망이 고개를 들었다.

비열한 욕망이 양손을 움직이게 했다. 놈이 시키는 대로 가슴을 꽉 움켜잡았다. 그리곤 터지도록 가슴을 주물러댔다.

“하윽.”

야릇한 비음이 귀를 간지럽히자 비열한 욕망이 더욱 강력한 명령을 내렸다. 손을 내려 원피스를 걷어 올리고 맨살에 손을 댔다.

잘록한 허리를 타고 올라간 손이 브래지어 속으로 들어가 몽실몽실한 가슴을 정복했다.

부드러운 가슴과 단단한 유두에 더욱 흥분한 비열한 욕망이 손을 아래로 내려가도록 했다.

아름다운 엉덩이와 은밀한 계곡을 힘겹게 가린 얇은 팬티 속으로 손이 쏙 들어갔다.

부드러운 곡선을 타고 내려간 손이 탱탱한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아기 피부보다 더 매끄럽고 부드러운 엉덩이를 쓰다듬자 손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엉덩이를 마음껏 주무른 손이 더 큰 욕망을 찾아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보드라운 음모를 밀어낸 손이 미끈거리는 체액으로 뒤덮인 계곡으로 들어갔다.

“아흑. 흑. 하응. 흑.”

비열한 욕망의 주구가 된 오른손이 축축이 젖은 계곡을 파고들자 은하가 고개를 젖히며 환희의 비명을 질러댔다.

‘오빠, 재미있게 놀다 와. 알았지?’

‘오빠, 은하 언니에게 잘 해주세요. 헤헤헤헤.’

미끈거리는 체액에 흥건히 젖은 손이 욕망의 계곡 속으로 빠져드는 순간 차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던 하린이와 하연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차가운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재빨리 팬티에서 손을 빼고 뒤로 물러섰다.

힘으로 팔을 풀고 뒤로 물러나자 은하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원망, 미안함, 부끄러움, 아쉬움 등 모든 감정이 그 눈에 담겨 있었다.

“잠들 때까지 손잡아줄게. 침대로 가자.”

“응.”

재워준다는 말에 은하의 눈에 서렸던 미움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체액이 묻지 않은 왼손으로 부드러운 은하 손을 잡고 침대로 갔다.

은하의 눈을 보자 그대로 나올 수 없었다. 그대로 나오면 좋은 추억이 아니라 평생 원망으로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재워준다고 한 것이었다. 잠이 든 다음에 호텔방을 나서면 내 마음도 편하고, 은하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었다.

“옆에 누우면 안 돼?”

“맞을래?”

“히잉.”

“어서 자.”

“중간에 도망가기 없기야. 도망가면 죽을 때까지 원망할 거야. 알았지?”

“억지로 자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않으면 잠든 거 보고 갈 거야. 그러니 마음 푹 놓고 자.”

“기분 좋다.”

“왜?”

“네가 옆에 있으니까.”

“........”

은하는 나와 밤새도록 얘기하고 싶어 자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감기는 눈을 뜨기 위해 손으로 눈이 찢어지도록 벌리고, 볼을 꼬집는 등 자학에 가까운 행동을 했다.

하지만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잔뜩 먹자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말하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더니 깜빡깜빡 졸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입을 벌린 채 잠이 들었다.

잠든 은하를 두고 떠나려니 측은해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우리 모두를 위해선 그래야만 했다.

이불을 덮어준 다음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나오기엔 잠든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차에 타 시계를 보았다. 밤 12시 25분. 잠깐 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6시간이 흘렀다.

행복했던 추억을 끄집어내자 시간이 흐르는 것도 몰랐다. 은하와 함께했던 추억은 헤어지기 며칠 전을 빼면 모두 즐거운 기억이었다.

그래서 더 은하에게 미안했다. 은하는 그 기억을 가슴에 품고 6년을 살았는데, 나는 그 기억을 잊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래서 미안했다.

하린이에게 전화를 할까 잠시 고민하다 늦었어도 하는 게 맞다는 생각에 통화 버튼을 눌렀다.

♩♪♩♪♬~ ♩♪♬♩♪~

“재미있었어?”

“그냥 그랬어.”

“재미있게 놀다 오라고 했는데, 그냥 그러면 어떻게 해?”

“미안해.”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야.”

“지금 갈게.”

“알았어. 조심해서 와.”

“어.”

6시간 동안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다. 많이 섭섭했을 텐데 하린이는 그런 기색도 없이 내 걱정만 했다.

미안하고 부끄러워 빨리 끊고만 싶었다. 그래서 묻는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집에 가겠다는 말한 것이다.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하는 내내 창밖만 바라봤다. 은하의 입술을 빨고, 가슴을 만지고, 엉덩이를 더듬고, 다리 사이를 더듬던 모습이 영화처럼 유리창에 투영됐다.

‘무슨 짓을 한 거야? 하아...’

자책해도 이미 늦었다. 뜨거웠던 순간을 기억하는 입술과 손이 증거처럼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은하는 오늘을 계기로 더욱 적극적으로 내게 다가오려 할 것이다. 그걸 생각하자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야경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빠!”

“왜 나와 있어?”

“오빠 기다렸지요.”

“언제부터 나와 있었어?”

“30분 전에요.”

차가 집 앞에 멈추자 하연이가 창밖에서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대리운전 기사에게 돈을 주고 내리자 폴짝폴짝 뛰어와 품에 안겼다.

“안 추워?”

“시원하고 좋아요.”

“들어가자.”

“네.”

들어가자는 말에 애인처럼 팔짱을 끼었다. 뭉클한 가슴이 팔에 느껴지자 은하와의 뜨거웠던 순간이 다시 떠올랐다.

급히 머리를 흔들어 기억을 떨쳐냈다. 그러나 뱃속을 가득 채운 욕망은 털어낼 수 없어 하체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급히 양복 윗도리를 벗어 앞을 가렸다. 하린이라면 보란 듯이 하체를 내밀며 욕망을 풀어달라고 하겠지만,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은 동생 하연이었다. 이런 추잡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었다.

“언니는 뭐해?”

“오빠 오면 한잔 한다고 안주 만들고 있어.”

“이 밤에?”

“네.”

다현이네와 이범석 상사가 깨지 않게 조용히 문을 열고 2층으로 올라갔다. 진수성찬이라도 차리는지 맛있는 냄새가 진동했다.

은하의 은밀한 몸을 더듬은 추잡한 손으로 하린이의 손을 잡을 순 없었다. 샤워실로 들어가 이빨이 덜덜 떨리도록 차가운 물로 몸을 씻었다.

그러자 술이 확 깼다. 술이 깨자 더 큰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러나 후회한다고 시간을 되돌릴 순 없었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었다.

차가운 물에 살이 벗겨지도록 손을 씻었다. 빨갛게 붓도록 씻고 또 씻었다. 하지만 손에 묻은 체액만 사라질 뿐 손에 남은 감촉은 사라지지 않았다.

물기를 털어내며 밖으로 나오자 하린이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자 재빨리 다가와 품에 안기며 입술을 빨아댔다. 내 입술에 묻은 누군가의 흔적을 지우기라도 하듯 세차게 빨아댔다.

“할 얘기 있어.”

“은하 언니랑 잤어?”

“아니.”

“그러면 됐어. 가자. 음식 식겠다.”

하린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와 통화하는 순간 내가 은하와 위험한 순간까지 갔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그러나 내가 배신하지 않을 것을 믿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올 것도 믿었다. 그래서 음식을 만들어 놓고 기다린 것이다. 나와 함께 먹기 위해서. 또한, 무사귀환을 축하하기 위해서!

“다시는 실망시키지 않을게.”

“그 말 책임질 수 있어?”

“.......”

“지금처럼 내 곁에 있으면 돼. 그러면 나는 죽을 때까지 실망하지 않을 거야. 그래 줄 수 있지?”

“어.”

“됐어. 그럼. 그거면 돼.”

‘호텔 방을 잡아준 건 나를 시험하기 위해선가? 설마...’

하린이가 나를 시험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럴 수도 있었다.

하린이가 나를 시험했다고 해도 배신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진짜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단, 표시 나게 하는 사람과 감쪽같이 하는 사람 두 부류만 있을 뿐이었다. 확인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오빠, 언니, 우리 다 함께 짠해요. 오빠와 언니 그리고 내 행복을 위하여.”

“위하여!”

시험을 했든 하지 않았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가 하린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하린이가 나를 죽도록 사랑한다는 거 그게 중요한 것이었다.

그거면 됐다. 그거면 우리는 행복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검찰에서 이은택을 풀어줄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유가 뭡니까?”

“시체가 별장에서 나왔지만, 이은택이 죽였다는 증거가 없다는 게 이유야.”

“범행 가담자 중에 자기가 죽였다고 자백한 사람도 없는데, 그런 결론을 낸단 말입니까?”

“정황증거만으로는 살인죄가 안 된다고 우기는 거지.”

“검찰이 언제부터 범인을 두둔했습니까?”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에겐 언제나 친절했어. 어제오늘 일도 아니잖아.”

“유전무죄 무전유죄군요.”

“그렇지.”

법이 모두에게 공정하지 않다는 걸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교도소 노역장이었다. 같은 봉투 접기를 해도 누구는 일당이 400만 원이나 했고, 누구는 몇만 원 밖에 안 됐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기본적인 원칙마저 무시하는 사법부의 만행 때문이었다. 그런 나라에서 이은택의 살인죄를 묻길 바라는 건 욕심이었다.

“마약 건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건 초범이라 불구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어.”

“재미있군요. 3년 동안 마약을 상습 투여한 놈을 초범이라고 하다니.”

“그래서 사람들이 법을 욕하는 거야. 걸리지만 않으면 백 번을 하든, 천 번을 하든 초범이니까.”

“범죄도 걸리지만 않으면 할 만하겠군요.”

“당연하지. 걸리지 않으면 범죄가 아니니까.”

마림 재단이 돈을 받아먹은 정치인과 검찰, 경찰, 언론이 사건을 맡은 해당 검사를 압박하자 이은택을 풀어줄 조짐을 보였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고 바랐는데, 나쁜 예감은 틀린 법이 없다고 가장 생각하기 싫은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