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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을 위한 준비
164.
아난타는 움직임이 화살처럼 빨랐지만, 협곡에는 바위가 많아 원하는 만큼 속도를 낼 수 없었다.
더군다나 길이가 30m나 돼 걸리는 것이 많아 움직일 때마다 여기저기 부딪쳐 돌이 떨어지며 빠르게 쫓아오지 못했다.
뒤로 달아나며 예쁜(?) 놈의 얼굴에 계속 상처를 냈다. 안 그래도 한입에 집어삼키지 못해 화가 잔뜩 난 놈의 얼굴에 생채기를 내자 뚜껑이 제대로 열렸는지 쫓아오다 말고 멈춰서 하늘을 향해 입을 크게 벌렸다.
커다란 머리 7개가 찢어지도록 입을 벌리자 2m쯤 되는 가느다란 뱀들이 마구 튀어나왔다.
- 아난타가 70레벨 정예 몬스터 하늘을 나는 뱀 비사(飛蛇)를 토해냈습니다.
아난타의 입에서 튀어나온 뱀들은 몸 중간에 작은 날개가 달려있었다. 박쥐 날개와 아주 흡사한 모양으로 몸에 비해 무척이나 작았지만, 날아다니는 속도는 하린이가 있는 힘껏 쏜 화살만큼이나 빨랐다.
씌우웅 씌우웅
거친 바람 소리를 내며 비사가 몰려왔다. 몸을 돌려 전속력으로 달리며 고개와 오른손만 돌려 도발 스킬을 사용했다.
- 70레벨 정예 몬스터 비사 100마리가 도발에 걸렸습니다. 방어력 10%가 하락했습니다. 흥분한 비사들이 모모님을 집중적으로 공격합니다.
도발에 걸린 비사 100마리가 떼거리로 몰려오자 불새의 검은 회오리를 날렸다.
양쪽에 커다란 바위가 가로막고 있어 통로처럼 좁은 곳으로 날아든 비사 100마리가 화염의 회오리를 피하지 못하고 몽땅 빨려 들어갔다.
- 파티원 모모님이 70레벨 정예 언데드 하늘을 나는 뱀 비사 100마리를 사냥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7,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7,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연님이 7,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체력 프라나 2개를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고급 아이템 뱀가죽 갑옷을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오빠, 맨드레이크 주스 마시세요. 위기에 몰리면 아난타가 상태 이상 효과인 혼란을 사용한대요.」
「지금은 아니지?」
「피가 10% 남으면 사용한다고 돼 있어요. 그래도 모르니까 마시고 싸우세요.」
「알았어.」
맨드레이크 주스는 한 병에 30만 원이 넘는 돈 덩어리였지만, 혼란에 걸리면 내가 하린이와 하연이를 공격할 수도 있어 아깝지만, 두 눈 감고 한 번에 털어 넣었다.
혼란은 상대를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 순 없지만, 걸리면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상대를 공격하게 해 아군도 큰 피해를 보았다.
비사를 잡는 사이 뒤로 멀찍이 물러난 하연이가 어둠의 상인 사이트를 뒤져 아난타를 찾았다.
아난타가 흔한 몬스터는 아니었지만, 잡은 사람이 없지는 않아 놈에 대해 상세하게 사냥 후기를 올려놨다.
어둠의 상인 사이트는 돈만 쓰는 곳이 아니었다. 값비싼 정보를 팔아 돈을 벌 수도 있었다.
남들이 모르는 중요한 정보를 어둠의 상인에게 팔면 정보의 질에 따라 최고 1억 원을 줬다.
이런 당근이 있었기에 어둠의 상인 사이트가 한 달에 300만 원이나 하는 유료 회원을 수만 명을 둘 수 있었다.
놈이 바위가 잔뜩 있는 좁은 지형에 앞에 도착해 머뭇거리자 재빨리 튀어나가 삼연격으로 몸통을 공격했다.
“키이익.”
머리가 나눠지는 가슴 부분을 공격하자 아난타가 비명을 질러댔다. 약점을 찾아내자 방패치기와 살기파동, 파멸의 일격을 연속으로 날렸다.
그러나 머리 7개가 커다란 입을 벌리고 사납게 물어대 몇 대 때리지도 못하고 뒤로 물러나야 했다.
뒤로 물러나자 아난타가 검은 물방울을 쏘아댔다. 바위를 방패 삼아 물방울을 피하며 놈을 놀려댔다.
“병신! 물총 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지? 아! 하나 더 있겠구나. 실뱀 뱉어내는 거. 크크크크. 덩치가 산만한 놈이 한다는 짓이 겨우 그것밖에 없어? 에라 병신아. 내가 너였다면 칼 물고 죽었어. 쪽팔려서 어떻게 사냐. 안 그래?”
한국어로 떠들어 놈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나 비웃음과 손가락질을 보고 자기를 놀린다는 건 확실하게 알았다.
“캬하하하학.”
비웃음에 뚜껑이 열린 아난타가 머리 일곱에서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비좁은 바위지대로 들어왔다.
억지로 바위를 밀어내며 좁은 곳으로 들어오자 높은 탑처럼 쌓여있던 바위들이 사방에서 무너져 내렸다.
커다란 바위들이 아난타의 몸통과 꼬리를 짓누르자 검은 회오리를 쏘아 보냈다.
맹렬히 회전하며 검은 회오리가 접근하자 실수했다는 걸 깨달은 아난타의 머리 7개가 동시에 입을 벌리고 맹독의 검은 물방울을 쏘아댔다.
그 순간 날개를 쭉 펴고 날아오른 불새가 검은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불새를 만난 검은 회오리가 순식간에 몸을 5배 넘게 키우며 뜨거운 화염을 토해냈다.
그러자 회오리를 향해 날아든 검은 물방울들이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더 이상 막는 것이 없자 불새의 검은 회오리가 아난타의 가슴과 머리를 집어삼켰다.
- 70레벨 보스 몬스터 자이언트 킹코브라 아난타가 어지럼증에 걸렸습니다. 20초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 화상에 걸렸습니다. 30초간 2초마다 화상 데미지 200이 들어갑니다.
- 무방비 상태로 인해 20초 동안 데미지가 1.5배 들어갑니다.
불새의 검은 회오리가 가슴과 얼굴에 머물며 맹렬하게 돌아가자 대형 몬스터 아난타도 어지럼증에 걸렸다.
「하린아, 하연아, 머리가 갈라져 나가는 가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네.」
- 약점 간파 스킬로 70레벨 보스 몬스터 자이언트 킹코브라 아난타의 약점을 찾아냈습니다.
하린이와 하연이가 충격 화살과 관통 화살로 가슴을 집중적으로 공격하자 가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 마비에 걸렸습니다. 치명타가 터져 데미지가 1.5배 들어갔습니다.
파멸의 일격에 마비에 걸리자 아난타가 돌처럼 굳어졌다. 재빨리 뛰어나가 바람 가르기로 가슴을 찔렀다.
- 방어력 무시 효과와 치명타가 동시에 들어갔습니다.
마비된 아난타에 바람 가르기를 사용하자 치명타와 함께 방어력 무시 효과가 동시에 발생해 데미지가 6,000이 넘게 들어갔다.
The Age of Hero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게임이지만, 게임은 게임이라서 자기가 사용한 스킬에는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불새의 검은 회오리에 들어가 몬스터를 공격해도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삼연격과 바람 가르기를 번갈아 가며 연달아 5번 사용하자 무기에 붙은 정신파괴가 발동했다.
- 아난타가 정신파괴에 걸렸습니다. 공황상태에 빠져 10초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확률이 33%면 세 번 중 한 번은 정신파괴에 걸릴 것 같지만, 몬스터의 방어력, 상태 이상 저항력, 치명 방어력, 회피력 등에 영향을 받아 확률이 달라졌고, 70레벨 보스 몬스터는 확률이 5%도 안 됐다.
아난타가 정신파괴에 걸려 해롱거리자 방패를 등에 차고 양손으로 블레이드를 잡고 팔이 떨어지도록 빠르게 가슴을 베었다.
하린이와 하연이도 불새의 검은 회오리 바로 앞까지 다가와 화살을 날렸다. 셋이 죽을힘을 다해 칼을 휘두르고 화살을 날리자 상태 이상 효과가 연속으로 떴다.
“캬아아악.”
불새의 검은 회오리가 맹렬하게 돌아가고, 셋이서 가슴에 구멍이 나도록 공격을 하는데도 아난타가 비명을 질렀다.
- 아난타가 피맺힌 원한의 절규를 토해냈습니다. 절규에 노출된 생명체는 5분 동안 혼란에 빠져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지 못하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상대를 공격합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맨드레이크 주스로 상태 이상 효과 혼란을 방어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맨드레이크 주스로 상태 이상 효과 혼란을 방어했습니다.
- 파티원 하연님이 맨드레이크 주스로 상태 이상 효과 혼란을 방어했습니다.
아난타의 궁극기 피맺힌 원한의 절규를 방어하자 우측에 있는 머리부터 하나씩 잘라냈다.
- 파티원 모모님이 70레벨 보스 몬스터 자이언트 킹코브라 아난타의 일곱 번째 머리를 잘랐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레어 아이템 업그레이드 재료 강철의 보석 1개를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이러다 정말 머리 하나 자를 때마다 아이템 하나 주는 거 아니야?」
「제가 뭐라고 했어요. 아이템 일곱 개 준다고 했잖아요.」
「하연아, 돗자리 펴도 되겠다.」
「어렸을 때부터 예지력이 있다는 얘기가 자주 들었어요. 호호호호.」
- 파티원 모모님이 70레벨 보스 몬스터 자이언트 킹코브라 아난타의 여섯 번째 머리를 잘랐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인스턴트 던전 입장권 황금 티켓 1장을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이거 뭐야? 진짜야?」
「그런 것 같은데요.」
「사이트에도 목 하나씩 자를 때마다 아이템 준다고 나와 있어?」
「아니요.」
「일부러 안 올린 거야? 아니면 이놈하고 다른 거야?」
「다르기야 하겠어요. 아난타라는 이름도 같고 올라온 사진도 같은데요. 혼자 잡으려고 아이템 나오는 건 안 올린 거겠죠.」
「계속 혼자 잡으려면 공략 방법을 그렇게 자세하게 올리면 안 되는 거잖아?」
「어디서 사냥했는지 위치가 올라와 있지 않아요. 잡는 방법은 올려주고 돈을 받은 것 같아요.」
「그렇게 해도 돈을 줘?」
「어디 있는지 알려주는 것만큼은 못하겠지만, 꽤 많은 돈을 받았을 거예요. 70레벨 보스 몬스터 공략 방법은 흔한 게 아니니까요.」
- 파티원 모모님이 레어 아이템 업그레이드 재료 아난타의 독니 1개를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일반 주문서 맹독의 검은 물방울을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인스턴트 던전 입장권 황금 티켓 1장을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레어 아이템 업그레이드 재료 사랑의 보석 1개를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농담으로 시작했던 말이 현실이 되어 아난타를 잡기도 전에 아이템을 6개나 얻었다.
기분은 좋았지만, 몸통을 잡기도 전에 아이템을 6개나 얻자 편법을 쓴 것 같아 찝찝했다.
그러나 이건 잘못 생각한 것으로 몬스터 한 마리를 잡고 아이템 7~8개를 한꺼번에 얻은 유저가 우리가 처음은 아니었다. 못해도 수천 명은 비처럼 쏟아지는 아이템을 구경했다.
아난타를 잡았다는 메시지가 나오기도 전에 아이템을 6개나 얻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지 놈을 잡고 아이템 6개를 얻은 것이나, 머리 하나를 자를 때마다 아이템을 얻은 것이나 따지고 보면 다를 것이 없었다.
- 파티원 모모님이 70레벨 보스 몬스터 자이언트 킹코브라 아난타를 사냥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업적 233점과 평판 233점을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업적 233점과 평판 233점을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연님이 업적 233과 평판 233점을 획득했습니다.
“이건 또 뭐야? 정작 몸통은 아무것도 안 주는 거야?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놈이네.”
“기대 심리를 잔뜩 키워놓고 하늘에서 떨어뜨리는 것도 아니고... 정말 나쁜 새끼네요.”
“나도 대박 아이템 나오는 줄 알고 엄청 기대했는데... 이건 심해도 너무 심한 비매너다.”
입장권 2개, 업그레이드 재료 3개, 일반 주문서 맹독의 검은 물방울까지 얻고도 아난타에게 농락당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똑같은 70레벨 보스 몬스터를 잡고 아이템을 하나도 얻지 못한 유저가 듣는다면 칼부림 날 일로 죽은 아난타에게 고마워하고 감사해야 했다.
바람의 정령 신전에서 폭풍의 나무를 얻었던 기억이 있어 아난타의 집으로 돌아가 보물이 있는지 샅샅이 집과 주변을 수색했다.
그러나 검은 오크와 짐승의 뼈만 수북이 쌓여 있을 뿐 기대했던 아이템은 얻을 수 없었다.
“여기도 아무것도 없네요. 나쁜 놈.”
“충분히 얻었어. 욕할 놈 아니야.”
“나도 알아. 그런데 생각할수록 화가 나. 왜 그런 거지?”
“욕심쟁이니까.”
“뭐라고?”
“욕심쟁이라서 화가 난 거라고.”
“아니거든. 언니가 더 욕심쟁이거든. 걸핏하면 내 물건 뺏어갔으면서.”
“이게 또 시작이네.”
“누가 먼저 시작했는데 그래?”
“그만! 집에 가자. 할 일 태산이다.”
또다시 한바탕 하려는 하린이와 하연이를 말리고 귀환 주문을 사용해 영주성으로 돌아왔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앙숙으로 느낄 만큼 자매는 얼굴만 마주치면 싸웠다. 그러나 서로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알기에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20년을 그렇게 싸우며 살았다. 싸우며 정든다고 하린이와 하연이는 앞으로도 그렇게 정을 쌓으면서 살 것이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