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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163화 (16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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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을 위한 준비

163.

치이익 치이익

자이언트 코브라가 비명을 지르며 죽자 그것이 신호였는지 사방에서 자이언트 코브라가 쏟아져 나와 독을 쏘아댔다.

- 하린님이 자이언트 코브라의 맹독에 중독됐습니다. 60초 동안 3초마다 생명력 50이 줄어듭니다.

- 하연님이 자이언트 코브라의 맹독에 중독됐습니다. 60초 동안 3초마다 생명력 50이 줄어듭니다.

자이언트 코브라 30여 마리가 물총을 쏘듯이 맹독을 뿜어대자 몸놀림이 유연한 하린이와 하연이도 독을 완벽히 피하지 못하고 중독됐다.

도발 스킬로 자이언트 코브라를 내게 집중시키려 했지만, 사방이 바위라 시야가 가려 도발 스킬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바위 때문에 불새의 검은 회오리도 얼마 못 가 사라져 도움이 안 됐다. 검은 회오리는 주변에 장애물이 많으면 간섭으로 인해 힘이 빠르게 소진됐다.

이 때문에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며 방패로 후려치고 칼로 찔러 징그러운 자이언트 코브라를 죽여야 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몸길이가 10~12m에 달하는 자이언트 코브라는 뾰족한 침이 달린 꼬리를 채찍처럼 휘두르거나, 송곳처럼 찔러대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잔뜩 움츠렸다가 확 튀어나오며 커다란 입과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어 방심하다가 뱃속을 구경할 수도 있었다. 또한, 비늘이 철판같이 단단해 찌르고 베어도 상처가 크지 않아 잘 죽지 않았다.

「하린아. 우드 골렘 뽑아.」

「몇 마리?」

「3마리 모두 만들어서 너 하고 하연이 보호하게 해.」

「그러면 공사에 차질 생기잖아?」

「하루 늦어진다고 큰일 나는 거 아니야.」

「알았어.」

하린이가 우드 골렘을 새로 만들면 영주성 동쪽 펑거스 숲에서 나무뿌리를 캐고 있던 우드 골렘은 재가 되어 사라진다.

우드 골렘은 벌목과 개간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로 우드 골렘 3기가 몽땅 빠지면 작업 속도가 5분의 1 이하로 떨어진다.

그러나 영지를 넓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그건 하린이와 하연이의 목숨이었다.

영지는 언제든 넓힐 수 있지만, 유저는 죽으면 엄청난 페널티를 안게 된다. 스탯과 생명력, 마나 10%가 영구히 날아가고, 착용한 아이템 1개를 떨어뜨리는 무시무시한 형벌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야 했다.

- 우드 골렘을 만들겠습니까?

“네.”

- 40레벨 우드 골렘을 만들었습니다.

우드 골렘 3마리를 만든 하린이가 한 마리는 자신을, 한 마리는 하연이를, 한 마리는 자이언트 코브라를 공격하게 했다.

자이언트 코브라의 강력한 꼬리 공격을 우드 골렘이 팔로 막아냈다. 살짝 뒤로 밀리긴 했지만, 팔이 망가지거나 큰 타격을 입은 건 아니었다.

그리고 골렘은 독에 중독되지 않아 자이언트 코브라가 쏘아대는 맹독을 몸으로 막아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우드 골렘이 하린이와 하연이를 보호하자 돌 사이를 돌아다니며 숨어있는 놈들을 도발했다.

- 65레벨 자이언트 코브라 23마리가 도발에 걸렸습니다. 방어력 10%가 하락했습니다. 흥분한 자이언트 코브라들이 모모님을 집중적으로 공격합니다.

바위가 적은 곳으로 놈들을 유인해 불새의 검은 회오리로 23마리를 한 방에 처리했다.

- 모모님이 하린님에게 따뜻한 손길을 사용했습니다. 하린님이 생명력 200을 회복했습니다.

자이언트 코브라를 죽이며 하린이와 하연이의 피를 계속 채워줬다. 둘 다 활력 스킬을 배웠지만, 아직 초급이라 60초 동안 생명력 200밖에 회복하지 못했다.

따듯한 손길과 회복양이 같았지만, 쿨타임이 세 배로 길어 3분에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었고, 마나 소모량도 두 배나 많았다.

- 따뜻한 손길 중급을 마스터했습니다.

액티브 스킬

따뜻한 손길(상급 1/1,000) : 2명의 생명력 500 회복, 쿨타임 50초, 마나 100 소모

맹독에 소모된 하린이와 하연이의 피를 계속 채워주자 따뜻한 손길이 상급에 올라섰다.

그러자 2명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게 됐고, 스킬 재사용 시간도 10초 줄어들어 50초마다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명력 회복 수치는 500밖에 안 돼 아직은 큰 도움은 안 됐다.

우드 골렘을 앞세우고 전진하자 65레벨 정예 자이언트 코브라가 나타났다. 정예 자이언트 코브라는 길이가 14~16m로 꼬리에서 화살보다 더 길고 날카로운 독침을 쏘아댔다.

돌팔매질하듯이 꼬리를 휘둘러 독침을 발사하자 하연이가 쏜 화살만큼이나 빠르게 날아왔다.

파괴력도 굉장해 우드 골렘의 단단한 몸통을 단번에 뚫었다. 그리고 맹독 효과도 일반 몬스터보다 세 배나 높아 3초에 생명력을 150씩 앗아갔다.

하지만 숫자는 일반 자이언트 코브라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사냥하긴 더 편했다.

정예 자이언트 코브라를 잡으며 5km쯤 전진하자 신전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가 나타났다.

튼튼해 보이는 8개 기둥 위에 삼각형 모양의 바위가 놓여있는 구조로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아주 매끈한 모습이었다.

“언니, 이 집 누가 만든 것 같지 않아?”

“자연적으로 생긴 거야. 저기 봐. 돌과 돌 사이에 틈이 없잖아.”

“정말 그러네.”

“아니다. 저것도 만든 거다.”

“아니야. 언니 말처럼 자연적인 거야. 집 전체에 이음새가 하나도 없잖아.”

“그런 뜻이 아니라 The Age of Hero에 있는 자연지형은 모두 환인이 창조한 거잖아. 그러니 만들었다고 보는 게 정확하지.”

“그렇게 생각하면 게임을 하지 말아야지. 언니 손에 들린 에픽 아이템 허상이야. 몰랐어?”

“네 말이 맞다. 단순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복잡하게 생각했다.”

“상황에 맞게 생각하는 것. 그것도 삶의 지혜야.”

“얼마 살지도 않은 게 오래 산 척 말하긴.”

“오래 살아야 인생을 잘 아는 건가? 그러면 나이 먹은 사람들은 인생을 다 잘 알겠네?”

“내가 너랑 말을 하지 말아야지. 에휴.”

“킥킥킥킥.”

하연이 말이 맞았다. 오래된 생강은 매울지 몰라도, 인간은 오래 살았다고 젊은 사람보다 아는 것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생각이 깊은 것도 아니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나보다 10살 어린 사람이 더 많은 지식을 쌓았을 수도 있었고, 나보다 생각이 더 깊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그들의 연륜까지 무시해선 안 된다. 지식이 많다고 그것을 다 활용하는 것은 아니었고, 좋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그것을 언제나 올바르게 쓰는 것도 아니었다.

연륜은 지식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게 도와줬고, 올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게 길을 안내했다.

“오빠, 안에 몬스터가 있는 것 같은...”

- 70레벨 보스 몬스터 자이언트 킹코브라 아난타가 나타났습니다.

하린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보스 몬스터가 출현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커다란 바위 집에서 나온 보스 몬스터 아난타는 머리가 7개 달린 킹코브라로 몸길이가 30m에 달했고, 몸통 두께도 1m가 넘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후드(hood)라 불리는 늑골(肋骨)을 활짝 펴고 있으면 머리 넓이가 3m가 넘어 보였다.

몸통에서 분리된 머리 7개가 모두 늑골을 활짝 펴고 있자 커다란 벽이 서 있는 것 같은 위압감이 느껴졌다.

아난타의 모습은 앙코르와트 사원의 조각상 나가(Naga)와 아주 흡사했다. 나가는 대지의 보물을 지키는 인도의 반(半)신으로 힌두교에서 7개 층의 지하세계 중 가장 마지막 층인 파탈라라는 세상에 살았다.

인도의 3대 신 중 평화의 신인 비슈누가 아난타 위에 몸을 누이고 휴식과 명상을 취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할 만큼 인도에서는 신성시되는 존재로 나가 부족 중 각 부족의 가장 연장자를 아난타라고 불렀다.

쉬이익 쉬이익

우리를 발견한 아난타가 채찍처럼 긴 혀를 날름거리며 천천히 다가왔다. 그러나 몸이 워낙이 커 살짝 움직인 것 같은데 50m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하린아, 우드 골렘 던져주고 뒤로 빠져.」

「응.」

「하연아, 너도 빠져.」

「네.」

아그작 아그작

하린이가 우드 골렘 3기를 아난타에게 전진시키자 좌우에 있는 조금 작은 머리가 3개가 도끼로 내려찍듯이 우드 골렘을 쪼아 부순 후 맛있는 과자를 먹듯이 씹어 먹었다.

머리는 7개였지만, 몸통은 하나라 머리 3개가 게걸스럽게 우드 골렘을 먹어대자 따라오지 못하고 멈춰 섰다.

우드 골렘을 던져준 건 아난타의 발걸음을 늦추려는 의도였는데, 멍청한 머리 3개가 미끼를 덥석 물며 생각했던 것보다 효과가 더욱 좋았다.

그러나 나머지 머리 4개는 멍청한 머리 3개와 생각이 다른지 새까만 물방울을 쏘아댔다. 부딪쳐서 좋을 것이 없어 더욱 빠르게 뒤로 물러나 물방울을 피했다.

피시시식 피시시식

먹물처럼 까만 물방울이 떨어진 땅과 바위가 지글지글 타오르며 까만 연기를 뿜어냈다.

돌과 흙을 태울 정도면 엄청난 맹독이란 뜻으로 방패로 막아도 연기에 큰 피해를 볼 수 있어 절대로 건드려선 안 됐다.

뒤로 빠르게 물러나며 아난타를 향해 도발 스킬을 사용했다.

- 70레벨 보스 몬스터 자이언트 킹코브라 아난타가 도발 스킬을 튕겨냈습니다.

도발 스킬을 배운 후 처음으로 도발에 먹히지 않는 몬스터를 만났다. 도발에 걸리지 않는다는 건 어그로 수치를 올릴 수 없다는 뜻으로 아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기사보다 궁수의 어그로 수치가 높아 하린이와 하연이가 아난타를 공격하면 집중적으로 공격당할 수도 있었다.

하연이는 나와 방어력이 비슷해 공격받아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하린이는 절반이 조금 넘어 제대로 한 방 맞으면 피해가 극심했다.

그리고 나는 방패가 있어 데미지를 크게 줄일 수 있지만, 궁수인 하린이와 하연이는 피하는 것 말고는 아난타의 공격을 막을 방법이 없어 맞으면 피해가 막심했다.

「도발이 안 먹혀. 내가 공격하라고 할 때까지는 절대 공격하면 안 돼.」

「알았어.」

「저는 오빠와 방어력이 비슷하니까 돕는 게 낫지 않을까요?」

「좁은 곳으로 유인해서 잡을 거야. 내려왔던 곳까지 유인할 거니까 뒤로 물러나 있다가 내가 신호하면 그때 공격해.」

「네.」

넓은 곳에서 싸우면 아난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최대한 좁은 지형에 놈을 가둬놓고 싸워야 승산이 있었다.

하린이와 하연이가 멀찍이 물러나자 아난타를 향해 파멸의 일격을 연거푸 날렸다. 도발 스킬이 먹히지 않으면 공격으로 아난타의 어그로 수치를 높이면 됐다.

하린이와 하연이가 함께 공격하면 나보다 어그로 수치를 더 먹어 위험했지만, 혼자 공격하면 해바라기처럼 나만 바라보게 된다.

덩치가 크자 파멸의 일격을 날리는 족족 몸통과 얼굴에 맞았다. 얼굴에 맞아 기분은 나빴겠지만, 생명력이 100만이나 돼 데미지는 간에 기별도 안 갔다.

100만은 80레벨 보스 몬스터의 피통 크기였다. 70레벨인 아난타가 피통 크기가 100만이나 된 건 대형 몬스터인데다 머리가 7개나 돼서 그런 것이었다.

「머리가 일곱 개니까 경험치와 평판 포인트, 아이템도 일곱 배로 주지 않을까요?」

「그걸 왜 내게 물어봐?」

「오빠는 환인 아들 환웅이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알고 있을 거 아니에요.」

「하연아, 네 말처럼 내가 환인 아들 환웅이면 몬스터가 공격하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니야?」

「벌 받고 있나보죠.」

「내가 잘못을 저질러 유저로 태어났다는 말이야?」

「네.」

「너 그런 말 함부로 하다가 X종교 사람들에게 잡혀간다.」

「우리끼리 하는 건데 어때요. 설마 오빠가 고발하겠어요?」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오빠, 저 미워요?」

「안 미워. 예뻐. 됐어?」

「네에~」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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