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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160화 (1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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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

160.

“어떻게 당했습니까?”

“얼굴을 가린 남자 5명이 수영이를 끌고 가려고 했어. 내가 두 놈을 제압하자, 세 놈이 칼을 휘둘렀어. 막는다고 막았는데 그만... 미안하다.”

“상사님도 다치셨습니까?”

“나는 크게 안 다쳤어. 몇 군데 베인 게 전부야. 그러나 수영이는 복부에 칼이 찔렸어.”

“위험합니까?”

“다행히 급소는 피했어. 지금 봉합 수술 중이야.”

“어디 병원입니까?”

“XX 대학병원. 오지 않아도 돼. 김상호 상사와 정동일 상사가 오고 있어.”

“놈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두 놈을 잡아서 경찰에 넘겼어.”

“잘하셨습니다.”

“이쪽은 대충 문제가 해결됐는데, 집에는 다현이와 민지, 연아만 있어. 이범석 상사님이 급히 가고 있지만, 차가 막혀서 30분 이상 걸린다고 하셨어.”

“알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미안하다.”

“아닙니다. 저라도 상사님처럼 했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 잘 받으십시오.”

“김 상사와 정 상사가 오면 병원을 옮길 거야. 우리 얼굴이 알려질 수도 있어서. 옮기면 연락할게.”

“알겠습니다. 연락 주십시오.”

“알았다. 다시 연락하마.”

뚜우 뚜우 뚜우

“누구 전화야?”

“박무윤 상사.”

“집에 무슨 일 있어?”

“집에 가면서 얘기해줄게.”

“무슨 일인데 그래?”

카트를 반납하고 차로 돌아오다 전화를 받아 하린이와 하연이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몰랐다.

급히 마트 주차장을 빠져나와 집을 향해 달렸다. 자동차 추격 장면을 찍는 것처럼 드래프트까지 하진 않았지만, 올 때와는 달리 아주 빠르게 차를 몰았다.

“수영이 어머니 위독한 건 알았어?”

“아프다는 얘기는 들었어. 그런데 위독하다고? 그런 얘기는 안 했는데.”

“위암이 재발해 아주 위독하시데.”

“왜 얘기를 안 한 거지?”

“미안했겠지.”

“그럴수록 얘기를 해야 도와주지.”

“우리도 수영이 처지면 말하기 힘들었을 거야.”

“하아...”

내가 수영이 처지였어도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변호사 비용에 경호원 비용, 히어로 접속 캡슐, 먹고 자는 것까지 모든 걸 신세 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머니가 위독하다고 말하면 도와달라는 뜻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입이 안 떨어졌을 것이다.

“수영이가 위독한 어머니를 뵈러 XX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갔다가 병실 앞에서 괴한들이 휘두른 칼에 찔렸어.”

“칼에? 어.얼마나 다쳤는데?”

“다행히 급소는 피했어.”

“어쩌면 좋아?”

“ 하린아, 지금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야. 집에 전화해서 다현이네 무사한지 확인해봐.”

“아.알았어.”

“하연아, 너는 경비회사에 전화에 집에 침입한 사람이 있는지 물어봐.”

“네.”

“다현아 괜찮아? 정말 다행이다. 거실이지? 그러면 기웃대는 사람 있는지 커튼 너머로 내다봐. 얼굴 나오지 않게 조심해서 봐. 없어? 지금 가고 있어. 10분이면 도착해. 우리 갈 때까지 이범석 상사님 빼고는 누가 와도 절대 문 열어주면 안 돼. 알았지? 그래. 그래. 금방 도착할 거야. 괜찮아. 괜찮아. 아무 일 없을 거야. 그래. 그래. 다 잘 될 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여보세요. 거기 XX 경호경비회사죠? 저는...”

수영이가 병원에서 공격받았다는 건 우리 집이 발각되진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은택과 정이슬이 가깝다는 걸 생각하면 우리 집도 안전하지 않았다.

이사한 지 며칠 안 됐지만,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했다. 안 그러면 하린이네 가족도 다칠 수 있었다.

“오빠, 집에 침입한 사람도 없고, 감지 장치에 걸린 사람도 없어요.”

“다현이네도 무사해.”

“하린아, 이사해야 할 것 같다.”

“왜?”

“정이슬이 우리 주변을 감시할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다현이네만 위험한 게 아니야. 너희 가족도 위험해질 수 있어. 정이슬이 이은택을 충동질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으니까.”

“오빠가 집 산 거, 내가 오빠와 함께 있는 거 그날 집에서 만난 가족들 외에는 아무도 몰라. 다들 입이 무거워 말하고 다니는 성격 아니야. 그리고 내 혼사 문제라 떠들고 다닐 수도 없고.”

“어른들을 못 믿어서 그러는 게 아니야. 집에 낯선 사람이 들락날락하면 정이슬이 의심할 거야. 그러면 우리 집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게 될 거고, 다현이네가 있는 것도 알게 될 거야.”

“감시 카메라와 보안장치가 덕지덕지 설치돼 있는데 설마 쳐들어오겠어?”

“이은택은 사람이 많은 병원에서도 수영이를 납치하려 했어. 그러다 뜻대로 안 되자 칼까지 휘둘렀고. 집은 병원보다 백배는 더 위험해.”

“다른 곳으로 옮겨도 마찬가지 아닐까?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면 대놓고 칼을 휘두를 테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다현이네가 눈에 더 잘 띄어 발각될 수도 있잖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야. 그렇다면 언제든 기댈 수 있는 가족 옆이 낫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흐음...”

하린이 말도 일리가 있었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외딴 별장으로 옮기면 당장은 눈에 띄지 않아 안전했다.

그러나 발각되면 도와줄 사람도 없어 고립된 채 쥐도 새도 모르게 죽거나 죽음보다 더한 짓을 당할 수도 있었다.

보안 시설이 잘돼 있는 고급 아파트로 옮기는 것은 이곳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우리 집이 감시 카메라와 보안장치 숫자가 몇 배는 많았다.

그리고 도주로를 생각하면 아파트는 고립된 형태라 사방이 확 트인 우리 집보다 못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정이슬과 이은택을 최대한 빨리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것만이 우리와 하린이네 가족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다.

“오빠, 당장 위험한 거 아니잖아?”

“어.”

“그러면 며칠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자. 급하게 서둘러서 좋을 거 없어.”

“알았어.”

집에 도착하자 다현이와 민지, 연아가 하린이와 하연이를 끌어안고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박무윤 상사가 집에도 괴한이 침입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현이에게 전화를 걸었고, 수상함을 느낀 다현이가 집요하게 물어봐 수영이가 다쳤다는 것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수영이가 칼에 찔렸다는 소식을 들은 다현이와 민지, 연아는 친구가 죽는 건 아닌지 걱정돼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러다 나와 하린, 하연이가 집에 도착하자 안도와 함께 자신들도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가 밀려와 서 있지도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벌벌 떨어댔다.

“박무윤 이놈의 새끼. 내가 분명 안 된다고 했는데, 기어코 사고를 치네.”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너무 나무라지 마십시오.”

“나도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이은택이 노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 수영이를 데리고 병원에 간 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야. 돌아오기만 해봐. 다리를 확 분질러 버릴 거야.”

“박무윤 상사님, 아버님 돌아가실 때 작전 중이라 임종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수영이를 도왔을 겁니다.”

“하아...”

특수 임무에 동원된 군인 중에는 박무윤 상사처럼 부모님과 아내, 자식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

군인은 가족보다 임무가 우선이었다. 그래서 부모가 죽고, 아내가 죽고, 자식이 죽는 순간에도 개떡 같은 나라를 위해 봉사해야 했다.

그렇게 20년 넘게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봉사한 대가는 쥐꼬리만 한 연봉 아니면 불명예제대였다.

잘난 장군들 얘기가 아니었다. 일선에서 죽어라 고생하는 직업군인 부사관 얘기였다.

이범석 상사, 김상호 상사, 박무윤 상사, 정동일 상사는 그렇게 군복을 벗었다. 군인이기에 부모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한 박무윤 상사는 누구보다 그 괴로움을 잘 알기에 수영의 요구를 뿌리칠 수 없었다.

“정이슬과 이은택을 최대한 빨리 잡아넣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안전합니다.”

“어제저녁에 이은수까지 세 연놈의 머리카락을 구했어. 내일 아침이면 결과가 나올 거야.”

“결과 나오면 경찰에 신고하지 말고 집으로 자료 가져오십시오. 은하와 상의해서 놈들을 완벽하게 파멸시킬 수 있는 로펌을 고용할 생각입니다.”

“마림 재단을 생각하면 은하 혼자보다는 대형 로펌과 연계하는 게 낫겠지.”

이은택, 정이슬과 엮이면 은하도 위험해질 수 있어 끝까지 승낙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이미 다현이네 일로 발을 깊숙이 담그고 있어 빼고 싶다고 빠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한배를 타고 있어 연놈을 처리하지 못하면 은하도 안전하지 못해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이슬과 이은택, 이은수를 파멸시키기에는 은하의 역량이 부족했다. 닭 잡는 칼과 소 잡는 칼이 달랐다.

연놈들을 잡기 위해선 백정이 죄인의 목을 자르는 무식한 칼을 준비해야 했다. 그래야 연놈의 목을 단번에 자를 수 있었다.

대신 은하를 총책임자로 내세워 로펌과 연계할 계획이었다. 마림 길드와 정이슬의 아버지가 내가 고용한 로펌과 은밀히 접촉해 정보를 주고받고 형량을 줄일 수 있었다.

계속 은하와 엮이는 것 같아 불편했지만, 인연은 인위적으로 끊어낼 수도 없고, 혼자서 끊어낸다고 끊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물이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인연이 다할 때까지 내버려 둬야 한다. 그래야 좋은 기억으로, 추억으로 인연을 끝낼 수 있었다.

“말씀하신 5명은 언제 출근합니까?”

“모레부터 출근하기로 했어. 인원 보충되면 앞으로 이런 일 없을 거야.”

“그래야죠.”

“여기는 내가 지킬 테니까 올라가서 쉬워.”

“알겠습니다. 하린아, 다현이네 또 다른 고민 있는지 알아봐.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정말 위험해.”

“알았어.”

“언니. 내가 도와줄까?”

“응.”

하린이와 하연이가 다현이네 방으로 들어가자 2층으로 올라와 마트에서 사 온 음식 재료를 정리해 냉장고에 넣고 게임에 접속했다.

집주인으로 해야 할 일도 많았지만, 영주로서 해야 할 일은 더욱 많아 장시간 영주을 비울 수 없었다.

“다니엘, 벌목은 어느 정도나 진행했어?”

“남쪽 펑거스 숲 정리를 마쳤습니다.”

“벌써?”

“마님이 빌려주신 우드 골렘 3마리를 투입하자 작업 속도가 전보다 다섯 배 이상 빨라졌습니다. 덕분에 벌목은 물론 나무뿌리도 모두 캐냈습니다.”

“힘이 그렇게 세?”

“황소 50마리보다 힘이 더 세서 땅속 깊숙이 박힌 나무뿌리도 단번에 뽑아냅니다.”

하린이는 우드 골렘을 전투에 동원하지 않고, 3마리 모두 24시간 내내 벌목 작업에 투입했다.

덕분에 작업 속도는 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빨라졌고, 스킬 경험치도 매우 빠르게 올라 이틀 전 우드 골렘 초급을 마스터했다.

기계 공학(초급 153/200) : 강철 심장 제작

우드 골렘(중급 45/500) : 40레벨 우드 골렘 생산, 최대 3마리 생산

골렘 강화(초급 59/200) : 골렘의 공격력과 방어력 15% 증가

초급을 마스터한 우드 골렘은 레벨이 40으로 오르며 신장이 1.75m로 커졌고, 힘도 스피드도 더욱 강해져 벌목과 개간 작업에 더욱 큰 도움이 됐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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