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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159화 (159/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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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

159. 습격

“역시 첫 끗발이 개 끗발이네.”

“겨우 두 번 했어. 몇 번이나 했다고 부정 타게 그런 말을 해?”

“사실이 그렇잖아.”

“매일 잘 나오면 그게 던전이야? 보물 창고지.”

“누가 보물 창고를 원했어? 보스를 일곱 마리나 잡고, 정예 몬스터를 270마리나 잡았으면 최소한 프라나 2~3개는 줘야 하는 거잖아. 그게 인지상정이잖아. 어떻게 잡템 빼고는 주는 게 하나도 없냐고. 이건 사기라고.”

“좋은 잘 나올 때는 오빠 환웅이라고 놀리고, 아무것도 안 주면 사기야?”

“안 나와도 정도가 있는 거야. 한두마리도 아니고 277마리를 잡았는데, 어떻게 확률이 제로가 될 수가 있냐고.”

“다음번에 잘 나오겠지.”

“안 나오면?”

“그 다음번에 잘 나오겠지.”

“그때도 안 나오면 어쩔 건데?”

“언젠가는 잘 나오겠지.”

“언제? 언니 꼬부랑 할머니 될 때? 그게 언제냐고?”

“그만 좀 해. 시끄러워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

“맨날 나만 가지고 그래.”

“네가 문제니까 그렇지.”

“내가 뭘?”

“이게 정말 해보자는 거야?”

“우이씌. 말로 안 되면 때리려고 그래.”

“둘 다 그만. 스트레스 쌓였을 때는 운동이 최고야. 옷 갈아입어. 공원에 가자.”

세계 3차 대전을 막기 위해 하린이와 하연이을 끌고 집 앞 공원으로 향했다. 4월 중순이 되자 낮 기온이 20도 전후까지 올라 달리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러나 아침저녁으로는 찬바람이 쌩쌩 불어 반바지를 입고 달리기에는 아직 이른 날씨였다.

“그렇게 입으면 안 추워? 달리면 추울 것 같은데.”

“뛰면 땀나잖아. 이렇게 입는 게 시원하고 좋아.”

“저도요.”

“그래도 반바지는 너무 이른 거 아니야?”

“이거 반바지 아니야. 5부 바지야.”

“오빠, 반바지와 5부 바지 차이점 몰라요?”

“둘 다 비슷한 길이 아니야?”

“5부는 무릎 위까지 오고, 반바지는 허벅지 다 드러나는 거잖아요.”

“허벅지 다 드러나면 반바지가 아니라 핫팬츠(Hot Pants) 아닌가?”

“요새 누가 긴 반바지를 입어요. 길거리 지나다니는 여자들 보세요. 가랑이 다 보일 정도로 짧은 핫팬츠만 입잖아요.”

“너무 야해.”

“보기 싫어요? 집에서 언니하고 저하고 입는 건 신경 쓰지 않잖아요.”

“그거야 너희가 입었으니까 그렇지.”

“그러면 밖에 입고 다녀도 돼요?”

“다리 부러지고 싶냐?”

“크크크크. 하여간 남자들은 다 똑같아. 남에 여자 다리는 잘만 쳐다보면서 자기 여자 다리 드러내는 건 질색이라니까. 안 그래 언니?”

“그렇게 말이다.”

“나는 다른 여자 안 쳐다봐.”

“거짓말?”

“진짜야.”

“알았어요. 그렇다고 하죠. 그런데 오빠 레이첼 가슴과 엉덩이는 자주 쳐다보던데, NPC는 사람이 아니라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

아직 날씨가 쌀쌀해 반바지는 너무 이른 거 아니냐고 한 말이 흘러 흘러 레이첼까지 갔다.

하연이 말처럼 레이첼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육감적인 가슴과 엉덩이에 시선이 갔다.

레이첼을 어떻게 해보려고 그런 게 아니었다. 내용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너무 잘 알기 때문으로 그때 기억이 가시지 않아 자연스럽게 눈이 몸을 훑게 됐다.

나도 인지하지 못했던 일로 눈치 빠른 하연이가 그런 내 눈을 감지하고 콕 짚어서 얘기했다.

다른 여자는 절대 쳐다보지 않는다고 해놓고 매일 레이첼을 그런 눈으로 본다는 걸 깨닫자 창피해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언니에게 얘기 다 들었어요. 오빠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존경스러워요.”

“뭐가?”

“육탄공세를 퍼붓는 NPC들을 상대로 순결을 지키다니 정말 멋져요. 만고에 다시없을 열남이세요. 열남문을 세워야겠어요. 자손만대에 길이길이 기억되게요. ”

“컥!”

두 번째 인스턴트 던전 사냥에서 얻은 아이템은 없었지만, 나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아서와 아더, 아라치, 쥬디, 미미가 성장한 것이 성과로 50레벨 보스 몬스터를 잡을 때까지 데리고 있다가 60레벨 몬스터가 나올 때 집무실로 돌려보냈다.

인원이 8명이라 경험치가 한 사람당 12,000밖에 안 됐지만, 아서와 아더, 아라치, 쥬디, 미미에겐 한 달 치 경험치였다.

아직 몬스터 사냥을 할 만큼 실력이 안 돼 성에서만 훈련해 일주일 내내 칼을 휘두르고 뛰어다녀도 하루에 경험치 500을 쌓기가 어려웠다.

12,000은 24일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도록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경험치로 유저로 치면 폭랩이었다.

4시간 만에 한 달 치 경험치를 얻었으니 만족할 만한 성과가 아니라 엄청난 성과였다.

NPC는 훈련을 통해 스탯을 올릴 수 있지만, 성장 속도가 유저보다 느렸다. 4대1의 시간 차이 때문으로 인스턴트 던전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줄 수 있었다.

이대로 올해 말까지 쭉 데리고 다니면 최소 프로보스트와 마도사였고, 개인 역량에 따라 소드 마스터와 아크 메이지에 오를 수도 있었다.

“이건 너무했다.”

“뭔데 그래?”

“입장권 가격이 얼만지 알아?”

“2개 아니었어?“

“금화 3개야.”

“하루 만에 1개가 오른 거야?”

“응.”

“3개는 너무했다.”

“오빠, 잡템만 팔아도 100만 원은 벌 수 있고, 아이템까지 나오면 수천 만 원을 벌 수 있잖아요. 거기다 경험치도 좋고, 평판 점수까지 얻을 수 있고요. 제 생각에는 5개 해도 될 것 같은데요?”

“그렇긴 하지.”

이 상태로 가면 일주일 내로 10개까지 오를 것 같았다. 그러나 10개도 비싼 게 아니었다.

필드에서 얻기 어려운 업그레이드 아이템을 얻을 수 있고, 완제 아이템도 필드보다 잘 떨어지는 편이고, 단시간에 경험치도 많이 얻을 수 있어 20개, 30개를 해도 산다는 사람이 줄을 설 것이었다.

“그만 떠들고 뛰자.”

“몇 바퀴 뛸 거예요?”

“30바퀴.”

“헉! 저 죽이려고 그러는 거죠?”

“꼴찌가 저녁밥 하는 거야. 하기 싫으면 죽도록 뛰어.”

“저는 양궁선수였지 언니처럼 달리기 선수가 아니에요. 불공평해요.”

“나도 달리기 선수 아니거든.”

“오빠는 언니보다 더 잘 달리잖아요. 이건 저에게 저녁밥 시키려는 음모에요.”

찰싹

“아얏!”

“계속 떠들면 뒤따라가면서 때린다.”

“숙녀 엉덩이를 때리다니 너무해요.”

“감촉 좋은데. 한 대 더 맞을래?”

“히잉!”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오오. 끝내주는데요.”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드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 좋아요.”

“하린이는?”

“나도 좋아.”

이범석 상사에게 튼튼한 SUV 4대를 선물하며, 나도 차 한 대를 샀다. 차종은 다르지만, 같은 SUV 차량으로 따끈따끈한 4인승 신차로 한 대 뽑았다.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고 대리점을 방문해 그 자리에서 차 5대를 계약하고 현금으로 돈을 완납하자 3일 만에 차가 나왔다.

면허는 군대 있을 때 땄다. 1종 보통으로 작전 중 운전은 필수라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딸 수 있었다.

이 나라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게 베푼 은혜였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나를 이용하려는 목적에서 지원한 것으로 은혜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오빠, 시승식도 할 겸 근처 대형 할인 마트 가서 옷도 사고, 장도 봐요.”

“그래.”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후 차를 몰아 집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대형 할인 마트로 갔다.

이틀 전 이은택이 다현과 민지, 수영, 연아를 납치할 모의를 한다는 걸 도청으로 알아냈지만, 우리 집이 발각된 건 아니라서 집밖에 나가지만 않으면 안전했다.

그리고 집에는 박무윤 상사도 있고, 시간은 낮 1시에 무인경비시스템도 가동 중이라 잠깐 나갔다 오는 건 문제될 게 없었다.

“오빠, 운동화 하나 사자.”

“이것도 괜찮아. 아직 신을 만해.”

“밑창은 다 낡아서 반들반들하고, 옆에는 터져서 구멍 났어. 그런데 신을 만해?”

“그랬어? 몰랐네.”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거야? 아니면 아직 신을 만하다고 생각해서 모른척한 거야?”

“둘 다.”

“사람이 너무 아끼면 궁상맞다고 했어. 아끼는 것도 좋지만, 적당히 아껴야 해. 그래야 사람이 궁상맞아 보이지 않아.”

“알았어. 노력할게.”

하린이 말처럼 아끼는 것도 정도가 있었다. 남이 봤을 때 추하다고 느끼면 그건 아끼는 게 아니라 궁상맞은 짓이었다.

그렇다고 절약 정신이 투철해 다 떨어진 운동화를 신고 다닌 건 아니었다.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다 보니 발가락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냥 신던 버릇이 남아서 그랬다.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될 만큼 벌었고, 앞으로 얼마나 벌지 모를 만큼 장래가 촉망됐지만, 아직 예전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쓸 걸 안 쓰는 자린고비는 아니었다. 이범석 상사에게 차를 4대나 사주고 보너스도 지급하고, 다현이네에게 최신형 캡슐을 사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필요한 곳에는 절대 아끼지 않았다.

문제는 나를 위해 쓰는 건 여전히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공통된 생각으로 자식 학원비, 옷, 먹는 건 아끼지 않아도 자기 신발, 양복 사는 건 벌벌 떨었다.

우스운 건 그러면서도 술은 잘만 처먹었다. 이런 게 바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나X쿠에서 내가 신을 신발 두 켤레와 기능성 티셔츠 다섯 장, 반바지 두 개, 체육복 두 벌을 산 후 하린이와 하연이가 신을 신발과 옷도 아X도스에서 사는 등 여름에 입을 옷과 신발을 한 아름 사고 집에서 쓸 각종 생필품과 생활용품, 음식 재료까지 모두 산 후 차로 돌아왔다.

따르릉따르릉

“여보세요.”

“형필아!”

“네, 상사님.”

“집에 빨리 가봐야겠다.”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수영이가 많이 다쳤다.”

“네?”

6개월 전 수영이 어머니 위암이 재발하셨다. 한 달 전부터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병원에 입원했다.

얼굴이라도 한 번만 보게 해달라고 수영이 계속 졸랐고, 마음 약한 박 상사는 고민 끝에 사람이 많은 대학병원이라 괜찮을 거란 생각에 수영이와 단둘이 병원을 찾았다.

그랬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나는 물론 하린이도 몰랐다. 신세 지는 것도 미안한데 걱정까지 끼치고 싶지 않아 말을 못한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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