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의 시대-158화 (158/320)

0158 / 0310 ----------------------------------------------

흡혈! 그 위대함을 찬양하라...

158.

- 9라운드가 시작됐습니다. 81에서 90레벨 몬스터가 동서남북 네 곳에서 나옵니다. 행운을 빕니다. Good Luck!!

가슴에 칼을 꽂은 채 스톤 골렘과 아이언 골렘을 상대했다. 경험치를 1이라도 더 먹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80레벨대 일반 몬스터를 한 번도 상대해보지 못해 경험을 쌓기 위해 고통을 참으며 스킬을 쏘아댔다.

그러나 가슴에 꽂힌 칼이 덜렁거려 뛸 수가 없고, 움직이면 칼이 흔들려 생명력도 줄어들어 제자리에서 골렘을 상대해야 했다.

65레벨 정예 몬스터에 버금가는 놈들을 움직이지 않고 서서 상대한다는 것은 미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짓이었다.

전투가 시작된 지 10분도 안 돼 골렘에 둘러싸여 내 머리보다 더 큰 주먹에 온몸을 골고루 안마 당했다.

‘캑.’

그렇게 The Age of Hero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죽음이란 것을 맞이했다.

죽을 때 느낌이 어떨지 많이 궁금했었다. 진짜 죽는 건 아니었지만, The Age of Hero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게임이라 죽는 느낌도 사실처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다고 자살을 꿈꾼 건 아니었다. 내가 자살하기 바란 건 내가 아니라 나를 버린 전종명과 윤선숙이었다. 그래서 힘들고 괴로워도 악착같이 버티며 살았다.

그러나 죽으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은 여러 번 했었다. 그들이 바라는 대로 죽긴 싫었지만,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 죽으면 편안해질 거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언 골렘의 커다란 주먹에 맞아 몸이 하늘 높이 붕 떠오르는 순간 생명력이 0이 되며 숨이 끊어졌다.

지독한 고통과 함께 편안한 느낌을 생각했는데...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차디찬 바닥에 누워있다는 느낌이 전부였다.

상상한 것과 크게 다르자 허무했다. 그러나 당연한 것이었다. 환인도 죽음이 뭔지 몰랐고, 안다고 해도 그 고통을 유저에게 그대로 느끼게 해줄 순 없었다.

그랬다가는 많은 유저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할 수 있었고, 일부는 환상에 빠져 진짜 죽음을 택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무미건조한 느낌,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것조차 느낄 수 없는 무채색 느낌을 입력해 놓은 것이었다.

죽은 지 10초가 지나자 바닥에 시커먼 회오리가 생겼고, 그 안에 빨려 들어가 출발지점인 집무실로 돌아왔다.

필드에서 싸우다 죽으면 스타팅 포인트로 등록한 포털로 이동한다. 그러나 인스턴트 던전은 죽음 페널티가 없어 출발지점으로 돌아왔다.

“언니하고 저하고 아이언 골렘에게 이리저리 쫓기다가 구석에 몰려 신나게 얻어터지다 죽었어요. 히잉.”

“오빠가 없으니까 버틸 수가 없네. 옆에 없어야 소중함을 안다고 정말 오빠 없으면 안 되겠어.”

“흐흐흐흐.”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이 그렇게 좋아?”

“어.”

“좋다는 웃음이 그게 뭐야? 하하하. 이렇게 웃어도 되잖아.”

“흐흐흐흐. 나는 이렇게 웃을 때가 가장 기분 좋아.”

“언니, 나도 오빠 흐흐흐 웃는 게 가장 좋아. 아주 음탕해 보이거든. 흐흐흐흐.”

“.......”

인스턴트 던전 1번에 20만에 가까운 경험치를 쌓았고, 평판 포인트도 1,200점씩 먹었다.

20만 경험치를 쌓으려면 상위 유저 5~6명이 파티를 구성해 게임 시간으로 5~7일은 사냥해야 얻을 수 있었다.

그런 많은 경험치를 6시간 만에 얻었고, 보스도 8마리나 잡으며 평판 포인트도 쏠쏠하게 먹었다.

그러나 모든 파티가 우리처럼 많은 경험치와 평판 포인트를 얻은 것 아니었다. 장비와 실력이 따라주지 않는 대다수 파티는 40레벨 일반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는 5라운드를 넘기지 못하고 전멸했다.

레어 장비로 도배한 파티도 60레벨 정예와 보스 몬스터에 무릎을 꿇었고, 70레벨 보스를 잡은 파티는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80레벨 보스를 잡은 파티는 우리가 유일했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느냐? 게임 시간으로 매일 밤 12시가 되면 하루 동안의 인스턴트 던전 도전 결과를 ㈜판타스틱에서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평균 돌파 라운드, 평균 경험치, 평균 평판 포인트 그리고 1~100위까지의 결과를 비교적 자세하게 발표했다.

그러나 누가 어디까지 갔는지, 무슨 몬스터를 잡았는지는 발표하지 않았다. 환인이 알려주지 않아 ㈜판타스틱 운영진도 몰라서 발표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를 보고 우리가 80레벨 보스 몬스터를 잡은 유일한 팀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좋아할 게 없었다. 순전히 운으로 유사인간이 아니었다면 절대 잡을 수 없었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건 유사인간이 나오면 또다시 잡을 수 있다는 것으로 유사인간이 나오기만을 바라고 또 바라야 했다.

“오빠, 나 점심 준비하러 간다.”

“어.”

“언니, 점심 뭐야?”

“낙지 전골.”

“우와 맛있겠다.”

“오빠랑 놀고 있어. 준비되면 부를게.”

“응.”

이럴 때 보면 하린이는 영락없는 엄마였다. 2~3일에 한 번 시장에 나가 신선한 재료를 사와 아침, 점심, 저녁, 세 끼 모두 하린이가 직접 준비했다.

식구가 9명으로 늘어나... 이범석 상사와 김상호 상사가 번갈아 가며 집을 지켜 이들 식사까지 준비해야 함... 음식 만들고 치우는 일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는데, 언제나 불평 한마디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했다.

고생하는 게 마음 아파 도우미를 쓰고 싶었지만, 히어로걸스 탈퇴와 성접대 파문이 끓는 가마솥처럼 시끄러워 외부인을 집에 들일 수 없었다.

다행히 하연이와 다현이, 민지, 수영, 연아가 음식 만드는 일부터 치우는 일, 청소까지 도와줘 아직은 할 만했다.

그러나 계속 9명의 식사를 책임지면 지쳐 쓰러질 수도 있어 조만간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하연아, 알에 대해 아는 거 있어?”

“저도 처음 봐요.”

“어둠의 상인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 있는지 확인해봐.”

“네.”

하연이가 어둠의 상인 사이트를 확인하는 동안 인스턴트 던전에서 얻은 잡템 중 영지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은 대장간과 공방에 갖다 주고, 필요 없는 것들은 수도에 가서 팔고 왔다.

가방을 비운 후 래틀과 브랜틀, 딜런, 아서, 아더, 아라치, 쥬디, 미미를 집무실로 불렀다.

아서와 아더, 아라치, 쥬디, 미미의 방어구와 무기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오늘 안으로 원하는 형태를 래틀과 브랜틀, 딜런에게 설명하고, 일주일 안에 만들도록 했다.

다섯 명 모두 지금 쓰고 있는 장비는 연습용이라 실전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장비가 만들어질 동안 수비대가 쓰는 장비를 쓰도록 했다.

“동물 조련사 중에 알을 얻어 부화해 키운 유저가 있어요.”

“어떤 거?”

“표범, 늑대, 픽시요.”

“세 가지가 전부야?”

“올라온 글은 그게 전부예요.”

“알에서 나온 것과 테이밍해서 키운 것과 차이점이 있어?”

“그건 안 나왔어요.”

“부화하는 방법은?”

“마나를 주입하면 된대요.”

“얼마나?”

“빠르면 2~3일, 늦으면 4~5일 걸린대요.”

“알을 깨고 나오면 주인으로 인식하는 거야?”

“네.”

“조련사가 아닌 유저도 펫을 거느릴 수 있어?”

“알에서 나온 건 조련하는 게 아니라서 상관없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간단한데?”

“대신 알 얻기는 매우 힘든가 봐요. 사이트에 글 올린 사람 중 알 얻었다는 사람은 3명밖에 없었어요.”

동물 조련사와 몬스터 조련사의 테이밍 확률은 1%가 안 됐다. 레벨이 높을수록 테이밍 확률은 더 낮아졌고, 테이밍에 성공해도 온순한 강아지처럼 말을 잘 듣는 것도 아니라서 전투에 이용하려면 게임 시간으로 몇 달은 조련해야 했다.

그러나 알은 마나만 주입하면 주인으로 인식했고, 충성도도 100이라 따로 조련하지 않아도 전투에 이용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동물 조련사와 몬스터 조련사들이 알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몬스터를 사냥해서 얻는 방법과... 포유류와 몬스터는 알에서 태어나지 않지만, 조련사 시스템 때문인지 아주 드물게 획득물로 알이 나왔다... 보물 상자 미믹을 잡고 구하는 방법밖에 없어 구하기가 아주 어려웠다.

입장권이 한 장 남아 있었지만, 성자 스킬을 세 번 다 써 오늘은 쉬어야 했다. 성자 스킬 없이는 70레벨 몬스터도 잡기 어려워 스킬이 초기화 되는 자정에 다시 들어가야 했다.

“알이나 부화시켜야겠다.”

“오빠, 이왕이면 품에 안고 하세요. 그래야 애정이 전달되죠.”

“그런 것도 있었어?”

“그냥 손에 쥐고 하는 것과 품고 하는 건 기분이 다르잖아요.”

“알았어.”

하연이가 시키는 대로 럭비공만 한 큰 알을 품에 안은 채 마나를 불어넣었다. 마나 2만을 모두 불어넣었지만, 부화하기에는 한참 모자랐는지 꿈틀대지도 않았다.

“오빠, 점심 먹어. 하연아, 점심 먹자.”

“알았어. 언니. 오빠 가요.”

“어.”

캡슐을 빠져나와 하연이와 함께 1층 식당으로 내려가자 김상호 상사와 다현이, 민지, 수영, 연아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인스턴트 던전은 할 만해요?”

“아직 요령이 없어서 힘들어.”

“차차 나아지겠죠.”

“그렇겠지. 너희도 인스턴트 던전용으로 바꾸지그래?”

“아니에요. 지금도 충분해요.”

“돈 때문이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쓰다가 팔아도 손해날 거 없으니까.”

“돈 때문이 아니에요. 들어가도 사람들 시선 피하느라 게임할 수가 없어서 그래요. 사람들 관심 없어지면 그때 생각해볼게요.”

“알았어. 마음 바뀌면 언제든 말해.”

“네.”

다현이와 민지, 수영, 연아는 게임할 기분이 아니었다. 마림 재단과 SUN 엔터테인먼트가 찌라시 언론을 이용해 다현이네를 키워 준 은혜도 모르고 조금 떴다고 계약을 파기하려는 배은망덕한 년과 돈 많은 남자를 스폰서로 물기 위해 아무 데서나 다리를 벌리는 걸레로 몰아가고 있었다.

이은택이 민지와 수영에게 보낸 메시지와 SUN 엔터테인먼트 사장과 실장이 다현이네를 압박한 녹취 파일을 은하가 언론에 공개해 비교적 공정하게 기사를 쓰는 언론도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에 매일 올라오는 기사는 대다수가 찌라시가 쓴 기사로 많은 사람이 진실을 곡해한 채 다현이네를 욕했다.

이것이 바로 언론의 무서운 점이었다. 매일 기사를 찾아보고, 그것이 옳은 기사인지 알아보려 노력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신문에 난 기사를 무조건 믿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람은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보려 노력하지도 않았고, 정부와 찌라시 언론이 적어준 대로 믿고 따랐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많은 국민이 피해를 봤다. 누군가를 때리고 죽이는 일만이 나쁜 짓이 아니었다.

무지하고, 무식해서 누군가에게 이용당하는 것도 나쁜 짓이었다. 자기만 이용당하면 그나마 낫지만, 가족과 주변 사람 그리고 국민 전체가 피해를 입었다.

새벽이 오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 깨어있어야 한다. 깨어있지 않으면 세상은 온통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다행히 하린이와 하연이가 잘 다독여 우울증에 빠지진 않았지만, 스트레스로 인해 잠도 잘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는 등 4명 모두 많이 힘들어했다.

그리고 게임을 하고 싶어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연예인이라 얼굴을 고치지 않아 알아보는 유저가 있을 수도 있어 도시에는 들어가지도 못했고, 사냥터도 유저들과 마주칠 수 없어 함부로 나갈 수도 없었다.

내 영지에 데려오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고, 인스턴트 던전에 강제 소환해 키워주는 방법도 있었지만, 아직은 다현이네를 믿을 수 없어 힘들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내버려 뒀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