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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던전
154. 인스턴트 던전
3일 전 엄마와 딸 둘을 강간하고 죽을 만큼 두들겨 팬 농노 한 놈을 조나단이 잡아들였다.
강간·폭행범은 한 달 전 경비병에 지원했다가 인성이 개차반인 게 들통나 떨어진 말콤이었다.
간사하고, 게으르며, 남의 것을 잘 훔치고, 동네 처녀들에게 자주 수작을 걸던 말콤은 두 달 전 노예 시장에서 사 온 세 모녀에게 눈독을 들였다.
그러나 적응 기간 동안은 수십 명이 막사에서 단체 생활을 해야 해 눈독만 들일 뿐 세 모녀 곁에 다가갈 수 없었다.
노예 시장에서 사 온 농노는 한 달간 수비대가 돌보며 영지에 적응할 수 있게 교육했다.
지켜야 할 것, 알아야 할 것,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가르치며 내게 충성하는 착한(?) 농노가 될 수 있게 교육했다.
한 달이 지나 세 모녀가 작은 집을 얻어 따로 살게 되자 물도 길어다 주고, 장작도 구해다 주는 등 주변을 맴돌며 수작을 걸었다.
하지만 세 모녀가 의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밀어내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화가 난 말콤은 사람들이 잠든 시간에 몰래 집에 들어가 세 모녀가 반항하지 못하게 흠씬 두들겨 팬 후 새끼줄로 꽁꽁 묶어놓고 밤새도록 번갈아가며 강간했다.
다음 날 세 모녀가 한 명도 일을 나오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이웃 주민들이 모녀 집을 찾아가 갔다가 피투성이가 된 세 모녀와 그 사이에서 늘어지게 코를 골면 자고 있던 말콤을 발견하고 경비대에 신고했다.
조르주 준 남작이 영주로 있을 때는 30세 이상 여성 농노를 강간하는 건 죄가 아니었다.
농노를 개·돼지보다 못하게 취급한 조르주 준 남작은 자기가 데리고 놀 젊고 싱싱한 여자 농노만 건드리지 않으면 남자 농노가 여자 농노를 강간하는 건 개·돼지끼리 붙어먹는 것으로 생각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내가 영주로 온 이후 강간, 폭행, 절도 등은 아주 엄한 벌로 다스렸고, 죄질이 나쁜 놈은 탄광에 보내 죽을 때까지 갱도를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말콤이 간도 크게 세 모녀를 강간하고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팬 사고가 발생했다.
농노 한 명이 아쉬웠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호수를 온통 흐려놓는다는 말처럼 놈을 살려두면 기강이 서질 않아 농노들이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었다.
이런 일을 저지르면 어떻게 되는지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내일 아침 모두가 보는 앞에서 목을 매달 생각이었다.
말콤을 집무실로 데려오게 한 건 죽이기 전에 인스턴트 던전으로 강제 소환이 되는지, 추방하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오는지 실험하기 위해서였다.
하린과 하연, 레이첼, 아만다, 아이린, 엠마, 에밀리, 아라치, 쥬디, 미미, 세라의 피를 차례로 빨고 집무실로 돌아오자 팔다리에 쇠고랑을 찬 말콤이 있었다.
“살려주십시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한 번만 살려주시면 죽을 때까지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영주님!”
“저 새끼 입은 왜 막지 않은 거야?”
“죄송합니다. 영주님께서 물어볼 게 있는 줄 알고 그만...”
“입 막고, 귀도 막고, 꼴도 보기 싫으니까 얼굴도 덮어. 재수 없어.”
“네!”
“영주님!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십시오. 한 번만 살려주시면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환인님께 맹세합니다. 정말입니..”
퍽
“컥!”
“조용히 해 새끼야.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입을 놀려. 한 번만 더 입 놀리면 혀를 뽑고, 눈알을 파버린다. 알았어?”
“네.네.네.네.”
조나단의 협박에 말콤이 벌벌 떨며 입을 꾹 다물자 경비병들이 달려들어 입에 재갈을 물리고, 귀는 솜뭉치를 틀어막은 다음 질긴 가죽끈으로 칭칭 동여맸다.
그리곤 두꺼운 가죽으로 만든 가죽 봉투를 머리에 뒤집어 씌웠다. 입이 막히고 가죽 봉투까지 뒤집어쓰자 공포가 극에 달한 말콤이 벌벌 떨며 신음을 토해냈다.
“음음음음음음...”
“이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퍽퍽퍽퍽
“웁웁웁웁.”
“소리 내면 진짜 죽는다.”
귀가 솜뭉치에 막혀 조나단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없었지만, 교활한 말콤은 자신이 왜 맞았는지 금세 이해하고 입을 굳게 닫은 채 죽은 것처럼 가만히 있었다.
말콤은 머리도 영특하고 눈치도 빨라 옆에 데리고 있으면 가려운 곳을 알아서 긁어줄 뛰어난 인재였다.
그러나 출세를 위해 언제든 상대를 배신할 수 있는 비열한 놈으로 이런 놈을 옆에 두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나는 똑똑하고 잘난 놈보다 멍청해도 신의와 의리가 있는 놈이 좋았다. 그렇다고 맹목적인 충성을 바라는 게 아니었다. 할 말은 하면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그런 사람을 원했다.
모든 사람이 그런 사람을 곁에 두길 원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많은 위정자가 아부를 잘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했다. 나라를 이끄는 위정자가 썩었다면 그 주변에 있는 사람도 모두 썩은 놈들밖에 없었다.
좋은 인재를 구하고 싶다면 먼저 귀를 열고, 눈을 열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래서 쓴소리를 달게 듣고, 보고 싶지 않은 것도 꾹 참고 보며, 국민의 아픔을 가슴으로 아파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위정자가 될 수 있었다.
“됐어. 그만하고 나가 봐.”
“알겠습니다. 영주님께 충성을!”
조나단이 경비병들을 데리고 집무실을 나가자 하린이와 하연이가 들어왔다. 다현이와 민지, 수영, 연아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수다를 떨다 온 것으로 오늘 아침 은하가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며 뉴스와 인터넷이 온통 히어로걸스 얘기로 도배되자 네 명 모두 불안해 점심도 먹지 못했다.
“괜찮아?”
“SUN 엔터테인먼트에서 아리와 진아, 선아, 주하를 증인으로 내세울 것 같아. 그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
“예상했던 일이잖아?”
“알았다고 해도 같이 연습한 기간까지 합치면 5년이나 한솥밥을 먹었어. 그런 친구들이 배신하는데 마음이 편하겠어?”
“많이 힘들겠네.”
“세상에서 가장 마음 아픈 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거잖아. 힘든 정도가 아니라 죽을 것같이 아플 거야.”
하린이의 말에 가슴이 뜨끔했다. 나도 다현이네를 배신한 아리와 진아, 선아, 주하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하연이와 이상한 짓을 한 건 아니지만, 사랑하는 하린이를 곁에 두고 하연이를 좋아한 건 누가 봐도 잘한 짓이 아니었다.
미안한 마음에 하린이 눈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하연이도 나처럼 많이 미안한지 하린이를 쳐다보지 못했다.
그러나 하린이가 한 말은 나와 하연이에게 들으라는 뜻으로 한 건 아니었다. 정이슬을 염두에 두고 한 말로 하린이는 나와 하연이를 원망하지 않았다. 반대로 하연이가 상처받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네가 많이 위로해줘. 이제 친구라곤 너밖에 없을 테니까.”
“그래야 하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
“많이 될 거야.”
“알았어.”
8명 모두 어린 나이에 연습생을 시작해 학교 친구가 거의 없었다. 있어도 노는 물이 달라 마음을 나눌 만큼 깊이 사귈 수 없었다.
히어로걸스 멤버 8명과 연습생 친구 몇 명이 전부로 이들마저 자기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갈라서며 서로를 더욱 힘들게 했다.
“시작한다.”
“응.”
“네.”
화제를 돌리기 위해 황금 티켓을 꺼내 들었다. 밤이 길면 꿈도 많아지는 법이었다. 이럴 때는 화제를 돌리는 게 현명했다.
- 인스턴트 던전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네.”
- 파티원 모모님과 하린님, 하연님이 인스턴트 던전에 입장했습니다. 방장은 모모님입니다. 무운을 빕니다. Good Luck!!
황금 티켓을 반으로 찢자 입장을 알리는 메시지가 떴다. ‘네’라는 대답과 함께 공간이동 마법진을 이용할 때처럼 어두컴컴한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을 뜨자 커다란 석실에 서 있었다. 원형 석실은 사방이 돌로 막혀 있었고, 바닥은 단단한 흙에 천장에는 조명이 가득 달려 있어 대낮처럼 밝았다.
“관객만 있으면 검투사 경기장으로 써도 되겠네요.”
“그러게.”
- 60초 후 몬스터가 출현합니다.
“소환한다.”
“제발 생각처럼 돼야 할 텐데...”
“레오 영지 농노 말콤 소환!”
- 군주의 소환을 사용해 NPC 말콤을 강제소환하시겠습니까?
“네.”
- 말콤이 모모님 옆으로 강제소환 됐습니다.
말콤을 내 곁으로 소환한다는 메시가 나온 지 1초 안 돼 바로 옆에 검은 회오리가 바닥에 생겼고, 그곳에서 말콤이 튀어나왔다. 사무실에 있던 모습 그대로 바뀐 것이 하나도 없었다.
“우와! 정말 됐네요.”
“이건 사기야. 완전히 사기라고.”
“언니, 이런 건 사기라고 하는 게 아니야. 편애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야. 편애가 아니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이름이 뭐가 됐든 아주 잘못된 거야. 공평하지 않아. 특혜라고.”
“그래서 싫어? 신고할 거야? 잘못된 일이라고.”
“아니. 내가 미쳤어? 열라 좋은데.”
“큭큭큭큭.”
자매의 발광에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말콤을 던전에서 추방했다. 왔을 때의 역순으로 검은 회오리 속에 빨려 들어간 말콤이 집무실로 이동했다.
- 1라운드가 시작됐습니다. 1레벨에서 10레벨 사이 몬스터가 동서남북 네 곳에서 나옵니다. 행운을 빕니다. Good Luck!!
“몬스터 나온다. 집중하자.”
“네에~“
어둠의 상인 사이트에 올라온 내용대로 1~10레벨 일반 몬스터 500마리를 처리하자 정예 몬스터 30마리가 나왔다.
놈들도 처리하자 곧바로 10레벨 보스 몬스터가 나왔다. 이런 패턴이 50레벨까지 쭉 이어졌다.
같은 패턴이 5번 반복되자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필드보다 잡템이 많이 나와 아이템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래 봐야 개당 500백 원에서 1,000원 사이라서 돈은 안 됐지만, 아무것도 안 주는 것보다는 나았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아주 다양한 몬스터가 나와 새로운 몬스터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했다.
지금껏 만난 몬스터는 50종도 안 됐다. 하린이와 하연이도 100여 종 정도로... 미친 고블린, 얼빠진 고블린 등 형용사만 다른 몬스터는 종류로 계산함... 매일 만나는 몬스터만 만났다.
그러나 던전은 로만 리히테나의 일기장에서 나온 특이한 몬스터도 볼 수 있어 견문과 경험을 늘릴 수 있었다.
- 60레벨 보스 몬스터 다크 템플러(Dark Templar) 어거스트가 나타났습니다.
북쪽 문이 열리자 보스 몬스터 다크 템플러 어거스트가 쏜살같이 튀어나왔다. 도발 스킬로 방어력을 10% 떨어뜨린 후 포획 스킬로 확 잡아당기며 불새의 검은 회오리를 날렸다.
어둠의 신전 기사인 다크 템플러는 악마형 몬스터로 홀리메탈 블레이드와는 상극이었다.
불새의 검은 회오리에 갇히자 치명타가 연속으로 터졌고, 마비와 어지럼증도 계속 걸리며 30만에 이르는 엄청난 생명력이 밑 빠진 독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 파티원 모모님이 60레벨 보스 몬스터 다크 템플러 어거스트를 사냥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업적 200점과 평판 200점을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업적 200점과 평판 200점을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연님이 업적 200점과 평판 200점을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힘 프라나 1개를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