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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147화 (147/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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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147.

친자확인서를 멍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자 하린이와 하연이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양쪽에서 팔짱을 끼며 달라붙었다.

몽실한 가슴이 양쪽 팔을 살살 문질러대자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하린이와 하연이 가슴을 한 손에 하나씩 쥐고 마구 주무르고 빨면 복잡한 마음이 상쾌하게 걷힐 것 같았다.

그러나 그랬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하연이는 그런 날이 오기만 학수고대하고 있었지만... 참아야 한다.

가장 큰 힘을 가진 미국 대통령도, 검은 금화 석유를 커다란 호수만큼 가진 아랍의 왕도, 수천 명 부하를 거느린 마피아 두목도 원하는 걸 다 가질 수는 없었다.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사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었다. 오직 신만이 그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를 보면 신도 모든 걸 다 가지진 못했다. 신조차 그러한데 한낱 미물에 불과한 내가 어찌해야 하겠는가? 참고 또 참아야 한다. 그래야 집안이 화평했다.

“어떻게 됐어?”

“둘 다 아니래.”

“오빠, 다행이야. 한쪽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야.”

“오빠, 정말 잘 됐어요. 이제 마음고생 안 해도 되네요.”

“마음고생뿐만이 아니야. 더는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부모처럼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정말 그러네요. 오빠 그거 때문에 걱정 많이 하셨는데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네요. 오빠, 이 소식 엄마·아빠에게도 말씀드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좋아하실 것 같은데?”

“아직은 안 돼. 내가 누군지 알아낸 다음에 말씀드리는 게 맞아.”

“아아 그렇겠네요.”

전종명과 윤선숙이 부모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며 하린이 말처럼 더는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아도 됐다.

그리고 인간말종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지 않아도 됐고, 하린이 부모님의 걱정도 덜어드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내 뿌리를 찾지 못하면 평생 고아로 살아야 한다.

거지 같은 놈들을 26년 동안 부모로 알고 산 것도 짜증 나는 일이었지만, 자기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살다가 죽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좋긴 한데 앞으로가 문제야. 상사님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둘 다 아이를 입양한 일이 없어.”

“그럼 뭐야? 납치한 거야?”

“언니, 아기는 납치가 아니라 유괴지.”

“둘 다 같은 말 아니야?”

“어감이 틀리잖아.”

“지금 그걸 따질 때야? 오빠가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 그게 중요한 거잖아.”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

“납치와 유괴 둘 다 섣불리 단정할 수 없어. 친척이나 친구가 낳은 아이를 자기들이 들이 낳은 것처럼 속인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마음 좋은 사람들이 오빠를 사람으로 대하지도 않고, 어린 나이에 버린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언니 말이 맞아요. 다른 사람 아이를 데려다 키울 정도면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버리는 짓을 할 수 없어요.”

하린이와 하연이 말대로 남의 아이를 데려다 키운 사람들이었다면... 나를 키운 건 보모였고, 한 번도 안아주지 않아 키워줬다고 말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내가 먹고 자고 배우는데 든 비용이 그들 주머니에서 나온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키워줬다고 말하는 게 맞았다... 버리는 짓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쳐 나를 데려왔을 수도 있었고, 데려온 후 내가 마음에 안 들어 싫어하게 된 것일 수도... 한 번도 안아주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역시 말이 안 됐지만... 있었다.

이범석 상사가 과거를 파헤치기 전에는 내가 왜 그들 손에 키워졌는지 알 수 없는 일로 답답했지만, 참고 기다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하린아, 인스턴트 던전용 캡슐은 언제 도착해?”

“1시간 후에 도착한다고 연락 왔어.”

“인스턴트 던전 서비스는 언제부터 하는데?”

“오늘 밤 12시부터 시작이야.”

“그러면 설치 끝나고 잘 돌아가는지 확인한 후에 한잠 자야겠다. 피곤하다.”

“잘 생각했어. 밤 12시까지 푹 자. 시간 되면 깨워줄게.”

“알았어.”

열흘 넘게 잠을 거의 자지 못하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이럴 때는 수면제를 복용하고라도 자는 게 좋았다. 상습적으로 수면제를 복용하면 문제지만, 한두 번 먹는 건 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계속 잠을 자지 못하면 불면증에 걸릴 수도 있어 수면제의 도움이라도 받는 게 나았다.

“나도 인스턴트용 캡슐 성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확인할 겸 오빠 옆에서 자야겠다.”

“오늘은 안 돼.”

“왜?”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아.”

“이유를 설명해야 할 거 아니야.”

“하아... 따라와.”

“여기서 말해.”

“맞고 따라올래? 그냥 조용히 따라 올래.”

“우이씌.”

내 팔에 매달려 가지 않겠다고 버티던 하연이를 하린이가 억지로 끌고 2층 주방으로 들어갔다.

“지금 오빠 마음이 어떨 것 같아?”

“당연히 안 좋겠지.”

“그러면 기분을 풀어줘야 할 거 아니야. 그런데 네가 계속 붙어있으면 어쩌라는 거야. 이 바보야! 그렇게 눈치가 없어.”

“.......”

“오빠 잠들면 전화할 테니까 다현이네랑 놀고 있어.”

“알았어.”

하연이는 나와 하린이 사이를 질투하지 않았다. 안고 뽀뽀하고 몸을 더듬는 건 사랑하는 사이라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시무룩해 하는 건 자신이 그 안에 끼지 못해서였다. 그 안에 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한껏 풀이 죽은 것이었다.

인스턴트 던전용 캡슐... 3인용으로 바꾸며 커플용 캡슐이라 부르면 이상할 수도 있어 이름을 바꿈... 설치는 30분도 안 돼서 끝났다.

기존에 쓰던 캡슐을 가져가고 그 자리에 인스턴트 던전용 캡슐을 갖다 놓고 인터넷을 연결한 후 나와 하린이, 하연이의 이름을 등록하고, 잘 돌아가는지 확인만 하면 끝이었다.

TV 리모컨에 건전지를 갈아 끼우는 것만큼 간단한 작업으로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아 1~2시간 교육받은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었다.

“오빠, 누워보세요. 정말 편해요. 푹신푹신한 게 구름 위에 누운 것 같아요.”

“어. 그러네.”

“접속 속도도 더 빠르고 움직임도 더 부드러워요. 접속해 보세요.”

“알았어.”

인스턴트 던전용 캡슐을 테스트한 하연이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하연이 말대로 고급 가죽이 몸을 착 감아줘 배기는 곳이 한 곳도 없었고, 접속 속도도 2배나 빨라 뚜껑이 덮이는 순간 바로 게임에 접속했다.

공격속도와 이동속도가 빨라지진 않았지만, 움직임이 더욱 섬세해져 10%는 빨라진 것처럼 느껴지는 등 성능이 크게 좋아졌다.

“오빠, 주무시고 계세요. 저는 다현이 언니와 할 얘기가 있어서 1층에 좀 내려갔다 올게요.”

“어.”

다현이와 할 얘기가 있다는 하연이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잡지 않았다. 욕망을 쏟아내고 싶어 그런 게 아니라 하연이를 잡으면 하린이 꼴이 우스워져서였다.

츄웁 츄웁

하연이가 방을 나가자 성난 호랑이처럼 달려든 하린이가 단번에 팬티와 바지를 벗기고 고추를 입에 물었다.

내 기분을 풀어주려는 것인지 자기 기분을 풀고 싶어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하린이는 급했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은 것 이상으로 하린이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정이슬 때문으로 선전포고를 받은 날은 스트레스로 인해 온종일 저기압이었다.

“바지 벗고 엉덩이 이쪽으로 와. 나도 빨고 싶어.”

꽃잎을 빨아주겠다고 하자 냉큼 바지를 멋은 하린이가 작고 예쁜 엉덩이를 얼굴에 디밀었다.

다리 사이에 손을 넣어 꽃잎을 벌리자 욕망을 품은 분홍 속살이 유혹하듯 모습을 드러냈다.

혀를 길게 빼내 분홍 속살을 핥으며 수줍게 얼굴을 내민 음핵을 희롱하자 짜릿한 쾌감을 느낀 하린이가 엉덩이를 떨어대며 숨을 몰아쉬었다.

“하윽. 하윽.”

“기분 좋아?”

“으응.”

“더 기분 좋게 내가 위에 올라가서 빨아줄게.”

“응.”

다리와 허리를 감싸 안고 몸을 빙글 돌리고 자세가 역전된 하린이가 밑에 깔리고 내가 위로 올라갔다.

양다리가 팔에 끼어 활짝 벌어지자 귀엽고도 음탕한 예쁜 꽃잎이 숨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해?”

“감상하고 있었어.”

“창피해. 그러지 마.”

“백 번도 넘게 빨았는데 뭐가 창피해?”

“그거하고 보는 것과는 달라. 뚫어지게 보면 창피하단 말이야. 그만 봐.”

“싫어. 계속 볼 거야.”

“거기 보는 게 좋아?”

“어.”

“왜?”

“예쁘니까. 그리고 네 몸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

“그러면 계속 봐. 대신 질리면 안 돼.”

“그럴 일 없어.”

“젊을 때는 그렇겠지. 하지만 나이 먹으면 달라질 거야. 남자들은 어린 여자 좋아하니까.”

“열심히 운동하면 돼. 그리고 나 여자 몸 보고 좋아하는 그런 남자 아니야. 알잖아.”

세상 모든 남자는 젊고 싱싱한 여자를 좋아한다. 그리고 세상 모든 여자도 젊은 남자를 좋아했다.

그러나 사랑은 단순히 젊고 예쁜 외모에서 생기는 게 아니었다. 그녀와 함께 한 시간, 함께 한 행동, 함께 나눈 대화가 쌓이고 쌓여 생기는 것이었다.

그런 것들이 쌓이면 나이가 들어도, 늙어도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황금 티켓 30레벨 보스 몬스터 잡아야 나온다고 했지?”

“네, 오빠”

“어디서 사냥해야 티켓을 쉽게 구할 수 있을까?”

“오빠, 근처에 확실한 사냥터가 있는데 왜 걱정하세요?”

“검은 오크 왕국 말하는 거야?”

“네.”

“위험하지 않을까?”

“60레벨 보스 몬스터 이제 큰 어려움 없이 잡을 수 있잖아요. 깊이 들어가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예요.”

“검은 오크 왕국에는 80~100레벨 보스 몬스터인 대전사와 대주술사, 대족장도 있다고 했잖아?”

“그놈들은 아틸라 제국으로 치면 황제와 공작, 후작에 해당하는 놈들이에요. 도시가 아니면 보기 힘들 거예요.”

검은 오크 왕국 내 5대 부족인 푸른 발톱 부족, 독수리 이빨 부족, 검은 초승달 부족, 타오르는 불꽃 부족, 붉은 얼음 부족은 인간처럼 도시와 마을을 형성하고 살았다.

넓은 초원 위에 대다수가 천막을 치고 살았고, 지위가 높은 족장급 이상만 흙집과 돌집에서 살았다.

10층 이상 고층 건물이 즐비한 아틸라 제국에서 보기에는 빈민촌과 다를 것이 없었지만, 집을 짓고 모여 살 만큼 검은 오크 왕국은 문명이 발달한 국가였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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