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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146. 나는 누구인가?
“웃기고 있네. 네 주변 친구라고는 머저리 새끼 한 명밖에 없어. 그러나 내 주변에는 돈 많고, 힘센 사람이 수천 명도 넘어. 내 말 한마디면 불구덩이에 뛰어들 남자도 100명은 넘고. 그런데 친구가 없어서 내가 널 질투했다고?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그들이 너를 친구라고 생각할까? 그들은 너의 외모와 몸매, 감언이설에 속은 거야. 한 마디로 사기당한 거라고. 네 본 모습을 안다면 절대 너와 친구 같은 거 안 해. 너도 알잖아. 네가 어떤 성격인지.”
“개소리하지 마. 그건 옛날얘기야. 지금은 그렇지 않아.”
“네가 친구라고 믿는 그 사람들과 한 번이라도 마음속 깊은 얘기를 나눠본 적이 있어? 네 진심을 그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어?
“........”
”대답 못 하겠지? 왜 대답 못 하는지 알아? 없으니까. 그런 생각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 마음도 나누지 못하는 사람이 친구야? 그건 친구가 아니라 그냥 아는 사람이야.“
“그건... 그건...”
하린이가 정이슬의 가장 아픈 곳을 건들자 사갈보다 더 독한 정이슬도 할 말을 찾지 못해 말을 더듬었다.
“네 말처럼 내 주위에는 친한 사람 몇 명 없어. 그러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게 아니야.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 그게 중요한 거야. 네가 보기에는 형편없을지 몰라도 형필 오빠 정말 멋진 남자야. 죽을 때까지 믿을 수 있는 남자니까. 바로 이거야. 네가 나를 질투했던 이유.”
“뿌드득뿌드득! 네 잘난 남자친구를 언제까지 너를 좋아할지 두고 보겠어. 아니. 내가 뺏을 거야. 뺏어서 네가 아파하는 모습을 꼭 볼 거야. 피눈물을 흘리는 걸 보고야 말겠어. 무릎 꿇고 돌려달라고 엉엉 우는 모습을 반드시 보고야 말겠어.”
“할 수 있으면 해봐. 네 유혹에 넘어가는 남자라면 헤어지는 게 나을 테니까.”
“그런 말 한다고 내가 속아 넘어갈 줄 알아? 형필씨 네가 평생 처음 사귄 남자야. 남자를 돌멩이보다 못하게 보던 내가 사귄 남자라고. 그런데 네가 그런 남자를 잃고 살 수 있다고? 너 절대 못 살아. 일주일도 못 가 죽을 거야.”
“이제는 죽이고 싶니?”
“그걸 이제 알았어? 내가 정말 죽이고 싶은 사람은 너야. 성우가 아니라고. 왜인지 알아? 네가 죽으면 내 아픔도 완전히 사라질 테니까.”
“넌 언제나 모든 책임을 나에게 돌렸지.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구나.”
“네가 살아 있는데 어떻게 달라지겠어? 성우가 죽은 것도 너 때문에야. 네가 살아 있어서 죽은 거야. 고등학교 때도 그랬잖아. 기억 안 나?”
고등학교 때 자살을 시도했던 남학생 중 한 명은 하린이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낸 소꿉친구였다.
고등학교 때 다시 만나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다 정이슬의 눈에 띄었고, 그래서 자살까지 시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행히 용감한 시민이 건져줘서 목숨은 구했지만, 그때 여파로 고등학교도 자퇴하고, 대학도 떨어지는 등 반 폐인으로 살고 있었다.
“나도 더는 참을 수 없어. 너를 이대로 두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칠지 알 수 없어. 친구들이 더 다치지 않게 네가 했던 모든 일을 밝히겠어.”
“그렇게 나오면 네 가족이 다칠 수도 있어.”
“협박하는 거야?”
“아니. 사실을 말한 거야.”
“네 복수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어. 언젠가는 우리 가족도 공격할 거야. 참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하는 수 없지. 전쟁은 네가 선포한 거야. 잊지 마.”
“4년 가까이 나를 공격해 놓고 전쟁 운운하다니... 겁나는가 보구나?”
“웃기지 마. 너 같은 애송이가 겁날 게 뭐가 있어?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데.”
“넌 겁이 나면 항상 큰 소리로 말했어. 지금처럼.”
“.......”
“양심이 티끌만큼이라도 남아 있다면 죽은 성우에게 사과해. 그게 조금이라도 네가 지은 죄를 속죄하는 길이자 인간답게 살아가는 길이니까.”
“내가 죽인 게 아니라 네가 죽였는데 왜 내가 사과해? 너나 사과해.”
“너는 정말 구제받을 수 없는 인간말종이야. 아니 짐승이야.”
“짐승은 사람고기를 좋아해. 지금부터 마구 물어 뜯어줄게. 기대해.”
“그래. 기대할게.”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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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다 아니라고요?”
“그래. 둘 다 부모일 가능성이 1%도 없어.”
“흐음... 그럼 혹시 입양된 겁니까?”
“입양한 기록이 있는지 아동복지기관에 알아봤는데, 둘 다 없어.”
“그럼 뭡니까?”
“하늘에서 떨어졌나 보지.”
“농담할 기분 아닙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야. 무려 26년 전 일이야. 이런 일은 조급하게 생각한다고 알아낼 수 있는 게 아니야.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어. 그리고 영원히 알아낼 수 없을 수도 있고. 차분하게 마음먹고 기다려야 해.”
“알겠습니다.”
성우가 죽은 이틀 후 이범석 상사가 친자확인 유전자 검사 확인서를 가져왔다. 확인서에는 25년간 부모라고 믿었던 전종명과 윤선숙이 부모일 가능성이 99.9% 없다고 나와 있었다.
둘 중에 한쪽은 부모라고 생각했는데, 양쪽 다 아니라고 하자 안도의 한숨과 함께 머리가 사정없이 복잡해졌다.
부모가 아니길 바라고 바랐지만, 그렇게 되면 내 부모는 누구인지, 나는 어디서 왔는지, 왜 그들 손에 키워졌는지, 무슨 목적으로 데리고 있었는지 등 알아내야 할 게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26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 조사하는 게 쉽지 않았고, 알아낸다고 해도 전체를 파악할 수 없어 그들이 왜 나를 데리고 있었는지 이유를 밝혀낼 수 없을 수도 있었다.
또한, 최악에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해 전종명과 윤선숙에게 직접 물어봐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놈들은 친자확인 결과가 잘못됐고 우길 것이고, 자기들 동의 없어 친자확인을 했다고 문제 삼을 수도 있었다.
“알아보시는 김에 초등학교 3학년까지 저를 키워주신 유모도 찾아주십시오. 제게는 어머니 같은 분이셨습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데?”
“모릅니다.”
“인적사항 중에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네. 죄송합니다.”
“아니야. 놈들 뒷조사하다 보면 그 부분도 자연히 나올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꼭 찾을 테니까.”
“감사합니다.”
유모는 내게 어머니 그 이상인 분으로 그동안 능력이 없어 찾지 못했지만, 이제는 찾을 능력도, 도와드릴 능력도 돼 꼭 찾아서 은혜에 보답하고 싶었다.
그러나 살아 계실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기억하기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연세가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이었다.
헤어진 지 15년이 지나 당시 55살이었다면 지금은 70살이셨다. 여자 평균 수명이 82살이라 살아 계실 확률이 높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사는 건 아니라서 살아 계신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래도 찾아야 했다. 유모가 돌아가셨다면 남은 가족에게라도 보답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였다.
“정이슬이 지금 사귀는 남자가 이은수인지 알아봐 주십시오. 그리고 둘이 마약을 하고 있는지 그것도 알아봐 주십시오.”
“마약 하는지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지. 머리카락만 있으면 되니까. 그런데 둘이 사귀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워. 이은수네 집에서 만나면 대궐같이 집이 커서 차밖에 찍을 수 없어 얼굴을 확인할 수 없거든.”
“둘이 사귀는지 확인하는 건 급하지 않습니다. 마약을 하는지 알아내는 게 급합니다. 그것부터 알아봐 주십시오.”
“알았어. 최대한 빨리 알아볼게.”
정이슬과 이은수가 마약을 했다면 둘을 아주 쉽게 몰락시킬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미국과 달라 마약 사범은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은수는 2~3년 외국으로 떠돌다 들어오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마림 재단을 물려받을 것이다.
첩의 자식에 지지기반도 없는 이은택과는 상황이 크게 달라 마약만으로 놈을 추락시키기는 어려웠다.
친일파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덕분에 잘난 것도 없는 놈이 호의호식하는 꼴을 계속 봐야 하는 게 눈꼴사나웠지만, 목표는 이은수가 아니라서 정이슬과 이은택이라 놈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이은수와 달리 정이슬은 다시 일어서기 어려웠다. 마약만이면 이은수처럼 2~3년 후에 버젓이 거리를 활개 치고 다니겠지만,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한 짓을 언론사에 투고하면 대한민국이 후끈 달아오르게 된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악독한 여자로... 더한 년들이 셀 수 없이 많지만... 낙인찍히게 될 것이고, 폭력과 갈취, 성폭행, 협박 등도 조사받게 돼 감방에서 몇 년은 썩어야 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정이슬의 아버지는 로펌 사장이자 변호사였다. 법조계에 발이 넓은 데다 남도 아닌 딸 일이라 온 힘을 다해 변호할 게 확실해 형량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한 일은 미성년자라는 것을 들어 선처를 호소하며, 마약도 초범이란 걸 부각하면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도 있었다.
이런 일을 방지하는 건 정이슬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완벽한 그물을 짜는 것뿐이었다.
정이슬이 정말 마약을 했다면 수십억이 들여서라도 최고 로펌에 최고 변호사를 고용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폐인을 만들 생각이었다.
핏불테리어(Pit Bull Terrier)는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투견으로 유명한 개였다. 나도 정이슬 문제만은 핏불테리어처럼 끝까지 물고 늘어질 생각이었다.
정이슬을 완벽한 폐인으로 만들어야... 죽는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하린이와 하린이네 가족이 다치지 않았다. 그래야 나도 살 수 있었다.
적에게는 절대 자비를 베풀어선 안 된다. 짓밟고 짓밟아 뿌리까지 없애야 한다. 그래야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었다.
“그 일을 동시에 다 하려면 지금 인원으로는 어림도 없어. 적어도 4~5명은 더 있어야 할 수 있어.”
“원하시는 만큼 늘리셔도 됩니다. 대신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언제든 등을 내줄 수 있는 놈들이 열 명은 있으니까. 대신 돈 많이 들었다고 뒤에 가서 욕이나 하지 마.”
“그런 거 걱정하지 마시고 차나 바꾸세요. 에어컨도 안 나오는 고물 봉고차로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먹고 죽을 돈도 없는데, 차를 사라고? 돈 없어.”
“제가 네 대 기부할 테니 크고 튼튼한 SUV로 뽑으세요.”
“투자라면 받고 기부라면 됐어. 나도 자존심이 있어. 부하 놈이 주는 공짜 돈을 받을 수는 없어.”
“그럼 투자라고 하죠.”
“이 기회에 공동대표 할래?”
“됐습니다.”
“자식이 골치 아픈 일은 내게 다 떠넘기고, 자기는 예쁜 여자들과 놀 생각이나 하고. 이런 걸 아끼다니 내가 눈이 삐었지.”
“500만 원씩 담았습니다. 김상호 상사님과 박무윤 상사님, 정동일 상사님께 보너스로 주십시오.”
“내거는 왜 없어?”
“상사님은 의리로 일하시는 분이지 돈으로 일하는 분 아니지 않나요?”
“야! 의리도 먹고 살아야 생기는 거야. 쫄쫄 굶어봐. 의리고 나발이고 없어.”
“하하하하.”
“웃지 말고 내 것도 내놔.”
“없는데요.”
“죽고 싶냐?”
“하하하하. 상사님은 따블로 넣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뼈가 부서지도록 일하겠습니다. 음하하하하.”
이범석 상사에게 친자확인서를 넘겨받고, 보너스를 두둑이 쥐여준 다음 2층으로 올라가 소파에 몸을 기댔다.
이범석 상사와 독수리 경호팀은 열흘 넘게 집에도 못 들어가고 다현이네를 보호하고, 이은택을 감시하는 등 4명이서 20명 몫을 했다.
선배든 후배든, 친한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일을 시켰으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줘야 한다.
그래야 믿음이 생기고, 진심으로 돕는 것이었다. 인색하게 굴면서 자기 일처럼 열심히 일해 줄 것을 바라는 놈은 개새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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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