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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드래곤 크리사오르의 마법 주머니
136.
“하연아, 평판 상점 갔다가 마법 주문서 사러 갈 거니까 버퍼 버프 스킬 어떤 걸 사야 하는지 알아보고 귓속말해줘.”
“네. 그런데 오빠. 히든 스킬 사는 것보다 무기를 강화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오빠 생각은 어떠세요?”
“나도 그런 것 같아.”
“그러면 3번째 히든 스킬 배우지 말고 무기 강화하세요.”
“아니야. 스킬 배울래.”
“왜요?”
“무기는 잃어버리면 그만이잖아. 그러나 스킬은 사라지지 않아. 그러니 답답해도 스킬부터 배우고 그다음에 강화하는 게 맞아. 그리고 마법의 주머니에서 강화석이 나오니까 그걸 이용하면 평판 점수를 소모하지 않아도 되고.”
“욕심이 지나친 거 아니에요?”
“그런 것 같아.”
마법 주머니의 무서운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다음에도 좋은 아이템이 나올 거라는 기대감. 그것 때문에 많은 사람이 마법 주머니에 매달려 인생을 망쳤다.
혜안을 지닌 쥬디가 옆에 있는데도 문득문득 돌리고 싶다는 유혹이 생기는데 다른 사람은 오죽했겠는가?
“마법 주머니 정말 요물이다. 기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나도 모르게 기대하고 있었네.”
“기대감과 욕심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함정이에요.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언니가 오빠 쥬디 말 따르지 않고 마법 주머니 마음대로 사용하면 손목 자른다고 벼르고 있어요. 손목 하나 날아가면 마음이 좀 차분해지겠죠. 안 그래요?”
“헉!”
하연이에게 어둠의 상인 사이트에서 버퍼가 사용할 버프 스킬을 알아봐 달라고 하고 하린이와 함께 다시 수도로 이동해 평판 관리소로 직행했다.
군주 직업 스킬
군주의 위엄(초급 0/200) : 자신과 부하 10명의 생명력과 마나 회복력 5% 증가
생명력과 마나 회복력을 향상하는 스킬은 공격력을 올리는 것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됐다.
그러나 수치상으로 그렇게 보일 뿐 실상은 전투의 승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었다.
생명력과 마나만 늘어나고 회복속도는 늘어나지 않으면 기름통이 큰 자동차를 몰고 다니며 기름은 쥐꼬리만큼 넣고 다니는 것과 같았다.
전투 중 생명력과 마나가 떨어지면 이를 채워줄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The Age of hero에선 그럴만한 확실한 스킬과 아이템이 없었다.
물약은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 생명력 1,000을 채워주는 물약이 은화 10개였고, 생명력 1만을 즉시 회복하는 물약은 금화 1개였다. 이 때문에 0.01% 유저들도 부담스러워 했다.
활력과 붕대 감기가 있었지만, 이 역시 효율이 엄청나게 낮아 피통과 마나통이 큰 유저는 도움이 거의 안 됐다.
그렇다고 5개밖에 배울 수 없는 패시브 스킬을 생명력과 마나 회복력 증가에 투자할 수도 없었다.
패시브 스킬은 마나 소모 없이 지속해서 능력을 향상해주는 스킬로 공격력, 방어력, 생명력, 공격속도, 이동속도, 명중률, 시야, 회피율, 치명타 확률 증가 등 전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효과를 배워야 했다. 그래야 허접스러운 캐릭터가 되지 않았다.
나는 남들에게 없는 가짜 성자가 있어 생명력과 마나를 단번에 채울 수 있었다. 그러나 가짜 성자도 하루에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어 효율이 높지 않았고, 따뜻한 손길도 60초에 생명력을 200밖에 회복하지 못해 큰 도움이 안 됐다.
그나마 다행인 건 생명력과 마나 회복은 10, 20, 30 이런 식으로 오르는 게 아니라 %로 회복했다.
군주의 위엄 초급을 마스터하면 회복력이 20% 증가했고, 중급은 50%, 상급은 100%, 특급은 200%가 증가해 최대 3배 빠르게 생명력과 마나를 채울 수 있었다.
이 말은 초당 회복력이 1%면 3%로 늘어나 생명력과 마나가 10만이라도 34초면 채울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평판 포인트를 40만이나 투자해 군주의 위엄을 배운 것이었다.
「오빠! 듣고 계세요?」
「어.」
「버프 스킬은 치명의 날개, 명중의 날개, 바람의 날개, 승리의 날개, 저항의 날개 이렇게 5개 사면 돼요.」
「패시브 스킬은?」
「강인한 의지, 마나 회복, 마나 증가, 향상된 버프, 가호의 여신이면 될 것 같아요.」
「버퍼는 마나 회복 배워?」
「절반은 그래요.」
「알았어.」
「빨리 오세요. 심심해 죽겠어요.」
「심심하면 일기장 읽고 있어.」
「우이씌.」
「오빠에게 욕하는 거 아니야.」
「히잉.」
「마법 주문서 사고 바로 갈게. 조금만 기다려.」
「네에.」
치명의 날개는 자신과 파티원의 치명타 확률을 증가시키는 스킬이었고, 명중의 날개는 명중 확률 증가, 바람의 날개는 이동속도 증가, 승리의 날개는 공격력 증가, 저항의 날개는 상태 이상 저항력 증가 버프 스킬이었다.
강인한 의지는 생명력 증가, 마나 회복은 마나 회복력 증가, 마나 증가는 마나양 증가, 향상된 버프는 버프 효율 증가, 가호의 여신은 적에게 받는 데미지를 감소해주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이 많은 걸 한 번에 다 익히라고요?”
“어.”
“배워도 쓰지도 못해요. 마나가 적어서.”
“알고 있어.”
“그런데 왜?”
“그거 보고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죽도록 노력하라고.”
“저도 알아요. 제가 형편없다는 거.”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형편없지 않아. 너는 매우 뛰어난 인재야. 하지만 체력적인 부분은 수준 이하야. 많이 노력해.”
“네.”
버프 스킬은 패시브 스킬처럼 제한이 없어 마나가 많은 버퍼는 7~8개를 한꺼번에 돌리기도 했다.
그걸 알면서도 5개만 산 건 쥬디의 마나가 100밖에 안 돼 배워도 사용할 수 없어서였다.
그리고 스킬을 배워도 당분간은 1개도 사용하기 버거웠다. 버프 스킬 5개를 모두 돌리려면 적어도 마나가 3,000은 필요했다.
또한, 스킬 등급이 오르면 마나 소모량도 급격하게 증가해 10,000은 찍어야 버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내일 아침부터 훈련 시작할 거야. 빠지지 말고 나와.”
“네.”
“방은 당분간 아라치와 함께 써. 영주성 새로 짓기 전에는 방이 없어서 어쩔 수 없어.”
“전 혼자보다 같이 있는 게 좋아요. 그래야 수다도 떨죠.”
“그럼 다행이고. 아라치 묘인족인 건 알고 있지?”
“네, 들었어요. 팔 다친 것도요.”
“너보다 한 살 많으니까 언니라고 부르고 잘 해줘. 너만큼 상처가 커.”
“걱정하지 마세요. 친자매 이상으로 살갑게 지낼 거예요.”
“그럼 나야 고맙고.”
쥬디는 혜안을 지닌 데다 심성마저 착해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아라치와 잘 지낼 것으로 믿었다.
그래도 이런 일은 확실하게 말해줘야 했다. 집어줄 걸 집어주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었고, 문제가 생기면 말해주지 않은 내게도 책임이 있어 혼낼 수도 없었다.
믿는 것과 방치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으로 믿을수록 정확한 선을 그어줘야 말썽이 차단할 수 있었다.
“훈련 힘들다고 징징대면 혼날 줄 알아.”
“저 일 잘해요. 이 손 보시면 알 수 있어요. 보세요.”
쥬디가 내민 손은 백작 가문의 영애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작은 손에는 상처와 굳은살이 가득했고, 손톱도 쩍쩍 갈라져 있었다.
내 영주성에서 일하는 시녀들 손도 이렇게 심하진 않았다. 이건 강제 노역에 동원된 노예의 손이었다.
그동안 쥬디가 백작 가문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손만 봐도 알 수 있었다. 16살 소녀가 겪었을 천대를 생각하자 울컥 화가 솟구쳤다.
황태자의 농간에 걸려 가문이 멸문의 위기에 놓이자 착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착각했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황태자도, 3황자도, 33황자도, 게르하르트 백작 가문 사람들도 똑같은 개새끼였다.
자기가 더 많이 갖겠다고 싸우다 한쪽이 진 것뿐이지, 착함과는 거리가 먼 놈들이었다.
그런 놈들을 불쌍하게 생각했던 내 모습이 떠오르자 화가 치밀어 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
‘황태자에게 바로 데려다주는 게 아니었어. 영지에 데려와 탄광에서 죽도록 고생시킨 후 보냈어야 했어. 아우 이것들을 정말...’
‘아니지! 가장 혹독한 곳으로 보낸다고 했으니 탄광에 집어넣은 것이나 다름없잖아. 하하하하. 황태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음에 들었어.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번 일은 꼭 보답할게. 같은 방식으로. 흐흐흐흐.’
황태자를 다시 만날 일이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일 일도 모르는 게 인생이었다.
만약 황태자를 다시 만나고, 그때 내가 갑의 위치에 있다면 오늘 일을 생각해 딱 한 번 살려줄 생각이었다.
대신 놈이 했던 것처럼 인간이 살기 가장 힘든 곳에 보내 죽는 게 낫다는 소리를 하루에 백 번도 넘게 할 생각이었다.
놈은 그래도 됐다. 아니 꼭 그래야 했다. 사람을 개·돼지만도 못하게 취급한 놈들은 벌레보다 못한 삶을 살게 해야 한다.
똑같은 취급이 아니라 더 심한 취급으로 고통을 받게 해야 한다. 그래야 티끌만 한 뉘우침이라도 했다.
“잘하게 생겼네. 그러나 일과 훈련은 달라. 일하는 것보다 훈련이 몇 배는 더 고통스러워.”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죽을 각오로 열심히 할게요.”
데리고 다니며 경험치를 쌓으면 좀 더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기본적인 훈련도 안 된 쥬디를 사냥에 데리고 가는 건 죽이겠다는 것과 같았다.
전투 중에 안전한 곳은 없었다. 탱커 3~4명이 마법사와 버퍼를 보호하겠다고 겹겹이 둘러싸도 광역 스킬을 맞으면 모두 피해를 당하였다.
생명력이 500밖에 안 되는 쥬디를 끌고 플레시 골렘을 잡으러 갔다가 미미의 분신이 날린 광역 스킬에 맞으면 쥬디는 그 자리에서 목숨이 날아갔다.
아끼는 인재일수록 이를 바득바득 갈만큼 혹독하게 다뤄야 했다. 그래야 자기 몫을 거뜬히 해내는 훌륭한 거목으로 자라날 수 있었다.
“오늘은 피곤할 테니 푹 쉬어.”
“네.”
쥬디를 침대에 눕힌 후 가짜 성자를 걸어줬다. 생명력과 마나가 단번에 가득 차며 피곤함에 절어있던 쥬디의 몸이 오랜만에 평안을 찾았다. 피로가 사라지자 쥬디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 가짜 성자 초급을 마스터 했습니다.
가짜 성자(중급 0/500) : 하루에 2번 최대 3명의 생명력과 마나, 스태미나 완전 회복
초급을 마스터하며 스태미나 완전 회복 효과가 추가됐다. 그러나 중급을 마스터해야 가짜 성자 타이틀이 무늬만 성자로 변해 달라진 건 많지 않았다.
중급을 마스터하면 전체 스탯+2에 생명력과 마나가 2,000씩 올랐고, 독과 화상, 출혈 등 도트 데미지를 입히는 상태 이상 효과도 제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급을 마스터하면 흡혈에 의한 무기력증도 치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급을 마스터하려면 스킬 경험치를 1,500이나 올려야 해 갈 길이 멀기만 했다.
“가짜 성자 떼기 정말 힘드네. 에휴.”
“하기 싫으면 저 주세요. 가짜 성자든 거지 성자든 이름은 어떤 것이든 상관없어요. 저는 효과만 좋으면 돼요.”
“리히테나의 일기장이나 열심히 읽어. 나하고 하린이는 이제 10번만 읽으면 되는데, 너는 20번이나 남았어.”
“그것도 오빠가 있어서 억지로 읽은 거예요. 눈이 감겨 죽을 것 같단 말이에요.”
“졸리면 말해. 볼이 퉁퉁 붓도록 꼬집어 줄 테니까.”
“우이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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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호 스킬 – 변경 전
가짜 성자
초급 달성 : 하루에 2번 3명의 생명력과 마나 완전 회복
중급 달성 : 하루에 3번 5명의 생명력과 마나 완전 회복, 독 치료
- 무늬만 성자(스탯+2, 생명력과 마나+2,000)
상급 달성 : 하루에 4번 5명의 생명력과 마나 완전 회복, 화상과 출혈 치료
- 성자(스탯+5, 생명력과 마나+3,000)
특급 달성 : 하루에 5번 10명의 생명력과 마나 완전 회복, 상태 이상 치료
- 위대한 성자(스탯+10, 생명력과 마나+5,000)
칭호 스킬 – 변경 후
가짜 성자
초급 달성 : 하루에 2번 최대 3명의 생명력과 마나, 스태미나 완전 회복
중급 달성 : 하루에 3번 최대 5명의 생명력과 마나, 스태미나 완전 회복
독과 화상, 출혈 등 치료
- 무늬만 성자(스탯+2, 생명력과 마나+2,000)
상급 달성 : 하루에 3번 최대 10명의 생명력과 마나, 스태미나 완전 회복
모든 상태 이상 효과 치료
- 성자(스탯+5, 생명력과 마나+3,000)
특급 달성 : 하루에 3번 30명의 생명력과 마나, 스태미나 완전 회복
30분 동안 생명력과 마나 회복력 500% 증가
- 위대한 성자(스탯+10, 생명력과 마나+5,000)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