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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134화 (13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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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드래곤 크리사오르의 마법 주머니

134.

“그래서 이걸 가져온 거야? 행운을 시험하겠다고?”

“어.”

“미친 거 아니야?”

“환웅의 아들이라며?”

“그건 내가 한 말이 아니라 하연이가 한 말이잖아.”

“너도 은근히 동조했잖아.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걸 진짜 믿고 도박 아이템을 가져온다는 게 말이 돼? 레어 무기 한 자루 가격이 얼만지 벌써 잊은 거야? 아니면 일기장 팔아 100억 버니까 1억 원이 돈 같지 않아 보여서 그런 거야?”

“그런 게 아니라 어차피 인생은 도박이잖아. 그래서 가져온 거야.”

“손모가지 잘라줄까?”

“헉!”

화가 많이 났는지 하린이의 얼굴이 붉다 못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린이가 화를 내는 건 골드 드래곤 크리사오르의 마법 주머니를 선택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도박과 관련된 이야기를 너무 쉽게 해서 화가 난 것이었다. 중독 중에서 가장 무서운 중독이 마약과 도박 중독으로 두 가지 중 한 가지만 손을 대도 인생 끝장이었다.

도박중독은 손을 자르면 발로하고, 발을 자르면 혀로 한다고 할 만큼 끊기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재산도 날리고, 친구도 잃고, 가정도 잃는 등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

그리고 자기 가정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었다. 친척, 친구, 지인까지 아는 사람은 모두 작든 크든 피해를 봤다.

“농담이야. 나 도박 싫어해. 살면서 한 번도 안 했어.”

“농담할게 있고 하지 말아야 할 게 있어. 도박을 농담으로 해? 죽고 싶어? 땅에 확 묻어 버릴까?”

“잘못했어. 다시는 안 할게.”

“정말이지?”

“어,”

“또 하면 어쩔 거야?”

“그러면 손목 자를게.”

“미쳤어? 손목을 자르게. 몸에 상처만 내봐. 죽여 버릴 테니까.”

“죽는 것보다 몸에 상처 나는 게 낫지 않을까?”

“상처 나도 죽고, 허튼짓해도 죽어. 무조건 죽는 거야.”

“헉!”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는 하린이의 말에 한기가 든 것처럼 등이 서늘해지며 식은땀이 났다.

진짜 죽일 일은 없었지만, 화가 단단히 났는지 눈을 부릅뜨고 말하자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불어와 한기에 몸이 덜덜 떨렸다.

여자는 요물이었다. 가슴을 애무하고 꽃잎을 빨아주면 귀여운 신음을 토하며 사랑한다고 매달렸다.

그렇게 사랑하는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농담을 했다고 쌍심지를 켜고 죽일 듯이 달려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하린이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이 역시 하린이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었다.

이래서 요물이었다. 무섭고, 두려우면서도, 예뻐서 옆에 없으면 미칠 것 같은 존재... 그게 바로 여자, 하린이였다.

“영주님, 제가 도와드릴까요?”

“어떻게?”

“제 특기가 뭐예요?”

“혜안.”

“그거면 골드 드래곤 크리사오르의 마법 주머니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있어요.”

“정말?”

“저만 믿으세요. 헤헤헤헤.”

이름 : 쥬디

나이 : 16살

종족 : NPC

계급 : 게르하르트 백작 가문의 딸

직책 : 없음

특기 : 혜안 - 사물의 본질,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는 지혜의 눈

충성심 : 31

성격 : 의지가 굳고 진실하며, 매사에 긍정적이고, 영특하고 쾌활함

생명력 : 350/500

마나 : 100/100

근력 1  순발력 1  체력 1  지력 15

상태 : 심신이 매우 피곤함

「헉!」

「왜 그래?」

「지혜가 무려 15야.」

「엄청나네. 쥬디와 비교하면 나는 둔재네.」

「네가 둔재면 나는 바보 멍텅구리야.」

인물 간파로 쥬디의 스탯을 확인한 순간 깜짝 놀랐다. 지혜가 무려 15로 칭호 3개로 스탯을 올린 나보다도 지혜 스탯이 4나 높았다.

유저는 지혜 스탯이 높아도 머리가 좋은 게 아니었고, 낮아도 머리가 나쁜 게 아니었다. 마법 공격력의 높고 낮음 그게 전부였다.

그러나 NPC는 달랐다. 지혜 수치가 높으면 아이큐가 높다는 것이었고, 낮으면 머리가 나쁘다는 뜻이었다.

이 때문에 순수 지혜 스탯이 10이면 천재라 불렸다. 그런데 쥬디는 16살에 무려 15로 천재 중의 천재였다.

혜안만 해도 앞으로 엄청난 도움이 될 텐데, 뛰어난 머리까지 있자 복덩이가 넝쿨째 굴러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법사로 키울까? 아니면 버퍼? 참모로만 활용하는 건 재능을 낭비하는 거야. 지혜 스탯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해.」

「쥬디에게 물어봐. 뭐가 하고 싶은지. 능력도 중요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 능력을 꽃피울 수 있잖아.」

「으음 그게 좋겠네. 마법 주머니 확인한 다음에 물어봐야겠다.」

- 모모님의 노예 쥬디가 혜안을 사용해 골드 드래곤 크리사오르의 마법 주머니의 비밀을 50% 풀었습니다.

“영주님, 죄송해요. 아직 제 능력이 부족해 100%는 알아내지 못했어요.”

“아니야. 이것만 해도 대단한 거야. 아주 잘했어.”

“살면서 잘했다는 칭찬 처음으로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칭찬을 처음 들어? 왜?”

“노예 시장에서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농노보다 못한 존재라고.”

“이런 복덩이를 몰라보고.. 미안하지만, 게르하르트 백작 가문은 망해도 할 말이 없다. 눈이 썩었어.”

“그러지 마세요. 그래도 저와 16년 동안 같이 산 사람들이에요.”

“밉지도 않아?”

“미워요. 정말 미워요. 미워서 잠을 못 이룰 만큼 미워요. 그래도 죽는 걸 원치 않아요. 저와 피를 나눈 사람들이잖아요.”

“바보.”

“헤헤헤헤.”

골드 드래곤 크리사오르는 고룡 중의 고룡으로 마법 주머니는 놈이 인간을 우롱하려고 만든 아이템이었다.

그런 놈이 만든... 등급조차 없는 아이템을... 16살짜리 꼬마가 50%나 비밀을 풀어낸 건 대단하다는 말 빼고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골드 드래곤 크리사오르의 마법 주머니의 비밀

1. 밤보다는 낮 시간이, 홀수보자 짝수 시간이 좋은 아이템을 뽑을 확률이 높아짐

2. 홀숫날보다는 짝숫날이, 주말보다 평일이 좋은 아이템을 뽑을 확률이 높아짐

3. 깨끗한 곳보다 더럽고 지저분한 곳일수록 좋은 아이템을 뽑을 확률이 높아짐

4. 경험치와 금화를 기본보다 많이 투자할수록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낮아짐

5. 마법 주머니를 지니고 다니면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낮아짐

6. 기대가 클수록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이 낮아짐

7. 나쁜 기억을 많이 떠올릴수록 좋은 아이템을 뽑을 확률이 높아짐

“허허허허. 진짜 웃음만 나오네.”

“골드 드래곤 크리사오르, 아이템 만들면서 사람 약점을 속속들이 파고들었네. 정말 야비하다.”

“똑똑한 거지.”

“곳곳에 함정을 팠는데 똑똑한 거야?”

“인간의 본성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잖아. 그러니 똑똑한 건지.”

카지노에서 고객이 돈 딸 확률은 20% 정도밖에 안 됐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건 블랙잭뿐으로, 나머지는 확률보다는 운 또는 흐름에 좌우됐다.

슬롯머신은 6%, 카리비안 스터드 포커 25%, 3카드 포커 25%, 룰렛 20%, 바카라 10%... 카지노에 따라 다르고, 나라에 따라 다름... 밖에 안 됐다.

그러나 오늘 돈을 따도 내일도 딴다는 보장이 없어 극소수의 프로 도박사나 한두 번 해서 운 좋게 돈 따고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 돈을 딸 수 없었다.

골드 드래곤 크리사오르는 일확천금을 놀리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마법 주머니를 만든 다음, 레전드 아이템이 나온다는 말과 행운이 가득하다는 말 그리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더해 사람들을 알거지로 만든 후 자살에 이르게 했다.

인간의 허황된 심리를 완벽하게 파고들어 철저하게 파괴한 것으로 하린이의 말처럼 매우 야비한 짓이었다.

그러나 유혹에 빠져든 사람들도 잘못이 커 크리사오르만 욕할 수도 없었다. 처음 당한 사람은 모르고 그럴 수 있었지만, 마법 주머니가 수십 수백 명을 거쳤다면 그들은 모르고 당한 게 아니었다.

마법 주머니의 무서움을 알면서도 나는 괜찮겠지, 나는 다르겠지 그런 착각에 빠져 스스로를 망친 것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하린이와 쥬디가 없었다면 수많은 바보가 그랬던 것처럼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고문은 희망 고문이었다. 도박 역시 딸 수 있다는,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 고문이 원인으로 한 번 빠져들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짝숫날 오후 4시 4분 4초에 근처에서 가장 지저분한 곳에서 아이템을 뽑는 게 확률이 가장 높아요.”

“화장실 같은 곳?”

“아무래도 그곳만 한 곳이 없겠죠.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곳이니까요.”

“얼마 전에 화장실 고쳤는데.”

“농노들이 사용하는 화장실 쓰면 되잖아요.”

“거기도 고쳤어.”

“그래요? 영주님 마음 정말 착하시네요. 농노들 화장실을 고쳐주다니.”

“냄새나서 그런 거야.”

“다른 영주들은 그런 생각 안 해요. 농노는 개·돼지만도 못한 존재니까요. 그래도 화장실만 한 곳이 없어요. ”

“그렇긴 하지.”

많은 사람이 화장실이 가장 더러운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신문과 방송에서 화장실보다 싱크대에 몇 배나 많은 세균이 산다는 기사가 자주 실릴 만큼 현대식 화장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깨끗했다.

농노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현대식 화장실... 영주가 사용하는 화장실은 현대식 화장실과 거의 흡사함... 만큼 깨끗하진 않았지만, 매일 쓸고 닦게 했고, 뚜껑도 달고, 환기도 시켜 예전과 비교하면 호텔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쥬디 말처럼 화장실만 한 곳이 없었다. 크리사오르는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곳에 가장 좋은 아이템이 나오도록 세팅해놓았다.

크리사오르의 생각을 뒤집는 곳이 화장실이었다. 그래서 화장실만 한 곳이 없는 것이었다.

날짜 역시 마찬가지로 The Age of Hero에서도 죽을 4자를 가장 싫어했고, 나쁜 기억, 기대감, 소중하게 다루는 마음 등도 화장실과 같은 맥락이었다.

“비밀을 100% 풀면 좋은 아이템을 무조건 얻을 수 있는 거야?”

“그렇진 않을 거예요. 마법 주머니는 크리사오르가 인간을 농락하려고 만든 아이템이라 100%는 확률을 높여준다는 의미일 뿐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에요.”

크리사오르가 일반 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99%에 맞춰놓고, 레전드 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0.001%에 맞춰놨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확률이 100% 증가해도 레전드 아이템을 얻을 확률은 0.002%에 불과했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장에서 슬롯머신을 돌리는 것보다 못한 확률로 최소 100만 번은 돌려야 레전드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100만 번이면 금화로 1,000만 개였고, 경험치로는 100억 포인트였다. 웃기는 건 이렇게 해도 나온다는 보장이 없었다.

1% 확률로도 단번에 레전드 아이템이 나올 수 있지만, 99% 확률을 갖고도 연속으로 꽝이 나올 수도 있었다.

확률은 숫자 놀음에 불과한 사기였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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