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의 시대-132화 (132/320)

0132 / 0310 ----------------------------------------------

혜안(慧眼)의 소녀 쥬디

132.

「꼬맹이, 아주 재미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네. 이름이 뭐야?」

「쥬디요.」

「나이는?」

「16살요. 저와 제 가족을 구해주세요. 그러면 평생 남작님의 종으로 살게요.」

「내가 너희 가족을 구하면 황태자가 나와 내 가족을 죽이려들 거야. 알고 있어?」

「네.」

「그런데 너 하나 얻자고 그런 모험을 하라고? 내가 바보로 보이니?」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어떤 방법?」

「저를 빼고 황태자에게 제 가족을 모두 바치면 돼요.」

「그러면 가족이 다 죽을 텐데?」

「아니요. 사람들 시선을 의식해 3황자에게 보내줄 거예요. 황제가 되려면 사람들의 인심을 얻어야 하거든요. 그리고 가문의 핵심세력은 모두 죽어 살려줘도 황태자에게 전혀 위협이 되질 않아요. 또한, 3황자와 그 세력도 조만간 모두 죽일 생각이라 인심은 얻은 후 죽이는 게 낫다고 생각할 거예요.」

「네 생각처럼 되지 않으면 어쩌려고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리고 이대로 가도 죽는 건 기정사실이니 모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죠.」

「네 말처럼 된다고 해도 내가 얻을 게 없잖아.」

「조금 전 느끼셨잖아요. 그거면 된 거 아닌가요?」

「3초 만에 풀리는 그거?」

「아직 어려서 그렇지 2~3년만 지나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혜안의 능력이 성장할 거예요. 절대 영주님을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도와주세요.」

혜안(慧眼)은 육안, 천안, 법안, 불안의 오안(五眼) 중 하나로 사물의 본질,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는 지혜의 눈이었다.

엄청난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후천적으로 얻을 수 없는 능력으로 쥬디처럼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났다.

그러나 천만 명 중 한 명도 얻기 힘든 능력이자 능력이 있어도 효과가 미미해 쥬디처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은 한 시대에 한두 명도 나오기 어려웠다.

「3~4년 후에 달라진다는 걸 어떻게 믿어? 평범한 사람이 될 수도 있잖아. 어릴 때 천재 소리를 듣던 아이 중에는 커서 둔재가 된 아이도 있어.」

「저는 그렇지 않아요. 5년 전에 혜안이 생긴 후 꾸준히 발전하고 있어요. 영주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능력이 퇴보하거나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믿어주세요.」

「그렇다고 해도 얻는 게 너무 없어. 네 혜안이 없어도 영지민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다 알 수 있으니까.」

「제가 아니더라도 황태자가 보답할 거예요. 황금이나 아이템을 줄 테니 꽤 짭짤한 이득을 얻게 될 거예요.」

「확신할 수 있어?」

「네. 목숨을 걸라면 걸을게요. 확실해요.」

맹랑한 꼬마 숙녀 쥬디가 한 말을 100% 믿을 수 없었지만, 시키는 대로 해도 손해 날 게 없었다.

손해가 아니라 무조건 이익이었다. 게르하르트 백작 가문 사람들을 데려다주면 황태자와 안면을 틀 수 있었다.

그리고 쥬디가 말한 것처럼 아란테스 대륙의 절반을 차지한 아틸라 제국의 황태자가 허접스러운 선물을 주진 않을 게 확실했다.

그렇다면 짭짤한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보물을 얻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에픽 아이템을 얻게 될지도 몰랐다.

「그런데 너 빼고 데리고 왔다고 화낼 수도 있잖아?」

「제가 그렇게 대단해 보이세요?」

「정체를 몰랐다면 평범 이하로 봤겠지. 하지만 네가 혜안을 가졌다는 걸 알면 평범한 소녀로 볼 사람은 세상에 없어.」

「제가 혜안을 지녔다는 거 가족 중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왜?」

「엄마가 평민이에요. 더군다나 저를 낳다가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아빠도 저에게 관심이 없었죠. 그러다 보니 말이 좋아 백작 딸이지 완전히 찬밥신세로 시녀들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자랐어요. 저만 홀로 떨어져 앉아 있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왕따라는 거.」

게르하르트 백작 가문 사람들은 벽을 등지고 앉아 불안한 눈으로 나와 하연, 하린을 쳐다보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일하게 쥬디만 홀로 철장에 붙어 앉아 있었다. 이것만으로 쥬디가 외톨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힐끔힐끔 쥬디를 바라보는 게르하르트 백작 가문 사람들의 눈은 무시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 눈빛은 자신들의 처지를 잊은 채 ‘너 따위가 우리와 같은 곳에 있다니 정말 재수 없어.’라는 의미를 깊게 내포하고 있었다.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 왜 저들을 구하려고 하는 거야? 저들은 너를 가족으로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저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가족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헛소리하지 마. 네가 가까이 다가가려 온갖 노력을 다해도 저들은 너를 받아주지 않아. 피가 섞였다고 가족이라는 생각은 버려.」

「남작님은 제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요?」

「.......」

나를 버린 부모를 죽도록 미워했지만,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길,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불러주길 수도 없이 바라고 바랐었다.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란 걸 알면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랐었다.

그런 내 마음을 쥬디가 엿본 게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저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순간 지독한 살심이 솟구쳤다. 하지만 금세 사그라졌다. 내가 그런 생각을 했듯이 쥬디로 매일 밤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며 환상이 현실이 되길 매일 밤 기도했을 것이다. 나와 같은 아픔을 간직한 소녀라는 생각이 들자 미워할 수 없었다.

‘이런 걸 동병상련이라고 하는 건가? 하아...’

「죄송해요.」

「다시는 그러지 마. 한 번만 더 그러면 용서하지 않을 거야.」

「네.」

쥬디와 나눈 얘기를 하린이와 하연이에게 해줬다. 둘 다 손해 볼 게 없다며 해보는 게 낫겠다고 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라 쥬디 말을 따르기로 했다.

“닐.”

“예, 남작님.”

“이탕가 산적들 얼마에 줄 수 있어?”

“한 명당 은화 20개까지 드릴 수 있습니다.”

“조금 전에 공짜로 줘도 데려갈 사람이 없다고 했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냥 드리면 제 목이 달아납니다. 이해해주십시오. 남작님.”

“밥값은 줘야 한다는 말이네?”

“죄송하지만, 그렇습니다.”

“그러면 한 명당 은화 5개 어때?”

“5개는 너무 하십니다. 15개만 주십시오.”

“이놈들 계속 데리고 있으면 손해만 심해지잖아. 그러면 자네도 상관에게 욕먹을 테고. 그러다 쫓겨날 수도 있고. 안 그래?”

“그렇긴 하지만...”

“한 명당 은화 2개씩 뒤로 챙겨줄 테니까 은화 195개에 넘겨. 그 정도면 괜찮지?”

“으음... 알겠습니다.”

“게르하르트 백작 가족은 얼마야?”

“백작 가족도 사실 생각이십니까?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잘못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습니다.”

“황태자에게 데려다줄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얼만지나 말해.”

“그렇다면 그쪽도 같은 가격에 드리겠습니다.”

“아주 마음에 들어. 수고비로 그쪽도 한 명당 은화 2개씩 챙겨줄게.”

“감사합니다. 남작님.”

“광부로 쓸 건장한 놈들 50명만 데려와. 힘세고 튼튼하지만, 가격은 싼 놈들로. 무슨 말인지 알지?”

“예.”

닐을 매수해 광부로 쓸 건장한 노예도 싼값에 매입해 쥬디와 함께 하린이와 하연이의 인솔 하에 먼저 영지로 보냈다.

영지 이름 : 레오 영지

영주 이름 : 모모 남작

인구 : 3,918명(자유민 102명, 농노 3,816명)

세율 : 80%

영지자금 : 1,166골드

식량 : 3개월 치 보관 중

병사 : 403명(니콜라스, 아서, 아더 포함)

스콜라 3, 프리 스콜라 1, 숙련병 30, 중급 병사 50, 하급 병사 316

치안 : 82

상업 : 5

농업 : 49

광업 : 67

영지발전도 : 200(카리스마 효과로 발전 속도 15% 증가)

매주 노예 시장을 방문해 여자와 아이 위주로 농노를 사 모으자 700명이 늘어나 인구가 3,918명이 됐다.

남작 영지 치고는 인구가 매우 많은 편에 속했지만, 자작과 백작 영지에 비교하면 형편없는 숫자로 가야 할 길이 멀고도 험했다.

그래도 카리스마로 인해 영지 발전 속도도 15% 증가하며 치안과 농업, 광업이 크게 올랐다.

이로 인해 영지발전도가 200을 찍으며 나는 업적과 평판 포인트를 13,000점씩 받았고, 하린이와 하연이는 절반인 6,500점씩 받았다.

이탕가 산적들과 쥬디를 하린이와 하연이 손에 영지로 먼저 보내고 홀로 황태자를 만나러 갔다.

닐이 빌려준 마차에 게르하르트 백작 가족들을 굴비 엮듯이 마법 족쇄와 밧줄에 묶어 황태자궁으로 향했다.

황궁과 황자, 황녀들이 머무는 궁은 수도 크라쿠푸스 북쪽에 몰려 있었고, 황태자궁은 황궁 바로 옆에 있었다.

화려한 철문 앞에 다가가자 초소에 있던 근위병 3명이 밖으로 나와 마차를 정지시켰다.

책임자로 보이는 근위병에게 레오 영지의 인장을 보여주고 게르하르트 백작 가족들을 황태자에게 바치러 왔다고 말하자 거만하게 고개를 끄덕인 근위병이 기다리라는 말을 짧게 남기고 커다란 철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주인 믿고 어깨 힘주는 놈은 현실이나 게임이나 어디 가든 다 있네. 정말 개 같은 세상이야. 크크크크.’

“안내인을 따라가시면 됩니다.”

“고맙네.”

30분 넘게 우두커니 서서 기다리자 근위병이 안내해줄 시종을 데리고 나타났다. 영지를 가진 귀족을 밖에 세워놓고도 근위병은 미안한 기색도 없이 시종을 따라가라고 하고 초소로 들어갔다.

시종을 따라 축구장보다 더 큰 정원과 파란 물이 찰랑거리는 호수를 지나자 좌우 길이만 100m는 될 것 같은 화려한 3층 건물이 나타났다.

하얀 대리석으로 지은 집은 방만 100개는 넘어 보이는 엄청나게 큰 건물로 궁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화려했다.

‘집 한 번 더럽게 크네. 이거 짓는데 돈이 얼마나 들었을까? 영지 팔아도 한쪽 귀퉁이도 못 짓겠네.’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데리고 온 죄인들은 밖에 놔둬도 되는 건가?”

“그건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알았네.”

빨간 양탄자가 깔린 응접실에 앉아 1시간쯤 기다리자 말쑥하게 옷을 차려입은 남자 한 명이 다가왔다.

황태자를 바로 옆에서 수행하는 비서라고 자신을 소개한 패트릭은 잠시 후 황태자가 온다는 말과 함께 내가 해야 할 행동을 말해주었다.

황제를 만나도 귀족은 농노처럼 바닥에 엎드려 절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이 전부로 패트릭은 황태자에게 인사하는 방법을 알려준 후 가까이 다가가지 말 것을 요구했다.

황태자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건 암살을 걱정해서였다. 1,000년 동안 독살과 암살로 죽은 황태자가 12명에 달했다. 이 때문에 황태자의 부름이 있기 전에는 20m 밖에서 서 있어야 했다.

황태자궁에 들어오기 전에 방어구와 무기를 인벤토리에 넣고 남작을 상징하는 정복으로 갈아입었다.

황궁과 황태자궁에는 무기를 소지하고 들어갈 수 없어 인벤토리가 없는 NPC는 모두 벗어야 했지만, 유저는 인벤토리에 넣으면 돼 아이템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