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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131화 (13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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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안(慧眼)의 소녀 쥬디

131.

「오빠, 사람 아주 잘 다루시네요. 어디서 배우신 거예요?」

「군대에서.」

「군대에서 사람 다루는 법도 가르쳐주나요?」

「아니. 직업군인이라 사병들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 거야.」

「한두 명도 아니고 수백 명을 상대하면 그렇게 되겠네요.」

「하연아, 이런 식으로 사람 다루는 거 좋은 짓 아니야. 아주 나쁜 행동이야. 사람 약점 잡아서 휘두르는 것이니까.」

「군대에서 약점 잡는 일이 많아요?」

「약점을 이용하는 때도 있지만, 계급이 깡패니까 계급을 무기로 부당한 일도 강제로 시킬 때가 많지.」

사람을 잘 다룬다는 것은 결코 좋은 소리가 아니었다. 자기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 것으로 폭력만큼이나 나쁜 짓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 말을 칭찬으로 알아들었다. 이 말을 들으면 자기가 뭐라도 된 것 같은 우월감에 빠져 칭찬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교활하다는 뜻이자 양아치라고 욕하는 것으로 좋은 뜻으로 생각했다면 어리석다고 광고하고 다닌 것과 같았다.

「그 얘기 들으니까 제 아이는 군대 보내고 싶지 않네요.」

「나도.」

「더러운 것도 알아야 살 수 있어. 온실 속 화초는 험난한 세상을 이겨낼 수 없어. 그걸 잊으면 안 돼.」

「살아남기 위해 더러운 것을 알아야 하다니 씁쓸하네요.」

「씁쓸한 게 아니라 짜증 난다.」

“황궁에선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발표했지만, 독살당했다는 소문이 수도와 10대 도시에 쫙 퍼졌습니다.”

“누구에게 독살당했는데?”

“황태자님에게 독살당했다는 소문입니다.”

“황제 폐하의 건강이 날로 나빠지니 권력 암투가 나날이 심해지나 보군?”

“그렇습니다.”

황제의 나이 올해 62살로 적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어릴 적부터 몸에 좋다는 건 가리지 않고 다 처먹어 40대 초반으로 보였다.

그리고 초대 황제가 남긴 아틸라 검술도 7살 때부터 열심히 수련해 프리 스콜라에 올라... 공부에, 계집질에, 경쟁자 타도까지 해야 할 일이 많은 황제가 스콜라만 돼도 엄청난 것임... 시름시름 앓을 만큼 몸이 약하지도 않았다.

황소처럼 건강하던 황제의 몸에 이상이 생긴 건 재작년 가을부터였다. 갑자기 기침이 잦아지더니 작년 봄부터는 침대에 누워있는 날이 돌아다니는 날보다 많아졌다.

이때부터 수면 아래에 싸우던 후계자 싸움이 수면 위로 올라오며 치열하다 못해 진흙탕 개싸움으로 발전했다.

황태자가 정해진 지 15년이 흘렀다. 15년이면 도전자가 없을 만큼 황태자의 힘이 세져야 했지만, 현 황제는 누구와도 권력을 나누지 않는 철혈 통치자로 모든 권력을 한 손에 틀어쥐고 있었다. 이 때문에 황태자의 권력은 황제 권력의 100분의 1도 안 됐다.

그리고 아틸라 제국 역사상 황태자가 황위를 이어받은 것도 두 번밖에 없었다. 수많은 황자들이 황태자를 암살, 독살 등으로 죽이고 황권을 차지했다.

이로 인해 새로운 황제가 나올 때마다 황자들이 수십 명씩 죽었고, 황태자와 황자 편에 섰다가 목숨을 잃는 귀족도 수천에 달했다.

재미있는 건 이런 일이 주기적으로 없었다면 아틸라 제국은 넘쳐나는 귀족으로 몸살을 앓았을 것이다.

땅은 한정됐고, 사람은 끊임없이 나왔다. 황제를 따르는 신하들에게 땅을 나눠주려면 없는 반란도 만들어야 했다.

이런 이유로 권력 투쟁에 참여하지 않은 황자와 귀족들도 억울한 누명을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33황자도 권력에 욕심이 있었어? 황위 계승 서열이 한참 아래인데.”

“조용한 성격으로 싸움과는 동떨어진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왜 독살을 당해?”

“황태자님의 외가와 33황자님의 외가가 영지 문제로 크게 부딪쳤습니다. 그 일로 황태자님이 앙심을 품고 33황자님을 죽이고 누명을 씌워 외가인 게르하르트 백작 가문도 끝장냈다는 소문입니다.”

“외척도 할 짓이 못 되는군.”

“그렇습니다.”

닐이 말한 얘기는 특별할 것도 없는 아주 흔한 사건으로 일주일도 안 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얘기였다.

현 황제는 집권한 지 30년째로 부인과 첩이 3,000명이 넘었고, 황자와 황녀를 합쳐 자식만 500명에 달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부인과 자식이 많자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병으로 죽는 자식, 사고로 죽는 자식, 자살로 죽는 자식, 반란에 연루돼 죽는 자식 등 매년 20~30명이 각종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죽는 만큼 자식이 태어났다. 황제는 씨 뿌리는 기계라도 되는지 후궁들의 자궁에 매일 씨를 심었고, 아방궁이라도 지으려는 것인지 계속 새로운 여자도 찾아 황궁은 아기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반란이면 남자는 다 죽이는 거 아니야? 나이 먹은 사람들 빼고는 다 살아있는 것 같은데.”

“3황자님이 황제 폐하께 게르하르트 가문의 명맥이라도 잇게 해달라고 간청하셨습니다. 그래서 남자는 18살 이상은 모두 죽이고, 여자는 결혼한 여자만 죽였습니다.”

“3황자가 왜 그런 간청을 했는데?”

“게르하르트 백작 가문의 외가와 3황자님의 외가가 인척으로 엮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귀족은 한 다리 건너면 다 인척인데 겨우 그런 일로 간청을 해?”

“3황자님이 황태자비를 열렬이 사랑해 원하는 건 뭐든지 들어준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황태자비께서 3황자님을 움직였다는 소문입니다.”

“3황자와 황태자의 골이 아주 깊어지겠군.”

“황태자님이 황제 자리를 물려받으면 3황자님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번 일로 생긴 골은 신경 쓸 가치도 없겠죠.”

“조만간 큰 피바람이 불겠군?”

“그럴 겁니다. 남작님도 조심하십시오.”

“나야 남작에 지나지 않고, 위치도 변방 중의 변방이야. 누가 나 같은 사람을 신경 쓰겠어.”

“그래도 모르는 겁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합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별말씀을요.”

「시기가 정말 절묘하네요.」

「무슨 시기?」

「황제가 3~4년 후에 죽으면 Part 2 일곱 용기사와 전쟁의 서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와 딱 맞아 떨어지잖아요.」

「으음...」

「우리도 그때를 대비해 힘을 키워야 해요. 안 그러면 먼지처럼 사라질 수도 있어요.」

하연이 말처럼 시기가 아주 절묘했다. 황제가 죽고 황자들이 황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개싸움을 벌일 때쯤이면 유저들의 실력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 있을 때였다.

바야흐로 전쟁의 서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아틸라 제국, 어쩌면 아란테스 전체가 피의 소용돌이에 잠기게 될 것이었다.

그때를 대비해 힘을 키워야 했다. 그러지 못하면 영지도 잃고, 작위도 잃고, 아이템도 잃고, The Age of Hero에서 영원히 추방될 수도 있었다.

“게르하르트 백작 가문 사람들은 왜 데려가는 사람이 없는 거야? 3황자라도 데려갔어야 하는 거 아니야?”

“황제 폐하께서 3황자님과 관련된 가문에서 게르하르트 백작 가문 사람들을 데려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경고하셨습니다. 3황자의 간청을 들어주는 대신 황태자의 체면을 세워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황태자님도 귀족님들께 도와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무언의 압박을 하고 있어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 것입니다.”

살아남은 게르하르트 백작 가문 사람들은 남자가 3명, 여자가 16명으로 남자는 모두 백작의 어린 아들이었고, 여자는 딸과 손녀였다.

“저 사람들 사려고?”

“아니.”

“그런데 왜 꼬치꼬치 캐물은 거야?”

“뭘 알아야 대처를 할 거 아니야. 그래서 물어본 거야.”

황제와 황태자가 누군지는 알았지만, 누가 권력을 잡고 있는지, 제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히어로 에브리 사이트에는 권력 투쟁에 관한 내용이 없어 알고 싶어도 알 수 없었다.

하연이를 통해 어둠의 상인 사이트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고 있었지만, 거기에도 닐이 말한 것처럼 자세한 내용은 없었다.

그래서 노예 상점 점원 NPC 닐을 잡고 황제와 황태자, 3황자, 33황자에 관한 내용을 물어본 것이었다.

그러나 닐도 노예 시장 점원에 불과에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고급 정보를 얻으려면 중앙 관료를 포섭해야 했다.

하지만 끈이 없어 중앙관료를 만날 수 없었고, 만난다고 해도 유저인 내게 고급 정보를 알려줄 가능성도 매우 낮았다.

대책을 마련해야 했지만, 셋이 머리를 맞대도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유저는 평민 계급으로 환인이 감싸주지 않았다면 귀족 NPC의 폭정에 시달리거나 노예가 됐을 것이다.

그런 유저를 귀족 NPC가 인정해줄 리가 없었다. 나 역시 남작이라 평민, 공무원 NPC들이 굽실대는 것이었지, 같은 귀족을 만났다면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남작님! 저를 사 주세요.」

「뭐라고?」

「저를 사 달라고요.」

‘어떻게 NPC가 귓속말을 할 수 있지?’

이탕가 산에서 내 영지까지 20,000km가 넘었다. 이탕가 산적은 황제도 진저리를 치게 만드는 세력이었지만, 20,000km 떨어진 내 영지까지 나를 죽이겠다고 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온다고 해도 많아도 몇십 명이 고작이었고,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었다.

황제가 이탕가 산적의 실력이 뛰어나 토벌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넓고 험한 이탕가 산을 자기 집처럼 잘 알아 토벌하고 싶어도 토벌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개개인의 실력은 그리 뛰어날 게 없는 산적 나부랭이들로 수천 명이 몰려오지 않는 한 겁날 게 없었다.

그리고 이탕가 산적을 영지로 데려가는 건 광부로 쓰기 위함이 아니었다. 미래를 생각해 이탕가 산적과 동맹을 맺거나 일부 세력을 영지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철창에 갇힌 39명 중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서였다.

20대 초반의 여성이 무리의 책임자로 신분이 아주 높은지 남자들이 공주 모시듯 떠받들고 있었다.

흡혈로 여성을 내 편으로 만들면 이탕가 산적 일부를 영지로 흡수하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탕가 산적이 있는 철장으로 가기 위해 몸을 돌리는데 13~14세로 보이는 어린 소녀가 귓속말을 걸어왔다.

귓속말은 유저의 전유물로 텔레파시 마법을 익힌 마법사가 아니면 NPC는 귓속말을 할 수 없었다.

텔레파시 마법도 프리 스콜라에 해당하는 정식 마법사는 아니면 익힐 수 없는 고급 마법으로 13~14살 꼬마가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아니었다.

호기심에 소녀를 유심히 쳐다봤다. 아주 평범한 얼굴에 키도 140도 안 돼 관심을 끌 만한 곳이 없었다.

있다면 한 곳 눈이었다. 눈이 어찌나 맑은지 바라보고 있자 맑은 호수에 풍덩 빠지는 느낌이었다.

- 쥬디의 혜안에 마음이 사로잡혔습니다. 쥬디가 모모님의 마음을 훔쳐봅니다.

- 강인한 정신력으로 쥬디의 혜안에서 벗어났습니다.

꼬맹이의 맑은 눈에 빠져드는 순간 심장이 격렬하게 뛰며 위험 신호로 정신을 일깨웠다.

얼음물에 풍덩 빠진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자 꼬맹이의 맑은 눈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게 뭐야? 현혹에 걸린 거야? 나를 조정하려는 느낌도 없었어, 마음을 훔쳐봤다고 했으니 현혹은 아닌 것 같은데... 꼬맹이가 아주 희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네. 탐나는데.’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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