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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오크
124.
공격 마법 주문서 검은 회오리
등급 : 희귀
초급 마스터 : 높이 5.0m, 지름 2.0m 회오리, 초당 30 데미지, 쿨타임 60초
어지럼증 확률 15%, 5초간 무방비 상태, 마나 300 소모
중급 마스터 : 높이 7.0m, 지름 3.0m 회오리, 초당 75 데미지, 쿨타임 60초
어지럼증 확률 37.5% 10초간 무방비 상태, 마나 500 소모
상급 마스터 : 높이 10.0m, 지름 4.0m 회오리, 초당 150 데미지, 쿨타임 60초
어지럼증 확률 75%, 20초간 무방비 상태, 마나 700 소모
특급 마스터 : 높이 15.0m, 지름 6.0m 회오리, 초당 375 데미지, 쿨타임 60초
어지럼증 확률 150%, 40초간 무방비 상태, 마나 1,000 소모
사용 제한 : 마검사, 마법사 계열
“희귀 주문서를 두 개나 얻다니 오빠는 환인의 은총을 받는 게 확실해요.”
“내가 먹은 거 아니다. 네가 먹은 거다.”
“그거야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죠. 실상은 오빠 때문에 나온 거잖아요.”
“생사람 잡지 마. 나 환인하고 안 친해.”
“유저들이 오빠가 가진 걸 보면 과연 그 말을 믿을까요? 영지에, 작위에, 성장형 에픽 아이템에, 상급 대장장이에, 리히테나 검술에... 다 열거하기도 힘드네요. 오빠 생각은 어때요? 이해할 수 있겠어요?”
“으음...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라 완전히 사기라고요. 절대 있을 수 없는 사기요. 고로 오빠는 환인의 아들 환웅이에요.”
“컥!”
검은 오크 족장 저주받은 주술사 야쉬누를 사냥하자 희귀 마법 주문서 검은 회오리가 나왔다.
일반 마법 주문서도 극악한 확률로 드롭하는 The Age of Hero에서 따뜻한 손길에 이어 희귀 주문서를 두 개나 얻은 건 행운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할 만큼 엄청난 특혜(?)였다.
그러나 순전히 운이었지 하연이가 말하는 것처럼 내가 환인의 아들이라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좀 지나친 일이었다. 3년 동안 탑 클래스로 활동한 하연이도 먹어보지 못한 마법 주문서를 나는 한 달도 안 돼 두 개나, 그것도 희귀로만 두 개를 먹었다.
누가 봐도 고개를 갸웃할 일로 하연이의 말처럼 신의 아들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환인 아들이면 NPC라는 말인데... 그러면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세상이 사실은 게임이었고, 게임이라고 알고 있는 세상이 현실이라는 거야? 말도 안 돼! 아니지. 인생은 일장춘몽과 같다고 했잖아? 그러면 내가 게임과 현실을 혼동하고 있는 건가? 에이 설마...’
“힘 프라나 2개는 오빠가 먹고, 순발력 프라나는 언니가 먹어.”
“순발력 프라나는 너도 필요하잖아.”
“언니 순발력 14.8밖에 안 돼. 나는 22.9야. 누가 먹는 게 맞겠어?”
“고마워.”
“가족끼리 고마워하는 하는 거 아니야. 그런 건 모르는 사람끼리 하는 거야.”
“알았어.”
하연이 말이 맞았다. 가족끼리는 표시 나게 고마워하는 게 아니었다. 마음속으로 고마워하고 받은 것보다 더 크게 돌려주려 노력해야 했다.
그게 가족이었다. 그러나 모든 가족이 다 그런 건 아니었다. 나처럼 원수보다 못한 가족도 있었다.
‘그들이 정말 내 부모일까?’
어릴 때는 나를 버린 부모가 내 부모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군대에 입대한 후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볼 기회가 많아지며 내 부모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내가 둘 중 누구도 닮지 않아서였다. 자식은 부모의 새끼발가락이라도 하나는 닮는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닮은 게 없었다. 외형은 그러면 성격이라도 닮아야 하는데 성격도 닮은 게 하나도 없었다.
굳이 닮은 걸 대자면 키가 큰 편이고 머리가 나쁘지 않다는 거... 그러나 이것도 말이 안 되는 게 부모는 최연소 대학교수에 임용된 천재였다.
하지만 나는 머리가 좋은 편에 속하지만, 천재와는 거리가 멀었다. 멘사 회원인 하린이보다도 아이큐가 낮았다.
그렇다고 이런 생각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이런 심리는 아픈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부모를 부정하고 싶어 생각에 생각을 더한 것일 수도 있었다.
‘이범석 상사님께 부탁해서 친자 확인을 해볼까? 하아...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아니야. 의심하고 사는 것보다 확인해서 부정하려는 마음을 없애는 게 현명해. 내일 상사님께 부탁해야겠다.’
“검은 회오리 마검사와 마법사 계열이면 오빠와 언니 둘 다 익힐 수 있네요. 누가 익히는 게 나을까요?”
“나는 리히테나 검술 사사받아서 스킬이 4개나 생겼고, 히든클래스와 듀얼클래스 스킬까지 익히면 스킬이 너무 많아 하린이가 익히는 게 맞아.”
“아니야 오빠. 붙어서 사용하면 효과가 훨씬 뛰어나. 오빠가 익히는 게 맞아.”
“오빠, 제가 생각하기에도 언니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이런 스킬은 근접 딜러가 익히는 게 훨씬 유용해요.”
검은 회오리는 물체를 끌어당겨 회오리 안에 가두고 회오리가 사라질 때까지 지속해서 데미지를 주는 스킬로 상태 이상 효과인 어지럼증에 걸리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또한, 제자리에 멈춰서 도는 스킬이 아니라 직선으로 곧장 나아가며 상대를 공격하는 스킬이었다.
하린이와 하연이 말처럼 붙은 상태에서 놈들이 몰린 곳에 사용하면 데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원거리 딜러인 궁수와 마법사가 사용하면 피할 수 있어 마나만 소비할 수도 있었다.
- 마법 주문 검은 회오리를 익혔습니다.
액티브 스킬
(희귀)검은 회오리(초급 0/200) : 높이 3.0m, 지름 1.0m 회오리, 초당 10 데미지
어지럼증 확률 1%, 5초간 무방비 상태, 쿨타임 60초, 마나 300 소모
“오빠, 밖에 나온 김에 숲도 둘러보고, 필요한 약초도 캐고, 야영하는 건 어떨까요? 광산 마을은 내일 아침에 가도 되잖아요.”
“그것도 괜찮겠네. 하린아, 넌 어때?”
“나도 좋아.”
하연이의 제안대로 숲을 돌아다니며 위험한 몬스터가 있는지 확인했다. 검은 오크가 차지한 지 1년이 넘은 숲에는 20레벨이 넘는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위험이 없자 던전이 있는지 살피며 약초를 캤다. The Age of Hero의 식물은 대한민국에서 자생하는 식물을 기반으로 형태와 이름만 조금 변화시켜서 약초서적을 며칠만 뒤적여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게임이라 약초와 독초를 채취한 후 아이템 설명창을 열면 이름과 쓰임새가 대략적으로 나와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
“오빠, 저기가 적당하겠네요. 바로 옆에 시냇물도 흐르고, 바닥도 모래라 하룻밤 자기에는 괜찮을 것 같네요. 저기서 야영해요.”
“그래.”
하연이는 야영 경험이 많은지 주위를 몇 번 둘러본 후 금세 하룻밤 묵어가기 적당한 장소를 찾아냈다.
“짜잔. 어때요? 괜찮죠?”
“살림살이가 다 있네.”
“진정한 사냥꾼이라면 이 정도는 가지고 다녀야죠.”
“로그아웃하면 되잖아?”
“매일 사냥만 하면 재미있어요? 낭만도 즐길 줄 알아야죠.”
“낭만이라... 멋진 말이다.”
하연이가 인벤토리에서 텐트와 침낭을 비롯해 취사도구를 잔뜩 꺼내났다. 1년 넘게 혼자 사냥하며 쓰던 야영 장비로 다른 유저들은 밤이 되면 안전하게 로그아웃하고 밖으로 나왔지만, 하연이는 야영도 자주 하는 등 The Age of Hero를 제대로 즐겼다.
그러나 내게 야영은 낭만이 아니라 지독한 고통이었다. 군대 있는 동안 내륙전술훈련, 산악극복훈련, 해상침투훈련 등으로 매년 150일 이상을 밖에서 자야 했다.
그중에는 텐트도 침낭도 없이 추위를 이겨내야 하는 혹한기훈련도 있어 고통이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이런 곳에서 별을 보니까 기분이 남다르다. 오빠는 어때?”
“좋아.”
“대답에 영혼이 하나도 없네. 야영하는 거 싫어?”
“군대 있을 때 매일 밖에서 자다시피 해서 그런지 별다른 감흥이 없네.”
“왜 밖에서 자?”
“훈련 때문에.”
“훈련 끝나면 부대 와서 자는 거 아니야? TV에서 보니까 그러던데.”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훈련에 따라 달라.”
“나는 침대 아니면 불편해서 잠도 못 자는데 밖에서 자다니 오빠 정말 고생 많이 했구나.”
“군대에서 고생 안 한 사람 없어. 집 나오면 다 고생이야.”
“특전사는 훈련 강도가 세기로 소문나지 않았어? 할아버지와 아빠, 고모부, 이모부, 삼촌이 오빠 특전사 직업 군인 출신이라고 할 때 놀란 표정 짓던데, 그 때문 아니야?”
“흐흐흐흐. 그런 것도 있지.”
“그 웃음의 의미는 뭐야? 잘난 척?”
“흐흐흐흐.”
“재수 없어!”
“오빠 저녁 드세요. 언니 저녁 먹어.”
“야! 왜 나는 먹으라고 하고, 오빠는 드시라고 해? 사람 차별하는 거야?”
“그럼 오빠도 먹으라고 할까? 언니처럼 먹으라고 하면 좋겠어?”
“아니다. 내가 잘못했다. 내가 죽을죄를 지었다.”
“그러면 잔말 말고 와서 먹어! 굶기기 전에.”
“네에.”
성에서 가져온 베이컨과 빵을 프라이팬에 살짝 구운 후 치즈와 소스를 끼워 먹자 햄버거가 따로 없었다.
여기에 기다란 돼지고기 햄을 나무에 끼워 은은한 불에 익혀 먹자 야영 기분이 제대로 났다.
“오빠, 우리 담요 깔고 누워서 밤새 별 구경하며 얘기해요.”
“춥지 않을까?”
“옷 벗고 눕는 것도 아니고, 담요 한장 덮으면 못 참을 정도는 아닐 거예요.”
“알았어.”
평평한 모래사장에 담요를 깔고 눕자 왼팔은 하린이가, 오른팔은 하연이가 각각 차지하고 옆에 달라붙었다.
다행히 숲에는 눈이 많이 오지 않아 바닥이 눅눅하진 않았지만, 가장 추운 1월이라 담요 한장 깔고 덮는 것으로 추위를 막기는 어려웠다.
방어구를 벗지 않았지만, 허벅지와 팔뚝 등은 얇은 옷 한 겹이 전부라서 바람이라도 불면 차가운 한기가 스며들었다.
“하늘에 가득 떠 있는 별이 모두 진짜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진짜라도 어차피 못 가는 건 마찬가지야. 가짜든 진짜든 보기만 좋으면 되는 건 아닌가?”
“오빠 말이 맞네요. 가지도 못할 거고, 가봐야 볼 것도 없는데 따질 필요가 없네요.”
“둘 다 참 감성적이야. 나는 추워 죽겠는데.”
“언니 나도 추워. 참는 거야. 오늘 아니면 언제 또 오빠랑 이런 시간을 보내겠어. 안 그래요. 오빠?”
“앞으로도 많이 볼 거야.”
“정말요?”
“어.”
“그 말 꼭 지켜야 해요. 뒤에 가서 딴소리하기 없기에요.”
“알았어. 꼭 지킬게.”
“으으으 춥다.”
“괜찮다며?”
“오빠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시간을 만들어주기로 하니까 마음이 약해졌는지 몸이 떨려서 죽겠어. 따뜻한 오빠 품에 콕 안겨야지. 헤헷.”
“아으 왠수!”
몸이 떨리도록 추웠지만, 하린이와 하연이가 꼭 달라붙자 추위도 저 멀리 달아나는 것 같았다.
방어구를 벗지 않아 부드러운 속살이 몸에 느껴지지 않는 게 아쉬웠지만, 향긋한 체취가 폐부를 가득 채워 정신적 충족감은 더할 나위 없이 충만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