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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122화 (12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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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오크

122. 검은 오크

“오빠, 머리 아플 때는 사냥이 최고야. 사냥이나 가자.”

“언니 말이 맞아요. 화를 몬스터에게 쏟아내면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져요. 지금은 가슴 속에 쌓인 화를 다스릴 때에요. 검은 오크 몰살하러 가요.”

“부모님이 걱정하시는데 몬스터가 눈에 들어와? 내가 너희라면 속상해서 이불 뒤집어쓰고 있을 것 같은데?”

“우리가 멀리 도망갔다면 아빠·엄마가 걱정하시겠지. 하지만 바로 옆이잖아. 정말 걱정되면 찾아올 거야.”

“언니 말이 맞아요. 걱정됐으면 오빠가 아니라 엄마·아빠가 왔어요.”

“나는 너희도 그렇고, 너희 부모님도 그렇고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나는 오빠 부모가 더 이해가 안 돼. 어떻게 어린 자식을 버릴 수가 있어? 그리고 한 번도 찾지 않는다는 게 인간이 할 짓이야?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맞아요. 어린 자식을 버리고 재혼한 오빠 부모에 비하면 우리 부모님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안 그래요. 오빠?”

“맞는 말이다.”

하린이와 하연이 말이 백번 옳았다. 고등학교 1학년 자식을 버리고 재혼한 우리 부모와 비교하면 하린이네 부모는 정상 중의 정상이었다.

걱정은 되겠지만, 바로 옆에 있어 10초만 찾을 수 있었고, 파혼이 결정됐거나, 하린이가 나를 경멸했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라서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다.

몬스터를 잡는다고 마음이 편해지진 않겠지만, 가만히 있는 것도 좋을 게 없어 하린이와 하연이가 원하는 대로 검은 오크를 잡으러 갔다.

“레이첼. 검은 오크 잡으로 광산 마을에 갈 거야. 말 좀 준비해줘.”

“네. 그런데 오늘 오실 건가요?”

“내일 올 거야.”

“그럼 저도 따라갈까요?”

“왜?”

“왜라니요? 영주님과 마님들 식사 챙겨드려야죠.”

“아니야. 오늘 밤은 노숙할 수도 있어 셋만 가는 게 안전해.”

“영주님이 곁에 있는데 위험할 거 없잖아요.”

“숲은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어. 다음에 데리고 갈게.”

“정말 다음에는 꼭 데리고 가야 해요.”

“알았어.”

“가기 전에 피 빨고 가세요. 그냥 가시면 밤새 생각나서 잠 못 잘 것 같아요.”

“너만?”

“욕심쟁이!”

“흐흐흐흐.”

“아라치와 아이린, 아만다, 에밀리, 엠마 불러올 테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어.”

시녀를 불러 말과 야외에서 먹을 간편한 음식을 준비하라고 말한 레이첼이 아라치와 아이린, 아만다, 에밀리, 엠마를 집무실로 불러왔다.

흡혈의 쾌락에 깊이 빠진 하린이와 하연이, 레이첼을 비롯한 NPC들은 하루라도 피를 빨리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는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팔을 내밀었다.

특히, 세라는 쾌락의 진맛을 아는지 팔뿐만 아니라 허벅지, 어깨, 발목, 가슴, 엉덩이까지 온몸을 골고루 빨아달라고 했다.

세라의 이런 행동에 영향을 받은 하연이도 며칠 전부터 어깨와 허벅지를 물어달라고 했고, 하린이도 가슴을 내밀었다.

아라치의 쇄골, 아이린의 허리, 아만다의 볼기, 에밀리의 발목, 엠마의 유두를 깨물어 피를 빨고 광산 마을 북쪽에 있는 검은 오크 무리를 잡으러 떠났다.

“오빠, 광산 마을은 사냥 끝나고 갈 거예요?”

“어.”

“광산 마을은 어때요?”

“영주성 영역 안에 있는 농노 마을보다 못해.”

“왜요?”

“환인이 그렇게 설정해 놓은 거라 나도 왜 그런지 몰라.”

“아아 맞다. 오빠 오기 전에는 없던 곳이었죠?”

“어.”

광산 마을 방문은 영주가 된 초기에 한 번 다녀간 후 이번이 두 번째였다. 오가는 길은 몬스터가 거의 없는 지역이라 위험은 덜했지만, 커다란 바위산 아래에 척박한 대지 위에 조성된 마을로 영주성 농노마을보다 서너 배는 열악했다.

영주성 인근보다 나빠야 한다는 환인의 기준 때문에 그렇게 된 마을로 내가 영주가 되기 전까진 황량한 바위산만 있던 곳이었다.

저 멀리 광산 마을이 보이는 곳에서 방향을 우측으로 틀어 마을을 크게 우회해 북쪽 숲으로 나아갔다.

광산 마을에 들르지 않고 바로 검은 오크를 잡으러 간 건 우리가 마을에 들어가면 농노들이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기 때문이었다.

영주로 부임한 지 며칠 안 돼 내가 마을을 시찰한다는 연락을 받은 광산 마을 책임자는 농노를 모두 동원해 마을을 청소하고, 길과 울타리를 보수하는 등 나를 맞이할 준비에 광분했다.

덕분에 겨우 2~3시간 머물다가는 짧은 일정을 위해 농노 500명이 이틀간 피똥을 싸며 먼지를 뒤집어써야 했다.

군대에서 사단장이 부대를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으면 모든 작업을 멈추고 일주일 내내 청소와 보수만 하던 모습과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정말 쓸모없는 일로 인력 낭비이자 시간 낭비였다. 그렇다고 책임자를 문책할 수도 없었다.

잘 보이는 것을 떠나 청소와 정비는 꼭 필요한 일로 그렇게라도 한 번씩 정리·정돈할 필요는 있었다.

날림이라 오래가지 못한다는 게 문제점이었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러나 이런 행사는 일 년에 한두 번이면 족했다.

자주하는 건 시간 낭비로 마을 보수는 계획적으로 이루어져야 했다. 그래서 다니엘과 조나단에게 내가 광산 마을을 가는 걸 알리지 못하게 했다.

책임자는 내가 꼬투리를 잡을 수도 있다고 불안해하겠지만, 농노들을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마을이 좀 지저분하다고 책임자를 벌주는 일은 없었다.

이틀 동안 피똥을 싸며 청소했지만, 대한민국 서울의 깨끗한 모습과 비교하면 시궁창이나 다름없어 청소한 티도 안 났다.

「오빠, 언덕 아래 커다란 나무 보이죠?」

「어.」

「나무 위에 검은 오크 궁수 한 마리가 숨어 있어요.」

「여기부터 놈들 영역이라는 뜻이야?」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철광석 광산이 있는 바위산 넘어 우측으로 버그 베어가 살던 숲만큼 크고 울창한 숲이 있었다.

100m쯤 들어가자 그곳부터 검은 오크의 영역인지 커다란 나무에 숨어 다가오는 적이 있는지 감시하고 있었다.

이곳이 내 영지를 불법 점거(?)한 검은 오크 무리 두 곳 중 한 곳이 있는 곳으로 경비대장 조나단의 말에 따르면 500마리가 서식하고 있었다.

오크는 최소 100마리가 한 부족으로 많을 때는 수백만 마리가 넘었다. 수도 크라쿠푸스 서쪽에 있는 황금 어금니 부족이 대표적인 예로 300만 마리가 넘는 무리가 한 부족이었다.

이외에도 검은 오크 왕국에는 푸른 발톱 부족, 독수리 이빨 부족, 검은 초승달 부족, 타오르는 불꽃 부족, 붉은 얼음 부족 등도 수백만 마리가 한 부족을 이루며 살았다.

「보초까지 세우고 보통이 아니네.」

「검은 오크는 황색 오크와는 질적으로 달라요. 전투력도 월등히 뛰어나지만, 지능도 높아 유사인류 중 묘인족과 낭인족에 버금가는 의사소통 능력이 있어요.」

「사람하고 똑같은 거네?」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다른 게 있다면 철저한 군대식이라는 거죠.」

검은 오크는 아틸라 제국의 신분처럼 태어나는 순간 전사와 궁수, 기사, 주술사, 부족장, 족장, 대전사, 대주술사, 대족장이 결정됐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사의 씨를 받은 아이 중에서도 기사와 주술사가 태어났고, 부족장과 족장의 씨를 받은 아이 중에도 전사보다 못한 일꾼이 태어나기도 했다.

일꾼은 전사보다 월등히 덩치가 작은 놈으로 전사와 궁수 등이 전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각종 잡일을 도맡아 하는 최하급 계급이었다.

오크 사회에서 암컷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존재로 남편이 죽으면 곧바로 다른 수컷의 아내가 되어 아이를 낳고 길러 일부일처라는 개념이 매우 희박했다.

그리고 성장 속도도 매우 빨라 게임 시간으로 1년이면 성체로 성장했다. 이런 현상은 검은 오크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일부 강력한 몬스터를 빼고 대다수 몬스터가 빠르면 3개월 늦어도 1년 안에 부모에 근접하는 힘을 가진 완벽한 몬스터로 성장했다.

또한, 한 번에 적게는 3~5마리에서 많게는 수백 마리를 낳아 죽여도 죽여도 몬스터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었다.

「한 마리가 전부야?」

「주변 어딘가에 한두 마리는 더 숨어 있을 거예요.」

「그러면 궁수를 잡으면 바로 우리가 온 걸 놈들이 알겠네?」

「500마리 중에 정예 몬스터는 많아야 10마리 이내일 거예요. 힘들게 찾아다니며 사냥할 게 아니라 불러내서 한꺼번에 잡는 게 빠르지 않을까요?」

「그것도 그러네. 그런데 500마리가 몰려나오면 위험하지 않을까?」

「몽환의 신전에서 캠비온 1,500마리를 한꺼번에 사냥했어요. 500마리는 일도 아니에요.」

「거긴 좁은 입구를 막고 사냥한 거잖아. 여기는 사방이 뚫린 숲이야. 같은 조건이 아니야.」

「대신 오빠가 그때보다 훨씬 강해졌잖아요. 언니와 저는 오빠만 믿어요. 헤헷.」

하연이 말처럼 몽환의 신전에 들어갈 때보다 생명력과 마나, 공격력, 방어력이 크게 발전했다.

아직 로만 리히테나의 일기를 100번 정독하지 못해 스탯과 공격력이 오르진 않았지만, 두 번째 군주 스킬을 배워 나와 하린이, 하연이 모두 공격받는 데미지가 5% 줄었고, 첫 번째 스킬도 초급을 마스터해 나와 하린이, 하연이 모두 공격력과 방어력이 20%나 증가했다.

또한, 아이린과 아만다, 에밀리, 엠마가 충성도 100을 찍으며 업적 포인트를 10만이나 받아 몽환의 던전에서 획득한 포인트와 합쳐 생명력에 모두 쏟아부으며 피통이 15,000을 넘어 16,000 직전이었다.

그리고 리히테나 검술 스킬도 4개나 새로 생겨 공격력이 한층 강해지며 몽환의 신전에 들어갔을 때보다 적어도 1.4~1.5배는 강해진 상태였다.

씌우웅

캐엑!

-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데미지가 1.5배 들어갔습니다.

- 파티원 하연님이 55레벨 검은 오크 궁수를 사냥했습니다.

- 파티원 하연님이 18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18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18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하연이 쏜 강력한 관통 화살이 검은 오크 궁수의 이마를 뚫고 지나가자 치명타가 터지며 단번에 숨통을 끊어놓았다.

“ðØÐжÞłŁœ!!”

둥둥둥둥

“þŋŧŦđðÆĸ!!”

둥둥둥둥

검은 오크 궁수가 죽자 근처 나무에 숨어 있던 검은 오크가 알 수 없는 말로 소리를 지르며 작은 북을 쳤다.

그러자 안쪽에 있는 검은 오크가 화답하며 또다시 작은북을 쳤다. 그렇게 몇 번 북이 울리자 검은 오크들이 괴성을 지르며 세 방향에서 몰려나왔다.

“크아아아악...”

“오빠, 못해도 700마리는 되겠는데?”

“그사이 늘어났나 보네. 아니면 조나단이 잘못 알았거나.”

예상보다 많은 검은 오크들이 커다란 도끼와 날카로운 가시가 잔뜩 돋아난 메이스, 활, 대도 등을 들고 숲에서 뛰쳐나왔다.

황색 오크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검은 오크 전사는 짙은 회색 피부에 날카롭게 솟아 나온 검은 송곳니가 아주 매력적인(?) 놈들로 잘 훈련된 정예 병사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우리를 공격했다.

피웅 피웅

팅팅팅팅

방패와 칼만 든 캠비온과 달리 검은 오크는 700마리 중 150마리가 궁수로 세 방향에서 화살이 날아오자 막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커다란 나무가 사방에 있어 화살이 날아드는 각도를 줄이자 목숨이 위험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 있다간 포위당해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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