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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118화 (118/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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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118.

이름 : 아라치

나이 : 17살

종족 : 묘인족

계급 : 노예

직책 : 없음

특기 : 어두운 곳에서 공격력 30% 상승, 시야 100% 상승

기척 없이 상대에게 다가설 수 있음

허상을 가려내고, 은신을 찾아낼 수 있음

후각이 매우 예민해 멀리 있는 냄새도 맡을 수 있음

충성심 : 100

성격 : 쾌활하고 장난기가 많음, 믿음과 신의가 매우 강함

생명력 : 1,850/1,850

마나 : 690/690

근력2  순발력6  체력2  지력3

상태 : 모모 레오 남작을 사랑함

컨디션을 완벽히 회복한 아라치는 묘인족 특유의 빠르고 유연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왼팔을 대신할 강철 의수를 손처럼 사용하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17년 동안 쓰던 손을 대신하기에는 강철 의수가 많이 조잡했지만, 적응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어 죽기 살기로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노력이 결실을 보는 것인지 찌르기와 할퀴기가 제법 날카로웠다. 그러나 아직은 힘이 부족해 실전에서 사용하려면 몇 달은 더 훈련해야 했다.

마음에 안정을 찾은 덕분인지 어젯밤 흡혈과 동시에 충성심이 최대치인 100을 찍었다.

레이첼 다음으로 빠르게 100을 찍은 것으로 흡혈의 영향도 컸지만, 나를 향한 마음도 충성심을 빠르게 올리는데 한몫했다.

아라치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흡혈만으로는 빠르게 호감도를 올릴 수 없었다. 마음이 움직여야 시너지 효과가 생겨 더욱 빠르게 충성심이 올랐다.

서큐버스 세라도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순식간에 충성심 100을 찍고 왜 릴리트의 미움을 사 환몽의 신전에 갇히게 됐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세라를 구한 목적인 이은택과 이은수, 정이슬을 꿈에서 괴롭히는 일에도 동원할 수 있었다.

문제는 어떤 말로, 어떤 방법으로 세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그걸 알지 못했다.

몸을 차지하면 마음도 차지할 수 있다는 말도 있어 고민도 해봤지만, 하린이와 하연이가 눈을 시퍼렇고 뜨고 있는데 그런 짓을 할 순 없었다.

그리고 상대는 성격이 4차원이라고 해도 남자의 정액을 빨아먹고 사는 서큐버스였다. 건드렸다간 내가 세라의 포로가 될 수도 있었다.

“많이 힘들지?”

“잘 먹고 잘 자고 훈련만 하는데 힘들다고 하면 사치죠.”

“그게 어떻게 사치야? 잃어버린 팔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사치 맞아요. 영주님 아니었으면 이미 죽은 목숨이니까요.”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훈련이나 열심히 해.”

“왜 화를 내세요? 사실을 말한 건데.”

“나 아니었어도 누군가 너를 구했을 거야. 나는 운이 좋아서 너를 데려온 거고.”

“영주님이야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세요.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 믿을 수 있는 거예요.”

“훈련 안 하고 계속 쫑알대기만 할 거야? 볼기짝을 맞아야 열심히 하겠어?”

“해요. 한다고요. 말하다가 밀리면 꼭 엉덩이를 때리려고 해. 영주님 변태예요?”

“컥!”

나는 생명의 은인이라는 둥, 내가 아니었으면 개·돼지만도 못한 삶을 살고 있을 거라는 둥 그런 낯간지러운 소리가 가장 듣기 힘들었다.

내가 도움을 준 건 맞지만,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건 순전히 그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역경을 이겨낸 것이지 내 작은 도움이 있었기에 이겨낸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모든 공을 내게 돌렸다.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을 때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 나였기 때문에 그렇다는 건 이해했지만, 작은 도움을 주고 내가 마치 그들을 수렁에서 건져 일으켜 세운 것처럼 행세하는 건 온몸에 닭살이 돋아 참을 수가 없었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다. 나는 그 정도로 대단한 인간은 안 돼 그럴 순 없었지만, 적어도 남의 밥그릇에 밥숟가락 꽂고 자기가 다 한 것처럼 거들먹거리는 인간은 되고 싶지 않았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TV 엄청나게 크네.”

“중소기업 제품이라 가격은 브랜드의 절반도 안 되지만, 성능은 거의 같아. A/S도 잘 되고.”

“가격 때문에 얘기한 거 아니야. 저렇게 큰 TV를 본 적이 없어서 말한 거야.”

“도둑이 제 발 저려서 그래.”

“쓸 땐 써야지. 잘했어.”

“헤헷.”

3층 집을 채우려면 많은 돈이 든다. 기존에 사용하던 가구와 전자제품이 있다면 돈이 많이 들지 않겠지만, 원룸에서 가져온 건 옷 몇 개가 전부였다.

원룸에 들어갈 때 갖고 들어간 게 냄비와 수저, 이불 등이 전부라서 갖고 나올 게 없었다.

그것들 역시 밖에 내놔도 가져갈 사람이 없는 싸구려 제품이라 모두 버리고 종이봉투 2개에 옷 몇 벌과 신발, 군복, 군화 등을 챙기자 더는 가져올 게 없었다.

그러니 집을 채우는데 많은 돈이 들 수밖에 없었다. 팬티가 20원 런닝이 30원 50원 가지고서 서울을 왔네... 어릴 적 불렀던 우스꽝스러운 노래처럼 내 모습이 그랬다.

이사를 준비하는 이틀이 언제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후딱 지나갔다. 나는 하린이네 옆집으로 이사한다는 생각에 긴장돼 날짜가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고, 하린이와 하연이는 이사 준비에 여념이 없어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현실은 그랬지만, 게임까지 그럴 수 없어 저주받은 영혼들의 무덤과 맨드레이크 던전을 소탕하며 경험치와 함께 맨드레이크 주스 165개, 특별한 맨드레이크 주스 1개, 꿈틀대는 잎사귀 82개, 맨드레이크의 황금 줄기 4개, 맨드레이크의 황금 잎사귀 3개, 힘 프라나 1개를 손에 넣었다.

이번에는 꿈틀대는 잎사귀와 맨드레이크의 황금 줄기, 맨드레이크의 황금 잎사귀만 마법사의 탑에 팔고, 특별한 맨드레이크 주스와 일반 맨드레이크 주스는 팔지 않고 갖고 있기로 했다.

짐 정리가 끝나는 대로 검은 오크 무리를 완전히 소탕하고 네크로맨서 탈라한의 던전에 도전할 계획이라 맨드레이크 주스가 꼭 필요했다.

그리고 로만 리히테나의 일기장을 팔아 큰돈을 손에 쥐어 맨드레이크 주스를 팔지 않아도 됐다.

가지고 있다가 가격이 오르면 그때 팔아도 돼 당분간 사냥해서 얻는 것도 모두 팔지 않고 갖고 있을 계획이었다.

“보안업체는 언제 온다고 했어?”

“내일 아침에 오기로 했어.

“무인 경비 시스템과 CCTV 설치는 내일 중으로 끝나는 거야?”

“응.”

“다현이네는 언제 오는데?”

“모레 아침에.”

“지금도 평택에 있는 거야?”

“응.”

어제 은하와 이범석 상사의 도움으로 숙소를 탈출한 다현과 민지, 수영, 연아는 곧바로 SUN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이 있는 강남 사무실로 쳐들어가 대표 면담을 신청했다.

그러나 경비원들이 들어가는 걸 제지해 대표 면담은 고사하고 건물에 들어가지 못했다.

무단으로 숙소를 이탈하는 순간 SUN 엔터테인먼트 소속이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준 것으로 자신들이 한 짓을 생각하지 않고 남의 잘못만 얘기하는 전형적인 양아치의 모습이었다.

가만두지 않겠다며 거친 폭언을 퍼붓는 실장에게 스폰서 동영상이 있다고 다현이가 한마디를 하자 깜짝 놀란 실장이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5분 만에 회담(?)이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하지만 협상은 예상대로 결렬됐다. 노회한 사장과 실장은 자신들이 법적인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동영상이 있는지 알 수도 없어 단순 협박일 가능성이 컸고, 있다고 해도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아 문젯거리가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현이가 언론에 동영상을 터뜨리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자신들이 아니라 이은택이라는 것도 알았다.

SUN 엔터테인먼트 사장도 이은택이 민지와 수영에게 보낸 메시지를 수차례 본적이 있어 언론이 이번 일을 알게 되면 타깃이 자신들이 아니라 이은택이 될 거란 걸 알았다.

이은택이 불만을 토해내겠지만,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우기면 그만이라 진짜 다급한 건 SUN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이은택이었다.

그리고 이은택이 다현과 민지, 수영, 연아의 행동을 보고만 있지 않을 거라고 SUN 엔터테인먼트 사장은 확신했다.

거대 사학 재벌 마림 재단의 둘째 아들이지만 혼외정사로 낳은 자식이라 이번 일이 언론에 공개되면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게 확실해 다현과 민지, 수영, 연아의 입을 막으려 할 게 분명했다.

그것이 물리적인 힘이든 돈의 힘이든 이은택의 입장에선 무슨 짓을 해서라도 막아야 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은 기세등등한 다현과 민지, 수영, 연아도 얼마 못 가서 꼬리를 내리게 될 것이 확실했다.

다현이네가 얼마 못 가 무너질 걸 확신한 SUN 엔터테인먼트 사장은 능글능글한 웃음을 흘리며 법정에서 보자는 말로 은하와 이범석 상사, 히어로걸즈 멤버들을 쫒아내듯이 건물 밖으로 밀어냈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사장이 세게 나오자 다현과 민지, 수영, 연아은 덜컥 겁이 났다.

그러나 이미 호랑이 등에 탄 기호지세(騎虎之勢)로 내리는 순간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걸 알아 물러설 수도 없었다.

일단 안전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게 급선무라 이범석 상사가 잘 아는 지인이 운영하는 안성의 조용한 펜션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금할 길이 없어 멤버 4명 모두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어떻게 하고 있어?”

“밥도 잘 못 먹나 봐.”

“걱정이 태산인데 당연히 밥이 넘어가지 않겠지.”

“이쪽으로 오면 조금 나아질 거야.”

“조금 나아지는 것으로는 안 돼. 지루한 싸움이 될 거야. 이기려면 버텨야 해. 버텨 야지 이길 수 있어. 그러려면 잘 먹고, 잘 자야 해.”

“신경 쓸게.”

대부분의 싸움은 돈이 많은 자가 이긴다. 그러나 예외가 있었다. 그건 멘탈이 강한 자였다.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강인한 멘탈이 있으면 대기업은 물론 나라를 상대로도 이길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입겠지만,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라면 그런 고통도 이겨내야 했다.

“오빠, 이범석 상사님께 이은택 동향 보고받았어?”

“다현이네가 SUN 엔터테인먼트 사장을 만난 다음부터 집에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고 있어.”

“전화 받았겠지?”

“그렇겠지. 그러니 그 좋아하는 룸살롱과 나이트도 가지 않고 집에만 있는 거겠지.”

“이슬이는?”

“찾아온 적 없어.”

“이은택이 뭔가 꾸미고 있을 텐데 그걸 알아낼 수 없으니 답답하네.”

“조만간 움직일 거야. 떡대들이 자주 들락날락하고 있으니까.”

이범석 상사와 김상호 상사가 다현이네를 보호하는 동안 박무윤 상사, 정동일 상사는 이은택의 집을 감시했다.

이은택이 사는 곳은 조선 시대부터 고관대작들이 모여 살던 전통의 부촌 성북구 성북동이었다.

지금도 현대 그룹 일가를 비롯해 전경련 회장, 두산그룹 회장, 코오롱그룹 회장, 동양그룹 회장, 경방 회장 등 거주하는 재벌총수만 100여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이었다.

이 때문에 접근하는 게 용이하지 않아 고성능 망원경으로 멀리서 집에 누가 들어가고 누가 나오는지 그것밖에는 알아낼 수 없었다.

이은택을 감시하는 목적이 정이슬과의 관계가 틀어졌는지, 형 이은수와 대립하는지 그것을 보려는 알아내는 것이었지만, 이범석 상사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없어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그러나 검은 양복을 입은 깍두기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것으로 보아 조만간 움직일 게 분명해 다현이네 안전을 핑계 삼아 도청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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