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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117화 (117/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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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117.

“언니는 뭐 하고 있어요?”

“가구하고 전자제품 고르고 있어. 하연이도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살 때 한꺼번에 사게.”

“그래도 돼요?”

“당연히 되지. 사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말해. 언니에게 하나도 빼놓지 말고 다 사주라고 할 테니까.”

“역시 오빠밖에 없어요. 사랑해요. 오빠!”

와락

원하는 걸 다 사준다고 하자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와락 품에 안겨 왔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나도 모르게 하연이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뭉클한 유방이 가슴을 짓누르며 향긋한 머리카락이 코를 자극하자 뜨거운 열기가 아래에서 피어올랐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피가 나도록 혀를 깨물자 고개를 쳐들었던 놈이 번뜩 정신을 차리고 수그러들었다.

내가 꽉 끌어안자 하연이가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바라봤다. 할 말이 많은 눈빛이었지만, 언니 때문에 차마 말할 수 없었는지 고개를 숙여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하연이의 부드럽고 탄력 넘치는 몸을 계속 끌어안고 있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살며시 밀어내며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말을 걸었다.

“이.일기장 읽었어?”

“아니요.”

“언니하고 전자제품 본 다음에 같이 읽자.”

“네.”

“그럼 갔다 와. 언니 다 고르기 전에.”

“알았어요.”

얼굴이 빨개진 하연이가 로그아웃하고 나갔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하연이가 부담스럽고 무서웠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한 로맨스를 계속 즐기고 싶다는 생각도 점점 강해졌다.

이런 마음은 하린이가 질려서 든 게 아니었다. 쳐다만 봐도 너무 좋아 온종일 가슴에 품고 있어도 싫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자매와 동시에 만나는 나쁜 짓에서 오는 스릴 때문으로 잘못됐다는 걸 알았지만, 마약보다 더 강렬한 쾌감에 나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조나단과 다니엘을 불러 여자 농노들의 훈련 상황과 탁아소, 학교의 공사현황을 체크했다.

“여자 농노 병사 훈련은 영주님께서 주신 교본대로 교육이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까지 기초 훈련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부터는 전술 훈련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여자 병사도 내 영지를 지키는 소중한 병사라는 거 잊지 말고, 환자가 발생하면 바로 데려오도록.”

“알겠습니다.”

“외장 공사가 끝났습니다. 2주일이면 내장 공사도 끝납니다.”

“언제부터 아이들을 돌볼 수 있지?”

“아이들을 돌볼 여자 농노 50명을 영주님이 주신 교재에 따라 교육 중입니다. 3주 후에 교육이 끝납니다. 그럼 그때부터 농노 아이들을 돌볼 수 있습니다.”

“한글 교육과 산수 교육은?”

“같이 하고 있습니다.”

“몇 명이나 교사로 쓸 수 있을 것 같은가?”

“20명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레이첼, 아이들 먹고 마시는 거 부족하지 않게 잘 챙겨줘. 그 녀석들이 자라서 영지의 기둥이 될 테니까.”

“네, 영주님.”

다니엘과 조나단이 집무실을 나가자 대장장이 래틀과 무두장이 브랜틀, 목공 딜런을 불러 생산 현황과 어려운 점을 물었다.

“3개월 후면 병사들의 기본 무장은 모두 철제무기로 바꿀 수 있습니다.”

“고급 무기와 방어구는 몇 개나 만들었어?”

“5개를 만들었습니다.”

“내일 아침 집무실로 가져와. 그동안 고생한 병사들에게 내려줘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상급 대장장이인 래틀은 한 달에 10개 이상의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50% 확률로 고급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 수 있어 두 달 넘게 대장간이 돌아간 것을 고려하면 못해도 10개 이상의 고급 아이템을 만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내가 쓰고 있는 미스릴 레어 방어구를 4개나 만들며 일반 아이템을 만들 시간이 많지 않았고, 아이템 제작보다는 후배 양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고급 아이템을 많이 만들지 못했다.

고급 아이템 가격이 100만 원에서 300만 원 사이란 걸 생각하면 아이템 제작에 매진하게 하는 게 맞았지만, 당장 이득을 얻는 것보다 실력이 뛰어난 제자를 많이 양성하면 훗날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어 제자 양성에 더 많은 힘을 쏟도록 했다.

“각궁제작은 시간이 걸려 당분간 대나무를 이용한 장궁으로 실력을 배양하기로 했습니다.”

“성능은?”

“대나무 질이 워낙 좋아 사거리는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활 길이가 병사들의 키보다 커 운용하는데 어려움이 많고, 관통력이 떨어져 각궁이 완성되면 장궁은 연습용으로 돌릴 계획입니다.”

장궁은 길이가 150~180cm이고, 무게는 0.6~0.8kg가량으로 길이와 무게로 인해 가지고 다니기가 매우 불편했다.

각궁은 120cm 내외로 여자들이 사용해도 불편하지 않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시위를 풀어놓으면 돼 가지고 다니는 것도 장궁과 비교해 아주 수월했다.

“민어 부레풀이 습기와 열에 매우 약한데 그건 어떻게 해결했나?”

“일반 민어 대신 토리노 강에서 잡히는 아이스 민어의 부레를 사용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밀림과 극지방에서도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공방 인원이 40명으로 늘어나 화살 공급도 차질이 없습니다.”

“잘됐군.”

“자이언트 판다와 버그 베어의 가죽을 현재 손질 중입니다. 완료되면 래틀이 요구한 크기대로 재단해 넘겨줄 계획입니다.”

“펑거스 숲에서 잡은 몬스터 가죽을 어떻게 처리했나?”

“방어구로 쓰기에는 부적합해 농노들의 겨울옷과 신발, 천막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걸 다 하려면 인원이 상당히 많이 필요할 텐데?”

“다니엘 집사님께서 인원을 보충해줘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다가 어려운 일 있으면 주저 말고 찾아와.”

“예, 영주님.”

생산 활동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머리를 혹사시키자 마음을 어지럽게 하던 음란마귀가 모습을 감추었다.

“다 샀어?”

“응.”

“고생했어.”

“고생은 무슨 돈만 잔뜩 쓰고 왔는데.”

“돈 쓰는 것도 고생이야.”

“나는 재밌기만 하던데?”

“체질인가 보네.”

“뭐라고?”

“흐흐흐흐.”

회의를 끝내고 아라치, 레이첼, 아이린, 아만다, 엠마, 에밀리의 피를 빨고 집무실로 돌아오자 하린이와 하연이가 집에 들여놓을 가구와 가전제품을 모두 구입하고 접속했다.

아직도 물건을 살 때 발품을 파는 사람이 많았지만, 하린이와 하연이처럼 설명서만 봐도 제품이 어떤지 단번에 알아보는 소녀들은 힘들게 가구점과 전자제품 대리점, 대형 마트를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필요한 가구와 전자제품을 모두 샀다.

간혹 사진과 다른 제품이 오기도 했지만, 반품하면 그만이라 잘못 샀다고 부담을 느낄 필요도 없었다.

침실로 이동해 하린이와 하연이를 피를 빤 다음 셋이 함께 로만 로히테나의 일기장을 읽었다.

하연이는 읽을수록 지루하다고 했지만, 나는 읽을수록 일기장에 깊이 빠져들어 읽는 동안은 내가 로만 리히테나가 된 기분이었다.

특히,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비무를 벌일 때면 머릿속에 동작 하나까지 모두 그려지며 완벽히 몰입했다.

“오빠! 오빠! 오빠~”

“어?”

“불러도 대답도 없고, 그게 그렇게 재미있어요?”

“어, 재미있어.”

“달달한 로맨스도 없고 허구한 날 싸우는 얘기밖에 없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어요?”

“박진감 넘치잖아.”

“그렇긴 한데 제 취향은 아니네요. 저는 남녀의 달달한 사랑 얘기가 좋아요.”

“웃기고 있네. 너 BL 좋아하잖아.”

“아니야.”

“아니긴 뭘 아니야. 방에 있는 책 중 절반 이상이 BL 소설이면서.”

“그거 다 옛날에 산 거야. 지금은 안 읽어. 오빠 오해하지 마세요. 어릴 적 한때 치기로 본 거예요. 지금은 정말 싫어해요.”

“BL도 창작소설이야. 폄하할 거 없어. 나는 주제가 어떤 내용이든 순수 창작소설이면 뭐든 괜찮다고 생각해. 그런데 왜 끊은 거야? 오랫동안 좋아하던 소설 장르를.”

“남녀의 사랑이 훨씬 좋으니까.”

“오빠 때문에 하연이 취향이 바뀐 거야. 오빠 아니었으면 하연이 아직도 BL 좋아했을 거야.”

“.......”

BL(Boy's love)은 남성의 동성애를 소재로 한 여성 취향 만화나 소설 장르를 말하는 것으로 남성에 의해 창작되기도 하지만, 주로 여성 작가가 여성의 시각으로 미소년들의 찐한 동성애를 그려냈다.

우리나라는 최근 BL 소설이 대거 등장하며 일부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본은 BL 만화를 전문으로 다루는 시장도 있고, 동인지 시장 역시 융성해 10~20대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인기를 끌었다.

2번 연속으로 일기를 읽자 서서히 아침이 밝아왔다. 하린이와 하연이를 데리고 연무장에 내려가자 아더와 아서. 아라치가 먼저 나와 몸을 풀고 있었다.

“영주님께 충성을!”

“어서 오세요. 영주님. 하린이 언니, 하연이 언니 잘 잤어요?”

“응, 넌 잘 잤어?”

“네.”

아더와 아서가 큰 목소리를 군례를 취한 것과 반대로 아라치는 내게 손을 흔든 다음 하린이와 하연이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했다.

세 명 모두 같은 노예 신분이지만, 아서와 아더는 남자, 아리치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전혀 다른 모습을 취했다.

이름 : 아서

나이 : 16살

종족 : NPC

계급 : 농노

직책 : 없음

특기 : 리히테나 검술

충성심 : 100

성격 : 절대 포기하지 않는 성격으로 높은 통찰력과 의지를 갖고 있음

생명력 : 1,600/1,615

마나 : 350/350

근력 2  순발력 3  체력 3  지력 3

상태 : 몸 상태 최고, 리히테나 검술 맹훈련 중

이름 : 아더

나이 : 16살

종족 : NPC

계급 : 농노

직책 : 없음

특기 : 리히테나 검술

충성심 : 100

성격 : 손재주가 뛰어나고 명석하며, 호기심이 매우 왕성함

생명력 : 1,600/1,615

마나 : 350/350

근력 2  순발력 3  체력 3  지력 3

상태 : 몸 상태 최고, 리히테나 검술 맹훈련 중

두 달 동안 수련에 매진한 아서와 아더는 둘 다 나란히 근력과 순발력, 체력이 1씩 상승했다.

17살 나이를 생각하면 발전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것으로 이대로 꾸준히 발전하면 20살이 될 때는 스콜라를 넘어 프리 스콜라까진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저와 달리 수련을 통해 스탯과 생명력, 마나를 향상시킬 수 있는 NPC는 무술을 익힐만한 자질이 없는 범재도 꾸준히 운동하면 일반 NPC보다 높은 스탯과 생명력을 키울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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