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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113화 (11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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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특급 경호회사

113.

“나를 찾아올 정도면 많이 위험한가 보군?”

“이은택이 멤버들을 노릴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왜 멤버들을 노려?”

“증거가 있습니다.”

“증거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멤버들을 노린다는 거야?”

“후계자 이은수는 본처 자식이고, 둘째 이은택은 밖에서 낳아온 자식입니다. 이복형제라 사이가 안 좋은 데다 마림 재단 내에 이은택의 입지가 매우 약해 이번 일이 언론에 터지면 미국으로 쫓겨나게 될 겁니다. 그러면 마림 재단과는 영영 이별입니다. 욕심이 큰 놈이라 무슨 짓을 해서라도 멤버들의 입을 막으려 할 겁니다.”

“납치·강간으로 입을 막으려 하겠군?”

“그렇습니다.”

“얼마나 보호해야 하는데?”

“이은택이 축출되고, SUN 엔터테인먼트와 관계가 정리될 때까지입니다.”

“그러면 시간이 오래 걸릴 텐데?”

“시간은 상관없습니다. 안전해질 때까지 보호해주시면 됩니다.”

“알았어. 대신 뒤에서 비싸다고 욕하면 죽을 줄 알아.”

“네.”

빠르면 3개월, 길면 1년이 넘어갈 수도 있었다. 다른 소속사로 옮기는 게 아니라서 SUN 엔터테인먼트가 계약을 파기하면 쉽게 끝날 수도 있지만, 앙심을 끌고 질질 끌면 3년이 갈 수도 있었다.

“부탁이 있습니다.”

“뭔데?”

“이은택의 움직임을 알아봐 주십시오.”

“납치할 확률이 높다면 아무래도 그게 의뢰인의 안전을 좀 더 확보하는 길이겠지. 알았어. 그렇게 하지.”

이범석 상사는 정통 경호회사를 운영하고 싶어 해 흥신소처럼 사람 뒷조사하는 일은 맡지 않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부탁했는데, 이번 일은 뒷조사가 아니라 의뢰인의 안전을 위한 감시로 생각해 순순히 응했다.

“상사님 부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말해.”

“이은택의 움직임을 알려주십시오.”

“그거야 네가 의뢰인이니까 당연히 그래야지. 대신 외부인에겐 절대 비밀로 해야 해. 안 그러면 너나 나나 철창행이야.”

“알고 있습니다.”

“일은 언제부터 해야 애?”

“가능한 한 빨리해주십시오. 언제 이은택이 움직일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부터 시작하지. 이야기가 대충 됐으니 비용문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군.”

“선수금으로 2,000만 원 드리겠습니다. 먼저 3개월 동안 필요한 경비를 이번 주 중으로 계산해 보내주시고,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 그것도 따로 명시해주십시오. 일주일 내로 바로 입금해드리겠습니다.”

“어제 꿈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나타나셔서 귀인이 온다고 하기에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자네가 귀인이었군. 하하하하.”

사무실 모습만 봐도 얼마나 쪼들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선수금으로 2,000만 원 주고, 3개월 치도 일주일 안에 준다고 했다.

어차피 줘야 할 돈을 미리 주는 것에 불과했지만, 받는 사람 처지에선 무척 고마운 일로 나는 생색내서 좋고 상사님은 오랜만에 집에 돈을 갖다 줘 가장의 체면을 세워 좋은 일이었다.

“화상 통화하시고 내일 아침 이 주소로 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은택에 관해 제가 알고 있는 건 이게 전부입니다.”

“이거면 충분해. 마림 재단 둘째 아들이면 알아보는데 얼마 걸리지도 않아.”

“그럼 전화 연결할 테니 통화하십시오.”

“어.”

다현이와 민지, 수영, 연아를 불러내 이범석 상사님과 대면시키는 게 좋았지만, 매니저와 경호원들이 감시하고 있어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다현의 움직임에 이상함을 느낀 SUN 엔터테인먼트 사장이 어제부로 매니저와 경호원을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감시자로 바꾸며 사장 허락 없이는 숙소 밖으로 한 걸음도 나올 수 없었다.

다행히 학교에 다녀야 해 핸드폰과 게임 접속까지 막지는 않았지만, 숙소 밖으로 나가는 건 철저히 막고 있어 사실상 구금에 가까웠다.

“핸드폰으로 서류 보낼 테니 서명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내일 아침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린아 정말 고마워. 죽을 때까지 은혜 잊지 않을게.”

“은혜 아니야. 그만큼 부려 먹을 거니까 각오해.”

“평생 마구 부려먹어도 군소리 안 할게.”

“약속한 거다.”

“엉.”

다현이와 화상 전화를 끊고 이범석 상사가 내민 서류에 서명한 후 곧바로 돈을 송금해주고 사무실을 나왔다.

같이 점심이라도 먹자는 말에 하린과 하연을 가리키자 늙다리는 빠져준다며 조만간 소주나 한잔 하자고 했다.

언제든 연락만 달라고 한 후 건물 밖으로 나와 종로에서 가장 유명한 파스타 전문점으로 갔다.

“내일 집 계약하자.”

“일기장 아직 안 팔려서 집 얻을 돈 없어.”

“오빠가 원하는 금액에 팔리지 않아도 집 살 금액은 충분히 나와. 계약금 걸고 며칠 내로 잔금 주고 집 옮기면 돼.”

하린이 말대로 집 얻을 돈은 충분히 나오고도 남았다. 이사는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 좀 더 빨리 들어가도 문제 될 게 없었다.

“언니, 서두르는 이유가 다현이 언니네 때문이야?”

“그것도 있고 너도 편하게 왔다 갔다 하려면 옆집이 좋잖아.”

“나야 땡큐지.”

내일 아침 이범석 상사와 독수리 특별 경호팀이 다현이를 찾아가면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날 게 확실했다.

SUN 엔터테인먼트는 다현과 민지, 수영, 연아를 놓치면 이은택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어떻게든 막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노련한 이범석 상사는 끈이 닿아있는 경찰에 미리 신고하고 들어가 다현과 민지, 수영, 연아를 간단하게 빼내 안전한 곳에 대피시킬 생각이었다.

다현이 계약서를 내밀며 자신이 고용한 경호원이라고 말하며 회사에서 숙소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아 불렀다고 하면 회사에서 고용한 경호원과 매니저도 다현 일행을 막을 명분이 없었다.

회사에 묶인 몸이긴 했지만, 계약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지 주거 이전에 관한 권리를 침범할 권한은 회사에 없었다.

하린이가 걱정하는 건 이은택이 다현이와 민지, 수영, 연아 집을 감시할 게 확실해 집에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소송이 장기화하면 모텔을 전전할 수도 있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아무리 좋은 호텔도 좁아터진 내 집만 못했다.

언론에 노출돼 기레기들이 따라다니는 상황에서 편히 쉴 집마저 없다면 소송이 끝나기도 전에 나가떨어질 수도 있었다. 그걸 걱정해 우리 집에 당분간 머무르게 할 생각이었다.

“오빠, 파스타 맛있게 잘 먹었어요. 후식은 제가 살게요.”

“아니야. 후식도 내가 살게. 비서가 사주 건 이치에 맞지 않아. 일 시키면서 얻어먹는 나쁜 사장이 되고 싶진 않거든.”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러네요. 그럼 오늘은 오빠가 다 쏘세요.”

“알았어. 뭐 먹고 싶어?”

“팥빙수요.”

“겨울에 팥빙수를 먹어?”

“원래 팥빙수는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에요.”

“알았어.”

곱게 간 빙수에 망고가 가득 올라간 망고 빙수를 한 그릇 뚝딱 한 하린이와 하연이는 그거로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연유와 팥이 듬뿍 들어간 팥빙수도 한 그릇 먹어치웠다.

한 살 차이 자매 아니랄까 봐 파스타 가게에서부터 먹는 내내 토닥거리며 싸웠다.

그러나 아주 사소한 것으로 싸워 말릴 것도 없었고, 토닥이며 싸우다가도 금세 웃으며 말을 주고받아 분위기는 시종일관 즐거웠다.

즐거운 분위기와 달리 나는 머리가 아파 죽는 둘 알았다. 하린과 하연의 아름다운 웃음이 떠나질 않자 부러움과 질투 섞인 남자들의 시선이 화살처럼 날아와 얼굴과 뒤통수에 꽂혔다.

파스타 가게에서도 먹는 내내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파스타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시선이 사람을 짜증 나게 하는 것도 있었지만, 적대감을 갖고 바라보는 몇몇 시선이 신경을 날카롭게 했다.

사회문제가 복잡해지며 불특정 다수에게 적대감을 표출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었다.

예전에는 특정인, 특정계층에 한해 불만을 쏟아냈지만, 어느 순간부터 힘없는 약자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자신도 을이면서 갑을 어쩌지 못하자 같은 을에게 자신이 겪고 있는 빈곤과 불안, 분노를 표출했다.

지금도 적개심을 넘어 살기에 가까운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이 2명이나 됐다. 창가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곁눈질로 우리를 바라보는 20대 초반 남자 2명으로 자기보다 잘난 것도 없는 내가 아름다운 하린이과 하연이를 양쪽에 품고 있자 화가 난 것이다.

동시에 덤벼도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들이었지만, 싸워봐야 이득 될 게 없었다. 싸울 가치가 없을 때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대신 싸움을 피할 수 없다면 상대가 다시는 나쁜 마음을 먹지 못하게 작살을 내야 한다.

단,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내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는 곳에서 처리해야 한다. 안 그랬다가는 내가 잘못이 없어도 쇠고랑을 차게 된다.

특수부대 출신은 살인 병기나 다름없어 같은 죄를 지어도 가중처벌을 받았다. 철저하게 나를 숨기기 전에는 나서선 안 됐다.

“나가자.”

“오빠, 아직 조금 남았어요.”

“분위기가 안 좋아. 나가는 게 좋겠어.”

“그래요?”

“오빠가 이상하다면 이상한 거야. 하연아, 빨리 일어나.”

“알았어.”

계산하고 가게를 나와 택시를 탔다. 그러나 집에 가기엔 날씨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오늘은 하린이와... 하연이가 끼어들었지만... 첫나들이였다. 이대로 갈 순 없었다.

한동안 쌀쌀하던 날씨가 오늘은 놀기 딱 좋게 선선했다. 그렇다고 멀리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안 돼 가까운 공원으로 이동했다.

“아저씨, 정동공원으로 가주세요.”

“네.”

정동공원은 옛날 러시아공사관이 있던 자리로 고종 황제가 일제의 압력을 피해 아관파천 했던 곳이었다.

민족의 아픔이 잠들어 있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작은 공원으로 찾는 사람도 없어 한적하기만 했다.

“사람 없는 곳으로 골라온 거야?”

“어.”

“볼 건 없지만, 사람들 시선 의식하지 않아도 돼서 좋긴 하다.”

“저도 그래요. 파스타 집에서부터 몸을 훑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라서 짜증 나 죽는 줄 알았어요.”

“그걸 알면서 짧은 치마를 입어?”

“오랜만에 입은 거야. 오빠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그런 놈들 보여주려고 입은 거 아니란 말이야.”

“남들이 들으면 네가 오빠 여자친구인 줄 알겠다.”

“아직 결혼도 안 했잖아. 외로운 동생한테 조금 빌려주면 안 돼?”

“지랄을 해라.”

“동생한테 말하는 본새하고는.”

“죽고 싶어?”

“그렇게 죽이고 싶냐?”

“이씨.”

“나 송씨거든.”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공원에 와서도 하린이와 하연이는 말다툼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모습은 사냥할 때도 매일 보던 모습이라 이제는 완전히 적응해 떠드는 소리가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하린이와 하연이도 나처럼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부담스러웠는지 공원에 오자 표정이 훨씬 밝아졌다.

우리는 미인은 사람들의 시선을 즐긴다고 생각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으로 각자 성격에 따라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못생긴 여자보다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가 사람들 시선에 당당한 건 사실이지만, 즐기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건 노출증과 비슷한 것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자기 몸매를 드러냄으로써 만족감과 우월감을 느끼는 병이었다.

하린이와 하연이는 정이슬처럼 몸매가 완연히 드러나는 옷은 좋아하지 않아 밖에 나갈 때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은 입지 않았다.

오늘만 해도 하연이가 좀 짧은 치마를 입어서 그렇지 둘 다 코트와 재킷으로 몸을 가려 다리 빼고는 드러나는 부위가 없었다.

대신 집에 있을 땐 전혀 달랐다. 하연이는 본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하린이는 몸에 착 달라붙는 짧은 반바지와 면티를 주로 입었고, 야한 팬티를 산 이후론 팬티와 면티만 입고 돌아다니며 내 음심을 자극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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