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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리히테나의 일기장
110.
- 하이 마스터 로만 리히테나의 잃어버린 검술 찾기 퀘스트가 생성됐습니다.
퀘스트 하이 마스터 로만 리히테나의 잃어버린 검술 찾기
검은 오크 왕국의 푸른 발톱 부족과 독수리 이빨 부족, 엘프 왕국의 수도 료스알프 세 곳 중 한 곳에 리히테나 검술 하권이 있습니다. 하권을 찾아 하이 마스터 로만 리히테나의 검술을 복원하십시오.
연계 퀘스트 : 로만 리히테나의 소녀상 목걸이(에픽) 찾기
보상 : 리히테나 검술 후반부 초급 마스터
칭호 로만 리히테나의 견습 후계자(스탯+5, 공격력+200)
일기장을 얻자 로만 리히테나의 잃어버린 검술 찾기 퀘스트가 생성됐다. 설명을 보면 세 곳 중 한 곳에 리히테나 검술 후반부 하권이 있었다.
그러나 가기만 한다고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또한, 위치도 인간에게 가장 적대적인 검은 오크 왕국과 엘프 왕국으로 몰래 숨어들어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연계 퀘스트와 보상을 생각하면 무조건 가야 했다. 특히 칭호는 가짜 성자와 반쪽짜리 뱀파이어처럼 리히테나 검술을 중급, 상급, 특급으로 업그레이드하면 효과가 상승할 게 확실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얻어야 했다.
“일기장은 어떻게 구한 겁니까?”
“20대 후반에 스노트라에 갔다가 천운으로 얻게 됐습니다. 덕분에 프로보스트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소드 마스터가 되기 위해 전국을 떠돌던 니콜라스는 29살 때 아틸라 제국 10대 도시 중 북서부 중심지인 스노트라에 방문했다.
그곳에서 지갑을 훔친 소매치기를 쫓아 미로 같은 빈민촌에 들어갔다가 하수도에 빠져 지하 미궁에 떨어졌다.
열흘 넘게 지하 미궁을 헤매다가 들어선 작은 방에서 로만 리히테나의 일기장을 얻었다.
미궁을 빠져나오지도 않고 그곳에 자리를 잡고 3년간 일기를 읽고 또 읽으며 리히테나가 남긴 심득을 이해한 니콜라스는 프로보스트에 올랐다.
그러나 2년간 더 머물며 칼을 휘둘러도 커다란 벽에 부딪혀 소드 마스터로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후반부 검술을 찾기 위해 전국을 떠돌았다. 하지만 하권은 찾을 수 없었고, 프로보스트의 벽도 넘지 못하고 75살의 노인이 되고 말았다.
니콜라스가 특이 사항에 적힌 스탯과 공격력을 얻지 못한 건 유저 전용이기 때문이었다.
니콜라스에게 가야 할 행운을 빼앗은 것 같아 미안했지만, 내가 그렇게 만든 게 아니라 환인이 만든 것으로 죄책감은 들지 않았다.
“오빠, 이러다 쓰러져.”
“오늘 밤에는 꼭 잘게.”
“매일 잔다고 하면서 많이 자야 하루 3~4시간이잖아. The Age of Hero 이번 달까지만 하고 그만둘 거야?”
“알았어. 오늘은 꼭 잘게.”
다음 날 아침 하린이가 올 때까지 게임 시간으로 30시간 넘게 일기장을 읽고 또 읽었다.
업무용 다이어리보다 조금 더 큰 일기장은 두께가 5cm가 넘을 만큼 두꺼워 정독하는데 열 시간이 넘게 걸렸다.
처음이라 내용을 곱씹으며 읽어 그런 것으로 두 번째부터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생각할 내용이 많았고, 한 글자만 빠뜨려도 카운트가 안 돼 30시간 넘게 읽고도 4번밖에 읽지 못했다.
최대한 빨리 읽어도 3~4시간은 걸려 100번을 채우려면 게임 시간으로 50일, 현실 12~13일은 걸렸다.
“나도 읽어봐도 돼?”
“읽어봐도 돼가 아니라 꼭 읽어야 해. 배울 게 참 많아.”
“알았어. 그런데 오빠, 일기장 없어지기 전에 필사해야 하지 않아? 그래야 두고두고 읽지.”
“필사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 내용이 엄청나게 많아.”
“읽으면서 하면 돼. 내가 할게.”
“알았어.”
수도에 가면 인쇄소가 있어 돈을 주고 책을 만들면 편했다. 그러나 The Age of Hero에는 복사기가 없어 일일이 단어를 자판에 꽂아 한 장씩 찍어내야 해 손으로 쓰는 게 빨랐다.
그리고 오타가 나면 내용이 이상하게 변할 수도 있었고, 인쇄소에 맡겼다가 일기장이 훼손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로만 리히테나의 일기장은 돈을 매길 수 없는 엄청난 보물로 밖으로 돌린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오빠, 이 글 정말 담백하게 잘 썼다. 표현과 묘사가 더 함도 덜 함도 없어. 그리고 몰입도도 엄청나게 뛰어나 읽는 내내 내가 로만 리히테나가 된 기분이었어.”
“출판해도 될 것 같지 않아?”
“출판하면 바로 베스트셀러 될 것 같아. 환인 정말 못 하는 게 없네. 게임부터 글까지 모두 만능이야. 부럽다 부러워. 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데.”
일기장은 로만 리히테나가 쓴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상은 슈퍼에고 컴퓨터 환인이 쓴 것이었다.
회계사, 부동산중개사, 펀드매니저, 약사, 변호사 등 많은 직종이 20년 안에 사라진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그런 것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직종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그러나 심리학자, 작곡가, 작가, 성직자, 교사 등은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어 20년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대부분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조적인 직업으로 입력된 정보를 토대로 움직이는 인공지능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자아를 지닌 슈퍼에고 컴퓨터 환인 앞에선 말장난에 불과했다. 환인은 예술가보다 더 아름답고 파괴적인 도시와 풍경을 만들어냈고, 베스트셀러 작가보다 몰입감이 더욱 높은 작품까지 써냈다.
만약 환인 수준의 인공지능을 탑재한 컴퓨터와 로봇이 나온다면 인간이 필요 없는 존재, 아니 없어져야 할 존재가 될 수도 있었다.
“오빠, 이거 활판 인쇄기 사다가 대량으로 찍어서 하는 건 어떨까?”
“돈이 될 것 같아?”
“돈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돈방석에 앉을 수도 있어.”
하린이의 말처럼 로만 리히테나의 일기는 값어치만 알려지면 억만금을 벌어다 줄 아이템이었다.
그렇다고 일기장을 읽는다고 스킬을 배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스킬 이름만 나올 뿐 로만 리히테나가 만든 스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100명이 넘는 고수와 싸운 흥미진진한 경험담과 500종이 넘는 몬스터를 처리한 방법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그것만으로 값어치는 절대 작지 않았다.
그리고 검을 수련하는 자의 마음가짐과 소소한 수련 방법, 깨달음을 얻었을 때의 느낌 등이 기록되어 있어 그대로만 훈련해도 초보자 딱지는 떼고도 남았다.
“인쇄해서 팔아도 리히테나 검술 스킬이 알려지는 건 아니니까 오빠 손해 볼 것도 없잖아.”
“으음...”
“귀중한 자료를 파는 것 같아 아까워서 그래?”
“솔직히 그런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다른 생각을 했어.”
“무슨 생각?”
“이것도 환인이 우리를 통해 유저들의 실력을 빠르게 향상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환인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야.”
“이대로 따라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응.”
영어공부 잘하는 방법, 컴퓨터 잘 하는 방법, 주식 잘하는 방법, 운전 잘하는 방법, 운동 잘하는 방법, 다이어트 하는 방법 등 동네 서점에만 가도 각종 지침서가 수백 권도 넘게 있었다.
저자의 논리대로 따라만 해도 박사, 펀드매니저, 베스트 드라이버, 운동선수, 몸짱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100만 권이 팔린 책을 사다가 죽어라 공부하고 따라 해도 남는 건 스트레스밖에 없었다.
이유는 자신과 맞지 않는 방법이거나, 책에서 얘기한 방법을 정확히 따라가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거나, 하는 척 시늉만 해서 그런 것이었다.
수많은 책처럼 로만 리히테나의 일기장도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빠, 언니, 왜 저 빼고 둘이서 쑥덕쑥덕하세요? 기분 나쁘게.”
“이제 머리 아픈 건 괜찮아졌어?”
“아직도 멍멍해요. 그래도 언니가 준 약 먹고 많이 좋아졌어요.”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 버려.”
“그럴게요.”
맥주 6캔에 완전히 뻗은 하연이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게임에 접속했다. 하린이도 그렇고 하연이도 그렇고 집안 내력인지 술이 약해 몇 잔만 마셔도 다음 날 고생했다.
“로만 리히테나의 일기장? 리히테나면 아란테스 대륙의 전설적인 10대 고수잖아? 언니 내 말 맞지?”
“맞아.”
“엄청난 보물이네.”
“일기장으로서의 가치도 엄청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야. 그거 100번만 정독하면 근력과 순발력 5, 공격력 200이 영구히 올라.”
“헉!”
놀라는 게 당연했다. 근력과 순발력 스탯을 각각 5씩 올려주는 것만 해도 엄청난데 공격력을 무려 200이나 올려줬다.
이제껏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유니크 아이템으로 경매장에 올리면 수백억 원은 받고도 남았다.
“오빠랑 일기장 인쇄해서 팔면 어떨까 그 얘기하고 있었어. 네 생각은 어때?”
“돈 되겠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그런데 그것보다 더 쉽게 책을 베끼는 방법이 있어.”
“그래? 어떤 방법인데?”
“마법의 깃털 펜을 사용하면 돼. 그러면 깃털 펜이 복사한 것처럼 똑같이 일기장을 필사해줘.”
“그런 것도 있었어? 나는 왜 몰랐지?”
“마법사의 탑에서만 파는 아이템으로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일반 유저들은 잘 몰라. 그리고 가격도 비싸서 살 엄두도 못 내고.”
“얼만데?”
“금화 100개.”
“더럽게 비싸네.”
“마나집적진이 있어서 마나석을 갈아주지 않아도 알아서 마나를 보충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그리고 주인으로 인식한 사람이 말하는 건 그대로 받아 적어 힘들게 쓰지 않아도 되고.”
“편하긴 하겠다.”
“편한 정도가 아니야. 그것만 있으면 하루에 일기장 1~2권은 복사할 수 있어.”
“그러면 깃털 펜값은 금방 뽑겠네.”
“그렇지. 그리고 진짜 중요한 게 있어. 마법 잉크라고 마법 스크롤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 중 하나인데, 이걸 사용하면 일기장의 효과를 일부 카피할 수 있어.”
“효과를 복사한다고?”
“응.”
“어느 정도나?”
“그것까진 몰라. 어둠의 상인이 올린 게 아니라 유저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본 거야.”
마법 스크롤은 공격주문과 방어 주문, 상태 이상 주문 등을 담아 놓은 양피지로 사용할 상대를 바라본 후 스크롤을 찢으며 효과가 발생했다.
쿨타임도 없고 마나도 소모하지 않아 아주 편한 마법 아이템이었지만, 가격이 비싸 부자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었다.
“잉크 가격은?”
“한 병에 금화 50개.”
“헉! 무슨 잉크가 그렇게 비싸?”
“효과를 복사하는데 그 정도도 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래도 5,000만 원이면 너무 비싸다.”
“복사만 하면 대박이야. 5,000만 원이 문제가 아니라고.”
“그렇긴 하지. 그런데 한 병으로 몇 권이나 쓸 수 있어?”
“
“그야 나도 모르지. 써 본 적이 없으니까.”
“효과가 너무 낮으면 본전도 못 뽑는 거 아니야?”
“일기장 얼마에 팔려고 했는데?”
“아직 안 정했어.”
“내가 보기에는 금화 10개에 팔아도 잘 팔릴 것 같아. 고수와 싸우는 법과 몬스터를 상대하는 방법만 해도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니까. 책만 해도 그런데 스탯과 공격력이 붙으면 얼마일 것 같아?”
“글쎄?”
“10% 능력치만 복사해도 근력과 순발력 스탯이 0.5씩 붙고, 공격력도 20이나 올라. 지금 경매장에 0.1짜리 근력 프라나 값이 금화 5개가 넘으니까 못해도 200개는 무난히 받을 수 있어.”
“일기장 한 개 만드는데 마법 잉크가 한 개만 들면 하루에 1억5,000만 원을 버는 거잖아?”
“그러면 좋겠지만, 한 가지 재료가 더 필요해 그렇게는 못 벌어.”
“그게 뭔데?”
“마법 닥나무. 마법 스크롤을 만드는 종이야.”
“그건 또 얼마야?”
“그건 나도 몰라. 마법사의 탑에 가서 알아봐야 해.”
“이러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 아니야?”
“가보면 알겠지. 오빠 말 나온 김에 지금 가요.”
“그래. 그런데 마탑 가기 전에 평판 상점부터 가자. 리히테나 검술 전수받으면서 평판 포인트 10만 점 받았어. 그거로 군주의 진격 사야 해.”
“니콜라스 경에게 리히테나 검술 스킬 전수 받았어?”
“어.”
“축하해.”
“축하해요. 오빠. 그런데 혼자만 평판 10만 점 받는 거 반칙 아니에요?”
“미안!”
“농담이에요. 헤헷~”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