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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리히테나의 일기장
109. 로만 리히테나의 일기장
“아으 취한다.”
“그만 마셔. 주량 초과야.”
“벌써?”
“그래. 너 캔맥주 3개가 주량인데 6개나 마셨어. 그만해.”
“히히히히.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렇게 많이 마셨는지도 몰랐어. 오늘따라 술이 술술 넘어가. 언니, 나 딱 하나만 더 마실게.”
“안 돼. 혀까지 꼬였어. 더 마시면 오바이트할 거야.”
“나 멀쩡해. 아무렇지도 않아.”
“정말?”
“응.”
“그럼 일어서봐.”
“왜?”
“제대로 걸을 수 있는지 보려고 그래.”
“나 잘 걸을 수 있어. 이것 봐. 으악.”
쿵
잘 걸을 수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하연이가 반쯤 일어나다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불안한 모습에 손을 뻗고 있어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는 건 막았지만, 엉덩방아를 찧는 건 막지 못했다.
“아윽! 엉덩이 부서진 것 같아. 아파죽겠어.”
“이러고도 멀쩡하다는 거야?”
“미끄러진 거야. 나 멀쩡해. 아무렇지도 않아.”
“오빠, 오늘은 집에 일찍 가야겠다.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하연이 신발 챙겨. 내가 업어다 줄게.”
“잠시만. 상부터 치우고.”
“갔다 와서 내가 치우면 돼. 일어나.”
“알았어.”
“히히히. 오빠 등에도 업히고 좋다. 아 기분 좋다!”
“조용히 좀 해. 옆집 사람들 다 들어.”
“기분 좋아서 그러는데 왜 난리야. 안 그래요. 오빠?”
“잘했어.”
“오빠가 잘했다고 하잖아. 언니 나빠.”
“아으 이 화상을 정말...”
“하린아. 술 취하면 다 그래. 안 그런 사람 없어. 그만하고 문 열어.”
“알았어.”
기분이 좋다며 술을 연거푸 마신 하연이가 서지도 못할 만큼 취해 업어서 집에 데려다줘야 했다.
취해 해롱대는 하연이를 업자 뭉클한 감촉이 등을 자극했다. 하린이 보다 가슴이 크다는 하연이의 말이 사실이었는지 등에 느껴지는 뭉클함이 묵직했다.
그리고 뜨거운 열기가 허리에 느껴졌다. 하연이의 은밀한 부위가 허리에 닿으며 그런 것으로 불로 지지는 것처럼 화끈거렸다.
하연이 엉덩이에 손이 닿지 않게 업고 하린이네 집까지 걸어가려고 하자 땀이 억수같이 흘렀다.
가뜩이나 왼팔 힘이 약한 상태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업자 무게가 오른팔에 몽땅 쏠리며 힘이 배나 들었다.
하린이네 집까지 3분의 1쯤 남은 상태에서 이러다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양손을 잡고 엉덩이를 받쳤다. 그러자 양팔에 무게가 분산되며 업을 만해졌다.
대신 하연이의 탱탱한 엉덩이가 손과 손목에 생생하게 느껴지며 자꾸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려 했다. 절대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에 피가 나오도록 혓바닥을 깨물었다.
‘윽!’
혀가 잘리는 고통에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는 건 간신히 막았지만, 머릿속에 하연이의 가슴과 은밀한 부위가 자꾸 그려졌다.
‘미친 거 아니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하린이야. 하연이는 하린이 동생이라고. 대체 왜 이러는 거야?’
“팔 많이 아프지?”
“아.아니야. 괘.괜찮았어.”
“그렇다면 다행이고. 오늘 고생 많았어. 조심해 들어가. 도착하면 전화하고.”
“알았어.”
하린이는 내 왼팔이 몹시 걱정됐지만, 괜찮다고 하자 더는 묻지 않았다. 다친 왼팔이 많이 불편했지만, 절대 다친 티를 내지 않았다.
기댈 곳 없는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이 얕잡아보고 달려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 아프고 힘들어도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다.
하린이도 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잘 알기에 왼팔을 다쳤다는 것을 잊어버린 척 행동했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감싸주고 챙겨주는 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때로는 모르는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행동하는 것도 상대의 트라우마를 건들지 않는 특급 배려였다.
♩♪♩♪♬~ ♩♪♬♩♪~
“왜 이렇게 늦었어?”
“운동장 가볍게 몇 바퀴 돌고 왔어.”
“술 먹고 운동하지 마. 몸에 나빠.”
“알았어. 다음부터 안 그럴게.”
술 먹고 뛰는 게 심장이 나쁘다는 걸 몰라서 뛴 게 아니었다. 이대로 집에 가면 하연이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질 것 같아 잊기 위해 숨이 멎을 만큼 죽도록 달린 것이었다.
“오빠 많이 불편할 거 알면서 안 된다고 할 수 없었어. 미안해.”
“아니야. 나는 괜찮아.”
“하연이가 집에 오면 오빠 옷도 편하게 입을 수 없고, 사랑도 마음껏 할 수 없고, 내 가슴 만지기도 어렵잖아. 그러니 미안하지.”
“이사할 때까지 5~6개월 참으면 돼. 나 참는 거 잘해.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하아. 나는 오빠에게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데, 항상 잘해주고... 고마워.”
“아니야. 내가 고마워. 진심이야.”
고마움을 모르면 사랑도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고마워해야 아낄 줄도 알고, 소중한 줄 알고, 행복한 줄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작은 것도 항상 고맙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내 모습에 하린이도 전염됐는지 나처럼 사소한 것에도 고맙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오늘은 자고 내일 아침 일찍 갈게. 술을 마셨더니 졸음이 밀려와서 참을 수가 없어. 오빠도 좀 자. 그동안 잠 못 잤잖아.”
“그럴게.”
“잘 자!”
“어. 너도 잘 자!”
하린이가 말한 것처럼 며칠 동안 잠을 거의 자지 않아 오늘은 푹 잘 생각으로 캡슐에 누웠다.
그러나 마음만 그럴 뿐 잠은 오지 않고 정신은 점점 더 또랑또랑해졌다. 10분간 뒤척이다 도저히 잘 수 없어 게임에 접속했다.
게임 시간으로 새벽 1시, 몬스터를 사냥할 수도, 독 가시나무를 키울 수도 없어 훈련용 칼을 들고 연무장으로 내려가 칼을 휘둘렀다.
게임 시간으로 2달 넘게 내려치기와 베기, 찌르기를 연습하자 눈에 띄게 동작이 깔끔해졌다.
처음에는 칼을 휘두르면 몸이 끌려가 균형을 잃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끊고 맺음이 명확하지 않아 연환 동작이 매끄럽지 못했다.
칼을 따라 몸이 휘청거리는 수준으로 옆에서 지켜보면 우스꽝스러운 광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기초가 탄탄해지자 리히테나 검술의 삼연격과 바람 가르기가 빠르게 간결하게 이어졌다.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모두 니콜라스 경 덕분입니다.”
“아닙니다. 영주님이 노력한 공입니다.”
영지에서 유일하게 존대하는 NPC가 니콜라스였다. 나이와 연륜, 실력, 지위를 생각하면 부하라고 해도 말을 놓을 수 없어 만난 지 세 달이 다 돼갔지만, 여전히 존댓말을 사용했다.
“이제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삼연격과 바람 가르기, 불새, 리히테나 검술 마스터를 전수해 드리겠습니다.”
“벌써요? 이제 겨우 흉내만 내는 수준입니다.”
“아닙니다.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렇지만...”
“완벽히 준비된 사람은 세상에 없습니다. 계속 노력하고 연구하며 완벽에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 준 남작 니콜라스가 모모 남작님께 리히테나 검술 삼연격을 전수했습니다.
- 준 남작 니콜라스가 모모 남작님께 리히테나 검술 바람 가르기를 전수했습니다.
- 준 남작 니콜라스가 모모 남작님께 리히테나 검술 불새를 전수했습니다.
- 준 남작 니콜라스가 모모 남작님께 리히테나 검술 마스터를 전수했습니다.
- 모모님은 유저 중 처음으로 NPC에게 스킬을 전수받았습니다. 위대한 노력에 대한 보답으로 업적 100,000점과 평판 100,000점을 드립니다. 축하합니다.
액티브 스킬
(전승)삼연격 초급 달성 : 빠르게 3번 찌름, 근거리 공격력×1.15 데미지
추가 물리 데미지 첫 번째 30, 두 번째 60, 세 번째 120
(전승)바람 가르기 초급 달성 : 30m 거리를 빠르게 이동해 상대를 찌름
근거리 공격력×1.15 데미지, 방어력 무시
(전승)불새 초급 달성 : 근거리+원거리+마법 공격력 × 1.15 데미지
반경 10m 피해, 화상 확률 15%, 2초마다 30 데미지
패시브 스킬
(전승)리히테나 검술 마스터 초급 달성 : 공격속도, 이동속도 15% 증가
- 리히테나 검술 마스터를 배워 패시브 스킬이 6개가 됐습니다. 한 개를 삭제해야 합니다. 어떤 스킬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리히테나 검술은 전승 스킬이라 패시브 스킬과 구별되기를 내심 기대했는데, 전승 스킬도 일반 스킬과 같은 그룹에 속하는지 스킬 하나를 삭제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 방패의 힘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맞으면 ‘예’, 틀리면 ‘아니오’라고 말해주세요.
“예.”
- 방패의 힘 스킬이 영구히 삭제됐습니다.
고심 끝에 나와 파티원의 방어력을 높여주는 방패의 힘을 삭제했다. 막기 확률을 높여주는 방패 막기를 삭제할까 고민했지만, 사이먼의 홀리메탈 원형 방패는 게임을 접을 때까지 무조건 사용해야 해 방패의 힘을 삭제했다.
“영주님, 이걸 받으십시오.”
“이게 뭡니까?”
“로만 리히테나 경의 일기장입니다.”
“아니 이런 귀중한 걸 왜 제게 주십니까?”
“저는 이제 나이가 들어 필요가 없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읽어보십시오.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일기에 보면 로만 리히테나 경이 여행한 장소에 관한 내용도 있습니다. 리히테나 검술 후반부를 찾기 위해 아틸라 제국에 있는 장소는 모두 돌아다녔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남은 건 검은 오크 왕국에 두 곳, 엘프 왕국 한 곳입니다. 기회가 되면 꼭 가보십시오.”
“오크 왕국과 엘프 왕국을 가보라고요?”
“영주님, 리히테나 검술의 후반부를 꼭 찾으셔야 합니다. 로만 리히테나 경은 아란테스 대륙 최초의 하이 마스터였습니다. 그분의 빛나는 업적을 재현하려면 후반부 검술을 꼭 찾아야 합니다. 제 평생소원이기도 하지만 영주님께 큰 힘이 되어줄 겁니다. 꼭 찾으십시오.”
로만 리히테나는 1,300년 전 마스터 오브 마스터, 하이 마스터, 그랜드 마스터라 불렸던 희대의 검객으로 리히테나 검술을 창안한 위대한 검객이었다.
그러나 로만 리히테나가 사라지며 후반부 검술도 함께 사라져 반쪽짜리 검술로 전락해 지금은 아틸라 제국 100대 검술에도 들지 못했다.
또한, 니콜라스 경에게 리히테나 검술을 전수한 황립 검술 아카데미 교장 앨프레도 허턴도 20년 전 세상을 떠나며 배운 사람이 니콜라스 경과 나, 아더, 아서 형제 이렇게 4명밖에 남지 않아 이대로 간다면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있었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찾겠습니다.”
- 하이 마스터 로만 리히테나의 일기장을 습득했습니다.
하이 마스터 로만 리히테나의 일기장
등급 : 소모 아이템
로만 리히테나는 최고의 검객이 되기 위해 뛰어난 고수들을 찾아 비무를 벌이며 아란테스 대륙 곳곳을 누볐다. 일기장은 로만 리히테나가 그때 받은 영감과 여행에서 일어난 일을 적어 놓은 것이다.
내구도 : 100/100
사용 제한 : 유저 전용
특이 사항 : 일기장을 100번 정독하면 근력과 순발력 5, 공격력 200 영구히 상승
(100번 정독 후 일기장 영구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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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