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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108화 (108/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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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라고 쓰고 상술이라 읽는다.

108. 사기라고 쓰고 상술이라 읽는다.

“건배!”

짠짠짠

“캬하아~ 좋다. 오빠,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요. 하도 나쁘다고 노래를 불러서 숨도 못 쉴 줄 알았는데, 냄새도 없고 깨끗하네요.”

“언니가 청소해서 그래.”

“한 깔끔 떨긴 하죠. 제 방도 가끔 언니가 치워주니까요.”

“음식도 잘 만들어. 덕분에 언니 만나고 1kg이나 쪘어.”

“언니는 엄마 닮아서 살림도 잘하고 공부도 잘해요. 그런데 저는 주워왔는지 활 쏘는 것 빼고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

“뭐든지 하나만 잘하면 돼. 다 잘할 필요 없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호호호호.”

하연이가 하린이보다 못해서 신세 한탄을 하는 게 아니었다. 칭찬받고 싶어서, 관심받고 싶어서 일부러 그런 것이었다.

이럴 땐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정답이었다. 배고프다고 아이가 칭얼대는데 칭얼댄다고 나무라는 건 아이한테 도움이 안 됐다.

원하는 걸 들어주고 그다음 잘못된 부분을 말해줘야 했다. 그래야 배고픈 아이도 말을 들었다.

“자료 보냈어요.”

“벌써?”

“제가 시키는 일은 잘하거든요.”

“비서로 삼고 싶을 만큼 일 정말 잘한다. 대단해.”

“오빠가 원하면 언제든 비서가 되어드릴 수 있어요.”

“그럼 나야 고맙지만, 하늘 같은 처제를 비서로 부려먹을 순 없지. 지금도 미안할 만큼 많이 도와주는데.”

“그 일 엄밀히 따지면 오빠 일이 아니라 언니 일이에요. 당연히 제가 해야죠. 그리고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고요. 오빠, 이 기회에 정식으로 비서로 발령 내주세요. 제가 스케줄 관리부터 사소한 일정까지 모두 처리해드릴게요.”

“그래 주면 고맙지만, 스케줄 관리할 게 없어. 집에서 게임하고 운동하는 게 전부잖아.”

“지금은 그래도 영지가 커지면 달라질 거예요.”

“그럴까?”

“그럼요. 아주 바빠질 거예요. 그걸 대비해 오늘부터 제가 오빠의 정식 비서가 되어드릴게요.”

“학교는 어떻게 하고?”

“사이버 강의 신청해서 일주일에 한 번만 등교하면 돼요.”

“입시 준비도 해야 하잖아?”

“저 대학 안 갈 거예요.”

“왜?”

“간판 따려고 원하지 않는 대학에 가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요. 그 시간에 제가 하고 싶은 일 하면 살 거예요. 그게 저를 위해서나 부모님을 위해서나 이익이라고 생각해요.”

“부모님도 알고 계셔?”

“그럼요. 할아버지, 할머니, 큰 언니, 오빠, 하린이 언니도 다 알아요. 모르는 사람 없어요.”

“하연이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대학가지 않겠다고 부모님께 말했어. 아빠·엄마도 허락하셨고.”

“부모님이 너희 의견을 정말 잘 들어주시네. 그런 부모님 만나기 정말 어려운 거야. 항상 고맙게 생각해야 해.”

“하은이 언니와 오빠, 하연이 그리고 나 모두 아빠·엄마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

돈 많은 부모보다 이해심 많은 부모를 만나기가 백배는 어려웠다. 자식이 원하는 것을 다 사주는 것보다 자식의 말을 들어주고 고민해주는 일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처럼 부모 같지 않은 부모를 만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하린이와 하연이는 엄청난 복을 타고난 것이었다.

“언니 커플 캡슐 신청했지?”

“응.”

“예정대로라면 모레 도착이겠네?”

“그렇겠지.”

“그거 3인용으로 바꿔달라고 해.”

“3인용?”

“응.”

“3인용도 있었어?”

“아니.”

“그런데 어떻게 3인용으로 바꿔달라고 해?”

“(주)판타스틱에서 인스턴트 던전 기사 내보내고 유저들 항의가 엄청났어. 그건 알고 있지?”

“당연히 알지. The Age of Hero 홈피 계속 다운되고, 유저들이 본사까지 몰려가서 시위한다고 뉴스에도 나왔으니까. 그런데 환인이 인스턴트 던전 2인 이상 입장은 절대 바꿀 수 없다고 ㈜판타스틱에서 발표했잖아. 아니었어?”

“맞아. 하지만 그 발표 가짜야. 캡슐 비싸게 팔아먹으려고 거짓말한 거였어.”

“정말?”

“응.”

“그러면 사기잖아?”

“내일 아침 (주)판타스틱에서 환인이 유저들의 요청을 들어줬다고 발표할 거야. 그러면 사기라고 우길 수도 없잖아. 입증한 증거가 없으니까.”

“3인용은 얼마에 파는데?”

“3억5.000만 원.”

“2인용이 2억 원인데, 3인용이 3억5,000만 원이면 5,000만 원이나 더 받아먹는 거잖아. 그건 상술이 아니라 사기잖아?”

“기업이 언제부터 상술을 논했어? 돈만 벌면 장땡이지.”

기업의 본질은 이윤추구다. 경영과 생산 활동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판타스틱의 3인용 캡슐 판매는 기업의 목적에 부합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과거 기업이 이윤 추구가 경영 활동의 전부라고 생각하던 시절 얘기였다.

과거 많은 기업이 환경 파괴와 뇌물 제공 등 불법적인 행위를 해서라도 기업의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

그러나 현대의 기업은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며, 공정한 경쟁, 적정한 이윤 추구, 공정한 분배를 통해 발전해야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일부 기업은 여전히 구시대적 더러운 폐단을 벗어나지 못한 채 소비자를 봉으로 알고 이윤 추구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얘기 어디서 들었어?”

“어둠의 상인.”

“너도 알 정도면 어둠의 상인 사이트에 가입한 상위 0.01% 유저들은 다 알고 있었다는 얘기네?”

“그렇지.”

“히어로 에브리 이용하는 유저는 모두 병신이네.”

“그래서 돈이 무서운 거야. 공짜로는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없으니까.”

하연이의 말에 따르면 ㈜판타스틱은 처음부터 3인용을 염두에 두고 인스턴트 던전 이벤트를 준비했다.

그래놓고 2인용 커플 캡슐만 판매한다고 선전하며 고의적으로 유저들을 열 받게 했다.

인스턴트 던전 입장이 가능한 캡슐을 판매하며 커플 캡슐로 한정한 건 혼자서 플레이하는 개인 유저에게 바가지를 씌우기 위한 지저분한 꼼수였다.

한 명이 사용하든 두 명이 사용하든 커들 캡슐이 있어야 인스턴트 던전에 입장할 수 있어 개인플레이를 주로 하는 유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커플 캡슐을 살 수밖에 없었다.

이와 함께 커플 캡슐이라는 이름으로 짝없는 기러기 유저들의 불만도 극대화시켰다.

일인용 캡슐을 판매하지 않는 불만을 커플 캡슐로 돌리기 위한 상술로 ㈜판타스틱과 투자사들은 직원들을 동원해 여론까지 자기들 입맛대로 조종했다.

이렇게 불만을 잔뜩 키워놓고 환인을 설득해 인스턴트 던전 출입이 가능한 3인용 캡슐을 출시한다고 발표하려는 것이었다.

그것도 가격을 대폭 올려 2억 원 하던 커플 캡슐을 3인용으로 키우며 3억5천만 원에 판매하는 극악한 짓을 했다.

그러면서 개인에게만 판매하는 것은 게임방을 이용하는 유저들에게 공평하지 못하다며 Hero 전용 게임방에도 판매하겠다고 발표할 예정이었다.

“게임비만 한 해 100조 원을 넘게 벌면서 그런 짓을 하다니 정말 양심도 없다.”

“버는 만큼 들어가잖아. 3억5천만 명이 한꺼번에 게임하려면 서버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고 유지비도 상상을 초월하겠지. 소문에 의하면 정부에서 원전 한 기를 ㈜판타스틱 본사전용으로 내줬다는 말도 있어. 그리고 이번 일 투자자들이 벌였다는 얘기도 있어.”

“한 해 100조 원이면 90%를 운영비로 쓴다고 해도 10조 원이 남잖아. 그러면 투자사 한 곳당 못해도 2,000~3,000억 원은 가져갈 거 아니야?”

“최대 주주인 박만수 박사가 게임을 상용화할 때 수익의 50%를 게임 발전 기금과 저소득 지원에 쓰도록 했어. 국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도. 그래서 생각만큼 수익이 많지 않다는 소문이야. 그리고 3년 동안 환인이 게임을 꽉 틀어쥐고 있어 투자자들이 원하는 만큼의 이익을 얻지 못했어. 이번 기회에 그걸 만회하겠다는 생각이겠지.”

㈜판타스틱은 The Age of Hero가 3억5천만 명의 유저를 끌어모으며 세계 최대의 게임회사를 넘어 최고의 글로벌 회사가 됐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박만수와 환인 때문에 버는 것에 비해 수익은 많지 않았다. 박만수는 최대주주라는 이점을 이용해 기금과 지원에 수익을 사용했고, 환인은 철저한 자기중심적 운영으로 ㈜판타스틱과 투자자들을 화나게 했다.

그러다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것이 투자자와 ㈜판타스틱을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과 부합되며 350만대가 선주문 되어 70조 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손에 쥐게 됐다.

하지만 쓰던 캡슐을 시세로 받고 차액만 현금으로 받아 실제 수익은 10%인 7조 원이었다.

이것만 해도 천문학적인 금액인데 투자자들은 조삼모사(朝三暮四)와 비견될 잔머리를 굴려 70조원을 122조5,000억 원으로 1.5배 넘게 뻥튀기했고, 수익률을 30%로 끌어올려 36조7,500억 원을 손에 거머쥐게 됐다.

박만수가 정한 규칙 때문에 18조3,750억 원은 사라지겠지만, 나머지 절반만 해도 최소 1조 원씩은 떨어지는 것으로 잔머리를 굴려 천문학적인 돈을 벌게 생겼다.

“커플 캡슐을 어떻게 3인용으로 개조해?”

“퀸 침대 크기라고 들었지?”

“어.”

“사실은 슈퍼 킹사이즈 침대였어. 안에 들어가는 건 일인용 3개를 달아서 연결만 해주면 되는 거라 어려울 게 없고. 그런데 나 같이 들어가도 되는 거지?”

“그건 상관없어. 그런데 너도 매일 여기 있으려고?”

“나도 인스턴트 던전 혜택 봐야지. 언니는 동생이 뒤처지길 원해?”

“그런 건 아니지만...”

“인스턴트 던전 들어갈 때만 올게. 그리고 초과분도 내가 내고. 그러면 됐지?”

“돈이 문제가 아닌데...”

“좋은 시간 많이 안 뺏을게. 그러니 허락해줘.”

“하아... 알았어.”

“고마워 언니!”

한숨을 내쉰 하린이가 뭘 걱정하는지 알았다. 그건 탈무드 이야기 중 버릇없는 낙타 이야기처럼 될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다.

상인이 낙타를 타고 사막을 횡단하던 중 모래바람을 만났다. 상인은 모래바람을 피하고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다.

상인이 텐트에서 쉬고 있자 낙타가 모래바람이 너무 심해 눈을 뜰 수가 없다며 머리만 텐트에 넣게 해달라고 했다.

상인이 허락하자 잠시 후 낙타는 머리만 텐트에 넣고 있어 목이 아프다며 목을 넣게 해달라고 했다.

그것도 허용하자 앞다리와 뒷다리를 넣게 해달라고 했고, 마지막엔 몸까지 텐트에 들어갔다.

결국, 상인은 좁은 텐트에서 밀려나 밤새 모래바람을 맞으며 잤고, 낙타는 텐트를 차지한 채 편안한 밤을 보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하연이가 지금은 인스턴트 던전 들어갈 때만 원룸에 온다고 했지만, 차츰 시간이 늘어나 아침부터 밤까지 같이 있게 될까 봐 그걸 걱정하는 것이었다.

동생과 같이 있는 건 문제가 될 게 없지만, 그렇게 되면 나와 사랑을 나눌 수 없었다.

방이 두 개면 하연이 몰래 사랑을 나눌 수도 있겠지만, 원룸은 좁은 화장실 빼곤 숨을 공간이 없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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