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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107화 (107/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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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107.

“하린아, 다현이에게 아리, 진아, 선아, 주하에겐 담판을 지을 거란 말도, 소송을 걸 거란 말도 하면 안 된다고 말해. SUN 엔터테인먼트 사장과 이은택에게 연락할 수도 있어. 그리고 민지, 수영, 연아에게도 가족은 물론 지인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하고. 조만간 눈치 채겠지만,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해.”

“알았어.”

“사장과 담판 지을 때도 선배 경호회사 직원들하고 같이 가야 한다는 것도 말하고.  이은택이 사람을 보낼 수도 있어.”

“그것도 말할게.”

“그리고 하린이 네가 알아둬야 할 게 하나 있어.”

“뭔데?”

“이은택을 찍어내는데 이번 일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는 거.”

“하아. 알았어.”

이번 일을 잘만 활용하면 이은택을 영원히 매장시킬 수 있었다. 또한, 정이슬의 이름도 언론에 흘려 과거 행적들을 낱낱이 파헤치게 해 다시는 못된 짓을 하고 다닐 수 없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하린이를 위협하던 둘이 동시에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친구 다현과 민지, 수영, 연아를 이용하는 것으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하린이가 한숨을 내쉰 건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우리가 계획하고 만든 게 아니었다. 우연히 그렇게 된 것으로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를 살포시 얻는 것뿐이었다.

하린이가 다현이와 통화하는 사이 밖으로 나가 군대 있을 때 상사로 있다 전역한 선임에게 전화했다.

내가 다치기 전 전역한 선임으로 특전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우수한 병사로 소문이 자자했고 인간성도 매우 뛰어나 따르는 후배가 많았다.

내 군대 롤 모델이라고 해도 될 만큼 실력과 인간성을 두루 갖춘 선임으로 군대에서 유일하게 존경한 선배였다.

그러나 불명예제대를 했다. 대대장이 무리한 훈련을 강행시켜 병사 한 명이 죽고, 두 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대장은 문책을 피하려고 부사관들을 다그쳤고, 아끼는 후배들이 억울한 누명을 쓴 채 과중한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 놓이자 상사님은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전역했다.

후배들이 다칠 것을 가슴 아파해 군대에서 가장 치욕적인 불명예제대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러나 뻔뻔한 대대장은 로비를 통해 다음 해 연대장으로 진급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군대나 사회나 힘 있는 놈은 죄를 지어도 승승장구했고, 양심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한 사람은 언제나 손해를 봤다.

그 선임이 제대한 지 6개월 후 부대로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내게 조용히 명함 한 장을 주고 갔다.

[독수리 특급 경호회사]

1공수 특전여단 마크 독수리를 경호회사 이름으로 쓴 선배는 종로 1가 구석진 골목길 3층에 작은 간판을 내걸었다.

낡은 건물에 집기도 몇 개 없었지만, 직원들은 모두 특전사 출신 베테랑들로 실력은 큰 회사보다 절대 못 하지 않아 영업이 그런대로 괜찮게 됐다.

명함을 준 건 전역하면 찾아오라는 뜻이었다. 나를 좋게 봐 준 것으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휴가 때 몇 번 찾아가서 소주도 한잔했다.

그러나 팔 다친 이후론 연락을 끊었다. 이런 팔로 찾아가는 건 신세 지겠다는 소리밖에 안 됐다.

죽으면 죽었지 남에게 신세 지고 살고 싶진 않았다. 그건 나를 버린 부모에게 지는 것이었다.

“단결. 저 형필입니다. 상사님.”

“오랜만이다. 팔 다쳤다는 소리 들었는데 연락 없어서 서운했다.”

“죄송합니다.”

“이제 마음 정리한 거냐?”

“아닙니다.”

“그래? 그럼 무슨 일로 전화한 건데?”

“일 좀 의뢰하려고 연락드렸습니다.”

“어이고 손님이셨군요.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그러시면 다른 곳에 의뢰하겠습니다.”

“반가워서 농담 좀 했다. 무슨 일인데 그래? 미리 얘기하지만, 사람 뒷조사나 치정 문제는 돈을 억만금 줘도 절대 안 한다. 부탁하지 마라.”

“그런 일 아닙니다. 경호 부탁하려 연락드렸습니다.”

“누구?”

“히어로걸스라고 아십니까?”

“알지. 연예인 경호도 몇 번 했으니까.”

“그중에 다현과 민지, 수영, 연아를 보호해주셨으면 합니다.”

“무슨 일인지 알려줄 수 있어?”

“자세한 얘기는 내일 점심때 찾아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종로로 가면 됩니까?”

“그때 그 건물이야.”

“알겠습니다. 단결.”

“야! 제대한 지 언젠데 아직도 단결이야? 그리고 그놈의 듣기 싫은 단결이란 말 입에 담지도 마. 생각만 해도 열이 뻗치니까.”

“알겠습니다.”

군대 갔다 온 남자들은 오줌도 부대 방향으로 싸지 않는다고 할 만큼 군대라면 치를 떨었다.

직업군인도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좋은 기억만 가득하다면 그러지 않겠지만, 나나 상사님처럼 억울하게 쫓겨난 사람은 군대를 떠올릴 때마다 서운함과 아픔, 분노가 뼛속까지 치밀었다.

“가능하대?”

“개인 경호원은 회사 규정에 없어서 상관없대. 그런데 돈 없다고 싫다고 했어. 그래서 내가 해준다고 했더니 신세 지는 거 싫다고 거절하는 거야. 그래서 빚으로 달아놓는다고 하고 억지로 하기로 했어.”

“잘했어. 그럼 나 내일 종로에 갔다 올게.”

“나도 같이 가.”

“혼자 가도 돼.”

“오랜만에 같이 나들이 좀 하자. 나간 김에 맛있는 것도 먹고.”

“그렇다면 당연히 같이 가야지.”

“데이트할 거 생각하니까 기분 너무 좋다. 고추 빨아줄게. 누워.”

“데이트에 대한 대가야?”

“응. 대가성이라 싫어?”

“빨아주는 건 좋은데, 대가성이라고 하니까 히어로걸즈 생각나서 기분이 별로인데.”

“우리하고 걔네하고 같아?”

“아니.”

“그러면 고맙게 받아. 어디서 비교야.”

“네가 하고 싶어서 핑계 대는 거 아니야?”

“맞아.”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어. 대낮부터 하자고?”

“하고 싶을 땐 밥 먹다가도 상 엎고 하는 거야. 시간을 왜 따져?”

“상을 엎고 한다고? 그런 얘기는 또 어디서 들었어?”

“TV와 인터넷에 넘쳐나는 게 그런 말이야. 초등학생도 다 아는 말이고.”

“TV와 인터넷이 애들 다 버려놨구나.”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어서 누워. 밤새 생각해둔 거 있어. 오늘 그거 시험해볼 거야.”

“그래서 몸이 그렇게 달아 있었던 거야?”

“맞고 누울래? 아니면 그냥 누울래?”

“그냥 누울래.”

하린이 작은 주먹을 쥐고 흔들자 무섭기는커녕 귀여워서 미칠 것 같았다. 그러나 무서운 척해주지 않으면 앙칼지게 나올 수 있어 겁에 질린 것처럼 재빨리 팬티를 벗고 누웠다.

그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본 하린이 티셔츠와 반바지를 벗고 엉덩이를 내 얼굴에 들이밀며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은 고추를 오른손으로 꽉 잡았다.

“어때? 자극적이지?”

“죽인다.”

“큭큭큭큭.”

오늘 입은 팬티는 흐린 핑크색에 레이스가 달린 밑 트임 팬티인 갈라 팬티로 T팬티처럼 엉덩이는 끈으로 되어 있어 입어도 입은 것 같지 않은 아주 요상하고 섹시한 팬티였다.

갈라 팬티를 좌우로 잡아당기자 분홍색 귀여운 꽃잎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팬티를 찢고 싶은 욕망이 용솟음쳤다.

자극적인 갈라 팬티의 모습에 팬티를 찢고 꽃잎을 벌리고 고추를 뿌리까지 깊숙이 밀어 넣고 싶었다.

“하고 싶지? 도저히 못 참겠지? 하고 싶어서 미치겠지?

“그래. 하고 싶어 미치겠다. 미치도록 하고 싶다.”

“그럼 해. 빨리!”

“으으으으...”

쿵쿵쿵

“언니! 언니! 나야 하연이. 문 열어.”

갈라 팬티에 이성을 잃기 직전 누군가 문을 부술 것처럼 두드렸다. 그리고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연이가 집을 어떻게 알았어?”

“급한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한다고 알려달라고 하도 졸라서 말해줬어. 그런데 이렇게 불쑥 찾아올 줄은 생각도 못 했어.”

쿵쿵쿵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빨리 문 열어. 안 열면 문짝 부순다.”

“잠깐만 기다려.”

“빨리 열어~”

하린이 바지, 티셔츠를 후다닥 입고 문을 열자 커다란 봉투를 든 하연이가 문 앞에서 있었다.

“갑자기 웬일이야?”

“오빠 집 구경하러 왔지. 오빠 안녕.”

“어.어서와.”

“반갑지 않은 거예요?”

“아니야. 반가워. 집이 더러워서 그래. 미리 말하고 왔으면 청소라도 해 놓는 건데.”

“과연 그게 이유일까요? 다른 게 이유 아닐까요?”

“아.아무일도 없었어.”

“언니는 브래지어도 안 하고, 오빠는 티셔츠 거꾸로 입고, 머리는 마구 헝클어졌는데 아무 일도 없다? 그걸 지금 나보러 믿으라는 거야?”

“그.그게...”

“야. 브래지어는 불편해서 벗은 거야. 이상한 상상하지 마.”

“언제부터 언니가 브래지어가 불편하다고 벗었어? 집에서 꼬박꼬박 차고 있으면서. 오빠 앞에서만 불편한 거야?”

“다 알면서 그만해. 쫓아내기 전에.”

“히히히히. 오빠, 맥주 한잔 하러 왔는데 괜찮죠?”

“그럼. 괜찮고말고.”

하린이가 다현이와 전화하는 사이 볼일이 있다며 로그오프하고 나간 하연이는 슈퍼마켓으로 달려가 맥주와 오징어, 쥐포, 햄, 치즈, 과자 등을 잔뜩 사 들고 우리 집으로 쳐들어왔다.

치이익

“오빠, 이거 드세요.”

“고마워.”

치이익

“언니도 마셔.”

“미성년자가 술은 어떻게 샀어?”

“언니 민증으로 샀지.”

“내 민증? 그걸 네가 왜 가지고 다녀?”

“술과 담배사려면 있어야 하잖아.”

“이게 정말 못하는 짓이 없네. 미성년자가 술을 왜 마셔? 거기다 담배까지?”

“언니도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마셨잖아.”

“그건 할아버지와 아빠가 준 걸 마신 거지 너처럼 사 먹진 않았어. 그리고 담배도 산적 없어.”

“나도 자주 마시는 건 아니야. 내방에서 가끔 맥주 한잔 한 거야. 그리고 담배는 친구들 몇 번 사준 게 전부고.”

“그 말을 믿으라고?”

“냄새 맡아보면 알잖아. 그리고 언니 민증 훔친 건 3개월밖에 안 됐어. 그동안 사면 얼마나 사겠냐?”

“방귀 뀐 년이 성낸다고 언니 민증 훔치고 되레 큰 소리네.”

“이해해주삼.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으면 언니 민증 훔쳐서 술을 사 먹겠어.”

“야. 고민이 있으면 언니에게 말해야지 술을 왜 혼자 먹고 있어.”

“말이 그렇다고 거지 그걸 또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네. 고지식하기는.”

“죽고 싶어?”

“사랑해 언니!”

술도 음식이었다.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나이가 몇 살이든 마셔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하연이 나이 19살이었다. 5월이 생일이라 한 달 조금 더 남았을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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