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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시대-101화 (10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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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101. 세라

하연은 우리에게 쓴소리를 하면서도 비칠비칠 뒤로 물러서는 타야르를 향해 얼음 화살을 쉬지 않고 퍼부었다.

오른쪽 다리와 어깨가 완전히 망가지자 죽음의 공포에 빠진 타야르가 세라를 지키라는 릴리트의 명령도 잊은 채 겁에 질려 뒷걸음질을 쳐댔다.

군단장 타야르는 70레벨 보스 몬스터지만, 인큐버스와 인간 여성의 몸에서 태어난 캠비온이라 강력한 한 방 스킬이 없었다.

광역 공포 주문 악몽의 그물과 참회의 일격이 놈이 가진 최고의 스킬로 이것이 통하지 않자 자신감을 잃고 급격히 무너졌다.

“세라님이 이곳에 갇힌 건 내 잘못이 아니야. 나는 아무 잘못도 없어. 세라님 시중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릴리트님의 저주에 걸려 이곳에 10,000년 동안 갇혀 있었어. 나도 바깥세상에서 마음껏 활개 치며 살고 싶어. 나도 남들처럼 가정도 꾸리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살려줘.”

“세라를 데려간 걸 릴리트가 알면 안 돼. 미안하지만, 죽어줘야겠어.”

“살고 싶어. 살고 싶... 으아악.”

- 파티원 모모님이 몽환의 신전 경비대장 70레벨 보스 몬스터 캠비온 군단장 타야르를 사냥했습니다.

- 파티원 모모님이 업적 233포인트와 평판 233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업적 233포인트와 평판 233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연님이 업적 233포인트와 평판 233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체력 프라나를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 파티원 하린님이 레어 아이템 캠비온 군단장의 강철 반지를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살려달라고 비는 타야르의 미간에 사이먼의 홀리메탈 블레이드를 깊숙이 찔러 넣는 것으로 3시간이 넘는 긴 전투가 끝났다.

“오빠, 캠비온들 죽기 전에 빨리 흡혈해.”

“알았어.”

뒷정리를 하린이와 하연이에게 맡기고 광장을 돌며 숨이 끊어지지 않은 캠비온의 피를 빨았다.

첫날 하린이와 레이첼, 아라치의 피를 빨 때만 해도 이 짓을 계속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피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갈 때마다 세상 그 어떤 음료수보다 맛있고 달콤했지만, 팔을 물 때마다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인지 착잡하기만 했다.

사람 피를 빠는 건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이라면 미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짓으로 이러다 내가 미치는 건 아닌지 걱정까지 했다.

그러나 며칠 지나자 점점 익숙해지며 걱정과 착잡함은 희미해져갔고, 하연이가 추가된 후론 피 빠는 시간이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자괴감과 걱정은 망각의 강을 건너 사라졌고, 숨이 경각에 달린 캠비온의 피를 빨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잔인한 수준까지 발전했다.

- 흡혈 스킬 초급을 마스터했습니다. 축하합니다.

흡혈(중급 2/500) : 흡혈 당한 상대 1시간 동안 모든 능력 50% 하락(무기력증)

무기력증과 상처 치료 불가, 피를 빨린 상대가 여성일 때 호감도 상승

30분간 공격속도와 이동속도 10% 증가, 흡혈한 상대의 공격력 10% 차용

게임 시간으로 흡혈 스킬 초급을 마스터하는데 6개월은 걸린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서큐버스 세라의 유배지 몽환의 신전을 발견하며 순식간에 초급을 마스터했다.

그러나 기쁨보다 착잡함과 죄책감이 컸다. 현실이 아닌 게임이고, 스킬이 그래 어쩔 수 없이 한 짓이었지만, 피를 빨아 상대를 죽이는 건 절대 유쾌한 짓은 아니었다.

“오빠, 이거 착용해.”

“뭔데?”

“타야르 잡고 먹은 반지야.”

캠비온 군단장 타야르의 강철 반지

등급 : 레어

캠비온 군단장 타야르는 세라의 직속 부하로 장래가 촉망받는 젊은 지휘관이었다. 그러나 밤의 여왕 릴리트가 딸 세라를 몽환의 신전에 가두며 세라를 지키라는 명령을 받고 함께 갇히게 됐다.

내구도 : 100/100

공격력 : 50

생명력 : 200

근력 : 2

착용 효과 : 근거리 공격력 10% 상승

착용 제한 : 없음

하린이에게 아이템을 다 밀어준다고 했는데, 강철 반지 스탯이 근력 2였다. 궁수에겐 큰 쓸모가 없는 스탯으로 어쩔 수 없이 내가 사용해야 했다.

“체력 프라나는 네가 먹어.”

“몸빵하는 오빠가 먹는 게 맞아.”

“그래도...”

“오빠가 몬스터를 막지 못하면 나와 하연이는 죽은 목숨이야. 그러니 어서 먹어.”

“알았어.”

입구에서 캠비온 정예를 잡고 구한 고급 아이템 강철 반지는 스탯이 체력 1이었고, 전에 끼던 큰 주먹 자이언트 판다의 대나무 반지는 힘 1로 사용할 사람이 없어 팔아야 했다.

체력 1 반지는 300만 원은 받을 수 있고, 힘 1 반지는 이보다 비싼 450만을 받을 수 있었다.

목걸이와 반지는 공격력이 붙어 무기 다음으로 비쌌고, 유저 중 절반 이상이 힘 스탯을 사용하는 전사와 기사 타입이라 체력 반지보다 힘 반지가 1.5배 더 비쌌다.

“어떻게 깨우지?”

“오빠 무기가 악마형 몬스터에는 가장 상극인 홀리메탈이잖아요. 릴리트가 만든 결계도 부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다 안에 있는 여자애가 다치면?”

“그거야 어쩔 수 없죠. 운명에 맡겨야죠.”

하연이 말이 맞았다. 수도에서 고위 신관 NPC를 데려올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고민해봐야 답이 없었다.

환인이 OK 하면 세라를 무사히 결계에서 빼내는 것이고, 환인이 NO 하면 세라는 다시 못 보는 것이었다.

하린과 하연을 뒤로 물러서게 한 다음 원형 방패로 얼굴과 가슴을 가린 후 사이먼의 홀리메탈 블레이드를 살며시 붉은빛에 찔러 넣었다.

찌지지지직

붉은빛과 홀리메탈 블레이드가 닿자 스파크가 일어나며 블레이드를 밀어내려 했다. 팔에 힘을 주고 좀 더 강하게 밀어 넣자 스파크가 더욱 심해졌다.

“오빠, 괜찮아?”

“괜찮아.”

“위험하면 바로 물러서.”

“알았어.”

스파크가 일어나자 놀란 하린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괜찮으냐고 물어왔다. 고개를 돌려 괜찮다고 대답하며 힐끗 하연이를 봤다.

하연이도 내가 다칠까 봐 걱정이 많이 되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하연이를 쳐다본 행동을 자책하며 신경질적으로 블레이드를 밀어 넣었다. 그러자 불꽃이 방패와 갑옷에 튀었다.

탁탁탁탁탁

시간을 끌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블레이드를 횡으로 틀어 붉은빛을 빠르게 한 바퀴 돌며 잘랐다.

우우우우웅

붉은빛을 정확히 가로로 자르자 제단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흔들렸다. 제단이 흔들리자 붉은빛이 사라지며 나체의 소녀 세라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재빨리 뛰어올라 세라를 품에 안고 제단을 내려왔다. 하린, 하연과 함께 50m쯤 물러나자 제단이 먼지처럼 부서져 내렸다.

- 10분 후 몽환의 신전이 사라집니다. 10분 안에 탈출하지 못하면 사망합니다.

하린이가 인벤토리에서 후드 로브를 꺼내 벌거벗은 소녀를 감싸자 신전이 사라진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세라를 안은 채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 몽환의 신전을 빠져나오자 지진이 난 것처럼 섬 전체가 흔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석조건물이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며 주저앉았다.

“오빠, 던전으로 남아 있었다면 흡혈 스킬을 올해 안에 특급까지 마스터할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아깝네요.”

“초급 마스터한 것만 해도 만족해.”

“이런 기회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해.”

“기회가 생겼을 때 욕심을 부려야죠.”

“부리고 싶어도 부릴 수도 없는 상황이잖아. 그리고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하고.”

신전이 던전으로 계속 남아 있기를 기대했지만, 그건 너무 큰 욕심이었는지 세라를 구하자 신전도 생명을 다하고 사라졌다.

하연이가 말한 것처럼 정말 아까웠다. 그러나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불렀다. 만족할 줄 알아야 나도 행복하고 내 주변 사람도 행복했다.

그렇다고 욕심이 없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었다. 욕심이 있어야 발전도 있었다. 문제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당한 선을 찾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용(中庸)의 도(道)를 지키는 건 매우 어렵고 힘든 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위인들도 이 선을 지키지 못해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오빠, 세라 깨어나기 전에 복종의 족쇄를 채워야지.”

“알았어.”

손끝을 이빨로 깨물어 복종의 족쇄에 피 한 방울을 떨어뜨린 후 잠든 소녀의 목에 채웠다.

이름은 바꿀 필요가 없어 세라라고 부르자 복종의 족쇄에서 파란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노예 시장 점원 NPC가 말한 것과 달리 파란빛이 몸을 감싸지 않고 복종의 족쇄에서만 파란빛이 맴돌다 사라졌다.

“엄마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서 안 되나 보네.”

릴리트는 아담의 첫째 아내이자 신이 아담과 함께 빛은 최초의 인간 여성이었다. 신이 빚은 인간이 우리처럼 평범할 순 없었을 것이다.

“그럼 마법 족쇄라도 채워놔. 난동부리지 않게.”

“그래야지.”

신장 160cm에 빨강 머리카락이 엉덩이까지 길게 내려온 세라는 만화책을 찢고 나온 주인공처럼 귀엽고 깜찍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밋밋한 가슴과 볼륨 없는 몸매는 남자를 유혹하는 관능적인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서큐버스가 맞는지 의심마저 들게 했다.

여전히 깊은 잠에 취한 세라의 목에 마법 족쇄를 채운 후 대나무 뗏목을 타고 영주성으로 돌아왔다.

이름 : 세라

나이 : 10,133살

종족 : 서큐버스

계급 : 릴리트 성의 공주

직책 : 유배된 죄인

특기 : 환몽

충성심 : 0

성격 : 교활하고, 고집 세고, 4차원적임

레벨 : 60(보스)

상태 : 모모 레오 남작의 포로(마법 족쇄로 인해 모든 능력 봉쇄)

특급 마법 족쇄를 목에 채운 후 영지 인물 간파를 사용하자 세라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이 눈앞에 나타났다.

나이가 1만 살이 넘었지만, 환몽의 신전에 1만 년 넘게 감금된 걸 고려하면 나이가 100살도 안 되는 것으로 악마치고는 매우 어린 나이였다.

인간은 수명이 100년도 안 됐지만, 악마는 최소 5,000년부터 무한한 놈까지 인간과는 비교도 안 되게 길어 1,000살은 넘어야 어른으로 쳤다.

악마 서열 7위의 릴리트의 딸이라 아무리 낮아도 레벨 70은 넘는 보스 몬스터라고 생각해 상점에서 파는 가장 비싼 마법 족쇄를 사 왔다.

특급 마법 족쇄는 70레벨 보스 몬스터까지 구속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족쇄로 금화 16개(20% 할인 된 가격), 현금으로 1,600만 원이나 했다.

그러나 게임 시간으로 1개월을 버티지 못해 그 안에 세라를 내 편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면 생돈을 또 날릴 수도 있었다.

다행히 태어난 지 100년밖에 안 된 애송이라 레벨이 60밖에 안 돼 3개월은 버틸 수 있어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었다.

“악마는 박쥐 모양의 날개가 등에 달렸고, 머리에는 기다란 뿔이 난 줄 알았는데, 세라는 저희와 모습이 같네요.”

“날개와 뿔 얘기는 어디서 들었어?”

“어릴 적 할머니가 얘기해 주셨어요.”

“그런 악마도 있고, 더 흉측한 모습도 있고, 세라처럼 인간하고 똑같은 모습도 있어. 종류가 아주 다양해.”

“영주님은 악마를 많이 만나보셨어요?”

“아니. 세라가 처음이야.”

“그럼 모두 책에서 보신 거예요?”

“어. 그러니 너도 책 열심히 읽어.”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는 단어가 많지 않아서 너무 어려워요.”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어. 열심히 노력해야 얻어지는 거야.”

“저도 알아요.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읽고 있어요.”

============================ 작품 후기 ============================

100회 감사 댓글 남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재미있는 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__)(--)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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