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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형제애
95.
“이은수 캐릭명은 어떻게 알아내려고?”
“돈이면 귀신도 부리는 세상이에요. 어둠의 상인 사이트에 돈 주고 문의하면 하루 안에 알아낼 수 있어요.”
“그러다 하연이 네 이름이 그쪽에 넘어가면 어쩌려고 그래?”
“이 사이트는 신분을 알 수 없게 비밀번호로만 가입하는 사이트라 신상 털릴 일 없어요.”
“IP를 추적할 수도 있잖아?”
“저 그 정도로 단순하지 않아요. IP 추적을 차단하는 장치도 갖고 있어요. 어둠의 상인 사이트가 불법적인 자료가 많아 걸리면 끌려갈 수도 있어서 사이트에 접속할 때는 IP 추적 차단 장치를 켜고 접속해요. 저 머리 좋죠?”
The Age of Hero의 고급 정보를 팔아 막대한 돈을 버는 어둠의 상인은 유저가 알아내기 어려운 정보가 많아 ㈜판타스틱 운영진이 관리한다는 소문이 회원들 사이에 돌았다.
그리고 길드와 유저의 개인정보까지 다루고 있어 불법적인 요소가 매우 높았다. 이 때문에 사이트를 해외에 두고 수시로 도메인 주소를 옮기는 등 철저하게 회원제로만 운영했다.
“머리 좋은 애가 불법 사이트를 이용해? 걸리면 처벌받을 수도 있는데?”
“원래 머리 좋은 사람이 나쁜 짓 더 많이 해요. 그것도 뒤에서 사람들 모르게 은밀해. 킥킥킥.”
“대단하다. 허허허허.”
하린이가 집에 간 사이에 하연이와 전화기를 붙잡고 검은 오크 얘기를 하다가 이은택에 관한 얘기로 발전했다.
덕분에 이은수를 이용해 이은택을 골탕 먹일... 바라는 것은 그 이상으로 이 기회에 정이슬까지 완벽하게 처리하고 싶었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방법을 알아냈다.
“이은수 캐릭터 이름 알아내는데 얼마나 들어?”
“200~300만 원 하겠죠.”
“내가 줄게.”
“오빠, 저 상위 0.01% 유저예요. 제가 오빠보다 돈 많이 벌어요. 1년 지나면 완전히 역전되겠지만, 지금은 그래요.”
“알아. 그래도 이 일은 내 일야. 내가 내야지.”
“이게 어떻게 오빠 일이에요? 언니 일이죠. 오빠는 언니 만나서 피해만 보고 있잖아요. 돈을 달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돈을 낸다니 말도 안 돼요.”
“하린이 일이 내 일이고, 내 일이 하린이 일이야. 당연히 내가 내야지.”
“언니 말로는 이사하면 바로 결혼식 올릴 거라고 하던데, 정말 하는 거죠?”
“어.”
“그러면 결혼 선물로 알아봐 드리는 거로 하죠. 괜찮죠?”
“알았어.”
“누군 좋겠다. 매일 남자 품에 안겨서 자고. 하긴 지금도 매일 오빠 방에서 뒹굴고 있으니 지금도 좋겠네요.”
“하연이가 생각하는 그런 짓 안 해. 건전하게 게임만 해.”
“그런 짓이 뭔데요?”
“그.그게...”
“오빠 또 당황했다. 조금만 농도 짙은 농담을 하면 반응이 바로 오네. 순진하시긴. 큭큭큭큭.”
“.......”
처제가 형부에게 그런 말을 하면 당황하지 않을 형부는 세상에 없었다. 그리고 당황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오빠, 속일 걸 속이세요. 애들도 아니고 종일 붙어 있는데 게임만 한다는 게 말이 돼요?”
“안고 뽀뽀하는 정도야. 그 이상은 아니야.”
“저 19살이에요. 옛날 같으면 시집가서 애를 2~3명은 낳았을 나이에요. 아기 취급하지 마세요.”
“어쨌든 그... 그... 선을 넘진 않았어. 정말이야.”
“그게 뭐가 중요해요? 서로 사랑하면 당연히 하는 거지. 안 하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닌가? 오빠 몸에 이상 있어요? 설마 고자는 아니죠?”
“컥!”
“그렇잖아요. 우리 언니가 몸매가 빠지는 것도 아니고, 인물이 빠지는 것도 아니고, 성격은 거지발싸개 같지만, 연예인보다 잘나면 잘났지 못하지 않은데, 뽀뽀만 하고, 안기만 한다는 게 정상적인 남자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하루에 12번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데.”
“그.그게 내.내가 이사하면 하.하자고 했어.”
“왜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너무 초라해서.”
“그게 참는 이유의 전부에요?”
“어.”
“오빠 매너 짱이다. 근사한 첫날 밤을 위해 그걸 참다니 정말 멋진 남자네요. 하지만 여자들이 좋아하진 않겠네요. 여자는 너무 따지는 남자 싫어해요. 좋아 죽겠는데 그런 걸 왜 따져요. 불 싸지르고 봐야죠.”
“안 그래도 언니에게 매일 혼나고 있어. 너까지 그러지 마.”
“누굴 탓하겠어요? 오빠가 잘못한 건데.”
“맞아. 내 잘못이야.”
“그래도 언니가 부럽네요. 정말 아껴주는 남자를 만나서. 저도 오빠같이 여자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멋진 남자를 만나고 싶은데, 주변에는 다들 이상한 놈만 있으니... 저도 오빠에게 시집갈까요?”
“뭐라고?”
“농담이에요. 놀라기는. 큭큭큭큭.”
“그런 말 하면 당연히 놀라지.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오해할 수도 있어.”
“알았어요. 그래도 오빠 같은 남자 만나는 게 소원이라는 건 알고 계세요. 진심이니까.”
“.......”
안 그래도 첫 만남에서 하린이의 말에 자극받아 이상한 상상을 하며 온종일 고생했는데, 이번에는 하연이가 직접 몹쓸 상상력을 자극했다.
또다시 열이 올라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하린이가 없기에 망정이었지 있었다면 둘러댈 핑계를 찾느라 속이 바짝바짝 탔을 것이다.
“언니는?”
“엄마랑 같이 시장에 갔어요.”
“언제쯤 오는데?”
“1시간도 안 됐는데, 벌써 보고 싶으세요?”
“그런 게 아니라 조금 전에 했던 얘기해 주려고.”
“그건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알았어. 나는 이제 독 가시나무 씨앗이나 심으러 가야겠다. 언니 오면 그때 같이 들어와.”
“오빠,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응.”
“제 피는 왜 안 빠세요?”
“하루에 세 명이면 돼.”
“최소 세 명 아니에요? 언니에게 듣기론 그렇게 들었는데.”
“맞아. 최소 3명이야.”
“스킬 경험치 올리려면 많이 빨아야 하잖아요. 아니에요?”
“그렇지.”
“그러면 제 피도 빠세요. 3명으로 언제 중급, 상급을 올리겠어요. 한 명이라도 늘려야 시간을 단축하죠.”
칭호 스킬인 가짜 성자와 흡혈은 효과는 매우 뛰어났지만, 경험치를 올리기에는 아주 안 좋은 스킬이었다.
가짜 성자는 하루에 한 번밖에 쓸 수 없었고, 흡혈은 100명이든 200명이든 원하는 만큼 피를 빨 수 있지만, 소문나지 않게 조용히 빨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없어 경험치 올리기가 어려웠다.
둘 다 중급을 마스터하면 칭호도 업그레이드돼 무슨 짓을 해서라도 스킬 경험치를 쌓아야 했지만, 제약이 많아 기발한 아이디어가 없는 한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흡혈이라고 하면 될 것을 계속 빤다고 말하네. 그 말을 듣고 야릇한 상상하는 내가 이상한 건가? 아니면 계속 이상한 느낌이 들게 같은 말을 반복하는 하연이가 이상한 건가?’
“흡혈할 때 많이 아파.”
“괜찮아요. 오빠를 위해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어요. 우리가 남인가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가족인데 도와야죠.”
“안 그래도 되는데.”
“제가 하고 싶어서 그래요. 지금 접속할게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알았어.”
하연이 피를 빨지 않으려는 건 날카로운 송곳니를 살을 뚫을 때 생기는 지독한 고통에 힘들어할까 봐서가 아니라 흡혈 당한 상대가 여성이면 호감도가 오르기 때문이었다.
게임에서 호감도가 오른다고 현실에 무슨 문제가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게임 안에서 사랑을 나누면 실제 몸이 반응해 정액과 체액을 토해내기도 했다. 또한, 같이 사냥하다가 눈이 맞아 결혼한 커플도 수십만 쌍에 달했다.
정신은 몸을 따라간다. 그걸 알기에 하연이의 피를 빨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하얀 팔을 입에 들이밀며 어서 빨라고 재촉하자 빨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서 빠세요.”
“지금 하면 무기력증에 빠져 1시간 동안 움직이기도 힘들어. 밤에 하는 게 좋겠어.”
“저 오빠 피만 드리고 로그아웃하고 나갔다가 와야 해요. 엄마가 시킨 일 있거든요.”
“그래?”
“빨리 빠세요. 팔 아파요.”
“알았어.”
짧은 머리의 하린이가 선머슴 같다면, 긴 머리의 하린이는 천상여자였다. 그러나 머리 길이로 생긴 느낌 차이였지 성격은 둘 다 왈가닥이었다.
그리고 쌍둥이까지는 아니었지만, 정말 비슷하게 생겨 누가 봐도 자매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얗고 부드러운 하연이의 팔에 손이 닿자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다. 떨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천천히 입을 팔에 갖다 댔다.
그러자 싱그러운 체취가 코를 자극했다. 하연이의 체취가 코를 타고 뇌를 자극하자 부드러운 살의 감촉을 혀로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변태로 몰릴 수도 있었다. 처제의 팔을 깨물고 피를 빠는 것만으로도 돌아이 소리를 들을 판에 팔을 혀로 핥다니... 미치지 않고선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혀로 부드러운 살을 핥고 싶은 마음을 오른손으로 허벅지가 으스러지도록 비틀어 간신히 참았다.
입을 벌리자 날카로운 송곳니가 기다랗게 자라났다. 송곳니를 보면 겁을 집어먹을 만도 한데, 하연이는 신기한 물건을 보는 아이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송곳니를 바라봤다.
아그작
“으음.”
“많이 아프지?”
“아니요. 참을 만해요. 생각했던 것보다 별로 안 아파요.”
“그럼 다행이고. 지금부터 흡혈할 테니까 조금만 참아.”
“네.”
꿀꺽꿀꺽
- 하연님의 피를 마셨습니다. 피의 갈증이 해소됐습니다.
- 하연님이 상태 이상 효과 무기력증에 빠졌습니다. 무기력증으로 인해 60분 동안 모든 능력이 50% 감소합니다. 60분간 치유 스킬을 사용해도 생명력이 회복되지 않습니다.
“언니 말처럼 정말 힘이 쫙 빠지네요.”
“그래서 내가 하지 말라고 한 거야.”
“그런데 기분 좋아요. 소주 한잔 마신 것처럼 몸이 노곤한 게 아주 좋네요.”
“진짜 기분이 좋아?”
“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아요. 뿅 가는 것 같아요.”
”뿅 가?“
“네. 아주 죽여요. 히히히히.”
입을 벌린 채 눈을 반쯤 뜨고 무기력증을 쾌락으로 느끼는 하연이를 그냥 둘 수 없어 침대에 눕힌 채 옆에서 지켜야 했다.
술 취한 취객처럼 실실대던 하연이가 슬며시 손을 뻗어 내 손을 꽉 잡았다. 깜짝 놀라 손을 빼내려다가 그러면 하연이 상처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가만히 손을 잡고 있었다.
영원할 것 같은 기나긴 10분이 흐르자 하연이의 예쁜 눈이 스르륵 감기며 잠에 빠져들었다.
춥지 않게 이불을 덮어준 다음 조용히 방을 빠져나와 말을 타고 독 가시나무를 키우러 갔다.
‘정신 차려. 하연이는 하린이 동생이야. 처제일 뿐이야. 흔들리면 안 돼!’
복잡한 머릿속을 털어내기 위해 전속력으로 말을 몰았다. 미친 듯이 말을 몰아 바람을 만끽하자 실타래처럼 엉켰던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며 내달리자 칼 구스타프 남작 영지 경계지점에 도달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