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영웅의 시대-94화 (9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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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형제애

94. 더러운 형제애

“무슨 밥을 온종일 먹어?”

“전화가 길어져서 그랬어.”

“아직도 안 먹었어?”

“다 먹었어. 5분 내로 치우고 들어갈게.”

“시간은 금이야. 빨랑빨랑 움직여.”

“알았어.”

다행히 기다리다 지친 하연이가 빨리 들어오라고 독촉 전화한 것이었다. 하린이도 성격이 급한 편인데, 동생 하연이는 언니보다 더욱 급해 1초도 기다리지 못했고, 1초도 가만있지 못해 빨빨거리며 싸돌아다녔다.

“셩격 급한 거 집안 내력이야?”

“아빠는 안 그런데 엄마가 그래. 온종일 청소하고, 전화하고, 수다 떨고, 음식 만들고, 소파에 앉지도 않아. 갓난아기보다 체력이 더 좋아.”

“건강하다는 증거니까 좋아해야지.”

“좋아해. 그런데 옆에서 그 모습을 매일 보고 있으면 질려.”

“복에 겨운 소리한다.”

“그러게 말이야.”

가족 모두 건강하고 활기찬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었다. 매일 소리 지르고, 싸우고, 아프면 행복이 뭔지 느낄 수도 없었다.

그러나 옆에 있을 때는 누구도 소중함을 몰랐다. 없어져야 소중함을 깨닫고 찾지만, 그때는 늦은지 오래였다.

“하린아, 독 가시나무를 남쪽 영지 경계에 심는 건 어떨 것 같아?”

“효과가 크진 않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문제는 잘 자라 주느냐 그게 관건이지.”

“다니엘 말로는 자생력이 매우 뛰어나 심기만 하면 잘 자라고, 1년이면 사람 키만큼 자란다고 했어. 그리고 빨리 자라게 하는 방법도 있고.”

“비료라도 주게?”

“아니. 치유 스킬을 쓰면 돼.”

“따뜻한 손길이 먹혀?”

“어.”

“잘됐네. 스킬 경험치도 올리고 독 가시나무로 울타리도 만들고.”

“그러니까.”

치유 스킬 따뜻한 손길은 희귀 스킬로 사람과 식물은 물론 몬스터에게도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이를 이용해 독 가시나무를 칼 구스타프 남작의 경계지점에 대단위로 심고 자라게 해 몬스터의 침입을 막을 계획이었다.

“겨울인데 씨앗은 어디서 구하려고? 파는 곳이라도 있어?”

“독 가시나무는 사시사철 꽃을 피워. 지금도 씨앗이 있을 거야.”

남쪽 펑거스 숲과 황색 오크 서식지 경계에는 독 가시나무가 군락으로 서식하고 있어 씨앗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마법 가방 10개에 독 가시나무 씨앗을 터지도록 가득 담아 내 영지와 칼 구스타프 남작 경계 지점에 최대한 넓게 뿌리며 따뜻한 손길로 빠르게 자라나게 했다.

마나양이 8,000에 육박하자 따뜻한 손길을 사용해 소모하는 양보다 회복하는 마나양이 더 많아 쉬지 않고 따뜻한 손길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60초 쿨타임이 걸려 연속으로 사용할 수 없어 독 가시나무로 장벽을 세우는 일도 더디게 진행됐다.

- 회복 스킬 따뜻한 손길이 중급으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액티브 스킬

따뜻한 손길(중급 2/500) : 생명력 200 즉시 회복, 쿨타임 60초, 마나 소모량 50

이틀 연속 낮에는 독 가시나무에, 밤에는 농노들을 치료하는데 따뜻한 손길을 사용하자 초급을 마스터할 수 있었다.

초급을 마스터한 따뜻한 손길은 생명력 50 회복에서 200 회복으로 4배나 늘어났지만, 쿨타임은 여전히 60초였다.

중급을 마스터해야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는 숫자도 2명으로 늘어났고, 쿨타임도 50초로 줄어들었다. 쿨타임을 30초로 줄이려면 특급까지 올려야 해 갈 길이 멀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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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아.”

“네, 오빠?”

“검은 오크 잡아봤어?”

“네.”

“어때?”

“50~57레벨인 검은 오크 전사와 궁수는 크게 어렵지 않아요. 일반 몬스터니까요. 그러나 58레벨 검은 오크 기사와 60레벨인 주술사는 정예 몬스터로 공격력과 방어력이 매우 뛰어나고, 상태 이상 공격도 매우 다양해 사냥하기가 정말 까다로워요. 65레벨 부족장과 70레벨 족장은 보스 몬스터로 말할 필요도 없고요.”

오크 왕국에만 검은 오크가 있는 건 아니었다. 숫자가 많지 않지만, 아틸라 제국에도 있었다.

그러나 접근이 어려운 오지와 던전 최하층, 금지에 있어 사냥해본 유저가 얼마 없어 대다수 유저는 없는 줄 알았다.

“검은 오크는 70레벨이 끝이야?”

“그렇지 않아요. 그건 아틸라 제국 안에서만 그렇고, 검은 오크 왕국에는 대전사, 대주술사, 대족장 등 80~100레벨 보스 몬스터까지 아주 다양해요.”

“100레벨? 무시무시하네.”

“오빠 영지에 들어온 검은 오크는 잘해야 정예 몬스터일 거예요. 셋이 사냥하면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어요. 언니가 쓸 북풍의 신 보레아스의 활 찾으러 갈 때가 문제죠.”

하연이는 하린이도 알지 못하는 고급 정보를 많이 알고 있었다. 한 달 이용료가 무료 300만 원이나 하는 유료 정보 사이트에 가입해 그런 것으로 히어로 에브리에선 구할 수 없는 고급 정보를 구할 수 있었다.

일명 ‘어둠의 상인’이라 불리는 사이트로 1년 정보 이용료 3.600만 원을 선 입금해야 가입할 수 있었다.

어둠의 상인 사이트에는 비싼 돈을 지급한 만큼 고급 정보가 넘쳐났고, 오크 왕국에 대한 정보부터 우리가 몰랐던 히든클래스에 대한 정보, 심지어 마림 길드와 10대 길드에 대한 것도 자세히 나와 있었다.

정보는 돈이자 힘으로 정보를 가진 자가 돈과 권력을 차지했다. 상위 0.01% 유저들은 정보가 힘이라는 것을 잘 아는 유저들로 고급 정보를 이용해 일반 유저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며 돈을 쓸어담았다.

“마림 길드는 The Age of Hero 마림 재단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세워진 길드로 길드원의 절반이 마림 재단 직원들과 식구들이에요. 나머지는 마림 재단에 속한 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이고요. 일반인은 거의 없다고 봐도 돼요.”

“완전히 마림 재단 사유 길드네?”

“다른 10대 길드도 비슷해요. 10대 길드에 속하지 않는 대형 길드들도 대부분 그렇고요. 1,000명 이하의 소형 길드만 친목 길드라고 보시면 돼요.”

“돈 때문이야?”

“그렇죠. The Age of Hero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예요. 그러니 기업들이 몰려들 수밖에요. 재미있는 사실은 마림 길드 길마는 이은택이지만, 실제 주인은 이은택의 형인 이은수예요.”

“형이 실제 주인이라고?”

“네.”

“왜?”

”이복형제거든요. 이은수는 본처 자식이고, 이은택은 밖에서 낳아 데리고 들어온 자식이에요.“

“그럼 사이가 많이 안 좋겠네?.”

“당연하죠. 돈 때문에 친형제, 친자매끼리도 칼부림을 하는 시대인데, 이복형제면 오죽하겠어요.”

“그렇게 사이가 안 좋은데 왜 형 밑에 있는 거야?”

“형 이은수는 마림 재단 정책실장으로 후계자고, 이은택은 마림 길드 길마나 하는 떨거지에요. 마림 길드도 마림 재단 소속이고, 이은수가 관리하고 있어 밑에 있게 된 거예요. 다른 이유는 없어요.”

나이 35살의 첫째 아들 이은수는 조만간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할 정식 후계자였지만, 둘째 아들 이은택은 밖에서 낳아온 자식으로 지지기반도 없고, 나이도 21살밖에 안 된 애송이였다.

올해 60세인 아버지 이만철이 정정했고, 이은택의 어머니와 아직도 자주 만나는 사이라서 괄시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아버지가 죽는 순간 이은택은 끈 떨어진 연 신세나 다름없다.

이 때문 어떻게든 형 이은수에게 잘 보이려 노력했지만, 이은수는 이은택을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 재산을 노리는 하이에나로 생각해 호시탐탐 제거할 생각만 했다.

그리고 이은택도 아버지 이만철과 형 이은수 앞에선 간 쓸개 다 빼줄 것처럼 행동했지만, 계집질과 폭력, 도박, 마약 파티 등 나쁜 짓은 다 골라 하고 마림 재단 이사회에서도 눈 밖에 난 지 오래였다.

“사이가 안 좋다면 둘을 더욱 이간질하는 건 어때?”

“가능성 있지만, 아버지 이만철이 쓰러지기 전까진 둘을 완벽히 갈라서게 만들긴 어려울 거예요. 꼴에 형제애를 무척 따진다고 하네요. 매국노 주제에.”

“방법이 전혀 없는 거야?”

“어렵긴 하지만, 이은수를 꼬드길 수만 있다면 가능해요. 이복동생을 죽도록 미워하니까요.”

이은수가 왜 이복동생 이은택을 미워하냐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자기 엄마를 버린 아버지가 밖에서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낳아온 자식이었다.

그런 자식을 아버지가 아끼고 사랑하고, 아직도 그 자식을 낳은 여자와 만나는데, 그걸 보고 좋아할 본처 자식은 세상에 없었다.

부처님 반쪽이라도 참을 수 없는 일로 이 소스를 이용하면 이은택을 처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은수에게 접근할 방법도 없었고, 접근한다고 해도 둘을 갈라놓을 마땅한 방법도 없었다.

“두 형제의 특징이 뭔지 아세요?”

“여자?”

“빙고! 이은수네 집안은 조상 대대로 여자 문제가 끊이질 않았어요.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까지 모두 여자라면 환장했죠. 그쪽을 파고들면 가능할 수도 있어요.”

“그럴 여자가 어디 있어?”

“이슬이 언니 있잖아요.”

“정이슬? 이은택 여자잖아.”

“이슬이 언니는 조건만 좋으면 개구리처럼 폴짝 뛰어서 더 나은 남자 품에 안기는 여자예요. 이슬이 언니에게 사랑 따윈 없어요. 어쩌면 이은택은 이은수에게 접근하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어요. 그걸 노리면 둘 사이를 완벽히 갈라놓는 것은 물론 이은택을 영원히 아웃시킬 수 있어요.”

“정이슬이 이은수에게 넘어가면 더 골치 아파지는 거 아니야? 이은수가 가진 힘은 이은택과는 비교도 안 되잖아.”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이슬 언니와 이은택, 이은수를 어떻게 엮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어떻게?”

“이은수가 이슬이 언니를 뺏도록 해야죠. 그러면 이은택은 이은수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어떻게든 망가뜨리고 이슬이 언니를 되찾아오려 하겠죠. 그러면 이은수도 엄청난 값을 치러야 할 거예요.”

“둘 다 아쉬울 것 없는 부자인데 정이슬을 차지하려고 그렇게까지 할까?”

“오빠는 이슬이 언니만큼 예쁜 우리 언니가 있어서 이슬이 언니의 치명적인 매력을 모르는 거예요. 걸리면 끝장이에요. 그러니까 팜므 파탈이죠.”

“언니 덕분에 걸려들지 않은 게 맞아. 나도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것 봐요. 남자들은 이슬이 언니 앞에서 맥을 못 춰요.”

“그런데 어떻게 둘을 이간질할 거야? 이메일도 모르는데.”

“이은수 캐릭명만 알아내면 어려울 거 없어요. 이슬이 언니 사진 몇 장과 이은택이 이슬이 언니를 죽도록 사랑한다고 과장해서 알려주면 돼요. 그러면 이은택을 죽도록 미워하는 이은수가 알아서 움직일 거예요.”

하연이는 동생 이은택을 죽도록 미워하는 이은수가 정이슬에게 관심이 없어도 뺏기 위해 달려들 거라고 생각했다.

이은수가 이은택을 미워하는 건 자신의 아버지 이만철을 이은택의 엄마가 뺏어서였다.

아빠를 빼앗긴 트라우마를 자극해 복수하게 하려는 것으로 하연이는 이은수가 반드시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다.

유치한 작전이었지만, 원래 질투와 분노는 유치한 감정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유치할수록 화가 더 심하게 나는 것으로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지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하연이 생각처럼 되지 않아도 둘 사이가 지금보다 더 벌어지면 우리에게 나쁠 게 없었다.

그건 이은택의 힘이 줄어든다는 것이었고, 이은수도 상처를 입게 된다는 뜻이었다. 더불이 정이슬의 본색도 까발려질 수 있어 득만 있지 실은 없는 작전이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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